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84)
# 27장 시험의 자격을 갖춰라(3) #
마룡단을 처음 만든 사람은 독마종의 개파 종주인 백유였다.
만독주(萬毒主)라 불렸던 백유는 독만큼이나 약재의 달인이었다.
그는 처음 마룡단을 만들 당시에는 수많은 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사람마다 개개인에 상관없이 모두가 영단을 가장 안정적으로 체내에 흡수되는 최적의 양을 찾기 위해서였다.
호흡, 즉 운기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내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약효를 통해 내공을 늘리는 과정은 얼마큼 내공을 많이 쌓게 만들기 보다는 얼마큼 안정적으로 내공을 쌓게 만드느냐가 관건이었다.
지금의 마룡단은 체내의 혈에 부담을 주지 않는 최적의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마룡단의 정해진 양을 넘어서 두 개를 동시에 집어삼켰으니, 천여운의 체내의 경맥에 흐르는 기운들이 폭주하는 것도 당연했다.
-주르륵!
천여운이 식은땀을 흘려가며 천마검공의 심법을 행하고 있었다.
더욱 큰 효과를 보기 위해 천마검공의 검식을 펼치면서 심법의 운기를 하고 있었지만, 좌식으로 하는 것보다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끄윽!”
절로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평소에 혈자리로 흐르던 내공의 배가 되는 양이 빠른 속도로 순환을 하는 것이었기에 찢겨져 나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푸슉!
천여운의 등목 쪽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러나 터져나간 혈자리 부위는 비정상적인 속도로 빠르게 재생해 아물었다.
[대추혈(大椎穴)이 파열된 것을 수복시켰습니다.]대추혈은 독맥(督脈)의 한 곳이다.
혈자리가 팽창해서 찢겨나간 곳은 나노머신들이 빠르게 세포를 분열시켜 상처 부위를 수복시켰다.
다른 생도들이 이런 짓을 했다면 혈자리가 전부 찢겨나가 죽었을 지도 몰랐다.
나노머신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천여운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것 외에도 면역력을 제어해서 약효가 십 할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였다.
‘크윽! 무천심법으로 할 걸 그랬나.’
후회를 해도 이미 늦었다.
천마검공의 심법은 무림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히는 절세 운공법이었다.
운기의 속도가 여타의 심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일어나니, 그 공능이 무천심법의 두 배 이상이었다.
-투투투툭!
‘끄으으으윽!’
[신주혈, 영대혈, 지양혈, 척증혈, 현추혈이 팽창해서 파열했습니다.바로 수복 시켰습니다.]
혈자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찢겨져 나갔다.
순간 정신을 잃을 뻔 했지만 나노가 빠르게 수복시키면서 겨우 견뎌냈다.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운기를 하다가 기절할 판국이었다.
‘견뎌야 해. 견뎌야 해!’
여기서 버티지 못한다면 내공이 늘어나기는커녕 모든 것이 무산되고 만다.
천여운은 독하게 마음을 잡아먹고 심법을 행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스스스스스!
이때 천여운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의 체내의 혈자리들이 팽창하여 찢겨나가고 수복되는 것을 반복하면서, 점차 증식하는 기운을 감당할 만큼 굵고 단단해져 갔다.
그렇게 두 시진의 시간이 흘렀다.
격세석 연공실 전체가 열기로 가득했다.
천여운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수증기가 연공실 전체를 가득 메웠다.
오랜 시간 동안 스물네 개의 검식을 반복적으로 행하며 천마검공의 심법을 운기하던 천여운의 움직임이 드디어 끝이 났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그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운기를 하는 내내 땀에 흠뻑 젖어있던 얼굴은 더 이상 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심했는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아….하아….”
눈을 감고 한참 동안 호흡을 고르던 천여운이 어느 정도 숨이 돌아왔는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천여운의 안광이 더욱 짙어지고, 관자놀이의 태양혈이 불룩하게 올라와 있는 모습이 내공에 있어서 성취를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을 뻔 했다.’
영약 한 번 잘못 먹었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게 된 천여운이었다.
다시는 욕심내서 무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였다.
