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6)
# 3장 마도관 입관(2) #
새벽 훈련을 마친 장 호위는 미리 준비해둔 식재료를 가지고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원래는 요리는커녕 밥을 짓는 것조차 할 줄 몰라 서툴렀던 그였다.
그러나 오 년 전에 있던 음식에 들어있던 미독으로 인한 화 부인의 죽음 이후, 매일 같이 부엌에 들어가야 했던 그는 지금은 장족의 발전을 해서 웬만한 동네 숙수들 못지않게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평소에는 간단한 아침 식사 준비를 했지만, 어제 저녁에 공수해온 신선한 붉은 돼지고기를 비롯해 달걀까지 준비한 그였다.
정오가 되면 천여운이 마도관에 입관하기 때문에 제법 신경 쓴 것이었다.
어쩌면 그가 마지막으로 안심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순간이 될 수도 있기에 최대한 천여운이 좋아하는 식단을 준비하려는 장 호위였다.
‘꼭 살아남으셔서 다시 식사를 해드리면 좋을 련만.’
붉은 돼지고기의 결을 썰며 감상에 젖어 있던 장 호위의 귓가에 작지만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끄으으으으아아아…”
부엌이 천여운의 숙소에서 가깝기 때문에 이 정도의 소리는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화들짝 놀란 장 호위가 부엌칼을 내던지고 천여운의 숙소로 뛰어갔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보니 천여운이 거품을 물고 침대에 바로 앞에 상반신만 걸쳐서 쓰러져있었다.
“공자님!”
놀란 장 호위가 그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있기는 했지만 맥을 짚어보니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꼭 이틀 전에 그곳에서 쓰러진 것을 발견했을 때처럼 말이다.
‘몸에는 이상이 없으시다. 그런데 대체 뭘 하고 있었길래….엇?’
의아해하던 장 호위의 눈에 숙소 바닥에 희미하게 파여진 발자국이 들어왔다.
장 호위는 잠이 든 천여운을 침대에 제대로 눕힌 뒤에 조용히 발자국을 살폈다.
‘설마?’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던 장 호위는 파여진 발자국을 따라 자신의 발을 갖다 대고 움직여보았다.
장 호위의 동공이 흔들렸다.
바닥에 희미하게 새겨진 발자국은 그의 독문무공인 단검비술의 보법이었다.
그냥 단순히 걷는 발자국은 바닥에 쉽게 새겨지거나 하지 않지만, 모든 무공은 보법을 기초로 하기에 진각이 들어가면서 이런 나무 재질의 바닥이 파여지곤 한다.
‘하? 공자님이 단검비술을 혼자서 터득했단 말인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자신의 독문무공을 훔쳐 배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발자국의 보폭을 따라서 움직여 보았는데, 그가 이십 년 동안이나 훈련해온 것과 완전히 동일했다.
적어도 수 년 동안은 식을 훈련하고, 그것이 완성되고 나면 초식을 몇 년 동안이나 연마해야만 이런 자세가 나올 수 있다.
‘공자님이 내 수련을 지켜본 것은 고작해야 이 년 정도에 불과하다.’
새벽 훈련과 식사 시간을 제외한다면 늘 천여운의 곁을 지키는 장 호위였다.
그렇다면 천여운은 그가 새벽에 수련을 하는 동안에만 그의 동작을 따라했다는 결론이 내려지는데, 그것이 장 호위를 전율스럽게 만들었다.
‘고작 이 년 만에 눈으로 훔쳐 배워서 나의 이십 년을 따라잡았단 말인가.’
“하…..”
허탈해지기마저 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이상하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기억 속에 천여운은 항상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었으며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녀의 아들이었다.
천여운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나니 뭉클해지기마저 했다.
장 호위가 조심스럽게 천여운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손목의 맥을 짚어보았다.
‘내공은 거의 전무하다. 초식만 터득했구나.’
