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78)
# 25장 위험한 삼 단계 시험(2) #
첫 번째 조인 사마착의 조가 시험을 치르는 내내 좌호법 이화명의 눈은 덥수룩한 수염의 정파인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시험 변경 요청서의 서류에 적혀 있는 대로 삼 년 이상 수감되어 있어서 그런지 완전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생도들이 크게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검마섬진으로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노림수는 역시….’
이화명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여섯 종파 중에서 두 종파의 소교주 후보가 마도관에서 조기에 탈락했다.
팔이 잘리고 단전이 파괴가 되면서 소교주의 자리는 영원히 물 건너 간 셈이었다.
‘사 년이 길게 느껴지겠지.’
오랜 기간 동안 공을 들였는데, 일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천여운이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스러울 것이다.
마도관의 규칙을 무시하기에는 교주의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니, 수뇌부 회의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시험 방식을 바꾸는 식으로 뭔가 수작을 부렸다.
‘그게 무엇이든 이번 일은 그대들을 자박(自縛)하는 최악의 한 수가 될 것이다.’
다음 시험을 치르는 열두 명의 생도들이 대연무장의 한가운데로 나왔다.
“똑바로 걸어라.”
“흥!”
무공 교두 두 명이 구속되어 있는 죄수를 강제로 끌고 왔다.
구속하고 있는 밧줄을 풀고, 검은 천을 벗기자 앞서 죽음을 당했던 정파인처럼 수염이 덥수룩하고 흉터투성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빌어먹을 새끼들.”
거친 욕설을 내뱉는 그 자는 누가 보아도 정파인은 아니었다.
무공 교두들이 두 번째로 시험을 치르는 조를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상대가 좋지 않았다.
‘이 녀석들은 운이 없군. 사파 녀석이라.’
정파와 사파의 고수들은 근본적으로 성향이 달랐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사처럼 상대를 해하려 드는 것이 사파인이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고 악독하게 덤벼들 것이다.
“시작하라!”
-착!
좌호법 이화명의 외침이 들리자, 열두 명의 생도들이 원진을 둘러싼 상태에서 칠마검의 기수식을 취했다.
그들의 조장은 복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금이었다.
‘칫. 더럽게 운이 없군.’
천무금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까 전에 어수룩해 보였던 정파인과는 다르게 거칠고 호전적인 분위기의 사파인은 매우 위험하게 느껴졌다.
누구 한 명이라도 실수하면 많은 피를 보게 될 것이다.
“애송이들 주제에 누굴 둘러싸는 것이냐!”
그들이 미처 제대로 된 검진을 펼치기도 전에 사파의 중년인이 선공을 취했다.
검진에서 가장 취약해 보이는 유일한 여자 생도를 향해 악랄한 검초를 펼쳤다.
‘이 자식이!’
“검오진(劍五陣) 개(開)!”
천무금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조원들에게 외쳤다.
칠마검의 방어초식인 검오를 바탕으로 한 검오진은 마찬가지로 방어를 위한 검진이었다.
그 견고함이 칠마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촤촤촤촤촥!
‘그저 꼬맹이들은 아니라 이거지.’
흉터로 가득한 입 꼬리가 올라갔다.
열두 생도가 동시에 펼치는 검식들이 만들어낸 검망에 사파의 중년인이 원래 노렸던 여자 생도에서 변초를 써서 다른 생도를 노렸다.
-푹!
“크윽!”
방심했던 생도가 갑작스러운 변초에 왼쪽 팔이 찔렸다.
검에 찔린 생도는 고통 이전에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뒷걸음을 치려했다.
이에 천무금이 다급하게 외쳤다.
“십 보 후퇴!”
조원들이 일제히 보법을 펼쳐 십 보 뒤로 물러났다.
혼자서 이탈해서 검진이 깨진다면 본인뿐만이 아니라 조원들 모두가 위험해진다.
올바른 판단이라 할 수 있었다.
[정신 차려! 새끼야. 검진이 무너지면 다 죽어!]천무금의 다그침이 실린 전음에 검에 찔려서 두려워하던 생도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에 대한 위협은 정신적으로 미숙한 생도들이 견디기 힘든 부분이었다.
‘킥, 저 놈이 활로구나.’
