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66)
# 21장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1) #
살아가면서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히는 경험을 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괴력에 가까운 힘에 강제적으로 땅바닥에 얼굴이 처박히고 만 염파는 난생 처음 겪는 경험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박히는 순간 얼굴이 땅을 파고들면서 안면 전체로 퍼져나가는 고통에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흙, 모래 파편들이 얼굴에 박히면서, 흘러나오는 피가 얼굴을 적시는 게 느껴졌다.
“끄으으으으.”
-꽉!
바닥에 박혀서 꿈틀거리는 염파의 머리를 천여운이 들어 올렸다.
염파의 얼굴은 가관도 아니었다.
앞니들이 부러져서 덜렁덜렁 흔들렸고, 코도 부러졌는지 옆으로 휘어졌다.
당사자는 워낙 고통스러워서 인지하지 못했지만, 실눈을 제외하면 그토록 잘생겼던 얼굴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어버렸다.
“하아….하아….”
혼자 감상하기에는 아까운 얼굴이었다.
바닥에 박히면서 숨이 막혔다가 공기가 마실 수 있게 되자, 정신을 차린 염파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으으….이, 이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아직 시작도 안 했어.”
“히익!”
위협적인 천여운의 말에 염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방금 전에 얼굴을 처박은 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제 시작이라니 살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꾸욱!
머리카락을 움켜잡은 손에 또 다시 힘이 들어가자 당황한 염파가 다급히 소리쳤다.
“저, 저한테 이러고도 천유찬 공자가 가만히 둘 것 같습니까?”
감춰야 할 자신의 윗선마저 대놓고 밝히고 말았다.
물론 천여운은 처음부터 그가 천유찬의 끄나풀인 것을 알고 있었다.
“천유찬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순간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었다.
어차피 뱉었으니 천여운이 그를 두려워하거나 의식하기를 바라야만 했다.
천유찬은 뛰어난 무위는 물론이거니와 현재 마도관 내에서도 가장 큰 세력을 갖췄기 때문에 어지간한 생도들은 이름만으로도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게 어쨌다는 거지?”
‘어……라?’
아까부터 모든 예상이 전부 빗나가고 있었다.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묻는 모습이 오히려 심기를 건드린 듯 했다.
“천유찬을 거론하면 내가 두려워하기라도 할 줄 알았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염파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아아! 그리고 보니 독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종섬의 전신의 뼈를 전부 부쉈다고 들었는데.’
천여운의 악명을 최대치로 높여준 천종섬이었다.
이것을 떠올리자 그에게 천유찬을 들먹인 것이 후회가 되는 염파였다.
애초에 다른 소교주 후보자들을 겁냈다면 그런 대담한 짓을 했을 리가 없었다.
“네놈이나 걱정하시지. 어차피 그놈은 네 다음 차례다.”
“네? 다음이라니….으어엇!”
-쾅!
“크읍!”
반문하는 염파의 얼굴이 다시 한 번 땅바닥에 처박혔다.
두 번째 박히는 것이었기에 익숙해질 만도 했지만 실상 전혀 그렇지 않았다.
“끄르르르륵!”
거품 물며 신음성을 흘리던 염파가 더 이상 꿈틀거리지 않고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최대한 힘 조절을 했길 망정이지, 제대로 힘을 주었다면 염파의 머리통이 그대로 으깨졌을 것이다.
기절한 염파를 바라보며 천여운이 경멸하는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천여운에게 고왕흘이 다가와 말했다.
“주군. 전부 제압했습니다.”
“그래?”
고왕흘의 뒤쪽에는 하일명이 데려왔던 열한 명의 생도들이 한 줄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그들은 벌벌 떨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젯밤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되리라고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그들이었다.
“하일명은?”
“저쪽에 있습니다.”
고왕흘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니, 백기의 앞에 하일명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패배한 것에 분했는지 백기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갈비뼈만 부러지지 않았어도!’
