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82)
# 27장 시험의 자격을 갖춰라(1) #
마도관의 규칙상 생도들은 일정 기간 동안 주어진 번호로 불린다.
그 번호가 해지되는 것은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하여 대주의 직위를 받고나서 부터이다.
대주의 직위부터는 무공 교두와 동일한 위치로 인정받게 된다.
마도관에서 생도들이 기를 쓰고 시험을 통과하려고 하는 것은 기존의 방식보다도 빠르게 높은 직위로 향할 수 있는 등용문이기 때문이었다.
-탁!
“자 여기 있네.”
무공 교두 임평이 마룡단이 들어있는 작은 목함을 넘겼다.
연이어 사 단계 시험에 통과하면서 마룡단을 하나 더 지급받게 되었다.
“시험에 합격한 것을 축하하네. 천 대주.”
임평의 말이 평소와 달리 존대를 해주었다.
생도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직위로서 인정해주는 말투였다.
“감사합니다. 교두님.”
임평이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이렇게 빠르게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하리라곤 그 역시도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상문여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사 단계 시험은 기존의 시험을 통과했을 때보다 두 가지 혜택이 더 있었다.
지금까지 조별로 생활해온 것과 다르게 개인 숙소가 지급된다는 것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자네, 많이 좋아하는 군?”
대주의 직위 패를 받았을 때보다 더 좋아하는 천여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장 여자인 문규와 한 숙소를 지내면서 늘 불편한 마음이었던 그였다.
다른 하나의 혜택은 의외의 것이었다.
“내일 사시(巳時) 초까지 마도관의 북쪽 대장간으로 오게.”
“대장간이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천여운에게 답을 한 것은 선임 교두 호진창이었다.
“사 단계 시험에 통과한 대주에게는 교에서 원하는 무기를 제작해주네. 자네에게는 가장 필요한 혜택인 듯하군. 허허허.”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는 어디를 가든 대접받는다.
마도관에서도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하고 대주가 된 생도들에게는 전용 무기를 주조해준다.
자신만의 독문 무기가 없었던 천여운에게 있어서 좋은 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아!”
매 단계 별로 시험을 통과하는 생도들에 대한 지원은 확실했다.
차기 후기지수 겸 고수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인 만큼 혜택의 폭이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혜택을 받은 천여운에게 좌호법 이화명이 말했다.
“그럼 오 단계 시험에 대해서 알려주겠다.”
처음 한 번만 공대를 해준 후로 다시 원래의 말투로 돌아온 이화명이었다.
대주가 되었다고 해도 호법과는 직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특별히 불만은 없었다.
‘오 단계 시험이라….’
벌써 오 단계 시험에 대해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오 단계 시험부터는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져서 통과한 자가 드물다고 들었다.
절정의 극에 오른 덕분에 사 단계 시험은 쉽게 통과할 수 있었지만, 과연 오 단계 시험은 무엇일까?
“오 단계 시험은 봉마동(封魔洞)을 통과하는 것이다.”
봉마동이라는 말에 천여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삼 단계 시험이 통과해서도 생도들에게 개방되지 않은 곳 중 하나였다.
마도관의 길을 따라서 북쪽 끝으로 가면 한 허름한 건물 앞에 봉마동이라 적혀 있는 비석이 있었다.
“오 단계도 시험도 기간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시험을 볼 수 있는 겁니까?”
“물론이다. 단지 오 단계 시험을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하지.”
“자격이라면?”
천여운의 물음에 이화명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해주었다.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야만 가능하다.”
완숙한 초절정이라는 말에 천여운이 놀랐는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무래도 매 단계 별로 높은 경지를 요했다는 것으로 추측을 하긴 했지만 설마 정말로 초절정의 경지를 요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라면 지금보다도 세 단계를 넘어서야 가능했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교에서도 백 위권에 속하는 강자들만이 초절정의 경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 깨달음을 얻기가 얼마나 극악한지를 알 수 있었다.
오 단계를 통과한 자가 매 기수별로 열 명을 넘긴 사례가 극히 드물기에 이번만큼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마도관의 사 년이 끝날 동안도 불가능할 지도 몰랐다.
‘……어렵구나. 이번 시험은 정말 오래 걸릴 지도 모르겠다.’
대체 오 단계 시험인 봉마동을 통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기에 초절정의 경지마저 올라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작은 조언을 하자면 조급해하지마라. 깨달음은 조급할수록 찾아오지 않는다.”
좌호법 이화명의 이 조언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마도관의 제 일의 목적은 고수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초절정의 고수가 많이 나올수록 마교가 더욱 부강해지는 것이기에 천여운이 그 경지에 도달하기를 바랐다.