중년의 사파인이 다시 한 번 검에 찔린 생도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한 번 두려움을 가진 적이야말로 검진에 있어서 약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히익!”
살기를 풀풀 풍기며 사파인이 달려들자, 당황한 생도가 칠마검의 방어 검초인 검오를 펼쳐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채채채챙!
“으으으윽!”
이제 막 일류고수에 들어선 생도가 절정의 고수가 펼치는 검초를 제대로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속수무책으로 밀리자 천무금이 사파의 중년인을 향해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미친! 정신 차리라고 했잖아! 검삼진(劍三陣) 개(開)!”
“검삼진!!!”
생도들이 일제히 사파인을 향해 검삼의 검식을 펼쳤다.
사방에서 검식이 쇄도해오는데도, 사파의 중년인은 아랑곳 하지 않고 검을 쥐고 있는 생도의 오른손목을 베어냈다.
-촤악!
“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사파의 중년인이 재빨리 몸을 회전하며 검망을 만들어내, 자신에게로 쇄도해오는 검마섬진의 검식들을 막아냈다.
-채채채채챙!
열두 명이 펼쳐야 하는 검진에 한 명이 빠졌으니 당연히 위력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사파의 중년인의 눈에 빈틈이 포착되었다.
‘역시 애송이들이군.’
발견해낸 유일한 빈틈으로 사파의 중년인이 일검을 뻗었다.
맞물리는 검식들의 사이로 검이 가로지르자, 검진을 펼치던 몇 명의 생도들이 공력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놓치고 말았다.
-휙휙휙휙!
“크하하하핫. 깼다! 검진을 깼다고!”
허공으로 치솟는 검을 보며 생도들이 절망에 빠졌다.
바로 그때 사파 중년인의 등 뒤에 흰 빛의 수기(手氣)가 실린 일권이 강타했다.
-퍽!
“크헉!”
검진을 파했다는 생각에 방심하고 있던 사파의 중년인이 피를 토하며 앞으로 밀려났다.
일권을 날린 자는 바로 천무금이었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천무금은 복마종의 절기인 복마공권의 초식을 펼친 것이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천무금이 외쳤다.
“이때다! 검일진(劍一陣) 개(開)!”
검을 놓치지 않은 다섯 명의 생도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칠마검의 일초식의 검식을 펼쳤다.
다섯 명이 펼치는 검식이었기에 위력이 모자랐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푸푸푸푸푹!
“끄아아아악!”
여섯 개의 검이 사파의 중년인의 몸을 관통했다.
검진을 깼다고 좋아했던 그는 어이가 없었는지, 눈을 부릅뜬 채로 죽음을 맞고 말았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겨우 적을 죽인 천무금 조의 시험을 관전하던 생도들이 입을 열지 못했다.
시험이 쉬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 따윈 사라진지 오래였다.
-탁!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던 무공 교두들이 검병을 쥐고 있던 손을 떼었다.
위험한 순간에 나서려고 했는데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결과를 발표하겠다.”
좌호법 이화명이 통과한 생도들의 번호를 불렀다.
천무금의 조에서 통과한 생도는 그를 포함해 여섯 명뿐이었다.
그의 충실한 심복이라 할 수 있는 팔십 번 생도인 자현이 떨어지면서 전력의 반을 상실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분했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이렇게 두 번째 조의 시험이 끝나면서 생도들에게 바람이 생겨났다.
그것은 자신들이 상대하게 될 죄수가 사마착의 조가 겨뤘던 것처럼 어수룩한 정파인이 걸리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에 불과했다.
정파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어수룩한 것은 아니었다.
세 번째 조에서는 바람대로 정파의 고수와 싸우게 되었으나, 그는 손에 사정을 두는 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덤벼서 생도들의 대다수에게 중상 내지 부상을 입혔다.
덕분에 고작 세 명만 합격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그 후로 연달아서 다섯 조가 죄수들과 목숨을 건 시험을 치르면서, 유일하게 조원 전체가 통과한 조는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 조뿐이었다.
“훌륭하다! 완벽한 검마섬진이었다.”
완벽한 검마섬진을 펼쳐낸 천무연의 조는 고작 두 번의 검진만으로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적을 죽였기에 오늘 처음으로 좌호법 이화명의 칭찬까지 들었다.
