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83)
# 27장 시험의 자격을 갖춰라(2) #
-사라라라라락!
[소림용조수 비급서가 스캔이 완료되었습니다.]-사라라라라락!
[곤륜파의 태청기공이 비급서가 스캔이 완료되었습니다.]나노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머릿속을 울리며 스캔이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확실히 세 시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길었다.
얼마나 책을 스캔했는지 천여운 본인도 가늠할 수 없었다.
다른 생도들이었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비급서를 달달 외우는데 시간을 소요했을 것이다.
그만큼 사 층에 있는 비급서들은 무림에서도 상위 급에 속하는 절정의 무공들이었다.
쉬지 않고 비급서들을 스캔하던 천여운이 초를 살펴보았다.
‘아! 거의 다 됐구나.’
녹아내리는 초의 높이가 어느새 금까지 거의 다 내려와 있었다.
얼마나 스캔했는지 궁금해졌다.
‘나노, 여기서 몇 권 정도 스캔했어?’
[총 이백사십오 권을 스캔했습니다.]‘분류로 나누면?’
[천마신교로 분류된 비급서는 백십이 권, 정파로 분류된 비급서는 팔십삼 권, 사파로 분류된 비급서는 오십 권이 스캔되었습니다.]‘…..쉬지 않고 했지만 정말 많이도 스캔했네.’
천여운이 스캔한 양은 그저 많다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는 현재 움직이는 비급 서재라고 불러야 할 만큼 방대한 무공 비서를 가졌다.
어떤 의미로는 한 종파나 문파의 수준을 넘어서 맹 급의 세력이 보유한 양에 버금간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얻을 건 다 얻었구나.’
사 층 서재에 있는 비급서의 절반 이상을 얻었으니 충분했다.
뿌듯한 얼굴로 서재 건물 바깥으로 나오니, 날이 저물고 깜깜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많이 늦었네. 천 대주.”
“아!”
촛불을 넣는 진열장 앞에서 퀭한 얼굴로 대기 중이었던 방명록 담당 교두였다.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원래는 해시(亥時) 중엽에 갔어야 했는데, 유일한 열람자인 천여운을 기다리느라 아직까지 퇴근하지 못했던 그였다.
“크흠, 벌써 자시(子時) 중엽이네.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네. 가세나.”
“시간이 이렇게나….죄송합니다.”
처음으로 숙소로 들어가는 시간을 한 시진이나 초과해버렸다.
방명록 담당 교두는 천여운을 크게 탓하지 않았다.
사실 그 역시도 사 층 열람실로 보낸 후에서야 자신이 시간 계산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개인 연공실은 내일로 미뤄야 겠구나.’
마룡단의 섭취와 천마검공의 후반부 초식을 전이 받는 것은 내일로 미뤄야 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온 천여운은 잠을 자지도 못하고 오매불망 걱정하면서 기다렸던 수하들을 타박을 들어야만 했다.
“주군. 제발 늦어지게 된다면 언질이라도 해주세요.”
“…..으음, 미안하다.”
충성심이 두터운 허봉조차도 섭섭했는지 한 소리가 나왔다.
숙소 시간으로 복귀해야하기 전까지 마도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천여운을 찾아 헤맸던 수하들이었다.
이제부터는 마도관 시험이 개인전으로 이루어지기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타 생도들의 기습이라도 받은 것은 아닌지 걱정했던 그들이었다.
“열람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저희도 같이 있었는데 무슨 소리이십니까?”
“시간 계산을 잘못했다. 사 층 비급 서재의 열람 시간은 세 시진이라…”
“네에에에에?”
“사 층에 있었다고요?”
천여운이 사 층 열람실에 있었다는 말에 모든 수하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말은 사 단계 시험을 통과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주군.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타박을 하던 수하들이 백팔십도 태도가 바뀌어 천여운의 사 단계 시험 통과를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기뻐했다.
‘대단하다. 하루 만에 마도관의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하다니! 어쩌면 천 공자가 제일 유력한 소교주 후보일 수도 있겠다.’
문규 역시도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동안 천여운을 지켜보면서 대단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예측을 넘어서는 모습에 점점 그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었다.
천여운이 다음 날이면 개인 숙소로 옮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하들은 아쉬운 마음에 밤늦게까지 그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헤에. 사 단계를 통과하면 개인 숙소를 지급한다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문규가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하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사시(巳時) 초,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한 혜택으로 무기를 제작해준다는 말에 들뜬 마음에 일찍 북쪽 대장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천여운이었다.
‘독문 무기라…’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가지고 싶었다.
그렇게 반 각 정도가 지나고, 대장간으로 머리를 흰 두건으로 두르고 있는 한 중년인이 나타났다.
