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63)
# 20장 똑같이 돌려주마(2) #
미시(未時) 초 무렵,
마도관의 숙소 삼 관 건물과 사 관 건물의 사이.
그곳은 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유찬이 수련을 위해 종종 저녁 무렵마다 찾는 곳이다. 하지만 격세석 연공실이 개방된 후로 개인 훈련은 그곳에서 하고, 조원들과 칠마검 연마를 이곳에서 한다.
도마종 출신인 그가 익힌 무공은 도(刀) 이외에는 권법이 유일했다.
도를 숭상하는 도마종의 사람들은 권(拳), 각(脚), 퇴(腿)와 같은 적수공권의 무공들을 익히는 것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으나, 다른 병장기를 일체 허용하지 않았다.
‘외조부께서 보신다면 한심하게 여기시겠군.’
마도관에서 와서 처음 목검과 진검을 만지게 되었고, 이제는 심지어 검법마저 익혀야 했다.
도마종 출신인 그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익히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릴 적부터 쌓아온 사고관이나 몸이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몇 번 정도 목검을 들고서 칠마검의 초식을 펼치고는 그게 끝이었다.
이후로는 조원들이 칠마검을 연마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천유찬과 조원들이 초식 수련을 하고 있는 숙소 건물 사이의 공터로 여덟 명의 생도들이 나타났다.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오자 훈련을 하던 천유찬의 조원들이 그것을 중지하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일이지?”
“천유찬 공자와 이야기를 하러 왔다.”
여덟 생도들의 대표로 보이는 생도는 육백칠십 번 생도 갈연이다.
그를 포함한 여덟 명은 어젯밤 백기를 습격했던 십이 조의 생도들이었다.
대부분 얼굴들이 멍 자국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어제 백기를 노리다 발차기에 당한 흔적으로 보였다.
갈연 역시도 오른쪽 뺨이 새파랗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아! 너…..그 십이 조의 생도구나.”
천유찬의 조원 중의 한 명인 백 번 생도 양도종(楊刀宗)의 우금필이 갈연을 알아보았다.
“원래 네가 아니라 우평학이라는 녀석이 대표가 아니었나?”
“우평학은…..내상이 심해서 의무실에 입원해 있다.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닐 텐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절정 초입에 이른 백기를 상대했으니 부상을 입을 만도 했다.
그보다도 까칠한 갈연의 말투가 거슬렸는지, 우금필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공자께서 올 거면 혼자 오라고 하셨을 텐데.”
“약조가 걸려있긴 해도 이곳 마도관에서 누구를 믿는 게 쉽지가 않아서 말이지.”
“…..네 녀석, 지금 공자께서 약조를 어길 거라고..”
화를 내려하는 우금필의 뒤쪽에서 천유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됐어. 됐어. 그냥 이쪽으로 보내.”
“…..알겠습니다.”
천유찬의 명령에 우금필은 화를 내려던 감정을 억누르고, 가로막던 길을 터주었다.
그것은 다른 조원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생도들이 양옆으로 전부 물러서자, 그 모습에 갈연은 내심 놀라했다.
‘오 번 생도의 명령에 완전히 복종하는 건가? 이 정도까지 조원들을 통제하다니.’
확실히 다른 생도들과는 그릇이 달랐다.
소교주에 가장 가깝다고 불리는 두 사람 중에 한 명다웠다.
그들이 물러서자 그 뒤편에는 숙소 건물 벽에 등지고 기대있는 천유찬이 보였다.
갈연이 그런 천유찬에게 말했다.
“공자께서 말씀한 대로 하일명을 부추겨서 백기의 노란 명찰을 빼앗게 했습니다. 이제 약조를 지키시죠.”
갈연의 말에서 숨겨져 있던 비밀이 드러났다.
그들이 하일명과 합작을 했던 배후에는 놀랍게도 천유찬이 있었다.
천유찬이 갈연을 바라보며 씨익 하고 웃으며 말했다.
“에이, 아무렴. 내가 약조를 어길까봐.”
그 말에 내심 긴장하고 있던 갈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천유찬이 자신들을 이용하고 약조를 어길까봐 걱정했었는데, 그럴 일은 없을 듯 했다.