오히려 그것이 잘 된 것일 수도 있다.
괜히 내공을 익히고 있던 것이 알려진다면 괜히 여섯 종파의 노여움만 살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시간이 나는 틈틈이 직접 초식만이라도 가르칠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 호위였다.
‘내가 몰라봤구나. 이렇게 오성이 뛰어난데.’
한참 동안이나 안타까운 눈빛으로 자고 있는 천여운을 바라보던 장호위가 조용히 방을 나갔다.
그렇게 한 시진의 시간이 지났다.
[동작에 관한 근육 섬유질 및 근맥 변환이 완료되었습니다.마취 수면 상태를 해제합니다.]
-치칙!
머릿속에 자극이 일어나며 잠이 들어있던 천여운이 정신을 차렸다.
“허억!”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것이 고통에 온몸을 뒤틀던 것이었기 때문에 깨어난 순간, 호흡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헉….헉….”
천여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시 그 고통을 경험하라고 한다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근육통을 겪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근육의 섬유질과 근맥이 변환되느라 뒤틀리는 고통을 제 정신으로 견디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하아….하아….내가 다시는 이걸 하나 봐라.”
[분명히 주인님께 경고를 드렸습니다.]“…..그래.”
분명 나노의 경고를 무시한 것은 천여운 본인의 선택이었다.
거친 호흡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천여운은 침대에서 일어나 숙소 한 가운데로 가서 단검비술의 기수식 자세를 취해보았다.
‘이제 단검비술을 해도 아프지 않겠지?’
[시뮬레이션으로 이십 년 동안 반복 훈련을 한 것과 동일한 상태로 근육 섬유질과 근맥을 변환시켰습니다.]‘좋아!’
나노의 확답을 들은 천여운이 기수식을 취한 상태에서 단검비술을 펼쳐보았다.
-파파파팟!
천여운이 휘두르는 손짓에 담긴 힘이 아까와는 사뭇 달랐다.
휘두를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경쾌하고 동작에 맺고 끊음이 더욱 정확해졌다.
-파팍!
제 이 초식을 펼치기 위해 보법을 밟은 순간,
-쿵!
나무로 만들어진 바닥이 흔들리며 크게 울렸다.
동작이 완성되었을 때의 진각은 단순히 동작을 취할 때와는 그 힘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헉!”
자신이 밟은 진각에 도리어 놀란 천여운이 단검비술의 이 초식을 펼치던 것을 멈췄다.
나무 바닥에서 발을 떼고 나니 선명하게 그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큰일 났네.”
혹시나 나중에 장 호위가 이걸 보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내공을 익히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발자국이 남는 구나.’
천여운은 이것을 매우 신기해했지만 실상 무공이라는 것은 반복된 훈련으로 발달된 외공을 통해 초식을 완성하고, 그 초식에 맞는 운기법을 통해 내공을 가미함으로써 그 위력을 더하는 이치였다.
반복 훈련으로 완성될 근육과 근맥 섬유질이 생김으로써 단검비검의 외공을 완성시킨 것이었다.
이미 장 호위에게 들킨 줄도 모르고 바닥에 파인 자국을 걱정하는 사이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공자님, 식사를 들고 왔습니다.”
장 호위였다.
다급한 마음이 든 천여운은 바닥에 파인 옆을 발로 꾹꾹 눌러서 흔적을 지워보려 했다.
하지만 그게 쉽게 없어질 리가 만무했다.
그러는 사이에 문이 열리며 장 호위가 들어왔다.
“공자님?”
“아아! 오늘따라 참 배고프네.”
당황한 천여운이 괜히 큰 동작을 취하며 창가 쪽에 있던 탁자를 가운데로 끌고 왔다.
장 호위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항상 창가에서 식사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이제 당분간 숙소로 돌아오지 못하니, 안쪽에서 먹고 싶네.”
