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5)
# 3장 마도관 입관(1) #
천여운의 나이가 열 살 무렵, 잦은 병상에 누워있던 어머니 화 부인이 세상을 떠났다.
당시에 그녀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접해 들은 교주가 주치의였던 마의 백종우를 보내주었지만 이미 회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그의 어머니인 화 부인은 미독(微毒)에 당했다고 한다.
음식에 소량의 독을 넣어서 일정 시간이 흘러서 그것이 쌓이게 되면 죽게 되는 것이 미독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상대를 암살하기 위한 용도였다.
천여운 역시도 미독에 중독된 상태였지만 화 부인 만큼은 쌓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백종우가 해독단을 처방해주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천여운의 식사는 매일 같이 장 호위가 준비해야만 했다.
무공에 있어서 일류 고수인 장 호위는 매일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전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무공 수련을 했다.
언젠가 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천여운은 새벽 일찍 일어나 무공을 수련하는 장 호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원래는 타인의 독문 무공을 훔쳐보는 것은 무림 법도 상 결례인 행동이었지만 무공을 익힐 수가 없는 천여운을 안타깝게 여긴 장 호위가 이를 알고도 늘 모른 체했다.
-휙휙!
오늘도 새벽에 일찍 일어난 장 호위가 상의를 탈의하고 독문 무공인 단검비술(短劍備術)을 연마하고 있었다.
대개 훈련은 기본 동작인 식(式)을 반복하는 것에서 초식(招式) 훈련으로 이어진다.
‘벌써 오늘이구나.’
사실 마도관에 들어간다는 것 때문에 긴장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 천여운이었다.
마도관에 입관하게 되면 더 이상 장 호위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밤잠을 설치고 장 호위의 무공 훈련을 지켜보는 천여운의 눈빛은 씁쓸하기만 했다.
‘차라리 장 호위의 무공이라도 몰래 배우고 들어갔으면 나았을까?’
장 호위가 무공 수련을 할 때마다 늘 들었던 마음이지만 그의 숙소 주변에서 감시하는 여섯 종파의 이목을 살 수 없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바로 그때 그의 머릿속에 나노 머신, 나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장 호위의 훈련 동작을 스캔하시겠습니까?]‘뭐?’
뜬금없는 나노의 말에 천여운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책을 읽는 것이야 그렇다 치고 지금 훈련하고 있는 동작들을 뭘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상대의 동작 같은 것도 스캔이 가능한 거야?’
[스캔이 가능합니다.]‘네 말대로라면 장 호위의 무공 수련 동작을 스캔이라는 걸 해서 머릿속에 전이시킬 수 있단 말이지?’
[가능합니다. 제 프로그램에 저장된 데이터 중에서도 여러 무술이 등록되어 있어서 지금이라도 주인님에게 전이시킬 수 있습니다.]천여운은 모르겠지만 제 7세대 나노 머신이 만들어진 미래의 과학기술은 현 시대의 사람들이 상상을 불허할 만큼 발달해 있다.
미래에는 직접 학습을 하지 않고 전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기술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미래인들은 학습에 대한 욕구가 높지 않다.
장 호위의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정오가 되면 마도관으로 입관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천여운으로써도 짐작하기 힘들었다. 고민하던 천여운이 결정을 내렸다.
‘좋아. 스캔 해줘.’
[동작 스캔을 가동합니다.]천여운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리며 나노 머신이 장 호위가 훈련하고 있는 동작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반 시진 가량을 훈련하는 모습을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쳐다본 천여운의 머릿속에 나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동작 스캔이 완료되었습니다. 사용자의 뇌로 전이를 시작합니다.]-치칙!
머릿속이 전격이 튀는 느낌과 함께 장 호위가 했던 동작들이 영상으로 그려지며 천여운의 뇌 속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사이에 전이가 모두 완료되었다.
약간의 어지러움과 속에 메스꺼웠지만 전과 다르게 충분히 견딜 만 했다.
잠시 어지러움에 호흡을 가다듬은 천여운의 눈빛이 놀라움으로 반짝였다.
서책을 스캔해서 머릿속으로 전이 했을 때도 신기했지만 지금은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었다.
‘나노…..이게 말이 돼? 나 장 호위의 단검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혹시나 장 호위가 볼까 싶어 창문을 닫은 천여운이 방에서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것은 장 호위가 단검술을 펼치기 전에 취하는 기수식이었다.
-파팟!
천여운이 단검을 쥔 자세로 팔을 휘저으며 장 호위의 단검비술을 펼쳤다.
배우거나 익힌 것도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그의 동작은 숙소 바깥의 마당에서 장 호위가 펼치던 동작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십 년 가까이 단검비술을 연마한 장 호위의 동작과 완전히 동일했다.