이렇게 쉽게 패하진 않았을 거라 자부하는 하일명이었다.
그러나 이미 결과는 정해졌다.
천여운이 차가운 눈빛으로 하일명의 앞으로 걸어갔다.
“읍읍읍!”
가까이 다가오자 하일명이 뭔가를 웅얼거렸다.
하지만 말을 못하게 아혈(啞穴)을 점해놨기에 신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패배를 했어도 반항이 심한 그였기에 마혈(痲穴)도 점해진 상태였다.
“어떻게 할까? 아혈을 풀까?”
천여운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했지만 낯간지러워서 차마 경어는 쓰지 못하는 백기였다.
백기의 말에 천여운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에게서 듣고 싶은 말 따위는 없었다.
“그럼?”
“똑같이 갚아줘야지.”
‘갚아줘?’
아혈이 점해져서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일명의 의아한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천여운이 다리를 굽혀서 하일명의 시야로 몸을 낮추더니, 그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이, 이 새끼 뭐 하는 거야?’
설마 하는 마음에 하일명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현실로 다가왔다.
-우득!
천여운이 그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뒤로 꺾어버렸다.
“끄으으으읍!”
아무리 다른 생도들에 비해서 독종인 하일명이라고 해도 멀쩡한 손가락을 꺾어버리는데 고통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 광경에 갈연을 비롯한 십이 조의 생도들도 놀라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우드득!
“끄으으으으!”
-우드득!
“끄으으읍읍!!!”
천여운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검지 손가락을 시작으로 중지, 약지, 새끼, 엄지 손가락까지 차례대로 뒤로 꺾어서 부러뜨려버렸다.
‘이, 이 미친놈이! 으으으!’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하일명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 목대에 핏줄까지 서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졌는데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이 그나마 용했다.
“왜 고통스럽냐?”
천여운의 질문에 하일명이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어이가 없어서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이 자식이 멀쩡한 손가락을 부러뜨려놓고 그 딴 소리를 하다니!’
그런 하일명의 눈빛에도 개의치 않고 천여운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오종도 네놈처럼 아팠을 거다. 아니 더 고통스러웠겠지.”
심지어 오종은 두드려 맞으면서 손가락이 부러졌다.
오종을 거론하자 정작 하일명의 조원들이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제, 젠장……’
하일명이야 백기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들은 오종에게서 노란 명찰을 빼앗기 위해 온갖 구타를 비롯해 손을 짓밟고 손가락을 부러뜨려버렸다.
그것이 인과응보가 되어 다가온 것이었다.
“똑같이 갚아주는 것뿐이다. 전부 네놈이 자초한 거야.”
“읍읍읍!!!”
‘빌어먹을 자식! 죽여 버릴 거야!’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데도 기가 죽지 않는 것을 보면 독종은 독종이었다.
천여운이 그런 하일명을 향해 빙그레 웃으며 뺨따귀를 날렸다.
-짜악!
“끄읍!”
괴력이 실린 뺨따귀에 하일명의 고개가 부러질 듯이 돌아가 버렸다.
마혈이 점해져서 때리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고개가 넘어갔길 망정이지 버텼다면 목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어찌나 셌던지 뺨따귀 한방에 눈이 풀려버린 하일명을 내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난 천여운이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그 녀석들도 모두 한쪽 다리랑 손가락을 전부 부러뜨려.”
사형선고와도 같은 천여운의 말에 생도들의 희비가 갈라졌다.
천여운의 수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화색이 되었고, 제발하면서 간절해 하던 하일명의 조원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다, 다행이다.’
갈연은 내심 자신의 선택을 감사해야 했다.
중간에 염파의 제안에 흔들렸다면 같은 꼴이 되었을 것이다.
노란 명찰 하나를 얻어내고자 했던 욕심이 불러일으킨 최악의 결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리가 되는 것만 같았다.
-꿈틀!
