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80)
# 26장 어쩌다 보니 (1) #
삼 단계 시험 도중에 벌어진 사건으로 어수선했던 장내는 빠르게 진정되어 갔다.
갑작스럽게 시험이 바뀐 것도 모자라 죄수들이 역혈마공을 쓰면서 큰 사태로 번져나갈 수 있었지만 다행히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목덜미를 잡혀서 던져졌던 마칠 역시도 내상을 입지 않았다.
호진창이 그를 받아낼 때 공력에 대항하거나 했다면 다쳤을 수도 있겠지만, 같이 몸을 날림으로써 마칠에게 실려 있던 공력을 해소시켰다.
‘공개적인 데서 나를 노릴 정도로 과감해졌다.’
아무리 여섯 종파라고 해도 대놓고 마교의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수작을 부린 적은 없었다.
조용히 노린 것도 아니었다.
교주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좌호법 이화명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일을 벌였다.
설사 역혈마공을 펼쳤던 자들이 자결을 한다고 해도, 이 정도로 사태를 키운다면 교주가 여섯 종파를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다.
‘설마 이렇게 되도록 유도한 것인가?’
내색하지 않았지만 천여운의 기분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애초에 교주 직속인 호법대를 비롯해 우호법 섭맹마저 미리 대기를 했다는 것은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측했다는 의미였다.
‘……..나를 이용했군. 역시 나는 그저 패에 불과했던가.’
부정(父情)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
그것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었다.
어머니인 화 부인의 임종 순간에 조차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교주였다.
‘어쩌면 어머니도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화 부인은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도 교주의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천여운도 그것만큼은 어머니가 살아왔던 삶이 애처로워지기를 원치 않았기에 샘솟는 의심을 억눌렀었다.
‘빌어먹을!’
교주가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다면 미독에 중독되어서 죽어가는 순간에도 이렇게 방치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와 그 소생인 천여운을 더 큰 힘으로 보호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한 번 물꼬를 틀기 시작한 불신은 끝도 없이 커져갔다.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만약 정말로 교주가 여섯 종파를 억누르기 위한 정치적인 장기 말로 자신과 어머니를 이용한 것이라면 용서할 수 없었다.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천여운이 교주에 대한 분노를 불 태울 무렵, 좌호법 이화명 역시도 이 사태를 곰곰이 되씹고 있었다.
‘교주님의 뜻대로 되었다. 이것으로 검마종의 힘이 억눌리겠지.’
마교에서 뇌옥의 죄수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종파가 바로 대무검종이었다.
그들은 검마종의 숨겨진 힘인 암검이종(暗劍二宗) 중 하나였다.
그들이 마교에서 금지한 역혈마공과 연루되면서, 큰 명분이 생겼기에 검마종은 이를 발단으로 그 위세가 꺾이게 될 것이다.
‘이로써 세 종파 째인가.’
놀랍게도 검마종은 첫 번째가 아니었다.
마도관의 입관식 당일에 첫 번째 시험에 사사로운 감정을 쏟았던 음마종의 종주이자 오 장로 항소유는 일 년 동안의 근신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독마종의 종주인 백오는 마도관 불침의 규칙을 어기고, 그 내부로 들어가서 천여운에게 산공독단을 하독한 것이 들통 나서 현재 중징계가 내려져 이 년간 뇌옥에 하옥되는 처분을 받고 말았다.
백오는 전면 부정했지만 증거물로 독에 절어있던 천여운의 상의가 제출되면서 순순히 제 발로 중징계를 받아야만 했다.
모든 것이 천여운에게 얽히면서 일어난 결과였다.
‘자식을 이용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다니.’
교주전 소속의 호법으로서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이화명이 생각해도 모든 것에 냉혹한 교주였다.
그 과정이 어찌되었든 천여운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은 세 종파는 이를 계기로 힘이 약화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화명이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다.
‘너무 쉽게 걸려들었어.’
교주가 함정을 파서 유도한 것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걸려들었다.
최근 들어 천여운이 소교주 쟁탈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 불안하다고는 하나, 검마종이 이렇게 무리해가면서 이 사태를 일으킨 게 이상했다.
어떤 식으로든 모든 정황이 검마종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데, 공개적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치 예전 화 부인의 미독 사건 때와 비슷한 느낌은 무엇일까?
‘그저 기우였으면 좋겠는데.’
