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60)
# 19장 이 명찰은 네 것이다(3) #
아침 진시(辰時) 무렵,
마도관 비급 서재의 바로 뒤쪽에 자리한 산봉우리.
새벽부터 껴있던 옅은 안개가 아직까지 은은하게 산자락에 걸려있다.
가벼운 경공으로 산을 오르는 세 명의 인영이 보였다.
그들은 이곳 마도관의 무공 교두들이었다.
세 사람 중에 가장 앞서 경공을 펼치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전 팔 조를 담당했던 무공 교두 임평이었다.
임평을 비롯한 무공 교두들이 이렇게 산봉우리 위로 오르는 이유는 구금동에 갇힌 천여운의 징계가 끝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녀석이 잘 버텼을지 모르겠군.’
경험이 많고 연배가 있는 성인 남자도 폐쇄된 어두운 공간에 갇혀 있으면 버겁다.
그런데 열다섯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을 좁은 동굴 안에 가둬뒀으니 걱정이 될 만도 했다.
한참 산봉우리를 오르던 그들이 드디어 구금동의 한 동굴 앞에 도착했다.
“충!”
동굴 앞을 지키는 경비 무사들이 그들에게 인사했다.
임평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로써 천여운의 징계가 끝났다. 문을 열어라.”
“알겠습니다.”
경비무사들이 암석의 거치대를 치우고, 네 명이 달라붙어 동굴 입구를 막고 있는 거대한 암석을 옆으로 밀어냈다.
-끼리리리리리리!
거대한 암석이 밀려나며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습하고 어두운 동굴.
유일하게 동굴을 밝히던 등불의 기름도 떨어져서 좁은 동굴 안에는 빛 한 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닷새를 보내라 한다면 누구 하나 맨 정신으로 버티기가 힘들 것이다.
그런 동굴 안을 들여다보니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소년이 가부좌를 틀고서 눈을 감고 있었다.
“칠 번 생도! 징계가 끝났다.”
한 무공 교두가 동굴 안으로 외치자 가부좌를 하고 있던 천여운이 눈을 떴다.
드디어 기다려왔던 징계의 끝이 다가왔다.
천여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랜 만에 맞이하는 밝은 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동굴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허어? 이 녀석, 무슨 몸이?’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천여운의 상반신 전신의 근육은 촘촘할 만큼 발달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소년의 근육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 모습에 무공 교두들조차도 내심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런 근육도 놀라웠지만 임평을 놀랍게 만든 것은 천여운의 눈이었다.
‘이게 닷새 동안 혼자 동굴에 갇혀있던 녀석의 눈빛인가?’
오히려 구금동에 갇히기 전보다도 훨씬 안광이 뚜렷해지고 눈빛이 다부져있었다.
마치 번뇌를 이겨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자의 눈빛과도 같았다.
놀랍기는 했지만 임평은 크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상의는 어찌한 거냐?”
“그게….”
천여운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동굴 구석에 밀어 넣었던 상의를 들고 왔다.
독성분이 물들어서 악취가 나는 상의에 무공 교두들이 일제히 코를 막았다.
“우욱!”
“대체 옷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탁!
무공 교두 심명이 도저히 그 악취를 참지 못하고, 천여운의 손에서 옷을 빼앗아 신경질을 내며 산 저편에 던져버리고 말았다.
임평이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천여운에게 주었다.
“아…..감사합니다.”
사흘 동안 습한 동굴 안에서 상의 없이 지냈기에 허전하기는 했다.
천여운이 임평의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 동안 심명이 동굴 안을 둘러보았다.
특별히 동굴 안에서 뭔가를 하진 않았는지 별다른 흔적은 없었다.
심명이 나머지 두 무공 교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이상이 없음을 알게 된 그들은 산봉우리 밑으로 하산했다.
이때 심명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동굴의 가장 안쪽 벽의 밑 부분이 돌조각들을 쌓아서 막아놓은 것을 말이다.
빛이 닿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그것까진 미처 살피지 못했다.
‘휴.’
천여운이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심명이 동굴 안을 확인하러 들어가기에 들키지 않기를 바랐는데 다행히 발견하지 못했다.
앞서 그들이 하산을 하자, 경비 무사들이 다시 동굴의 입구를 거대한 암석으로 막고서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끝났다!”
“와아!”
경비 무사들이 환호를 질렀다.
천여운 덕분에 밤낮으로 진행되던 산봉우리 위에서의 특별 근무가 드디어 끝났다.
산 위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무공 교두들이 피식하고 웃었다.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산을 내려가면서 천여운이 무공 교두 임평에게 말을 걸었다.
선두를 가던 임평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란 명찰이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천여운의 질문에 임평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닷새 동안 갇혀 있던 녀석이 나오자마자 먼저 한 질문이 잔여 노란 명찰의 수였다.
그 말은 아직까지 조장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하나 남았다.”
“하나요?”
노란 명찰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천여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분명 명찰을 획득할 수 있는 날이 하루를 남긴 시점이었기에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하나뿐일 줄은 몰랐다.
