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7)
장 마도관 입관(3) #
마교는 그 근간이라 불리는 여섯 종파와 삼대 호법가, 그리고 수백에 이르는 수많은 무도 종파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도관은 십 년을 주기로 새로운 인재육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 시기에는 소교주 후보자들이 마도관에 입관하기 때문에, 모든 종파의 사람들은 이번 마도관의 입관을 소교주 쟁탈전이라고 불렀다.
평소와 마도관 입관 때보다도 소교주 쟁탈전이 치르게 되는 이때에는 다른 수많은 종파들에게 있어서 차기 소교주의 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수많은 무도 종파들에 속하는 소년, 소녀들이 전부 모였다.
그들의 수만 하더라도 거의 천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마도관 입구에 들어가면 바로 펼쳐지는 대연무장의 크기는 그 인원을 전부 수용하고도 남을 만큼 넓었다.
대연무장에 서있는 수많은 소년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마도관의 입관식에는 마교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교주가 참석해서 그 얼굴을 뵐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종파의 사람들은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대회가 아니고는 교주의 얼굴을 볼 기회가 없기에 그들의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조용하던 연무장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왔다.
“저길 봐! 좌호법께서 오셨어.”
“좌호법이 오셨으니 교주님도 곧 오시겠군.”
“생전 처음으로 교주님의 존안을 뵙게 되다니!”.
대연무장의 앞쪽 단상의 좌측으로 걸어 들어오는 긴 붉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있는 중년인이 소년들을 바라보며 내심 비웃음을 흘렸다.
‘멍청한 것들. 이번 기수들은 엉망이군.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는지도 모르고.’
붉은 머리카락의 중년인은 교주의 측근인 좌호법 염왕(炎王) 이화명이었다.
교주에게는 그를 지키는 수신호위라 불리는 세 호법이 있다.
대호법, 좌호법, 우호법으로 나뉘어져서 그들은 오직 교주의 명만을 이행한다.
항상 교주의 곁에서 그를 지키는 대호법과 대내외적으로 교주의 명을 이행하는 좌우호법들은 마교 내에서도 무위가 서열 십위 권에 드는 강자들이었다.
‘흐음. 이번에 참가하게 될 여섯 종파의 공자들인가?’
좌호법 이화명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맨 앞 열에 서있는 소년들에게로 향했다.
대연무장으로 들어올 때 모든 마도관에 입관하는 소년들에게 둥근 명찰이 주어지는데, 그곳에는 숫자가 기입되어 있었다.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들어오는 순서대로 숫자가 주어지지만 유일하게 예외적인 이들이 있었으니 여섯 종파의 소교주 후계자들이었다.
‘애송이들 주제에 제법 기세가 좋군.’
모든 소년들이 열을 맞춰서 서있는 반면에 여섯 종파의 소년들은 맨 앞 열에 우뚝 서서 마치 자신들이 이들의 정점이라고 자부하는 듯 했다.
흰색 명찰에 검은 먹으로 숫자가 기입된 그들과 달리 교주 직계 혈통인 그들은 검은 명찰에 붉은 색 숫자가 기입되어 있다.
후계자 서열대로 번호가 주어진 그들은,
일번 현마종(玄魔宗) 천무연.
이번 검마종(劍魔宗) 천경운.
삼번 복마종(伏魔宗) 천무금.
사번 독마종(毒魔宗) 천종섬.
오번 도마종(刀魔宗) 천유찬.
육번 음마종(音魔宗) 천원려.
숫자로만 기입이 되어 있었지만 소교주 후계이기에 그들의 이름을 전부 숙지하고 있는 좌호법 이화명이었다.
저번 소교주 쟁탈전에는 독마종과 도마종에서 두 명의 여성 후보가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음마종에서 유일하게 여성 후보가 나왔다.
이때까지 소교주 쟁탈전에서 여자 후보가 승리했던 적은 역대 단 한 번뿐이었기에 큰 기대를 하진 않는다.
‘올 녀석들은 전부 왔는데, 그 녀석은 보이지 않는군.’
이화명이 맨 앞 열부터 주욱 살펴보았지만 찾고 있는 녀석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마도관의 입관자들 중에서 마교의 수뇌부들에게 다른 의미로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소년이 있다.