장내가 정리가 되고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바로 잡히자, 좌호법 이화명이 단상으로 올라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삼 단계 시험을 진행했다.
“중간에 문제가 생겼지만, 기존의 시험 방식으로 이어가도록 하겠다.”
모든 생도들이 방금 전에 벌어졌던 사태가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해 했지만 마도관주인 이화명이 언급하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중간에 역혈마공을 펼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완벽하게 검마섬진을 펼쳤던 천여운의 조는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 조에 이어서 두 번째로 조원 전원이 통과하게 되었다.
관전했던 모든 생도들이 인정하는 부분이었기에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
‘아아, 우리까지 딱 운이 없었구나.’
허봉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원이 전부 통과해서 기쁘기는 했지만 그를 비롯한 천여운의 수하들은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반부의 아홉 조까지는 정사의 죄수들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위험한 삼 단계 시험을 치른 반면에 원래 시험 방식으로 바뀐 후반 조들은 무공 교두들을 상대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목숨에 대한 위협이 없이 안전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운이 좋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후반부의 일곱 조 중에 네 조가 천여운 산하의 수하들이라는 것이었다.
“와아아아아!!!”
남아있던 후반부의 일곱 조의 생도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 환호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하! 그렇게 좋아하니 아주 실전에 방불케 해주마.”
그들의 환호성이 무공 교두들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후반부의 일곱 조는 무공 교두들의 경고대로 시험을 통과하는데 애를 먹고 말았다.
무공 교두들의 모두가 칠마검부터 검마섬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사의 죄수들처럼 호락호락하게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든 삼 단계 시험은 오후 미시(未時) 무렵이 돼서 종료되었다.
목숨에 대한 중압감이 내려갔지만 후반부 일곱 조는 검마섬진을 펼치는 것이 더욱 까다롭게 평가되었다.
이백육 명의 생도들 중에 삼 단계 시험을 통과한 자들은 총 백이십 명이었다.
사할 가량이 떨어진 셈이었다.
‘일흔두 명 중에 서른네 명이라….’
천여운의 산하의 다섯 조에서 절반가량의 수하들이 탈락했다.
충성심을 보고 뽑은 수하들이 많았기에 무공이 약한 자들이 전부 떨어져버렸다.
‘아쉽군.’
안타깝기는 했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어찌 본다면 어려운 시험의 난이도를 고려한다면, 여전히 서른네 명이나 되는 수하들이 생존하게 된 것은 좋은 성과일지도 몰랐다.
그 대표적인 예로 복마종의 천무금, 검마종의 천경운 등은 절반 가까이나 되는 수하들이 탈락했다.
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유찬은 어떻게든 시험에 통과하기 분전했지만, 그 짧은 기간 안에 왼손으로 칠마검에 익숙해지는 것은 노력만으로 채울 수가 없었다.
좌호법 이화명이 단상 위에서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 단계 시험에 통과한 생도들은 모두 축하한다. 너희들은 자랑스러운 본교의 상급 무사가 되었음을 공표한다.”
“마도!!!”
삼 단계 시험에 통과한 모든 생도들은 상급 무사를 상징하는 일(一)이라 새겨진 동패를 지급받았다.
검마섬진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상급무사의 자격이 생긴 것이었다.
동패 이외에도 세 번째 마룡단을 지급받은 생도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오오오!”
아까 전만 하더라도 불공평하다고 투덜거렸던 허봉이 어느새 마룡단이 담긴 함을 꼭 쥐고서 입이 헤벌쭉 벌어져 있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삼 단계 시험부터는 혜택이 컸다.
마도관의 삼 층 비급서재에 있는 일류 무공의 비급서를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일류 무공부터는 그 수준의 격차가 확연했다.
일반 무가의 생도들이나, 중소 종파의 생도들에게는 제일 기다려왔던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혜택이 하나 더 있었다.
“마도관에 들어오면서 맡겼던 독문 무기들을 해금한다.”
권법, 장법, 각법, 조법 등 맨손으로 무공을 사용하는 종파도 있었지만, 무기를 사용하는 종파의 생도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진형, 전술, 검진 등과 같은 하급에서 상급의 마교 무사들이 기본적으로 소양해야 하는 것들을 배우는 과정이었기에 독문 무기 사용이 금지되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진정한 마도관의 고수를 양성하는 기간이 시작되기에 독문 무공의 연마 과정을 거치기에 무기 사용이 해금된다.