천유찬이 품속에서 가지고 있는 노란 명찰을 꺼냈다.
조장들 중에서 유일하게 네 개의 노란 명찰을 가지고 있는 그였다.
노란 명찰을 보면서 갈망하는 눈빛을 보이는 갈연을 향해 천유찬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약조가 완료되지 않지 않았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약조는 백기를 얻도록 돕는 것이었잖아.”
“그건!”
“지금 여기에 백기가 있나?”
능청스럽게 말하는 천유찬의 태도에 갈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뭔가 너무 쉽게 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냥 순순히 노란 명찰을 넘겨줄 리가 없었다.
인상을 굳히던 갈연이 분에 겨운 듯 몸을 파르르 떨다 입을 열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주길 바랍니까?”
“뭐, 크게 바라는 건 없어. 그런데 아무래도 백기를 얻으려면 녀석이 좀 더 절망을 맛봐야 할 것 같거든. 그 있잖아. 쓴맛을 맛봐야 단맛도 안다고.”
혼자서 신난다는 듯이 손을 휙휙 휘저으며 말을 하는 모습이 경박스러워 보이기보다 오히려 소름끼쳤다.
‘이 자는 정말…..’
인재 한 명을 얻자고 하는 짓이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천유찬은 백기를 철저히 망가뜨려서 절망으로 몰아넣고 손을 내밀어서 그를 얻을 셈이었다.
“아! 그리고 생각해보니 너희들. 딱히 조장 그릇은 없잖아.”
“뭐요?”
십이 조에서 조장 급의 무위를 지닌 생도는 백기와 독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종섬뿐이었다.
하지만 백기는 천여운의 산하로 들어갔고, 천종섬은 단전이 파괴 되어서 방출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반 생도들뿐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천유찬이 자신의 수하들이 모여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조원을 이룰 열두 명을 넘어서는 열아홉 명의 생도들이 서있었다.
그 중에 한 명은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어이, 염파.”
“네넵! 공자님!”
잘생긴 얼굴에 실눈의 생도, 염파가 앞으로 나와 천유찬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임무에 실패하고 천유찬의 조원에 속하지 못하고 밀려났던 그였지만, 며칠 동안이나 빌고 빌어 사정을 하면서 후보군으로 남게 된 염파였다.
“네 녀석한테 기회를 주지.”
“기회라 하시면….”
“저기 저 녀석들을 데리고 가서 백기, 아니 천여운의 조를 처리하고 노란 명찰을 빼앗아라. 방법은 잘 알고 있겠지?”
천유찬의 말에 염파의 두 눈이 커지며 환희로 물들었다.
지금까지 안중에도 없던 그에게 기회를 주어진다는 것은 의미가 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천여운이었다.
‘녀석이 복귀하자마자 호 교두의 노란 명찰을 획득했다고 들었는데.’
천여운의 복귀는 두 시진 사이에 마도관의 생도들의 대다수에게 소문이 난 상태였다.
이미 마도관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실력자로 거듭난 천여운을 상대로 노란 명찰을 빼앗으라는 말은 어려운 임무이기도 했다.
하지만 천유찬이 의도한 바를 염파는 잘 이해했다.
“공자님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저번처럼 서투른 실수는 하지 않길 바란다. 만약 노란 명찰을 얻어낸다면 네가 저 녀석들을 통솔해서 조를 꾸려라.”
“네?”
“내 밑의 조원들은 이미 포화되었으니, 내 산하에서 조를 꾸리란 말이다.”
순간 당혹스러워했던 염파의 얼굴이 밝아졌다.
천유찬의 말대로 그의 조원들은 이미 열한 명을 넘어서 후보군만 여덟 명이나 되었다.
여기서 천유찬이 생각해낸 방법은 조원을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수하들을 조장으로 만들어서 산하의 수하들을 늘리는 것을 택했다.
노란 명찰의 네 개씩이나 획득한 것도 타 생도들을 궁지로 몰기 위함이면서 자신의 세력을 늘리기 위함이었던 것이었다.
