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43)
# 15장 될 때까지 때려 박아주마(1) #
대연무장의 분위기는 아까 전 삼 단계 시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생도들에게 있어서 마도관의 무공 교두들은 하늘과도 같았다.
마교 내에서 가르치는 스승으로서의 위치나, 살아온 세월, 무공 수위할 것 없이 그들이 존경하고 따를 만한 자들이었다.
그러나 마도관주인 좌호법 이화명의 변덕으로 시작된 무공 교두에 대한 도전의 기회가 그것을 반전시키고 말았다.
두 차례나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물론 그들이 본신 절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두 명의 무공 교두가 대련에 패하고, 심지어는 큰 부상으로 들 것에 실려 나가는 사태마저 발생하자 생도들의 눈빛에는 ‘절대’가 아닌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심이 피어올랐다.
‘이거 참!’
‘생도들에게 얕보일 수도 있겠는걸.’
단상 앞에 일 열로 서있는 무공 교두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 단계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너무 겁을 먹는 것보다는 희망을 품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지만 체면이 서지 않았다.
“쯧쯧.”
이런 교두들의 심란해 하는 분위기에 최고선임 무공 교두인 호진창이 혀를 찼다.
그는 체면 따위야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인재를 육성하는 기관에서 훌륭한 후기지수들이 탄생한다는 것은 교두로서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실력과 자질이 된다면 교두를 뛰어넘을 수도 있는 게지.’
호진창이 아쉬운 것은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을 시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원래 이것만 아쉬울 뿐이었다.
그런데 천여운의 대결을 보고나니, 그와 겨루지 못한 것도 아쉬워졌다.
저 정도의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순간 심기가 불편해져서 십이 조의 십팔 번 생도를 택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자! 이제 남은 두 사람의 대결을 보도록 하겠다.”
관주인 좌호법 이화명의 목소리에 무공 교두 호진창과 십팔 번 생도 백기가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호진창이 단상으로 나오자 무공 교두들의 눈빛들이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꼭 교두들의 체면을 세워주십시오!’
그런 눈빛들과 달리 무공교두들의 속마음은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최고선임인 호진창이었다.
생도를 떠나서 그가 지는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이번에도 이변이 일어날까?’
‘모르잖아?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건 칠 번 생도처럼 실력을 숨겼을 지도 모르지.’
무공교두들 못지않게 생도들 또한 십팔 번 생도 백기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한 번 이변이 일어났는데, 두 번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이런 생도들의 바뀐 기대감은 모두가 천여운이 만들어낸 변화라 할 수 있었다.
-탁!
백기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공손하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교두님.”
“서로 최선을 다 하세나.”
공손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호진창이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취했다.
하지만 대결을 시작하기 위해 기수식을 취하는 순간, 부드러운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빛이 매섭게 바뀌었다.
먼저 달려든 것은 당연히 후학도인 백기였다.
백기의 신형이 번개처럼 튀어나가더니, 호진창을 향해 뛰어올라 화려한 각법(脚法)을 펼쳤다.
‘각법?’
동공에 빠르게 흔들리며 흰빛이 서려있는 천여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강인한 인상의 흉터만 보았을 때는 도법이 어울려보였는데 의외의 무공을 펼쳤다.
천여운의 시야에는 현재 증강현실이 개안되어, 나노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것을 분석하면서 확대하여 보여주는 중이었다.
‘새로운 대련 아바타가 늘어나는 구나. 후후후.’
좌호법 이화명의 변덕으로 생겨난 대결들이 천여운에게는 큰 득이 되고 있었다.
몇 초식만을 펼쳤었던 복마종의 후보자 천무금과 다르게 현마종의 후보자인 천무연은 장법의 전 초식을 선보였기에 스캔 분석이 완료된 상태였다.
그 중에 천여운의 흥미를 이끈 것은 단연 양손으로 다른 초식을 펼치는 기술이었다.
‘한 초식뿐이라 분석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움은 되겠지.’