‘저기에 있었군.’
한참을 찾아 헤매던 이화명의 눈에 드디어 소년이 들어왔다.
검은 명찰을 차고 있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도관의 입구 쪽, 즉 소년들이 서있는 맨 마지막 열의 중간에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 천여운을 발견했다.
‘여섯 종파 외의 소교주 후계자.’
소교주 후계자임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은 맨 앞 열로 오지 못하고 뒤에 서있었다.
심지어 주변에 있는 소년들에게 거의 배척당하는지 혼자만 열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 꽤나 난처해보였다.
‘재밌는 방식으로 주목을 사는구나.’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흥미를 사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듣기로는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아서 범인이나 마찬가지라 들었는데, 소문대로라면 입관식에서 그대로 탈락하게 될 것이다.
‘진짜 많네.’
천여운은 맨 뒤쪽에 있다 보니 천 명에 이르는 소년들의 수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늦게 온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명찰이 없다고 대기를 하라는 통에 모두가 입관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덕분에 검은 명찰을 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 열로 갈 수가 없었다.
보나마나 여섯 종파들 중에 누군가의 수작인 것이 뻔했지만 어차피 상관없었다.
‘뭐, 처음부터 저들과 마찰이 있어봐야 좋을 것도 없지.’
천여운으로써도 그것이 편하기도 했다.
마도관 입관 전부터 시도 때도 없이 그를 죽이기 위해 애를 썼던 녀석들이었다.
얼굴이라도 마주친다면 얼마나 살기등등하게 나올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뿌우우우우!
뿔피리를 부는 소리가 대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좌호법이 처음 왔을 때와는 비교도 하지 않을 만큼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대연무장의 앞에 있는 단상으로 등장한 단 한 사람의 존재 때문이었다.
“교주님이시다!”
“와아아아아아!”
“천마신교 천천세!”
천 명에 이르는 소년들이 대연무장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다.
단상 위로 검은 비단으로 만들어져서 붉은색으로 천(天)이라 새겨진 장포를 걸치고 있는 중년인이 단상 위의 수좌에 앉았다.
그는 당대 마교의 교주이자 무림에서 오대고수라 불리는 천유종이었다.
지위를 떠나서 천유종은 강인한 인상과 더불어 풍기는 기세부터가 좌중의 사람들을 압도할 만큼 강렬했다.
“고개를 들 수가 없어.”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교주의 존안은커녕 눈조차 마주칠 용기가 사라진 소년들이다.
교주의 바로 곁에는 세 호법의 우두머리인 대호법 명왕 마라겸이 서있었는데, 그는 항시 독특한 문양의 가면을 쓰고 있어서 마교 내에서도 그 얼굴을 아는 자가 드물었다.
“이크.”
단상의 우측 편으로 술 취한 주정뱅이 마냥 허름한 옷차림으로 비틀대면서 서있는 자는 우호법인 광도(狂刀) 섭맹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자였지만 그 역시도 마교 내에서 상위 열 명 내에 속하는 강자였다.
“쯧쯧.”
“뭘 꼬라 봐.”
한 손에 술이 담긴 호리병을 들고 비틀대는 섭맹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염왕 이화명이 쳐다보자 짐짓 찔렸는지 괜히 화를 냈다.
그때 대호법 마라겸이 단상 앞으로 나서서 내공을 실어서 외쳤다.
“정숙하라!”
멀리서 듣는데도 뚜렷하게 들리는 큰 목소리에 함성을 지른다고 어수선 하던 장내가 일제히 조용해졌다.
“지존이시여. 준비가 되었습니다.”
마라겸이 뒤를 돌아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연무장이 정숙해지자 수좌에 앉아있던 교주 천유종이 자리에 일어났다.
교주가 대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진 소년들이 침을 삼키며 그를 지켜보았다.
“마도관에 입관하게 된 신교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여.”
큰 소리로 외쳤던 마라겸과 다르게 이야기를 하듯이 말을 하는 교주의 목소리는 장내 전체를 울리다 못해 소년들의 귓속을 파고들듯이 뚜렷하게 들려왔다.