‘이제 슬 우리 차례인가.’
방금 전에 결과가 났던 조의 조장은 천여운의 바로 앞에 등록했던 생도였다.
등록했던 순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분명 그 다음 차례가 틀림없었다.
예상대로 이화명이 그들의 조를 호명했다.
“칠 번 생도. 천여운 조는 앞으로 나와라.”
“마도!!!”
천여운의 조원들이 긴장된 얼굴로 대연무장의 한가운데로 나올 때, 아직까지 대기 중이던 검은 천에 뒤집혀 있는 죄수들의 몸이 미묘하게 떨려왔다.
‘으으, 부디 아무 일도 없기를.’
진국이 떨리는 눈빛으로 이곳으로 끌려오는 죄수를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죽은 생도들은 없었지만 중상자만 서른 명이 넘게 속출했다.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제발 걸려라. 정파…정파…정파…정파.”
허봉은 주문을 외우듯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는데, 상대할 죄수가 정파이길 바랬다.
지금까지 시험을 치른 조를 유심히 살펴본 결과, 정파의 죄수들은 손에 사정을 두진 않더라도 적어도 생도들의 목숨까진 위협하지 않았다.
반면 사파인들과 겨룬 조에서는 신체 부위가 잘려나간 생도만 여덟 명이나 되었다.
“밧줄을 풀 테니, 가만히 있어라.”
‘호진창 교두?’
원진의 한가운데로 죄수를 데리고 온 자는 선임 무공 교두인 호진창이었다.
보통은 관주의 근처에서 보좌하면서 다른 교두들을 지휘하던 그가 직접 나선 것에 천여운은 의아하게 여겼다.
-착!
죄수의 머리에 뒤집고 있던 검은 천이 벗겨졌다.
그와 함께 긴 턱수염에 눈매가 사나우면서도 부리부리한 중년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혈도를 풀지 않았는데도 풍겨지는 사납고 흉흉한 기세는 그가 절대로 정파의 인물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젠장.’
허봉의 인상이 구겨졌다.
그렇게 바라지 않았던 사파의 고수인 듯 했다.
시험을 관전하는 생도들도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흠.”
턱수염의 중년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자신을 둘러싼 천여운의 조원들을 살폈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상하다.’
천여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지금까지 나왔던 죄수들은 머리에 씌어져 있던 검은 천을 벗기면 본능적으로 탈출로를 살피거나, 살고 싶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거칠어져 있었다.
[조심해라.]그런 천여운의 귓가에 호진창의 짧은 전음이 울려 퍼졌다.
응원이라기보다는 경고에 가까운 전음에 천여운은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뭔가가 있다.’
갑작스럽게 시험 방식이 바뀐 것에 의아해했던 천여운이었다.
만약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이것을 모르는 대연무장의 바닥에 앉아서 관전 중인 생도들은 내심 기대감이 가득 찬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될까?’
‘일 번 생도처럼 완벽하게 성공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일 번 생도의 조는 정파를 상대했는데. 칠 번 생도의 조는 사파를 상대하잖아.’
‘그건 그렇긴 하네. 한두 명은 탈락하겠지?’
매 시험 때마다 생도들에게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던 천여운이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현마종의 후보자인 천무연과 더불어 유력한 차기 소교주 후보로 각광받고 있기에 생도들은 그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지 궁금했다.
“시작하라!”
“마도!!!”
좌호법 이화명의 명이 떨어지자, 조원들이 힘차게 외치며 칠마검의 기수식을 취했다.
원진에 갇혀 있는데도 턱수염의 중년인은 선공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다리듯이 그 자리에서 기수식 만을 취했다.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천여운이 조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검사진(劍四陣) 개(開)!”
‘찾았다!’
그 순간 턱수염의 중년인이 고개를 돌려 매섭게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먹잇감을 발견한 매와 같은 눈빛이었다.
그와 상관없이 열두 명이 펼치는 검식이 교묘하게 맞물리며, 턱수염의 중년인을 향해 검진이 파도가 밀려오듯 쇄도했다.
“오오오!”
관전하는 생도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의 조와 맞먹을 정도로 완벽한 검진이었다.