“와! 내 검!”
“오랜만이다!”
각자가 맡겼던 무기들을 찾는 생도들의 눈빛에 반가움이 서렸다.
독문 무기라 함은 그들 자신에게 맡게 제작되었기에 손에 익으면서도 정이 깊었다.
“내 새끼.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헉!”
호상화가 기다렸다는 듯이 후다닥 달려가서, 무기를 받아 강아지를 쓰다듬듯이 어루만지면서 걸어오는데 생도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인 남성의 상체만한 거대한 도끼였는데, 어지간한 생도들은 들기도 힘들어보였다.
‘새끼가 아닌데….’
호상화가 여자치고는 신장이 많이 크다고는 생각했지만 저 도끼를 사용한 무공을 익혔다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자우민도 붉은 깃이 달려있는 창을 가져와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기라…..’
처음 들어올 때부터 자신의 독문 무기가 없었던 천여운이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생도들의 독문 무기를 보고나니 우호법 섭맹의 광무도가 떠올랐다.
섭맹은 사문의 독문 무기인 광무도를 통해 펼치는 접무도법이야 말로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고 했었다.
‘천마검공에 맞는 무기가 있을까?’
가장 유력한 것은 교주를 상징하는 무기인 천마검(天魔劍)이 있을 것이다.
광무도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보구를 본 적이 없는 천여운이기에 막연하게 상상만 할 뿐이었다.
“무기가 없는 생도들은 무고에서 지급 받도록.”
혼자 무기가 없으면 섭섭할 뻔 했는데, 그래도 무기를 지급해주었다.
천여운은 무고에 들어가서 도와 검 한 자루씩을 챙겼다.
평범한 무기들이었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우호법 섭맹을 만나고 나니, 접무 도법을 익히는데도 소홀히 하면 안 되겠다고 여긴 그였다.
지급 받을 것들을 전부 받은 생도들이 대연무장에 다시 오 열을 맞춰 섰다.
좌호법 이화명이 생도들을 스윽 훑어보고는 말했다.
“막 들어왔을 때는 애송이들 같았는데, 그럭저럭 봐줄만 해졌구나. 그렇다면 이제 다음 단계 시험에 대해서 공표한다.”
사 단계 시험에 대한 공표에 생도들이 일제히 집중했다.
마도관의 입관 당시에 삼 단계 시험까지는 상급 무사들을 뽑는 과정이었다면 다음 단계부터는 대주 직위가 주어진다고 들었다.
그 말은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고수를 양성하는 과정이란 의미였다.
“사 단계 시험부터는 기간에 대한 모든 제한이 없다.”
“오오오!!!”
기간이 없다는 말에 일부 생도들의 입에서 기쁨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촉박하게 시간에 쫓겨서 다음 단계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꽤나 벅찼던 그들이었다.
생도들의 그런 반응에 이화명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개별적으로 언제든지 원할 때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마도관에 있을 수 있는 사 년 동안 말이다.”
‘사 년 동안?’
그 말은 사 단계 시험만으로 사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방금 전 만하더라도 들떠있던 생도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사 단계 시험은 마도관에 있는 모든 시험 중에서 제일 간단하다.”
‘간단해?’
마도관의 특성상 분명 단계가 높아질수록 시험이 어려워지는데, 제일 간단하다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의아해하는 생도들을 향해 이화명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언제든지 이 앞에 있는 무공 교두들을 실력으로 꺾으면 합격이다.”
이화명의 말에 무공 교두들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언제든지 올 테면 와라고 말하는 듯 했다.
-웅성웅성!
생도들의 반응이 소란스러워졌다.
열두 명의 생도들이 힘을 합쳐서 검진을 펼쳐야 겨우 이길 수 있는 무공 교두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혼자서 무공 교두를 꺾으라는 의미는 단 하나였다.
‘절정의 경지.’
적어도 무공 교두를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절정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그것도 사실 최소 기준치에 불과하다.
무공 교두들의 대다수는 완숙한 절정의 경지 이상의 실력을 지녔다.
‘상급 무사의 최소 기준이 일류 무위를 지녀야 했으니, 당연한 걸 수도 있다.’
천여운은 납득이 갔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생도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아직까지 일류 무위에 불과한 중소 종파 출신의 무공이 낮은 생도들은 난감해 했고, 절정의 경지를 앞두거나, 초입에 오른 상위 종파의 생도들은 만족해했다.