“이것으로 시험에 대한 공지는 끝이다. 그럼 무운을 비마.”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천여운이 감사의 포권을 올렸다.
“그럼 이제 나가도록.”
이화명의 말에 무공 교두들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천여운 덕분에 잠시 쉬고 있던 업무를 계속 이어나가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오 단계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듣게 된 천여운은 마도관의 본관 건물을 빠져나와 곧장 북동쪽에 있는 마도관의 비급 서재 건물로 향했다.
‘드디어 삼 층과 사 층을 볼 수 있게 되었구나.’
다른 모든 혜택을 통틀어 천여운이 제일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오직 청옥석 비석에 있는 천마검공의 남은 초식들이었다.
“호오.”
비급 서재 건물 앞에서 방명록을 작성하는 무공 교두가 천여운을 알아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검은 명찰을 지닌 소교주 후보자였고, 당시에 연달아서 일, 이 층의 비급 서재를 열람했기에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응? 이 녀석 명찰을 두고 오다니.’
방명록 담당 교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도관 내에서 생도들은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명찰을 반드시 차고 다녀야 했다.
방명록을 작성하려는 천여운에게 교두가 제지하며 말했다.
“명찰은 어디에 두고 온 게냐.”
“반납했습니다.”
“뭐? 그렇다면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말이냐?”
명찰을 반납했다는 말에 교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를 탈락했다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천여운이 품속에 가지고 있던 은색 패를 꺼내서 방명록 담당 교두에게 보여주었다.
“엇?”
대(隊)라고 새겨진 은색 패에 방명록 담당 교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이 대주를 상징하는 패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사 단계 시험을 통과했나?”
“방금 전에 통과했습니다.”
-웅성웅성!
천여운의 대답에 주변에 있던 경비 무사들을 비롯해 서재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중이던 생도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삼 단계 시험이 끝난 지 고작 반 시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한 자가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치, 칠 번 생도 아냐?’
‘미친! 진짜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한 거야?’
‘삼 단계가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통과를 해?’
‘거짓말 아니야?’
‘저기 패를 봐! 교두님들이 가지고 있는 은패야!’
은패를 들고 있는데도 모두가 믿기지 않는지 서재 건물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마도관에서 근무하면서 세 기수의 생도들을 지켜보았는데, 이렇게 빠른 통과를 본 적이 없었던 방명록 담당 교두였다.
‘허어….정말 대단하구나. 고작 두 달 만에 사 단계라.’
지난 번 기수 때 최고 빨랐던 생도가 입관 다섯 달 만에 사 단계를 통과했다.
확실히 소교주 후보자들은 다르다고 여겨졌다.
-탁!
“천 대주께 실례를 범했소.”
방명록 담당 교두가 포권을 취하며 사과의 인사를 했다.
대주의 직위를 받았다면 이제 교두들과 동급의 직위였기에 존중해야 했다.
교두가 포권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주변에 있던 생도들은 이것이 거짓이 아님을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삼 층부터 먼저 열람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시게.”
천여운은 삼 층 방명록에 기록을 한 후에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초를 받아서 삼 층 서재로 올라갔다.
생도들이 그런 천여운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사 단계를 통과한 것도 그랬지만 사 층 비급 서재는 절정의 무공들로 가득 찬 보고(寶庫)였다.
삼 층 서재로 올라온 천여운은 초의 금을 살펴보았다.
‘두 시진이라.’
이 층 때보다도 열람 시간이 늘었다.
무공의 비급서는 그 경지가 높은 것일수록 훨씬 양이 두껍고 내용도 복잡해지기에 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노가 있는 천여운에게는 시간제한에 큰 의미는 없었다.
얼마나 많은 양의 비급서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일 뿐이었다.
삼 층 비급서재에는 삼 단계 시험을 통과하고 곧장 이곳으로 달려온 생도들로 가득했다.
그 중에는 고왕흘, 백기, 허봉 등과 같은 천여운의 수하들도 있었다.
그들은 바닥에 앉아서 비급서를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천여운은 한결 들 뜬 마음에 곧장 비급 서재의 가운데로 달려갔다.
‘있다!’
예상대로 비급 서재의 한 가운데에는 앞면에는 시조가 적혀있고, 뒷면에는 수많은 검흔들이 난잡하게 그어 있었다.
그런데 뒷면의 검흔들이 일, 이 층의 청옥석 비석에 비해서 더 많이 그어진 느낌이었다.
‘더 난잡해 보이는데.’
아무래도 자세히 분석해봐야 알 것 같았다.
일단은 열람 시간에 제한도 있고 주변의 이목이 많았기에 스캔부터 했다.
