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79)
# 25장 위험한 삼 단계 시험(3) #
불과 촌각 전만 하더라도 삼 단계 시험을 관전하고 있던 모든 생도들은 천여운의 조가 무리 없이 사파인은 제압하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그 완벽했던 검마섬진이 가볍게 막히고 말았다.
-차차차차창!
“으악!”
“거, 검이!”
일순간에 턱수염 중년인의 검초에 천여운 조원들의 검이 부서지며, 그들이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누가 보아도 절정의 경지를 넘어서는 무위였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저 사파인은 대체?’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에 대연무장에 앉아있던 모든 생도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여운의 다른 수하들 또한 위기에 처한 동료들과 주군의 모습에 뭔가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뭔가 잘못 됐어.”
“주군이 위험하네.”
고왕흘과 백기가 같은 생각이었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여차하면 시험에 상관없이 개입해서라도 저자를 막아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미처 나서기도 전에 선임 교두 호진창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턱수염의 중년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아! 호 교두님이 나섰….”
-탁! 부우웅!
“아….”
초절정 고수인 그가 나섰으니 해결될 거라는 기대감과 달리 호진창이 날아오는 마칠을 붙잡으려다 같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호진창마저 제대로 막아내지 못할 만큼 엄청난 공력에 마칠을 던진 턱수염의 중년인을 쳐다본 생도들이 혼란에 빠졌다.
“설마 저거?”
“여….역혈마공 아냐?”
턱수염의 중년인은 눈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얼굴은 징그러울 정도로 울룩불룩 핏줄이 올라와서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째서 사파의 죄수가 역혈마공을?”
마교에서도 절대적으로 금지된 마공을 생도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촤촤촤촤촤!
그들이 놀라하고 있을 때, 턱수염의 중년인이 천여운을 향해 파공음이 대연무장 전체에 울릴 만큼 악랄하면서 엄청난 위력의 검초를 펼쳤다.
다급해진 천여운의 수하들이 누구 할 것 없이 앞으로 신형을 날리며 소리쳤다.
“주군!!!”
바로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천여운의 검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절한 절세초식이 일어나며, 그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듯 턱수염의 중년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촤촤촤촤촤촤촥!
“끄아아아악!”
엄청난 검력이 일어나며 턱수염 중년인의 몸이 허공을 수 바퀴 돌더니, 검에 찔렸던 요혈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파팍!
바닥에 떨어져서 피에 젖어 죽은 듯이 쓰러진 턱수염의 중년인.
이 광경을 지켜본 모든 생도들이 경악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완벽한 검마섬진을 파훼시켜버리고 초절정의 고수인 호진창마저 날려 보낸 역혈마공을 쓰는 사파의 고수를 일 초식 만에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다.
‘괴….물 같은 새끼.’
복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금 또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체 어느 정도까지 무공이 진보했기에 이런 엄청난 무위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반면 턱수염의 중년인을 쓰러뜨린 천여운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뭐지?’
천여운이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져 있는 턱수염의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반탄력이 강했다.’
분명 완벽하게 천마검공의 검 초식이 적중했지만, 턱수염의 중년인의 요혈을 찌를 때마다 강한 반탄력이 생겨나 검 끝이 완전히 파고들지 않았다.
-꿈틀꿈틀!
바닥에 누워있는 턱수염의 중년인의 몸이 움직였다.
‘역시 제대로 들어간 게 아니었나.’
-찌직!
턱수염의 중년인의 상의가 찢겨져 나가며, 상체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혈관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모습은 더 이상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크르르르르!”
고왕흘 만큼이나 거구로 변한 턱수염의 중년인이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흉폭해 보이는 붉은 눈으로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크르르…주….죽여…주마! 크와아아아아!!!”
-파팡!
“크윽!”
“으아악!”
턱수염의 중년인이 울부짖는 포효 소리는 사자후였다.
엄청난 고함 소리가 파동을 일으키며 생도들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 공력이 어찌나 강했는지 일부 생도들은 피를 토하며 쓰러지기까지 했다.
[포효 소리에서 강한 고주파 및 저주파가 발생했습니다.긴급 방어 모드를 전개합니다.
고막과 신체로 들려오는 음파를 차단합니다.]
나노가 긴급 방어 모드를 전개한 덕분에 사자후의 피해를 전혀 받지 않은 천여운의 모습에 턱수염의 중년인의 인상이 굳어졌다.