천여운의 뒤에서 마혈이 점해져서 꼼짝하지 못하던 하일명의 몸이 조금씩 움직였다.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하일명의 얼굴에 있는 핏줄들이 선명할 정도로 튀어나오기 시작하더니, 뺨따귀 한 방에 눈이 풀려있던 하일명의 동공이 서서히 붉게 물들어갔다.
흰자위마저 완전히 붉어진 순간, 움직일 수 없던 하일명이 야수처럼 울부짖으며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크아아아악!”
“주, 주군!!!”
놀라서 외치는 허봉의 목소리가 산을 울렸다.
* * *
그로부터 반시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마도관의 숙소 삼 관 건물과 사 관 건물의 사이.
공터에서는 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유찬을 포함한 열두 명의 생도들이 그 동안 익혔던 칠마검을 바탕으로 검마섬진을 맞춰보고 있었다.
-착!
열두 명이 원진을 만들어 같은 동작을 펼치며 칠마검의 검초인 검사(劍四)를 펼쳤다.
동시에 같은 동작의 초식을 펼치니 보기에는 그럴 듯 해보였다.
그러나 막상 초식을 펼쳤는데도, 뭔가 특별한 변화라던가 검진 특유의 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상하네.’
천유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칠마검의 비급서에 적혀있는 후반부를 참고로 펼친 건데, 이상하게 어설펐다.
아직까지 칠마검을 제대로 연마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라고 생각하기에는 자신의 조원들은 처음부터 일류고수 이상의 실력자들이었기에 금방 초식을 숙지했다.
“흐으음. 뭐가 문제인 거지?”
“계속 할까요?”
“잠깐만 쉬자. 비급서를 더 읽어봐야겠어.”
다른 조들보다 빠르게 검마섬진을 익히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막힌다.
천유찬의 말에 계속해서 검진의 합을 맞추느라 지친 조원들이 바닥에 이리저리 주저앉아서 땀을 닦았다.
비급서를 훑어보던 천유찬이 검진에 참여하지 않고 구경하던 생도를 불렀다.
백번 생도인 양도종의 우금필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우금필의 오른쪽 가슴에 달려있는 노란명찰이었다.
“부르셨습니까? 공자님.”
“밖에서 볼 때는 검진이 제대로 이뤄진 것 같아?”
“그게…..”
“괜찮으니까 눈치 보지 말고 말해.”
천유찬이 괜찮다며 경박스럽게 손을 휙휙 젓자, 우금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냥 모두가 동시에 같은 초식을 펼친 것 같았습니다. 저도 검진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냥 평범해 보이더군요.”
“맞지? 것 참 이상하네. 비급서에는 분명….”
천유찬이 말을 맺기도 전에 생도 한 명이 그에게 외쳤다.
“공자님! 저기에!”
생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스무 명의 생도들이 나타났다.
공터에서 쉬고 있던 천유찬의 수하들이 경계심이 가득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웅성웅성!
‘뭐야?’
공터로 나타난 생도들은 모두가 전쟁이라도 한바탕 치룬 것처럼 몰골이 엉망이었다.
특이한 것은 그들 모두가 한 명씩 생도들을 들쳐 매거나 업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 있는 생도는 부상을 입었는지 얼굴을 천으로 감싸고 있었는데, 피로 얼룩져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르르르!
경각심을 느낀 천유찬의 수하들이 나서 그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그러나 선두에 있던 심하게 얼굴을 다친 생도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 경계심을 풀 수 있었다.
“저, 염파입니다.”
그는 다름 아닌 이백 번 생도인 염파였다.
자세히 보니 뒤에 있는 자들은 갈연을 비롯한 전 십이 조의 생도들이었다.
그들이 몰골을 보니 꽤나 격렬한 싸움을 치룬 듯 했다.
“염파?”
이에 천유찬이 검마섬진에 대한 것은 잊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염파가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공자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염파가 오른쪽 가슴에 달린 노란 명찰을 보였다.
그보다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진 천유찬이 경박스럽게 보채듯이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뒤에 업고 있는 녀석은 대체 누구고?”