중원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오대고수에 속하는 교주 천유종이 얼마나 심후한 내공을 지녔는지 짐작하게 만들었다.
“입관을 환영한다. 이곳에서 그대들의 무를 쌓아서 신교의 힘이 되도록 해라.”
그것이 끝이었다.
단상 앞에서 뒤를 돌아서는 천유종에게 대호법 마라겸이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교주 천유종은 대호법 마라겸의 호위를 받으며 단상을 내려가 유유히 퇴장했다.
긴 연설을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짧은 연설에 잠시 멍해졌던 소년들이 일제히 다시 함성을 질렀다.
“천마신교 천천세!”
쏟아지는 함성 사이에서 천여운의 표정이 묘했다.
열다섯 해를 살아가는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라는 작자와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단상 위에서 연설을 하던 교주는 맨 뒷열에 서있는 천여운을 단 번에 찾아냈는데, 그 눈빛에는 따뜻함은커녕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어차피 기대하지도 않았어.’
화 부인이 죽을 때조차도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던 천유종이었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장내가 다시 정숙해지면서 단상의 앞쪽으로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염왕 이화명이 섰다.
“교주님의 입관 축사가 끝났으니 이제 제대로 시작하겠다.”
-웅성웅성!
“똑바로 서지 못햇!!!!”
귀가 찢어질 듯한 좌호법 이화명의 목소리에 웅성거리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붉은 머리카락에 화려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성격의 소유자임은 틀림없었다.
“간단하게 설명해주겠다. 잘 들어라.”
이화명이 지금부터 설명하는 것은 마도관이 돌아가는 체계였다.
“마도관은 사 년 동안 진행될 것이며 총 여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마도관의 운영이 총 사 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일반 무가와 중소 종파들 중에는 마도관에 입관하지 않았던 부모나 스승을 모시는 소년들도 더러 있었기에, 좌호법 이화명이 설명하는 여섯 단계로 치르게 되는 시험에 대해 주의깊게 귀를 기울였다.
“여섯 단계는 순차적으로 통과 시험을 치를 수 있고, 그것의 도전은 단 한번으로 제한된다.”
-웅성웅성!
한 번의 도전뿐이라는 말에 소년들이 혼란스러워했다.
그 말은 도전을 해서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하면 영구적인 탈락을 의미했다.
“말 귀는 알아듣는 구나. 그래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마도관 생도들은 그 자리에서 방출된다.”
오직 윗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는 한번 뿐이었다.
야박하게 느낄 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치열한 경쟁과 성장을 요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단상 밑의 맨 앞 열에 서있던 십칠 세 정도로 보이는 귀공자처럼 잘생긴 소년이 손을 들며 말했다.
“질문이 있습니다.”
검은색 명찰에 이(二)라고 새겨진 소년은 소교주 서열 이위인 검마종의 천경운이었다.
아직 설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질문을 하는 당돌함을 보이면서도 그 눈빛은 당당했다.
그러나,
“누가 네놈에게 질문을 하라고 했지?”
“네?”
검마종 천경운의 잘생긴 미간이 구겨졌다.
마도관에 입관하기 전까지 교주의 혈육이라는 것 때문에 모든 교인들로부터 존대를 받아왔었는데, 대번에 네놈이라고 칭하니 당황스러웠다.
“오호라? 네놈이라고 한 것에 불만이라도 있나 보지? 쟁탈전도 하기 전에 조기 탈락하고 싶나?”
좌호법 이화명의 날카로운 말에 천경운은 내심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마도관 입관을 하기 하루 전날, 그의 호위무사가 경고했었다.
[마도관에 입관을 하는 순간부터는 여섯 종파든, 교주의 혈육이라는 것에 대한 모든 혜택은 일제히 철회됩니다. 그리고 이번 마도관의 관주가 누구로 지정되든지 절대로 그 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삼가시기 바랍니다.]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막상 눈앞에서 겪고 나니 달라졌다.
상대는 교주의 호법이자 수만 명의 무인이 존재하는 마교 내에서도 그 무위로는 서열 십위 권에 드는 괴물이었다.
괜히 심기를 건드려봐야 손해였다.
“죄송합니다.”
꼬랑지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