나노 머신을 가진 천여운의 앞에서 모든 초식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를 갖다바치는 꼴이었다.
후에 천무연과 대적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천무연이 만약 자신의 절기들이 홀라당 벗겨먹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파파파팍!
빠르게 날아오는 각법에 호진창은 발끝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는 발걸음조차 떼지 않고 상체만 가볍게 움직여 모든 발차기를 피해냈다.
백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리를 조심하게.”
호진창이 가볍게 경고를 날리며 아직 체공 중인 백기의 다리에 검결지를 찔렀다.
그의 검결지가 오른 다리의 요혈을 찔러 들어오는 순간 백기가 허리를 강하게 튕기며, 이를 피해낸 후에 몸을 빙그르르 돌아 양발에 내공을 모아 호진창을 걷어찼다.
-파팍!
“호오?”
그러나 백기의 그런 회심의 발차기를 호진창은 가볍게 한 손으로 검결지를 뻗어 오른쪽 발바닥의 밑창을 찔렀다.
두 발에 십성 공력을 실어 찼는데, 오히려 검결지에서 뻗어 나온 날카로운 예기가 발바닥을 관통하며 백기가 짧은 신음성과 함께 튕겨나갔다.
“큭!”
-촤아아아아!
연무장 바닥으로 밀려난 백기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렸다.
그의 오른쪽 발등이 붉게 물들어갔다.
‘검기?’
분명 자신의 발을 관통한 날카로운 예기는 검기가 틀림없었다.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빠른 운기를 통해 검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절정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했다.
‘……초절정인 건가?’
백기는 방금 한 수만으로 무공 교두 호진창의 경지를 짐작해냈다.
앞선 대결에서 보여준 무공 교두들의 실력을 기준으로 생각했는데, 이 자는 너무 강했다.
백기로서는 불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호진창은 아직까지 칠마검의 검초조차 제대로 펼치지 않고 단순한 검식만을 사용해서 그에게 부상을 입혔다.
‘무리인가?’
각법을 펼치기에 한 쪽 발을 다친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런 백기를 향해 호진창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각법을 쓰는데 오른발이 봉해졌네. 이제 어떻게 할 텐가?”
그 물음은 패배를 인정하라는 어조라기보다는 이 난관을 돌파할 방법이 있겠느냐에 가까운 말투였다.
잠시 망설이던 백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가 나고 있는 오른발에 힘을 주고서 각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발을 다쳤으니….한 초식에 승부를 봐야 한다.’
어차피 실력 차이가 극명했기에 방법은 절초를 펼쳐 반전을 꾀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딱 한 초식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팟!
백기의 몸이 땅을 박차고 튕겨나가며 각법의 초식을 펼치는데 순식간에 수많은 발차기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호진창에게로 쇄도했다.
‘제법 투지가 있구나.’
발을 다쳤는데도 이만한 위력을 보이는 것에 흡족해하며 호진창이 칠마검의 방어 초식인 검오(劍五)를 펼치며 발차기를 막아내려 했다.
그 순간 정면으로 쇄도해오던 백기의 몸이 밑으로 쑥 꺼져버렸다.
‘음?’
호진창이 펼치는 검오의 초식이 애꿎은 빈 허공을 가로질렀다.
갑자기 신형이 밑으로 꺼진 백기가 어느새 검오의 검식들을 피해내 발밑까지 미끄러지듯 파고들어왔다.
‘허초?’
앞에 펼친 각법은 눈을 속이기 위한 허초였다.
진정한 초식을 바로 지금 펼치는 초식이었다.
발밑으로 파고든 백기가 땅을 향해 두 손을 밀어내 물구나무를 서며 호진창의 턱 쪽으로 속사포와 같은 각법 초식을 펼쳤다.
-파파파파팍!
“호오!”
호진창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백기의 발끝을 감싸고 있는 희미한 빛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기?’
그것은 기(氣)가 틀림없었다.
선명한 빛은 아니었지만 백기 역시도 절정의 초입에 이른 실력자였던 것이었다.
