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76)
# 24장 육검(六劍) (2) #
열흘이라는 사이에 변화는 칠마검의 습득만이 아니었다.
조원을 전부 채우지 못했던 백기, 호상화, 자우민의 조원들이 전부 채워졌다.
백기는 몇 명만 모으면 되는 것이었기에 빠르게 조원을 모았지만, 호상화나 자우민은 전 조원을 모으는데 사흘을 소요해야 했다.
단순히 조원을 받는데 그쳤다만 금방 모였겠지만 생도들 역시도 천여운의 산하로 들어올 자를 찾는 것이었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열아홉 명인가.’
새롭게 천여운의 산하로 들어온 수하들은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었다.
선임 교두 호진창을 꺾은 것과 차기 소교주에 유력하다는 천유찬을 꺾은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천여운에 대한 동경으로 들어온 생도들.
평소에 여섯 종파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천여운이 변혁의 바람을 불어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진 생도들.
이렇게 두 분류는 다른 생각으로 들어왔지만 여러 차례의 선별을 통해, 가려서 영입했기에 여타의 조에 비해서 천여운을 중심으로 견고하게 뭉치게 되었다.
‘우와! 저긴 전부 여자 생도들이야.’
‘어떻게 저런 조가 만들어졌지?’
‘나도 저 조에 들어가고 싶다.’
남자 생도들의 눈이 호상화의 조원들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호상화의 조는 이번 기수에서 처음으로 여자 생도들로만 구성되었다.
한참 이성에 눈을 뜨는 혈기왕성한 십대 소년들에게 매력이 넘치는 조라 할 수 있었다.
‘흥. 예쁜 건 알아가지고.’
‘호호호.’
여자 생도들도 그런 남자 생도들의 반응을 내심 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괜히 머리를 한쪽으로 스윽 넘기며 시선을 즐기는 여자 생도들도 더러 있었다.
천여운의 관심을 끈 것은 새롭게 영입된 조장급의 실력자들이었다.
‘칠백팔 번 생도 채택겸. 오십이 번 생도 우소정.’
두 사람 모두 이번에 마룡단을 복용한 후에 일류에서 절정 초입에 오른 고수들이었다.
상위 종파 서문종 출신의 채택겸은 원래 조장 급의 실력이었으나, 이 단계 시험이 끝날 때까지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생도였다.
채택겸은 자발적으로 숙소까지 찾아와 천여운에게 말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언제까지 여섯 종파의 울타리에 갇혀서 그들과의 알력 싸움으로 본교의 힘을 낭비하는 것을 보기 싫습니다. 여섯 종파에 속하지 않는 천(天) 가인 당신이라면 그것을 바꿀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생도들처럼 단순히 변혁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마교를 바꾸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마음에 들었기에 천여운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호상화가 친분이 있다고 데리고 온 열마종의 우소정은 당돌했다.
‘강자존에서 다른 말이 필요하나? 실력으로 나를 납득시킨다면 네게 평생 충성을 다하겠다.’
‘그래?’
호기롭게 도전했던 우소정은 고작 삼 초식 만에 패배하여 허무하게 굴복하고 말았다.
절정의 초입이라고는 하나 접무도법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롭게 절정 초입의 무위를 지닌 두 사람을 영입함으로써 천여운의 세력은 더욱 견고해지게 되었다.
이 외에도 좋은 소식도 있었다.
“두 사람은 이번에 절정 초입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개인 연공에도 소홀하지 않았던 고왕흘과 호상화가 드디어 절정 초입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주군.”
스스로도 절정의 경지를 밟은 것이 흡족한 호상화였다.
호상화는 여자 생도로서 적풍도종의 오지란 다음으로 두 번째로 절정의 초입에 이르렀기에 큰 성과라 할 수 있었다.
“아직 부족합니다. 주군의 제 일검으로서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갈고 닦겠습니다.”
여전히 강자들이 많았기에 고왕흘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같은 고왕흘의 발언은 생도들에게 예상지 못한 묘한 경쟁심을 불러일으켰다.
‘제 일검?’
‘일검이라…..’
천여운의 수하가 늘어나면서 그들 간에도 서서히 서열 관계가 생겨나고 있었다.
현재 생도들이 알고 있는 천여운의 수하들 중에 가장 신뢰를 받는 자들은 허봉이나 고왕흘, 자우민, 오봉, 마칠 등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친분 관계만으로 서열을 나누는 것은 강자존의 마교에서 어폐가 있었다.
백기의 조원 중 한 사람인 이찬이 말했다.
“딴죽을 걸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검이라는 칭호는 저희 백기 조장이나 문규에게 더 맞는 칭호 같습니다만.”
“그건 그렇습니다. 무위로 본다면 두 분이 더 맞지 않습니까?”
백기의 조원으로 있던 생도들이 호응하자, 이번에는 고왕흘의 조원들이 반박했다.