‘나노, 비석의 검흔들을 추출해서 저장해 놓아.’
[알겠습니다.]청옥석 비석의 검흔들과 시조를 스캔한 천여운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밑에 층에서 했던 것처럼 일류 무공 비급서의 스캔에 나섰다.
‘그럼 시작해보실까.’
천여운이 책장에서 비급서 한 권을 뽑아서 빠르게 종이를 넘기기 시작하자, 비급을 외우느라 고요했던 비급 서재에 책을 넘기는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사라라라라라라락!
‘아!!’
‘또 야!’
‘이 자식은 진짜!’
책장을 넘기는 천여운의 주변에 앉아 있던 생도들의 표정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전에도 같은 봉변을 당했던 터라 생도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때는 겹치는 시간이 반 시진 뿐이라 괜찮았는데, 이제는 한 시진 하고도 반을 버텨야 했다.
‘망했다.’
‘빌어먹을.’
본의 아니게 오늘도 천여운은 많은 생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일각이 지났을 무렵 정신없이 비급서를 스캔하던 천여운은 자신의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응?’
대부분의 생도들이 그를 피해서 비급 서재의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마 그를 내쫓을 수 없었던 생도들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렇게 두 시진 동안 일류 무공의 비급서를 백칠십구 권을 스캔할 수 있었다.
이 층에서 스캔했던 권수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었다.
개중에서는 천여운이 얼핏 살펴보아도 쓸 만한 무공들이 껴있어서 가볍게 익혀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제 사 층인가.’
삼 층 열람을 마친 천여운은 곧장 사 층의 비급서재로 올라갔다.
반 시진 씩 늘어났던 아래 층의 비급 서재들과 달리 사 층은 세 시진 동안 열람이 가능했다.
사 층의 비급 서재는 생도들이 없었기에 비교적 한산했다.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서재의 평수가 줄어들었기에 아래층보다는 책장의 숫자도 적었고, 비급서도 다 합쳐도 사백여 권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교에서도 상위 종파에서나 익히는 절정의 무공 비급서들의 양이 그리 많을 리가 없었다.
사 층에 있는 비급서들의 대부분은 높은 경지를 목표로 하는 고절한 무공들이었기에 그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책장들을 보면 아직까지 수집 중인 듯 했다.
‘일단 청옥석 비석부터 스캔하자.’
다른 절정의 무공들보다도 중요한 것은 천마검공의 제 사 초식과 검마의 파훼초식이었다.
비급 서재의 한 가운데에는 역시 청옥석 비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엇?’
검흔을 스캔하기 위해 청옥석 비석의 가까이로 다가간 천여운의 눈이 커졌다.
청옥석 비석의 군데군데가 금이 가있었고 모서리 부분이 잘려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깨끗한 단면은 검초에 의해 베여나간 흔적이었다.
‘왜 이렇게 손상이 간 거지?’
천여운이 의아한 눈빛으로 뒷면의 검흔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뒷면의 검흔들이 지금까지와 다르게 선들이 더욱 깊게 파여져 있었고, 난잡하게 덮여있는 흔적들이 거칠기 짝이 없었다.
나노 역시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검흔에 가해진 힘이 다른 청옥석 비석에 남겨진 흔적보다 두 배 이상 강해졌습니다.]‘이러면 더 궁금해지잖아!’
당장에라도 입체영상을 가동해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연공실에 가서 분석하더라도 늦지 않다.
천여운은 호기심을 억누르고 청옥석 비석을 스캔만 해두었다.
‘자! 이제 비급서 차례인가.’
무엇부터 스캔을 할지 둘러보던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아래층들과 달리 사 층의 비급서는 분류가 총 세 종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가장 많은 양인 이백여 권의 비급서는 본교의 상위 종파의 절정의 무공 비급이었는데, 나머지 이백여 권은 정파와 사파에서 강탈해온 비급서였다.
‘점창파의 유운검법, 곤륜파의 태청기공, 화산파의 매화검법, 맹광파의 광오권…..’
수백 년에 걸쳐서 수집된 정사 무공들이었다.
그 문파의 최고 절기들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절정의 무공 비급서들이었다.
물론 이렇게 강탈된 무공들은 각 파에서 많은 보완을 했겠지만 알아둬서 도움이 안 될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정사의 고수들과 겨룰 때 도움이 되겠지. 후우, 먼저 본교의 비급서부터 스캔을 시작해볼까. 아!’
상위 종파의 무공 비급서를 책장에서 뽑던 천여운이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 무공들을 굳이 나만 알 필요가 없잖아.’
상위 종파에서나 익히는 절정의 무공들을 중소 종파 출신의 수하들에게 익히게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즐거워지는지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