‘얼마큼 내공이 늘었나 확인해볼까?’
이론적이라면 마룡단 하나는 이십 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천여운의 경우 처음 복용했을 때, 우호법 섭맹의 도움과 나노의 보조로 마룡단의 최대 효과인 삼십 년에 육박하는 내공을 얻었었다.
본래라면 마룡단을 섭취할수록 내성이 생겨서 그 효과가 많이 줄어들어야 했지만 이 역시도 나노머신이 내성을 조절해서 흡수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다.
두 번째 마룡단을 흡수했을 당시에 이십이, 삼년의 내공을 얻었었다.
‘나노가 도왔으니, 계산대로라면 사십 년을 조금 넘는 내공을 얻어야 하는데.’
제발 계산만큼의 내공을 얻기를 바랐다.
그래야 초절정의 경지로 오를 수 있는 토대를 쌓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천여운이 간절한 마음으로 운기를 통해 단전의 내공을 확인해보았다.
“엇?”
단전의 내공을 확인한 천여운의 두 눈이 커졌다.
자신이 착각한 것이 아닐까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지만 분명 늘어나는 내공 수치가 동일했다.
‘이럴 수가…..한 갑자가 늘다니….’
놀랍게도 천여운의 내공은 일 갑자(60년)가 늘어났다.
눈에 띨 만큼 관자놀이의 태양혈이 불룩해진 것도 내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었는데 쉽게 믿기 힘들었다.
이것은 단순히 나노의 도움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공이 흩어지는 것을 최대한 막고 빠르게 운기 하도록 돕는 천마검공의 심법이 이루어낸 공능이라 할 수 있었다.
‘내공을 전신으로 운기 해보자.’
온 몸으로 내공을 운기 하는 순간, 내공이 늘어난 것 이상으로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마룡단을 섭취하면서 팽창했던 전신의 십사경맥의 혈들이 지금까지보다도 굵어지면서 내공의 흐름이 훨씬 원활해졌다.
이 정도라면 초식을 펼칠 때의 공력이 두 배 이상의 위력을 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검기를 일으켰다.
-우우웅!
손에 기(氣)를 집중하는 순간 선명한 빛의 검기가 훨씬 두껍고 길이가 두 배로 길어졌다.
이 정도만 본다면 초절정 초입의 고수인 호진창보다도 검기가 강해보였다.
그것은 당연했다.
호진창의 내공이 이 갑자인(120년) 반면에 천여운은 이 갑자 반(150년)이었으니 발산되는 기운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기에 대한 근본적인 깨달음이 다를 뿐이었다.
호진창은 검기를 더 세밀하면서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검사(劍絲)가 가능했다.
여기서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로 나아간다면 검기를 집밀 시킨 검강(劍罡)을 발산할 수 있다.
하지만 초절정의 극에 이르지 않는다면 내공 면에서 검강은 효율성이 떨어지기에 원활하게 사용하기는 힘들다.
“토대를 닦는데 성공했다.”
천여운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깨달음만 받쳐준다면 언제든지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생도들이 세 번째 마룡단을 섭취하면서 그 효과가 4할 가량이 떨어져, 많아도 십 년에서 십이 년의 내공을 얻는 것을 생각한다면 괴물 같은 성과라 할 수 있었다.
내공만으로는 마도관에 있는 생도들 중에서 누구도 그를 따라잡을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된 천여운이었다.
“후후, 이제 천마검공의 후반부를 익혀볼까.”
기분 좋은 마음으로 천마검공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천여운은 삼 층의 청옥석 비석에 있는 시조에서 초식의 내공 운기법을 추출한 후에 나노에게 천마검공의 삼 초식과 검마의 파훼검초 삼 초식을 전이해달라고 하였다.
[알겠습니다. 사용자의 뇌로 두 개의 초식을 전이하도록 하겠습니다.]-스스스스!
머릿속이 따끔해지며 초식에 대한 정보가 전이되었다.
이제는 완전히 적응 되서 어지럽거나 하는 별다른 후유증은 없었다.
두 검초를 전이 받은 천여운의 표정이 묘해졌다.