“고왕흘 조장의 실력이면 충분히 일검이라 부를 만한데, 그게 딴죽이 아니면 뭡니까?”
“호칭을 칭하고 싶으면 이검이든 삼검이라 하면 되죠.”
“무슨 소리야? 이검, 삼검이라니?”
-웅성웅성!
고왕흘 조원들의 반박을 시작으로 생도들 간에 갑론을박이 일어났다.
덕분에 이에 거론되는 조장급의 생도들은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아무래도 인원이 많아졌고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보니, 서열 관계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때 천여운의 귀로 채택겸의 전음이 들려왔다.
[수하들이 많으시기에 이럴 때가 올 거라 생각했지만 조금 빨라졌군요. 주군 아무래도 이참에 서열 관계를 확실히 정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아……’
[충성심도 중요하지만 본교는 힘이 곧 서열입니다. 그 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채택겸의 의견에 천여운 또한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인원이 늘어나면서 그 안에서 조금씩 조짐이 보였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체계를 정리하는 것이 옳아 보였다.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서열 체계는 필수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강자존인 마교의 법도대로라면 서로가 겨뤄서 힘의 서열을 다투는 것이 맞지만, 삼 단계 시험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퉈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손해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천여운이 결정을 내렸다.
“모두 조용히 해라.”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주군인 천여운이 입을 열자 떠들썩하게 갑론을박을 하던 생도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일흔한 명의 생도들에게 있어서 천여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모두가 조용해지자 천여운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너희들의 의견은 잘 알았다. 이번 기회에 서열 체계를 확실하게 정하려고 한다. 동의하나?”
“넵!!!”
생도들도 그것을 바라는지 동시에 답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어떤 방식으로 서열 체계를 나누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두드러지는 조장 급의 실력자들이 있기에 그들 중에 순서가 판가름 날 것이다.
“여섯 명이다.”
‘여섯 명?’
여섯 명이라는 말에 생도들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그렇다면 상위 서열을 여섯 명으로 한정 짓겠다는 말로 들렸다.
“상위 여섯 명의 실력자를 뽑겠다. 그들끼리는 따로 서열 관계를 두지 않고 여섯 수장, 아니 육검(六劍)이라는 칭호를 내리겠다.”
“주군! 육검으로 나누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우소정이 손을 들어서 물었다.
다른 생도들 역시도 궁금했는지 귀를 기울였다.
“앞으로 마도관을 졸업하게 된다면 우리는 여섯 종파를 상대해야 한다. 나는 그 선봉에 서서 그들과 맞설 수 있는 여섯 검을 원한다.”
그 말에 모두가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모여 있는 모든 생도들은 천여운이 소교주 쟁탈전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근간이었던 여섯 종파를 타파하고 새로운 마교를 만들려고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반복이 되지 않을까?’
고왕흘을 비롯한 몇 명이 우려가 되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이뤄지진 않았지만 만약에 여섯 종파를 타파하고, 그 위에 육검이 자리하게 된다면 결국 새로운 반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천여운의 말에 그 우려는 사라졌다.
“지금 육검이 되었다고 해서 계속 육검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한 해에 한 번씩 경쟁을 통해 가장 뛰어난 자들에게 육검의 칭호를 줄 것이다.”
“오오오!”
이 말에 모든 생도들의 호응이 달라졌다.
지금 당장의 서열이 후에도 고정적이지 않다는 말이었다.
결국 철저하게 강자존의 법칙대로 서열을 정하겠다는 소리였기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이것은 내가 정점에 서게 되어서도 계속 지속될 것이다.”
‘아아아!’
고왕흘이나 백기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단순히 일흔두 명이 경쟁하게 되겠지만, 천여운이 정말로 쟁탈전에 승리하고 마교의 정점인 교주가 되어서 이 방식을 취하게 된다면 지금과 같이 여섯 종파가 기득권을 차지하는 폐해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경쟁을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도 더욱 뛰어난 무인들과 종파가 탄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지금은 삼 단계 시험을 앞두고 있기에 육검을 뽑는 방식을 조금 간소화하겠다.”
“넵!!!”
지금 모두가 겨루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렸고, 확실하게 실력 차가 두드러졌기에 간소화하는 편이 나았다.
“절정 초입 이상의 무위를 지닌 자들만 남고 모두 뒤로 물러나라.”
-우르르!
천여운의 명령에 생도들이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근처에 남아있는 생도는 고왕흘, 백기, 문규, 호상화, 채택겸, 우소정 뿐이었다.
정확하게 여섯 명이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었기에 특별히 경쟁을 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 이 여섯이 육검이 되는데 불만이 없겠지?”
“넵!!!”
확실한 격차가 있었기에 누구 하나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공진호나 임유환, 자우민, 오종 등과 같이 재능이 뛰어난 생도들은 빨리 강해져서 자신이 저 자리를 차지해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럼 일검은….”
그때 백기가 손을 들어서 말했다.
“잠깐. 건의할 게 있다.”