발차기에 잔상이 보일 만큼 너무 빨라서 무공이 낮은 생도들의 눈에는 그 희미한 빛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천여운을 비롯한 일류를 넘어선 생도들의 눈에는 확연하게 그것이 보였다.
‘제발 맞아라!’
백기의 회심의 절초가 호진창의 턱으로 닿으려는 찰나였다.
그 순간 호진창의 검결지에 선명한 검기가 생겨나며, 칠마검의 열두 검식을 동시에 펼쳐서 촘촘한 검망을 만들어냈다.
‘이런!’
-파파파파팍!
설마 검식을 이런 식으로 펼칠 줄은 몰랐다.
백기는 앞서 두 명의 무공 교두가 펼쳤던 칠마검을 곱씹으며, 일곱 초식 중에는 코앞까지 근접해서 위로 치고 올라오는 공격을 막을 만한 초식이 없다고 분석했었다.
그러나 그 판단은 오산에 불과했다.
“제법 괜찮았는데 안타깝군.”
-팍!
“크윽!”
순식간에 백기의 각법을 막아낸 호진창이 그를 향해 몸을 낮추더니, 가슴 정중앙으로 검결지를 찔렀다.
다행히 검기가 실리지 않았기에 가슴이 꿰뚫리지는 않았지만, 물구나무를 서고 있던 백기의 몸이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쿨럭쿨럭!”
바닥에 쓰러진 백기가 가슴을 파고든 공력에 핏물이 섞인 기침을 해댔다.
백기의 완벽한 패배였다.
호진창을 상대로는 당연한 결과였기에 이를 지켜보던 십이 조의 담당 교두인 여순이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아아. 졌어.’
‘고작 몇 초식도 버티지 못하다니….’
‘역시 무공 교두를 상대한다는 건 힘든 일인가?’
‘일 번 생도나 칠 번 생도가 괴물이었구나.’
승패가 결정이 나자 아까 전만 해도 들떠있던 생도들의 분위기가 침체되고 말았다.
그의 조원들인 십이 조의 생도들은 믿기 힘든 표정이었고, 여타의 생도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백기가 절대로 약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너무나도 압도적인 패배를 당하고 나니 지켜보는 생도들의 입장에서는 그가 약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상대가 나빴다.’
백기의 진짜 실력을 알아본 천여운을 비롯한 소교주 후보자들이나, 상위 종파의 생도들은 이 같은 결과를 안타깝게 생각했다.
만약 다른 교두들이었다면 일말의 희망이 있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대는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단주 급에 속하는 고수였다.
‘다행인 건가?’
반면 무공 교두들은 이 패배를 다행스럽게 여겨야만 했다.
최고선임 무공 교두인 호진창이 압도적인 승리를 한 덕분에 체면치레는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마저도 패했다면 생도들의 사기가 오르다 못해서 무공 교두들을 얕잡아 보는 사태까지 벌어졌을 지도 몰랐다.
“쿨럭….쿨럭…져, 졌습니다.”
여전히 가슴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백기가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런 백기를 바라보며 호진창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봐주지 않고 압도적으로 패배시켰으나, 그는 백기를 뛰어난 인재라고 생각했기에 조언과 함께 격려를 해주었다.
“허초에서 진초로 연결할 때 좀 더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다면 상대를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을 걸세. 앞으로 기대하겠네.”
“쿨럭..쿨럭….명심하겠습니다.”
백기는 기침이 섞인 목소리로 포권을 취하며 십이 조가 오열을 맞추고 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십이 조의 앞에 서있는 백기는 많이 지쳤는지 얼굴은 창백하고 목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백기의 뒤쪽에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흐뭇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독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종섬의 얼굴이 보였다.
마치 조장인 백기의 패배를 반기는 듯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천여운의 눈빛이 묘해졌다.
‘……나노, 십팔 번 생도를 확대해서 스캔한 영상을 이따가 바로 확인할 수 있게 준비해 놔줘.’