‘미친! 조장 급의 생도들도 칠마검만 쓰는 교두도 꺾지 못하는데, 어느 세월에 교두들을 이긴단 말이야!’
‘우리 조장도 겨우 초식을 파훼했다고 노란 명찰을 받기만 했는데.’
‘그만 투덜거려! 그러니까 기간이 길어졌지.’
‘개별적으로 치른다는 말을 뭘로 들은 거야? 무공 연마를 하란 말이야.’
‘아니! 절정의 경지가 뉘 집 개 이름이냐고!’
일류 무인의 경지는 적절한 내공과 일류 무공을 익히기만 한다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절정의 경지부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기(氣)에 대한 깨달음이 없다면 오를 수가 없는 경지였다.
절정부터는 무인으로서의 재능이 달려있는 문제로 평생 동안 무공을 익혀도 일류를 넘어서지 못하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결국 사 단계 시험부터는 정말 무재가 있는 자들만 확실하게 걸러내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미리 경고한다. 입관식 때도 말했었지만 시험에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방출이다. 그 점을 유의해라.”
한 번 도전해서 패하면 무조건 마도관에 방출된다.
신중하게 도전하라는 말이었다.
노란 명찰 획득을 위한 도전 때는 무공 교두들이 실력을 일류 무공인 칠마검으로 제한했지만, 자신들의 본신 절기를 사용한다면 그때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은 강하다고 봐야 했다.
그 외에 그 동안 개방되지 않은 시설 건물들에 대한 것을 설명을 끝으로 좌호법 이화명이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럼 사 단계 시험에 대한 공지를 마쳤으니, 이것으로 해산하겠다. 무운을 빌겠다.”
“마도!!!”
해산하라는 명에 생도들이 힘차게 소리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흩어지자마자 생도들이 향하는 곳은 뻔했다.
내공이 급선무인 생도들은 개인 연공실로 향했고, 무공 비급서가 더 급한 생도들은 비급 서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천여운과 그의 수하들은 곧장 흩어지지 않고 전부 모였다.
그것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고 당장 짐을 싸서 나가야 하는 탈락자들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주군. 덕분에 감사했습니다.”
“주군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시험도 치르지 못했을 겁니다.”
“나가서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탈락한 수하들이 천여운에게 포권을 취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이제 겨우 안면을 트고 친해졌던 조원들은 탈락하는 동기들을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서로가 인사를 하던 차에 누군가 천여운의 번호를 불렀다.
“칠 번 생도!”
“응?”
모두가 그 누군가에게 시선이 향했다.
천여운을 부른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무공 교두 상문여였다.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스물이레 동안이나 의무실에 입원해 있었던 그의 등장에 천여운과 생도들이 의아해했다.
그때의 일 때문인지 상문여가 잔뜩 험악한 인상으로 천여운에게 말했다.
“마도관의 본관으로 따라와라.”
“무슨 일로?”
“일개 생도인 네가 질문할 권한이 있나?”
“……알겠습니다.”
아무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따라오라는 말이 이상했지만 짐작 가는 것은 있었다.
혹시 아까 전에 있었던 사태 때문에 마도관주가 부르는 것일지도 몰랐다.
천여운은 괜찮다는 말과 함께 수하들에게 먼저 가라고 이야기를 한 후에 상문여를 따라 본관으로 향했다.
‘응?’
본관 건물로 들어갈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곳을 지나쳤다.
그러더니 아직까지 개방되지 않은 건물이 있는 쪽으로 향하는 상문여였다.
인적이 드문 건물 뒤편 공터에 도착하자, 상문여가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가 좋겠군.”
상문여의 말에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챈 천여운이 물었다.
“…..관주님이 부른 게 아니군요.”
“본 교두가 언제 관주님이 불렀다고 했었나.”
물론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순한 의도가 다분해보였다.
그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챙!
상문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도집에서 회색 빛깔의 도를 뽑으며, 천여운을 향해 매끄러운 도 끝을 겨냥했다.
천여운이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죠?”
“후후, 무슨 짓이냐고? 건방진 놈. 잘 들어라. 네 녀석은 여기서 본 교두에게 사 단계 시험을 도전한 거다.”
그 말을 끝으로 상문여의 서슬파란 도날이 예고도 없이 천여운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