그 물음에 염파가 등에 업고 있던 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닥에 대(大)자로 뻗은 생도의 얼굴을 확인한 천유찬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하일명?”
그는 바로 백팔 번 생도인 하일명이었다.
하일명의 얼굴부터 시작해 살이 드러난 부분에 핏줄이 징그러울 만큼 불룩불룩 튀어나와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우우.”
천유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살을 찌푸렸다.
-털썩! 털썩!
염파를 시작으로 전 십이 조의 생도들이 들쳐 메고 있던 자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들은 다름 아닌 천여운의 일곱 수하들과 하일명의 열한 명의 조원들이었다.
갈연이 내려놓은 자는 염파처럼 얼굴을 심하게 다친데다가, 끈적끈적한 피투성이가 되어서 누구인지조차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녀석은 또 누구야?”
“칠 번 생도. 천여운입니다.”
저 몰골의 주인이 천여운이라는 말에 천유찬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천여운이라고? 어떻게 놈을 처리했기에 이 꼴이 된 거야?”
나무라는 표현과는 달리 들뜬 목소리가 상당히 기쁜 듯 했다.
“…..하일명이 아니었다면 저희가 당할 뻔했습니다.”
염파가 부끄럽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천유찬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일명이 역혈마공을 익히지 않았더라면 저희가 당할 뻔했습니다.”
“역혈마공?”
역혈마공이라는 말에 천유찬이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기존의 혈도를 역행시켜서 공력을 폭증시키는 내공 운기법이었다.
얼핏 들으면 굉장한 것 같지만 실상 매우 위험했다.
쓰면 쓸수록 사용자의 기혈이 망가지고, 이지를 잃어가기 때문에 후에는 아군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부작용으로 마교 내에서도 절대로 익혀선 안 될 마공으로 규정되었다.
“쯧쯧. 이놈도 완전 미친놈이었군.”
천유찬이 혀를 차면서 하일명을 내려다보았다.
금지된 마공인 역혈마공을 펼쳤다면 굳이 이야기를 듣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폭주해서 적이고 아군이고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을 것이 뻔했다.
“아무튼 수고했다. 하하핫, 너한테 별다른 기대는 안했는데 제법인데.”
천유찬이 처음으로 염파를 칭찬했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임 무공 교두마저 무릎 꿇렸다는 소문까지 들으면서 천여운을 위험하게 생각했던 천유찬이었다.
“그럼 의무실로 보내기 전에 힘줄 하나 정도 끊어볼까.”
천유찬이 활짝 웃으며 바닥에 누워있는 천여운에게 다가갔다.
오른 손목의 힘줄만 끊어 놓아도 한동안 검법을 익힐 수 없을 것이다.
갈연이 그 말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저 지경이 되었는데도 힘줄을 끊겠다는 건가? 뭐든지 허투루 하는 법이 없구나. 정말 무서운 자다.’
-우웅!
천유찬의 오른손에 선명한 빛의 도기가 형성되었다.
날카로운 도기로 천여운의 오른 손목의 힘줄을 그으면서 천유찬이 이죽거렸다.
“하하핫, 그래도 난 너처럼 단전까지는 파괴시키지 않으니까. 고맙지?”
선처를 베풀었다는 듯이 말을 걸면서 천여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즐거워하던 천유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눈이 잘못 되었나 의심했다.
떨어져서 보았을 때는 워낙 심하게 얼굴이 다쳐서 몰랐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그는 천여운이 아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온몸에 소름이 돋은 천유찬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염…..파?”
그런 그의 뒤에서 염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도 알아 차렸네.”
“이게 대체…”
-퍽!
“크헉!”
-쿠당탕탕탕탕!
다급히 고개를 돌리던 천유찬의 얼굴이 강한 타격에 늘어지듯이 휘어지며, 그의 몸이 물수제비처럼 공터 바닥을 수차례 튕기며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