“크르르르…역시….네놈은…여기서…죽어야….크아아아!”
이지가 사라졌는지 완전히 짐승 같은 울음소리만 내뱉었다.
그런 중년인을 향해 천여운이 검을 겨누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살아남아 봐라.”
천여운은 더 사태가 커지기 전에 턱수염의 중년인을 죽이기 위해 천마검공의 제 이초를 펼치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아아악!
“크아아아아아!”
턱수염 중년인의 왼팔이 잘려나갔다.
절정의 극에 이른 공력으로도 체내의 강한 반탄력으로 치명상을 입힐 수 없었던 역혈마공체의 몸이 너무도 쉽게 베였다.
“!!!”
천여운의 눈이 커졌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중년인의 뒤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있었다.
후줄근한 옷차림에 호리병을 매고 있는 빨간 코의 중년인은 바로 우호법 섭맹이었다.
“클클, 감히 누구의 제자에게 더러운 손을 들이대려는 것이냐.”
“스승님!”
언제 나타났는지 갑작스러운 스승 섭맹의 등장에 천여운이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런 놀라움도 오래가지 못했다.
“위험합니다! 스승님!”
“크와아아아아!”
팔이 잘려서 고통스러워하던 턱수염의 중년인이 분노의 포효를 내뱉으며, 몸을 돌려 우호법 섭맹을 향해 엄청난 위력의 극악한 검초를 펼쳤다.
“목숨만 붙여서 데려와라 했으니.”
-촤촤촤촥!
“크아아아!”
섭맹의 손에 들려있는 광무도(狂舞刀)가 나비처럼 잔상을 일으키며 수많은 도결을 만들어내더니, 너무도 손쉽게 검초를 파훼하고는 턱수염 중년인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전신의 근맥을 베어냈다.
근맥이 잘려나간 턱수염의 중년인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대단하다!’
천여운이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화경의 고수인 섭맹의 손에서 펼쳐지는 접무도법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증강현실에서 아바타로 경험했던 것 보다 두 배는 강해보였다.
“크으으으으!”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해도 소용없었다.
섭맹과의 압도적인 무위의 격차를 느낀 턱수염의 중년인이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이 붉게 물들며 전신이 파르르 떨리려는데 섭맹의 손이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누구 마음대로 죽겠다는 것이냐.”
-팡!
섭맹의 손에서 발경(發勁)이 일어나며 뇌에 강한 충격을 받은 턱수염의 중년인이 눈이 뒤집어져서 기절하고 말았다.
전신의 내공을 역류시켜 자폭하려 했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섭맹이 자리에 일어나서는 단상 쪽을 향해 혀를 차며 외쳤다.
“쯧쯧, 그깟 놈들 상대로 얼마나 시간을 허비하는 게야!”
턱수염의 중년인과 섭맹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던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단상 쪽으로 향했다.
“아!”
놀랍게도 단상 앞에는 턱수염의 중년인처럼 상체가 찢어져서 전신의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온 사내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좌호법 이화명의 손에 한 명이 머리통을 붙잡혀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끄으으으!”
-파팍!
이화명의 손이 퉁겨지자 발경이 일어나 사내의 몸이 잠잠해졌다.
잠잠해진 사내의 머리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이화명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고작 한 놈을 처리해놓고는 득의양양해 하는 거냐. 주정뱅이 놈아.”
바닥에 쓰러진 역혈마공체의 사내들은 일곱 명이었다.
생도들이 알아차리지도 못할 그 짧은 찰나에 이 많은 자들을 처리했던 것이었다.
‘이게….화경의 고수.’
그야말로 경이로운 무위였다.
검마섬진조차 가볍게 파훼할 만큼 역혈마공으로 공력이 폭증한 절정의 고수들을 아이 다루듯이 제압한 두 호법의 무위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교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흥, 고놈. 말본새 하고는.”
섭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호적수 관계인 만큼 서로를 의식하는 두 호법들이었다.
“나와라.”
-딱!
좌호법 이화명이 손가락을 튕기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무복에 푸른색 문양이 그려진 옷을 입은 무사들이 단상 뒤편을 시작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앗?”
“언제부터 있었지?”
마흔 명이 넘는 이들이었는데 누구 하나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챈 생도들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정체를 아는 생도들은 있었다.
“호법대!”
그들은 바로 교주전 소속의 무사들인 호법대였다.
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오직 교주의 명에만 움직인다는 고수들이었다.
‘호법대가 마도관에 나타나다니?’