[알겠습니다.]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아직까지 삼 단계 시험에 대한 공지가 전부 끝나지 않았기에 조금 후에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로써 세 명의 도전자 중에 두 명이 조장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앞으로 차지할 수 있는 조장의 자리는 총 열다섯 자리가 남아있었지만, 그 중 하나인 호진창의 노란 명찰은 누가 빼앗을 수 있을까?
물론 호진창이 아니더라도 다른 무공 교두들에게서 노란 명찰을 빼앗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마종의 후보자 천무연이나 천여운처럼 순수한 실력만으로 노란 명찰을 얻어내는 것은 실질적으로 성공 확률이 낮았다.
명찰을 빼앗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방법은 칠마검을 익혀서 검법에 숨겨진 허점을 찾아내는 것이 답이었다.
“자! 이렇게 하면 되는 거다. 벌써 두 명이나 조장이 되었군. 후후후, 아무 것도 못하고 누락되기 싫다면 분전하도록 하라. 이레 안에 노란 명찰을 빼앗으면 조장이다. 알겠나?”
“마도!!!”
좌호법 이화명의 말에 생도들이 힘차게 답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네 녀석들이 제일 고대하던 시간이로군.”
이화명이 단상 아래에 있는 무공 교두들을 향해 눈짓을 보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교두들이 본관 건물로 가서 큰 목함들을 옮겨오기 시작했다.
‘마룡단을 지급하는구나.’
지금까지 삼 단계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분위기가 침체되었던 생도들의 눈빛에 활기가 돌았다.
옮겨오는 목함의 숫자가 꽤 많은 걸로 보아서 마룡단만 있는 것이 아닌 듯 했다.
무공 교두들이 목함들을 열자 그곳에는 마룡단을 담은 조그마한 목함과 목검들이 쏟아져 나왔다.
“삼 단계 시험을 위한 목검도 함께 지급한다. 한 사람 당 한 자루씩 지급하니 부러뜨리지 않고 잘 사용하도록.”
“마도!!!”
그것은 검마섬진을 연마하기 위해서 지급되는 목검이었다.
이 단계 시험이 치러질 때까지는 무공 교두들이 가르쳤기 때문에 훈련 때만 대여 받았던 것을 이제는 모든 훈련이 자율로 이뤄지기에 완전히 지급되는 것이었다.
“일 조부터 줄을 맞춰서 한 명씩 차례대로 나와 물건들을 지급받도록.”
좌호법 이화명의 명에 일 조부터 생도들이 순서대로 줄을 서서 목검과 마룡단, 그리고 칠마검의 비급서책을 받아갔다.
다른 것보다도 마룡단이 든 작은 목함을 받을 때 생도들은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생도들이 지급된 물품을 전부 받아서 자리로 돌아가 오열을 맞추자, 이화명이 그들을 향해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럼 삼 단계 시험 때 보도록 하겠다. 그 동안 좋은 성과를 얻도록. 해산!”
“해산!!!”
힘찬 함성으로 복창을 하며 생도들이 일시에 흩어졌다.
각자가 먼저 우선시 되는 것을 행하기 위해 발걸음들이 사방으로 나누어졌다.
마룡단의 내공 흡수를 우선으로 하는 생도들은 개인 연공실 건물로 발걸음이 향했고, 조장의 자리를 노리는 상위 종파의 생도들은 칠마검의 비급서책으로 먼저 눈이 돌아갔다.
‘일단 마룡단이 먼저겠지?’
천여운은 먼저 마룡단을 섭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노란 명찰을 얻어냈기 때문에 다른 생도들보다 이레라는 시간을 더 벌었다.
‘마룡단을 섭취하고 나서 확인할 것도 있고…..’
아무래도 나노가 데이터로 저장해놓은 십팔 번 생도 백기의 대련 영상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았다.
해야 할 일을 결정한 천여운이 연공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차에 어느새 그의 주위로 꽤 많은 생도들이 몰려와 있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