‘우리더러 본인의 산하로 들어오라는 건가? 하아.’
갈연도 그리 어리석지 않았기에 천유찬의 그런 의도를 모를 리가 없었다.
천유찬이 어이가 없어하는 갈연을 쳐다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자, 이러면 너희들도 확실하게 조장도 얻고 일거양득이지? 하하하하핫.”
그렇게 염파는 갈연을 포함한 전 십이 조의 생도 여덟 명을 이끌게 되었다.
오늘 내로 노란 명찰 획득이 완전히 결정이 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던 염파는 이들을 이끌고 곧장 하일명과 접선하기 위해 움직였다.
‘천여운의 조를 박살내려면 적어도 두 개 조 이상이 모여야 해.’
염파는 무공도 조장급에 속했지만 그보다도 계략에 능하고 잔머리가 뛰어난 인물이었다.
천유찬이 이번 일에 그에게 기회를 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인원을 충당해야 해.’
천여운과 겨뤄 봤던 염파는 그가 조원을 전부 구하지 못했다고 해도 절대로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염파가 옆에서 같이 걸어가는 갈연에게 물었다.
“갈연, 지금 있는 인원 이외에 십이 조의 다른 생도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까?”
“…..열 명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백기를 습격할 당시에 참여하지 않은 조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특별히 백기를 원망하지 않기에 기습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조장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조금만 설득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잘 됐군요. 후후후.”
염파는 갈연을 보내서 그들을 설득하게 하고, 그 자신은 하일명과의 접선을 시도했다.
하일명은 대연무장에 있었기에 발견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원을 구성한 건가?’
어젯밤 백기들에게서 노란 명찰을 빼앗은 하일명은 자신이 이끌던 육 조에서 조원을 선별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 결과 지금 현재의 열한 명을 추릴 수 있었다.
같이 기습을 하고도 선택받지 못했던 나머지 인원들은 불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이탈해야만 했다.
“뭐지?”
처음으로 조원들과 칠마검의 초식들을 맞춰보고 있던 하일명이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염파와 그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노란 명찰을 노리고 온 패거리일 수도 있었다.
염파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하일명에게 공손하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육 조의 조장이셨던 백팔 번 생도, 하일명 맞으시죠?”
공손한 태도를 보면 적의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닌 듯 했다.
‘응?’
실눈의 생도인 염파가 선두에 있어서 미처 몰랐는데, 뒤쪽에 있는 녀석들은 어젯밤 자신들과 같이 합작을 했던 전 십이 조의 생도들이었다.
어젯밤에는 분명 자신들은 백기의 노란 명찰은 포기하겠다고 했었는데, 마음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대체 무슨 의도로 찾아온 것일까?
“무슨 용무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하일명에게 염파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이백 번 생도인 염파라고 합니다.”
“…..어쩌라는 거냐?”
본능적으로 염파라는 인물이 탐탁하게 느껴지지 않는 하일명이었다.
사실 그 느낌은 염파 역시도 동일했다.
기본적인 성향은 다르더라도 암략가의 기질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났으니, 동류의 인간을 배척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씀 드리는 게 좋겠군요.”
“본론?”
“보다시피 저는 노란 명찰이 없습니다. 그런데 삼 단계 시험을 통과하려면 그게 필요하죠. 그래서 당신이 저를 도와줬으면 합니다.”
“도와줘? 웃기는 놈이군. 그런 것은 서로의 이(利)가 맞아야 가능한 게 아닌가?”
하일명이 자신의 오른쪽 가슴에 달고 있는 노란 명찰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미 노란 명찰을 획득한 자신이 염파를 도울 이유는 하등 없었다.
“노란 명찰이 있으시니, 당연히 그러시겠죠. 하지만 제가 노리는 대상이 만약 천여운의 조라면 어떻습니까?”
“천여운의 조?”
천여운이라는 말에 하일명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천여운만 생각하면 이가 갈리는 하일명이었다.
그의 표정 변화에서 미끼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한 염파가 옳다고나 싶어 말을 이어갔다.