‘교주 직속의 호법대까지 나타난 것 보면 진짜 큰 일이 난 거 아냐?’
‘당연한 거 아냐? 죄수들이 역혈마공을 썼잖아!’
다른 곳도 아니고 마도관의 삼 단계 시험 도중에 사고가 발생한데다, 교주 직속인 호법대마저 등장하자 생도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그런 와중에 생도들 사이에서 유독 표정이 어두워진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검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경운이었다.
“전부 구속해서 데려가라.”
“충!!!”
호법대의 무사들은 좌호법 이화명의 지시대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역혈마공체로 변한 죄수들을 구속해서 들쳐 매고는 빠르게 대연무장에서 퇴장했다.
그제야 우호법 섭맹이 천여운에게 다가와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클클, 오랜만이구나. 제자야.”
“제자, 천여운이 스승님을 뵙습니다.”
포권을 취하는 천여운을 섭맹이 흡족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사실 삼 단계 시험이 시작할 때부터 대기 중이었던 섭맹은 몰라보게 향상된 그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가르칠 때만 하더라도 내공조차 없던 아이였다.
“실력이 많이 늘었더구나.”
“과찬이십니다.”
“욘석아. 이왕이면 이 스승의 접무도법을 펼쳤다면 더 좋을 뻔 했다.”
“아!”
그 말에 천여운이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섭섭한 투로 말을 하는 섭맹이었지만 그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궁금한 것이 있어보였다.
“그런데 그 검법…”
“흠흠.”
뭔가를 말을 하려던 찰나에 좌호법 이화명이 불편하다는 기색으로 기침을 했다.
섭맹이 주위를 둘러보니 수많은 생도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클클, 어쩔 수 없구나.”
오랜만에 만났기에 해후를 즐기고 싶었지만 아직 삼 단계 시험이 끝나지 않은 것을 알기에 더 대화를 할 시간은 없었다.
“제자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무운을 비마.”
그 말을 끝으로 우호법 섭맹은 경공을 펼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도관의 밖으로 나가버렸다.
천여운 또한 짧은 해후가 아쉬웠는지 씁쓸한 눈빛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 년 후의 만남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속으로 다짐했다.
‘그때는…..소교주로서 뵙겠습니다. 스승님.’
그렇게 좌호법 이화명의 닦달로 쫓겨나듯이 서둘러 밖으로 나온 우호법 섭맹이 미묘한 표정으로 마도관 쪽을 바라보았다.
‘교주님의 진의를 도통 알 수가 없구나.’
이곳으로 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정말 달갑지 않았던 섭맹이었다.
천여운을 미끼로 여섯 종파를 압박할 함정을 판 것 때문에 교주가 그를 아들이 아닌 하나의 패로 생각한다고 여겼었다.
몰래 숨어서 천여운이 위기에 빠지면 곧바로 나서려 했던 섭맹이었다.
그러다 사파의 죄수가 역혈마공을 펼치자, 그를 향해 절세검법을 펼치는 천여운의 놀라운 무위에 경악하고 말았다.
평소의 그라면 접무도법을 쓰지 않았다고 투덜거렸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칭찬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좌호법 이화명의 전음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숨어서 지켜보느라 검식을 정확하게 보진 못했지만 분명 그것은 천마검법과 흡사했다.
아까는 아무 생각 없이 천여운에게 그 검법을 어떻게 익혔냐고 물어보려 했던 섭맹은 이화명의 당부에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빨간 머리 녀석도 알고 있다는 것은 분명 교주님의 안배가 틀림없다.’
전음으로 신신당부를 한 걸 보면 확실했다.
천마신교에서 오직 교주만 익힐 수 있는 최고의 검법인 천마검법을 전수했다는 것은 교주의 진정한 의중이 자신의 제자인 천여운에게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자신이 알고 있는 교주는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자였다.
유일하게 사랑했다고 하는 화 부인의 자식인 천여운을 여섯 종파를 압박하는 데만 이용했기에 새삼 마음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 숨겨진 의중이 천여운이라면 여섯 종파를 중심으로 돌아갔던 천마신교에 새로운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럼 남은 임무를 달성하러 가보실까!”
“충!!!”
우호법 섭맹을 선두로 마도관의 입구에서 대기 중이었던 삼백여 명의 호법대의 무사들이 일제히 북동쪽을 향해 경공을 펼쳤다.
그곳은 여섯 종파 중 하나인 검마종의 장원이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