“뭐지?”
“이왕 육검을 뽑기로 했다면 그 중에서도 확실하게 서열은 정해야 한다고 본다.”
백기의 말에 고왕흘이나 호상화, 우소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육검 안에 들어서 좋기는 했지만, 이왕 정한다면 확실하게 실력 차에 따라 일검부터 육검의 칭호를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엄밀히 말한다면 서열을 가르기보다는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왕 받는 칭호라면 일(一)이라는 칭호를 받고 싶지 않은 이가 누가 있겠는가.
‘좋아해야 하는 건가.’
수하들끼리 서로 일검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하겠다고 하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천여운이 빙그레 웃었다.
어떤 이유를 가졌든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었기에 허락했다.
주군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이들끼리 겨뤄야 했다.
“아! 저는 아직 낫지 않아서 기권할게요.”
문규가 자진해서 겨루기를 포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육검(六劍)이 되었다.
정작 이 중에서 제일 높은 경지였던 그녀가 포기하자, 백기가 안타까운지 입맛을 다셨다.
일반 생도들 중에서 제일 겨뤄보고 싶은 사람이 문규였기 때문이었다.
“부상은 입히지 말도록.”
방식은 다섯 명이 동시에 겨루기로 했다.
부상을 우려한 천여운은 사전에 그들이 내공을 삼성 이상 끌어올리지 않게 당부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고왕흘이 의욕이 넘쳐서 상의를 벗어던지고 우람한 근육을 앞세워 나섰다.
전의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그 선택은 옳다고 할 수 없었다.
덕분에 경계심이 가득해진 나머지 호상화와 우소정이 동시에 고왕흘에게 먼저 선제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하핫! 좋군!”
“으윽! 이 근육 곰탱이가!”
합공을 당하면서도 호탕함을 잃지 않는 고왕흘이었다.
-파파파팍!
그렇게 다섯 명은 이 각 여 시간 동안 치열하게 겨뤘다.
내공에 제한이 걸려있고 맨손으로 대결을 펼치는 것이었기에 서로 입장은 동등했다.
제일 먼저 떨어져 나간 것은 우소정이었다.
“으으으, 이게 무슨 망신이야.”
바닥에 누워있는 우소정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설마 여자 생도인 호상화에게 질 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그였다.
파부종(破斧宗) 출신인 그녀는 거대한 도끼를 다루는 부법을 익혔는데, 덕분에 어지간한 남자 생도들보다도 덩치가 컸고 외공이 뛰어났다.
여자라고 얕보고 호상화를 먼저 쓰러뜨리려 했는데, 도리어 어깨가 탈골될 뻔했다.
-퍼퍽!
“끄억!”
두 번째로 바닥에 누운 것은 채택겸이었다.
운이 없게도 백기와 고왕흘이 겨루는 중간에 끼어들다가, 동시에 날아오는 발차기와 일 권에 복부를 가격당해 쓰러지고 말았다.
“하아…..”
반 각이 지났을 무렵, 호상화가 포기를 하고 주저앉았다.
그녀도 체력 면에서 누구보다 앞선다고 자부했지만 백기나 고왕흘은 정말 발군의 수준이었다.
-파파파파팍!
유일하게 적수공권의 고수였던 두 사람의 대결은 격렬했다.
은근히 서로 경쟁 관계였던지라 자존심이 달려있어서 더욱 포기를 하지 못했다.
백기와 고왕흘의 조원들이 각자의 조장들을 응원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경지의 차는 무시할 수 없었다.
-파파파팍!
백기의 발차기가 수많은 잔영을 만들어내며 거구의 고왕흘을 쓰러뜨렸다.
전신의 근육에 힘을 주고 견디려 했지만 공력에서 밀렸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쓰러진 고왕흘이 누운 상태로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
“하아…하아…졌네.”
“와아아아아아!!! 백기 조장이 이겼다!”
앉아서 응원을 하며 지켜보던 백기의 조원이 일어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패배한 고왕흘의 조원들은 침체되고 말았다.
“조장!”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겨룬 조장을 위로하기 위해 나가서 그를 부축했다.
긴 겨룸 끝에 육검의 서열이 정해졌다.
제 일검은 백기.
제 이검은 고왕흘.
제 삼검은 호상화.
제 사검은 채택겸.
제 오검은 우소정.
제 육검은 문규.
이렇게 여섯 종파를 상대하기 위한 천여운의 날카로운 여섯 검이 탄생했다.
이들 여섯 명은 육검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수련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생도들이 많았다.
‘……구색이 갖춰지고 있다.’
천여운은 산하의 수하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무 것도 없이 빈손으로 마도관에 들어왔던 천여운이 갖춘 세력은 바깥에 있는 생도들의 종파까지 생각한다면 절대로 얕볼 수 없을 만큼 성장한 셈이었다.
하지만 천여운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본교의 누구도 나를 넘볼 수 없을 만큼 압도적으로 강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