“저는 개인적으로 천여운에게 진 빚이 있습니다. 꽤 짜증나는 빚이죠. 덕분에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이것은 사실이었다.
자신이 모시고 싶어 하는 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유찬에게 버림을 받을 뻔했으니 말이다.
흥미를 보이는 하일명에게 염파가 방점을 찍는 말을 했다.
“이번에 천여운의 노란 명찰을 빼앗게 된다면 그의 조는 와해가 되죠. 두 번씩이나 조가 와해된 자를 누가 따르려고 할까요? 그렇게 된다면 그는 자연스럽게 삼 단계 시험을 치르지 못하고 탈락할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이놈 생각보다 잔머리를 굴릴 줄 아는 놈이군.’
자신 못지않게 암략에 능한 놈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중간에 백기의 방해를 받아서, 제대로 화풀이를 마치지 못한 것을 내심 아쉬워했던 하일명이었다.
‘합작이라…..’
최근 천여운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일대일로는 힘들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싫으면서도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였다.
만약 이번에 염파와 합작을 하게 된다면 천여운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염파의 물음에 고민에 빠져 있던 하일명이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좋다.”
“화통하시군요.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개시는 언제로 할 거지?”
오늘이 마지막으로 조장이 결정되는 날이니, 분명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하일명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기습의 시점은 숙소로 들어가기 직전의 술시에서 해시 사이였다.
염파가 빙그레 웃으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입니다.”
그 말에 하일명의 입 꼬리가 양옆으로 벌어지며 만족감으로 물들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합작을 위해 뭉친 두 조는 염파를 포함한 전 십이 조의 생도 스무 명과 하일명과 조원 열 한명 통틀어 서른 두 명이 준비가 되었다.
충분히 이 정도 인원이라면 천여운과 일곱 수하들을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가자!”
-우르르르!
이미 천여운과 그 수하들이 숙소 뒤쪽의 산 중턱에 모여서 훈련을 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는 그들은 인원이 전부 모이자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이들이 이렇게 산으로 오르는 시점에 공교롭게도 천여운과 수하들은 산 밑으로 내려오는 중이었다.
두 조는 정확하게 가운데 지점에서 맞닥뜨리고 말았다.
“저들은?”
고왕흘이 서른 명이 넘는 생도들이 산 위를 오르는 모습을 발견했다.
하나 같이 목검을 쥐고서 올라오는 모습에 백기의 인상이 굳어졌다.
그들의 선두에는 염파와 하일명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염파?’
뜻밖의 인물의 등장에 천여운 또한 눈빛이 의아해졌다.
자신의 조원으로 들어오고 싶다며 얕은 수작을 부렸던 천유찬의 끄나풀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일명과 함께 왔다.
‘천유찬…..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단 말이지?’
염파의 등장만으로 천여운은 도마종의 후보자 천유찬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생도들을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배후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직접 개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바로 앞까지 올라온 하일명이 이죽거리며 외쳤다.
“매번 산속에서 쥐새끼들 마냥 잘도 숨어있구나. 키킥.”
그렇게 벼르던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하여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안 그래도 네놈을 찾고 있었는데 제 발로 올라왔구나.”
벼르고 있던 것은 하일명만이 아니었다.
천여운의 차갑게 식어 있는 눈빛만 보더라도 내재된 분노가 느껴졌다.
불리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기가 죽지 않는 모습에 짜증이 났는지, 하일명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멍청한 놈. 지금 네놈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파악되지 않나 보군!”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서른 두 명이나 되는 생도들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백기조차도 다수에는 어찌하지 못했는데, 제까짓 놈이 무슨 배짱을 부린단 말인가.
그런 하일명에게 천여운이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건 누가 할 소리인지 모르겠네.”
“뭐?”
바로 그때였다.
하일명과 염파의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고한다. 들고 있는 목검 버려라.”
그 말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서 동시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를 바라본 두 사람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이게 무슨?’
놀랍게도 그들과 한패였던 갈연을 포함한 열아홉 명이나 되는 전 십이 조의 생도들이 뒤쪽에서 자신들을 향해 목검의 끝을 겨냥하고 있었다.
천여운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멍청한 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