“혹시 그 하나가 혹시 그 분의 것입니까?”
임평이 천여운이 말하는 그 분이 누굴 말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선임 무공 교두 호진창을 말하는 것이리라.
임평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것만 남았군.’
초절정의 무위인 호진창의 가슴에 있는 노란 명찰 획득은 누구라도 힘들었다.
어두워진 안색의 천여운에게 임평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꼭 그 하나가 답이 아닌 것은 잘 알 텐데.”
“…..그렇죠.”
대놓고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타 조장들의 노란 명찰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암묵적으로 권하는 바였지만 무공 교두의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타 생도를 노린다라….’
산을 내려가면서 천여운은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산봉우리를 내려온 천여운에게 무공 교두들은 징계가 끝났으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거나 생도 활동을 해도 좋다고 하였다.
그런데 천여운은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무공 교두들을 쫓아왔다.
마도관의 본관 건물 앞까지 쫓아오자 그것을 의아하게 여긴 임평이 물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이냐?”
“저…..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마지막 노란 명찰을 가진 교두님을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뭐?”
천여운의 뜬금없는 말에 임평이 인상을 찡그렸다.
왜 자신들을 쫓아오나 했더니 설마 노란 명찰 획득을 위해서일 줄은 몰랐다.
시간이 촉박한 것은 알고 있지만 징계가 막 끝나자마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호진창을 노릴 생각을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대답을 한 것은 임평이 아니었다.
“네 녀석 제 정신이냐? 괜히 오기부리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그는 심명이었다.
특별히 천여운에게 정은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호진창은 아니었다.
괜한 오기를 부렸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더 이상 조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었다.
임평 역시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하지 마라. 조급한 것은 알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중해야지.”
임평은 그것이 천여운의 조급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겼다.
상황은 이해했지만 무리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천여운의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무리라고 생각된다면 중간에라도 스스로 포기하겠습니다. 기회라도 주셨으면 합니다.”
‘아….’
공손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천여운을 바라보며 임평이 난감해 했다.
이번 징계를 통해서 상황을 판단하는 것에 신중해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왜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중간에 포기를 해? 쯧쯧, 그 분이 과연 손에 사정을 둘지 모르겠군.”
호진창은 한 번 대결을 시작하면 절대로 봐주는 게 없었다.
그 말과 함께 심명이 본관 내부로 들어가자 임평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네가 완고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최대한 부상은 피해라. 그렇지 않으면 정말 기회가 없어질 거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전했던 몇 안 되는 생도들을 전부 하루 내지 이틀은 운기조식을 하거나 의무실의 신세를 지게 만든 호진창이었다.
이윽고 얼마 있지 않아 본관 건물의 입구로 호진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 마도관의 무공 교두들 중에서 무위로 정점에 서있는 호진창의 등장은 본관 건물 앞을 지나던 생도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야야! 누가 도전하나봐.’
‘호 교두에게? 미친! 어떤 멍청이가 도전을 한단 말이야?’
‘엇? 저 생도….칠 번 생도잖아.’
‘오늘이 징계가 끝나는 날이었어?’
‘이거 진짜야? 정말 도전하려나봐!’
한두 명씩 발걸음을 멈추기 시작한 생도들은 어느새 서른 명이 넘게 몰려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일하게 어떠한 생도들도 획득에 실패한 노란 명찰의 주인인 무공 교두 호진창과 여러모로 모든 생도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천여운이 대치하고 있었다.
‘칠 번 생도!’
천여운을 바라보는 호진창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흘러넘쳤다.
엿새 전 공개적인 자리에서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과 더불어 가장 겨뤄보고 싶었던 천여운이 제 발로 찾아왔으니 말이다.
“칠 번 생도 천여운이 교두님께 인사드립니다.”
“오랜만이군. 닷새 동안 구금동에서 고생이 많았네.”
천여운이 포권을 하자 호진창도 가볍게 포권으로 응수했다.
이미 심명을 통해 그가 자신에게 도전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
본신 절기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도들 중에 유일하게 절정의 고수인 상문여를 꺾은 천여운이었다.
호진창의 눈빛에서 투기가 흘러나왔다.
생도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흥미로운 적수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천여운이 그런 그에게 말했다.
“교두님께 한 수 배우겠습니다.”
천여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위에 몰려든 생도들의 입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탄성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오오오오!!!”
“도전이다! 도전!”
많은 생도들의 몰려들어 이 대결을 주목하자 천여운은 내심 자신의 뜻대로 된 것에 만족해했다.
마도관의 본관 건물 앞에서 도전을 한 것도 전부 이 때문이었다.
이번 징계로 인해서 천여운은 모든 생도들에게 그리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고 말았다.
더군다나 조장의 자리마저 박탈당했기에 더욱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반전이 필요해.’
소교주 쟁탈전을 치르는 소교주 후보로서 그는 많은 생도들의 지지와 믿음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징계로 천여운은 다른 이들보다 불리한 상황이었다.
다른 조장들의 노란 명찰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그런 식으로는 조장의 자리는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생도들의 지지를 얻어내긴 힘들었다.