잘하면 첫 검진만으로도 전의를 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턱수염의 중년인은 그런 완벽한 검진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흥!”
-채채채채채챙!
턱수염의 중년인의 검이 쾌속하게 움직이며 자신을 향해 빈틈없이 날아오는 검식들을 여유롭게 막아냈다.
어찌나 검이 빠른지 육안으로 판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팅! 팅!
“앗!”
“무, 무슨 공력이?”
심지어 검식을 펼치던 허봉과 진국의 검이 강한 공력에 튕겨나갔다.
“하압!”
-우웅! 차차차차창!
“으악!”
기합과 함께 턱수염의 중년인의 검에서 선명한 검기가 발하더니, 검이 맞닿은 생도들의 검이 전부 부서지고 말았다.
이에 단상 위에서 대결을 지켜보던 좌호법 이화명이 놀라서 수좌에서 벌떡 일어섰다.
‘절정의 고수가 아니잖아!’
일류 고수들로 이루어진 십이검마섬진은 완벽하게 펼쳐진다면 절정의 고수를 압도할 수 있다. 그런데 저 자는 오히려 십이검마섬진을 막아내다 못해 밀어내고 있었다.
서류상으로도 그랬고 분명 삼 단계 시험을 진행하기 전에 확인했을 때도 절정의 내공을 지녔었다.
‘절정이 아니야. 저놈은 초절정의 고수다.’
이화명이 발견한 것을 바로 앞에 있는 선임 무공 교두 호진창이 모를 리가 없었다.
절정의 고수가 아니라면 더 이상 삼 단계 시험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천여운의 조는 물러서랏!!!”
호진창이 천여운의 조원들을 향해 소리치며 신형을 날렸다.
호진창의 빠르게 검기를 발해서 단숨에 턱수염의 중년인에게 검초를 펼치려했다.
“방해하지 마라!”
-콱!
“아악!”
“마칠!!!”
허봉이 놀라서 소리쳤다.
턱수염의 중년인이 바로 앞에 있던 마칠의 목덜미를 움켜잡고는, 물건을 다루듯 호진창에게 던져버렸다.
“이런!”
당황한 호진창이 검기를 회수하고, 날아오는 마칠을 받아냈다.
-탁! 부우웅!
“허억!”
그 순간 호진창의 몸이 마칠과 함께 뒤로 튕겨지듯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초절정 초입의 고수인 호진창이 막지 못할 만큼, 마칠에게 실려 있는 공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시간을 벌어낸 턱수염의 중년인이 천여운에게 짐승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크르르르, 방해꾼이 사라졌으니 이제 네놈을 죽여주마.”
천여운이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노림수가 이것이었나.’
놀랍게도 턱수염의 중년인은 동공과 흰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얼굴 전체에 울룩불룩 핏줄이 올라와 있었다.
호진창마저 막아내지 못한 괴물 같은 공력의 근원은 바로 역혈마공이었다.
‘이놈 뭐지? 제 놈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턱수염의 중년인에게 작은 의문이 피어올랐다.
분명 마교의 뇌옥에서 ‘그 자’에게 듣기로 천여운은 절정 초입에 불과한 애송이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도망치려들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건방진 애송이 놈!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턱수염의 중년인이 분노의 일갈을 터뜨리며 천여운을 향해 폭증한 공력으로 극악한 검초를 펼쳤다.
파공음만으로도 모든 것을 갈라버릴 것 같은 기세의 검초가 천여운을 고기 조각으로 만들려 들었다.
짧은 찰나에 턱수염 중년인의 귓가에 천여운의 목소리가 울렸다.
“너나 죽어라.”
“뭐?”
그 순간 천여운의 검에서 새하얀 빛의 검기가 피어오르며, 스물네 개의 검식이 화려한 궤적을 그리며 폭풍과도 같은 기세로 턱수염의 중년인을 뒤덮었다.
-채채채채채챙!
‘이, 이 말도 안 되는 검초는 대체?’
턱수염 중년인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순식간에 그의 극악한 검초가 파훼되며 천여운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듯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촤촤촤촤촤촤촥!
“끄아아악!”
검기에서 나오는 흰 빛의 입자가 눈서리처럼 사방으로 흩날리며, 턱수염 중년인의 몸이 강대한 검력에 휩쓸려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