무공을 연마하는 무인들이 매일 같이 반복된 초식 훈련을 하는 것은 정해진 자세를 완벽하게 가다듬고 그것을 몸으로 숙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천여운은 전이를 통해 그런 과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뇌에 새겨버린 것이었다.
신이 나서 단검비술의 초식을 펼치는 그의 머릿속에 나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스캔한 동작 훈련을 했을 때 발달되는 근육 섬유질 및 근맥 발달에 대한 분석 정보가 완료되었습니다. 신체 근육으로 전이하시겠습니까?]‘신체 근육에도 전이해야 한다고?’
초식을 계속 펼치면서 의아해진 천여운이 물었다.
[동작 훈련을 반복 했을 때 생기는 근육 발달 전이가 완료되지 않으면….]-욱씬!
“으윽!”
나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전신 근육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근육통이었기 때문에 경련이 일어나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반복 훈련을 통해서 생겨나는 근육 섬유질 및 근맥 발달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작을 펼쳤기 때문에 근육 및 근맥 손상이 일어났습니다.]‘전이라는 걸 해줘서 그럭저럭 알아듣지만 그래도 조금 쉽게 말해줘.’
통증으로 몸을 절면서 겨우 침대에 걸터앉은 천여운이 투덜거리며 생각했다.
[사용자의 언어 수준에 맞게 용어 변환을 합니다.]‘언어 수준?’
뭔가 무시를 당한 기분 같았지만 알아듣지 못한 것은 확실하기에 천여운은 말없이 인상만 구겼다.
[용어 변환 완료. 주인님이 오랫동안 장 호위의 무술을 훈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뇌에 전이가 되었다고 해도 몸이 적응한 것은 아닙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훈련 동작을 완전히 몸에 숙지했을 때 발달될 근육 정보를 전이해야 완전히 동작을 행하실 수 있습니다.]‘뭔가 아까보다는 쉽긴 한데, 그래도 어렵네.’
나노가 하는 용어의 대개는 현 시대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와는 동떨어졌기 때문에 아무리 쉽게 변환해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용자의 언어 수준을 최하위 단계로 조정하시겠습니까?]‘……대충은 알아들었거든. 시뮬레이션이라.’
시뮬레이션이라는 곱씹자 머릿속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실제와 비슷한 훈련을 가상으로 분석 및 예측하는 것이라는 정보가 떠올랐다.
‘그럼 네 말대로 근육에도 그 전이인가를 완료하면 근육통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 거야?’
[그렇습니다. 전이를 시행하겠습니까?]‘이것도 금방 되는 거지?’
[근육 변환은 체내에 있는 나노 머신들을 전부 가동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로딩 시간이 걸립니다.]‘로딩? 진행 시간이란 말이지? 대충 어느 정도 걸려?’
[근육 섬유질 및 근맥 변환까지 한 시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아직 새벽이었기 때문에 한 시진(2시간) 가량이면 아직 시간 여유는 충분했다.
너무 오래 걸릴까봐 걱정했던 천여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이 승인을 허락했다.
[근육 섬유질 및 근맥 변환 전이에는 강한 통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잠시 수면마취 상태에 들어갑니다.]‘많이 아픈 가보네.’
[강한 통증이 동반됩니다. 근육 변환 전이로 인한 기절 사례들이 총 이백삼십 오만 사례들이 있습니다.]‘한 번 해볼까?’
이상하게 오기가 생긴 천여운이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
한 차례 주의 경고를 했던 나노는 우려와 걱정이라는 감정이 없기에 주인의 의사를 존중했다.
[수면 마취를 하지 않고 해보시겠습니까?]‘……혹시 못 버티면 수면 상태로 바꿔줄 수 있어?’
괜한 걱정이 된 천여운은 살짝 도망갈 퇴로를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의 준비해둔 퇴로가 잘못 되지 않았음을 인지하게 된다.
[전이를 시작합니다.]-파르르르르!
천여운의 체내에 있던 육십사억 팔천이백사십만 개의 나노머신이 근육 섬유질과 근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긴장했는데 별 것…’
아니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노 머신들의 근육 변환이 시작되었다.
-우드드드득!
“컥!”
단말마의 비명이 흘러나왔다. 전신의 근육이 뒤틀리면서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며 천여운의 눈이 일순간에 뒤집혔다.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 상황이긴 한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끄으으으으아아아…”
천여운이 미칠 듯이 온몸을 뒤틀며 비명을 지르려는 전조가 오자 나노의 목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수면 마취를 가동합니다.]“끄르르르르.”
천여운은 거품을 물면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