강자존의 마교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좋은 평판과 생도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남은 건 하나, 이제 실력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무대는 만들어졌다.
아침이었기에 개인 연공실로 향하던 생도들이 하나둘씩 지나가면서 몰려들고 있었다.
몰려드는 생도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지 호진창이 물었다.
“목검으로 할 텐가? 아니면 맨손으로 할 텐가?”
“맨손으로 하겠습니다.”
그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목검으로 대련을 하게 된다면 생도들에게 더더욱 불리했다.
칠마검을 쓰는 무공 교두들의 손에 목검을 쥐어진 채로 겨루는 것보다 차라리 맨손 대결을 하는 편이 그나마 초식을 꺾을 확률이 놓았다.
또 최악의 경우 박투를 유도해서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무공 교두들이 더욱 박투에도 강한 것이 함정이었지만 말이다.
-탁!
호진창이 보폭을 벌리며 기수식을 취했다.
단순한 기수식의 자세를 취했을 뿐인데 지금까지와는 그 무게감이 달랐다.
호진창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지켜보는 생도들마저도 긴장감이 생겨날 정도였다.
‘저 괴물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무리야. 아무리 칠 번 생도라도 이번만큼은….’
‘노란 명찰에 환장한 오 번 생도도 포기했잖아’
공개적인 대련에서 천여운이 무공 교두 상문여를 꺾는 모습을 보았던 생도들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기대감이나 희망을 가질 만도 했지만 여기에 모인 누구도 천여운의 승리를 그리지 못했다.
그만큼 초절정 고수인 호진창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오게나. 선공은 양보하지.”
당시에 천여운의 실력이 절정의 초입이란 것을 파악했던 호진창이 여유롭게 그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것을 천여운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탁!
천여운이 신형이 번개처럼 튕겨져 나오며 순식간에 호진창과의 거리를 좁혔다.
‘빠르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몸놀림에 호진창이 내심 놀라했다.
하지만 호진창은 백전노장의 초절정의 고수였다.
그가 두 손가락으로 검결지를 만들어 칠마검의 방어 초식인 검오를 펼쳤다.
-촤촤촥!
‘어떻게 나올 테냐? 네 도식은 이미 전부 파악했다.’
그 순간 호진창의 동공이 흔들렸다.
당연히 도식을 펼칠 줄 알았던 천여운이 두 손가락으로 검결지를 만들더니, 검식을 펼치며 칠마검의 검오 초식을 식 단위로 파훼해버렸다.
-파파파팍!
‘이런?’
초식을 완전히 파악한 수준을 넘어섰다.
엿새 전 천여운이 상문여가 펼치는 칠마검의 초식을 도식으로 파훼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것을 복기해서 나름의 복안을 생각해뒀던 호진창이었다.
그런데 도법을 펼치리란 예상을 부수고 검법을 펼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것은 단순한 임기응변이 아니었다.
‘이 검식은 대체 뭐지?’
단순한 검식이라고 보기에는 한 식, 한 식의 수준이 너무 고절했다.
이러다간 오히려 자신이 초반부터 밀릴 지도 몰랐다.
‘네가 이 정도 수준의 검식을 펼칠 수 있다면….좀 더 수준을 높여도 되겠구나!’
호진창의 눈빛에 강한 투기가 흘러나왔다.
검마가 만든 칠마검의 가장 큰 장점은 식들과 초식들을 배합한다면 무궁무진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절정의 고수가 아닌 초절정의 고수인 호진창의 손에서 펼쳐진다면,
-촤촤촤촤촥!
고절한 초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
호진창은 검일에서 검사의 초식을 동시에 펼쳐서 다채로운 변화를 만들었다.
이를 지켜보는 생도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그들 역시도 칠마검의 비급서를 받아서 초식을 익혔기에 그 검법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펼치는 칠마검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호진창의 손에서 펼치는 칠마검은 그야말로 절정의 검법이라 할 수 있었다.
‘무리다. 저걸 어떻게 막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경악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만다.
천여운의 신형이 잔상을 만들 만큼 복잡한 변화를 일으키더니, 그의 검결지에서 선명한 흰 빛이 스물네 개의 궤적을 그리며 순식간에 호진창에게 쇄도해왔다.
-촤촤촤촤촤촥!
‘이, 이 검 초식은 대체?’
호진창이 펼치는 칠마검의 검초들이 속수무책으로 말려들어갔다.
어떻게 막아낼 수준의 검초가 아니었다.
흰 빛의 궤적이 무차별적으로 요혈을 찔러 들어오며 천여운의 신형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절세검초에 실려 있던 강대한 검력에 의해 호진창의 몸이 허공에 떠올라 몇 바퀴를 돌았다.
-핑그르르르! 털썩!
“크윽!”
생도들에게 괴물이라 불리던 호진창이 처음으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모든 생도들이 전율을 느꼈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백 년 동안 청옥석 비석에 잠들어 있던 천마 조사의 마지막 심득인 천마검공(天魔劍功)이 수세대를 뛰어넘어 혈손인 천여운의 손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