허리에 두르고 있는 가죽 주머니에 담긴 쇠망치와 공구들을 보니, 이곳 대장간을 담당하는 대장장이인 듯 했다.
일찍 나와 있는 천여운을 발견한 중년인이 너스레를 떨며 다가왔다.
“오! 최단 기간 안에 사 단계를 통과했다는 우리 천 대주가 아니오.”
“오셨습니까?”
첫 대면이기에 천여운이 공손하게 포권을 취했다.
그런데 살짝 떨어져있을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다가온 그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피부에 눈썹부터 시작해 전신에 털 한 올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뜨거운 화덕 앞에서 무구를 제작하다 보니, 털들이 전부 타들어간 모양이었다.
“직업상 어쩔 수 없다오. 하하하핫.”
천여운의 눈빛에서 그것을 읽었는지 중년인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중년인은 자신을 구야자의 후손인 구선웅이라고 밝혔다.
“구야자!”
춘추 시대의 사기(史記)를 읽었던 천여운 역시도 익히 들어온 이름이었다.
구야자(歐冶子)는 춘추 시대 월나라 사람으로 어장검의 장인이었다.
그가 평생 동안 만들어왔던 검의 절반이 명검으로 불리고 있으며, 그 명검들은 호랑이마저 단칼에 벤다고 할 만큼 명성이 두터웠다.
무림인들마저 탐낸다는 거궐(巨闕)과 담로(湛盧), 순구(純鉤), 승사(勝邪), 어장(魚腸), 용연(龍淵)과 태아(泰阿), 공포(工布) 등과 같은 명검은 전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장인의 신이라 불리는 구야자의 후손이라는 말에 천여운의 눈이 반짝였다.
“하하핫! 그렇게 보지 말게나. 그분의 후손이 한 둘도 아니고, 나는 구야 선조처럼 그리 뛰어난 재능을 지니지 않았다네.”
“그래도 그 훌륭한 기술이 어디 가겠습니까?”
“천 대주가 사람 보는 눈이 있군. 내 최선을 다해서 무구를 주조해드리리다.”
듣기 좋은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구선웅이었다.
구선웅이 천여운의 등허리에 교차하듯이 차고 있는 검집과 도집을 보며 물었다.
“검과 도를 전부 쓰나 보구려?”
검과 도를 다 같이 쓰는 고수는 마교 내에서도 극히 드물었다.
하나의 무기를 대성하기도 힘든 판국에 두 가지 무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 궁금해 할 만도 했다.
“그렇습니다. 둘 다 제작이 가능할까요?”
그 말에 구선웅이 고개를 저으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미안하네. 무구는 하나만 제작이 가능하네.”
“아, 그렇군요.”
“두 가지 무기를 쓰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겠군. 자네는 어떤 무기를 원하는가?”
구선웅의 말에 천여운이 잠시 고민하다가 검을 선택했다.
접무도법보다는 천마검공을 쓸 수 있을 만한 무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천마검공을 썼을 때, 검에 금이 갔으니 이게 더 우선이겠지.’
처음에는 몰랐었는데 역혈마공을 썼던 괴인을 상대로 천마검공을 펼치고 나서 나중에 살펴봤는데, 검신에 미세한 금들이 가있었다.
그 정도라면 천마검공의 이 초식을 펼쳤다면 검이 부서졌을 것이다.
“호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 사실 내가 주 전공이 도보다는 검 단조일세.”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검을 제작하기 전에 자네의 검법을 보아도 되겠나?”
“네?”
검법을 보여 달라는 말에 천여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에게 맞는 검을 제작하려면 검법을 보아야 검신의 면적이나 강도 등을 정하지 않겠나?”
“아아아! 알겠습니다.”
구선웅의 말에 납득한 천여운이 등허리에 검을 뽑았다.
-챙!
마도관에 보급되어 있는 평범한 검이었다.
천여운이 검을 쥐고 기수식을 취했다.
“호오.”
기수식을 취한 것만으로 기세가 날카로워지자 구선웅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천여운이 이어서 천마검공의 일 초식을 펼쳤다.
-촤촤촤촤촤촥!
스물네 개로 이루어진 고절한 초식이 허공에 화려한 궤적을 그리며 파공음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초식은 끝났지만 검력의 여파가 남아, 바람이 일어나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솨아아아!
“끝났습니다.”
천여운의 말에 구선웅이 눈이 풀려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꽤 놀랐는지 어안이 벙벙한 모습에 천여운이 물었다.
“이 정도면 됩니까?”
“허어….”
구선웅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걸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검을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할 듯하네.”
“네? 불가능하다뇨?”
“잠시 그 검을 줄 수 있겠나.”