말까지 더듬는 태도가 의심스러울 만도 했지만 장 호위는 말없이 탁자 위에 아침식사 음식을 담은 쟁반을 내려놓았다.
겨우 넘어갔다고 생각한 천여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아!”
아침 식사는 그가 좋아하는 돼지 구이과 청경채 볶음, 그리고 기름에 구운 계란을 올려놓은 밥이었다.
여섯 종파의 후계들이 먹는 화려한 진수성찬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천여운에게 있어서는 매우 호화로운 아침이라고 할 수 있었다.
평소와 달리 좋아하는 음식들로 이루어진 아침 식사에 천여운의 표정이 묘해졌다.
오늘 마도관에 입관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배려한 장 호위의 마지막 아침 식사였다.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한 천여운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막혔다.
[급격한 감정 변화로 인해 식도로 위산이 역류합니다. 침샘 분비를 자극하겠습니다. 음식물과 침을 삼켜서 위산 분비를 가라앉히십시오.]‘이상한 말 좀 그만 지껄이고 좀 닥치고 있어!’
[일시적으로 음 소거 모드에 들어갑니다.]나노의 목소리가 조용해지자 천여운이 입에 담고 있던 음식을 삼켰다.
장 호위가 신경써서 해준 마지막 아침이니 남길 순 없었다.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식사를 마칠 무렵 말없이 가다리고 있던 장 호위가 입을 열었다.
“언제 제 단검술을 훔쳐…”
그래도 모시는 공자님한테 차마 훔쳐 배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배우신 겁니까?”
“아!….그, 그게 무슨 말 인지?”
괜한 감상에 빠져있던 천여운은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장 호위의 일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 호위가 쟁반이 놓인 탁자를 옆으로 옮기며 숙소 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닥에는 선명하게 찍혀있는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천여운이 가린다고 미처 몰랐는데, 바닥에 남은 자국이 아까보다도 더욱 선명했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확실하게 파인 자국은 단검비술의 제 이 초식을 펼치기 직전에 밟은 진각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무공을 익히지 않은 천여운이라고 할지라도 마교에서 나고 자랐으니 무림에서 금기시하는 법도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의 무공을 훔쳐 배우는 것은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 그게…..”
나노 머신의 능력에 빠져서 무공을 훔친 셈이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보다도 실망스러워할 장 호위의 눈을 볼 자신이 없었다.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앉아있는 천여운을 향해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 장 호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아…..”
“몰래 배우면 어떻습니까? 저는 공자님의 사람입니다. 여섯 종파의 맹약만 아니었다면 애초부터 가르쳐 드리려고 했었습니다.”
“…..장 호위.”
화를 낼 거라 생각했던 장 호위의 부드러운 말에 천여운의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
항상 그를 돌보고 지켜주었던 장 호위는 그에게 있어서 친아버지보다도 더욱 아버지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장 호위가 품속에서 뭔가를 빼곡하게 적은 종이를 넘겼다.
“이건?”
“단검비술의 내공 운기요결입니다.”
“이걸 어째서 내게?”
“내공심법도 드리고 싶지만 마도관에 들어가신다면 제가 가진 내공심법 보다도 훨씬 뛰어난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익히십쇼.”
장 호위의 배려에 천여운의 오른쪽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머니인 화 부인의 임종 이후에 다시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이를 악물고 살아왔던 그였지만 아직 정이 고픈 소년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소년을 배려해서인지 장 호위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 먹은 쟁반을 들고 숙소 밖으로 나가려했다.
그러더니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말을 했다.
“오늘만 흘리시고, 이제부터는 더욱 독해지셔야 합니다.”
“……고마워.”
어제부터 아니, 늘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눈물을 훔치고 마음을 가다듬은 천여운에게 더 이상의 망설임과 두려움은 사라졌다.
화 부인이 없더라도 자신에게는 아직 돌아올 장소가 있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 정오가 될 무렵,
마교 성내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발걸음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마도관의 입관식이 곧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마교의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