천여운에게서 검을 받아든 구선웅이 가죽주머니에서 망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검에 망치를 내려치는 것이 아닌가.
“무슨?”
-쨍그랑!
그 순간 망치에 부딪친 검신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내려친 부위만 부서진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금이 나있었는지 검신이 전부 부서졌다.
사람을 상대로 검초를 펼친 것이 아니었기에 괜찮으리란 예상과 달리 검신이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자네의 검초는 평범한 검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네.”
구선웅이 천마검공의 검초를 보면서 놀랐던 이유였다.
검초의 위력이 너무 강했기에 평범한 검이 버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럼 검을 튼튼하게 만들어주시면..”
“…..기술로 메꿀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걸세.”
“그렇다면?”
“자네의 그 검 초식을 견디려면 적어도 한철로 검을 단조해야 하네.”
“한철!”
그러고 보니 우호법 섭맹의 광무도 역시도 한철로 만들었다고 들었다.
한철(寒鐵)은 북해의 차가운 기운을 머금은 금속으로 일반적인 철보다도 그 강도가 월등히 단단하다.
구선웅은 한철의 수량은 한정적이고 값이 나가기 때문에 교내에서도 백 위권 내에 드는 단주 급의 고수들에게만 지급해준다고 하였다.
“아……”
검을 가지고 싶었던 천여운에게는 비보라 할 수 있었다.
천마검공의 위력이 강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검을 얻기 위해서는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하고 단주의 자격을 가지는 수밖에 없었다.
“쩝.”
“미안하네. 자네의 그 대단한 검 초식을 보고나서 나도 장인으로서 열의가 불타올랐는데….”
아쉬워하는 천여운에게 구선웅이 심심찮은 위로를 했다.
결국 구선웅은 차선으로 도를 만들어주기로 하였다.
다행인 것은 접무도법을 보고나서 이것은 자신의 기술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도를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하였다.
“도병은 그렇게 하고, 도신의 폭이 얇고 최대한 가벼운 도면 되겠나?”
확실히 구선웅은 뛰어난 장인이 틀림없었다.
초식을 본 것만으로도 설명해주는 도의 모양이 섭맹의 광무도와 흡사했다.
검을 얻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도라도 제대로 된 것을 얻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보름 뒤에 가지러 오게나.”
“감사합니다.”
“아니네. 꼭 자네에게 검을 단조해줄 날이 오길 바라겠네.”
오 단계 시험에 통과해서 단주가 되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구선웅이었다.
그렇게 대장간에서 볼 일을 마친 천여운은 곧장 격세석 연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연공실 건물에 들어서자 평소보다 인기척이 많이 느껴졌다.
‘절정에 오른 생도들이 꽤 늘었구나.’
절정의 초입부터는 격세석 연공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연공실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생도들의 숫자가 꽤 늘어났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열 명 정도에 불과했는데, 문에 사용 중이라고 붙여있는 호실이 열다섯을 넘어갔다.
생각해보면 얼마 전에 고왕흘이나 호상화도 절정의 초입에 올랐으니, 앞으로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완숙한 절정의 경지에 올라야 하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과 이들은 목표점이 달랐다.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오 단계 시험을 치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야했다.
인원이 늘어난 격세석 연공실의 상황 덕분에 더욱 의욕에 차오른 천여운이었다.
연공실 안으로 들어온 천여운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품속에서 작은 목함 두 개를 꺼냈다.
삼 단계, 사 단계 시험을 연달아 통과하면서 지급받은 마룡단이었다.
“흠.”
여전히 지독한 약내를 풍기는 두 개의 영단을 보며 천여운은 고민에 빠졌다.
“하나씩 복용해야 하나? 아니면 두 개를 동시에?”
이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 번씩 따로 복용한다면 두 번의 흡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천여운은 입 속에 두 개의 마룡단을 동시에 집어넣었다.
하나만 씹어도 고통스러운데, 입 속 가득히 휘젓는 지독한 쓴맛에 천여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꿀꺽!
잘게 씹은 마룡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천여운이 자리에 일어나서 검식을 펼치며 천마검공의 심법을 운기하며 나노에게 명했다.
‘나노, 마룡단의 약효가 흡수되도록 보조해줘.’
그러자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체내로 강한 에너지 활성을 돕는 물질이 대량으로 유입되었습니다.사용자의 체내 십사경맥(十四經脈)의 특정 혈(穴)로 순환하고 있는 에너지와 호응하여서 증식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에너지가 흩어지는 것을 막고 신진대사를 높이면, 혈이 과도하게 팽창하여 고통이 심할 수도 있습니다.]
굉장히 아플 수도 있다는 나노의 친절한 경고였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