‘나노, 혹시 파훼검식이 몇 초식 만에 천마검공을 파훼했어?’
[파훼검식이 천마검공의 세 번째 초식을 아흔세 번째 만에 파훼했습니다.]‘아흔세 번?’
총 아흔세 번이나 초식을 분석하고 연구해서야 겨우 꺾었다는 말이었다.
일 층에 있던 청옥석 비석에서는 마흔다섯 번의 초식 변화를 통해서 꺾었고, 이 층에 있던 비석에서는 쉰여섯 번의 변화를 통해서 천마검공의 제 이초식을 꺾었다.
‘그래서 앞전보다도 훨씬 비석이 난잡했구나.’
비석에 있던 검흔들이 더욱 난잡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 말은 천마검공의 초식이 앞의 두 초식보다도 훨씬 위력이 강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검마의 파훼초식마저도 힘겹게 꺾은 세 번째 초식이 궁금해졌다.
‘나노 그럼 천마검공의 세 번째 초식을 육체로 전이할 수 있어?’
[현재로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의 근맥 및 근육의 전이는 사용자의 육신의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기에 권해드릴 수가 없습니다.]‘할 수 있는 거야?’
“으음….”
더는 신장이 자랄 수 없다는 말에 천여운이 신음을 흘렸다.
머릿속에 전이는 받기는 했지만 완벽하게 몸으로 펼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현재의 육신으로 무리가 가지만 한 번 정도는 초식을 펼칠 수 있습니다.]‘그래?’
한 번이라도 초식을 펼칠 수 있다면 시험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일 초식보다도 이 초식이 훨씬 위력이 강했는데, 과연 세 번째 천마검공의 초식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천여운이 검지와 중지를 모아 검결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천마검공의 삼 초식을 펼쳤다.
-촤촤촤촤촤촤촤촥!
천여운의 검결지가 허공을 가르며 스물네 개의 검식이 화려한 궤적을 그리며 폭풍과도 같은 기세의 삼 초식이 발했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초식을 펼치는 짧은 찰나에 전신의 근육이 욱신거렸다.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검초였다.
“크윽!”
-쿵!
초식을 마친 천여운이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바닥에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무리하게 초식을 펼치면서 근육이 파열된 것이었다.
확실히 천마검공의 초식은 육신으로도 전이 받지 않는다면 펼치기 힘들었다.
“아…..”
통증 때문에 몰랐는데 자신의 주변을 바라본 천여운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천여운의 주변의 격세석 바닥에 날카로운 검흔들이 회오리를 치는 모양으로 뚜렷하게 패여 있었다.
“이런 위력이라니….”
검기를 실은 것도 아니었는데, 검 초식에서 일어난 검력과 날카로운 예기가 격세석 바닥에 흔적을 남길 정도로 위력이 컸던 것이었다.
천마검공의 삼 초식의 위력은 일이 초식보다도 훨씬 강했다.
이 정도라면 의도적으로 살초로 쓰지 않더라도 어지간한 고수는 일 초식 만에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아흔세 번이나 늘어난 이유가 있구나.’
파훼초식을 만든 검마가 일이 초식보다도 애를 쓸 만도 했다.
천마검공의 삼 초식이 이 정도라면 검마의 파훼초식 삼 초식의 위력은 어떨까?
파열된 근육을 나노가 회복시키자 천여운은 이어서 파훼초식의 삼 초식을 펼쳐보았다.
-촤촤촤촤촤촤촥!
검초를 펼치고 나자 앞서 천마검공의 삼 초식을 펼쳤을 때보다는 육체에 무리는 가지 않았지만, 초식이 워낙 복잡해서 호흡이 벅찼다.
“헉…헉….역시 대단하다.”
그 자리에서 그대로 초식을 펼쳤는데, 바닥에 남은 검흔들은 천마검공의 삼 초식이 남겼던 검흔들을 일그러뜨려 놓았다.
확실하게 파훼했다는 증거였다.
검마의 파훼초식을 익힐 때마다 느낀 것은 평범한 검식을 조합해서도 이런 위력의 검초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초식에 비해서는 확연하게 익히기 힘들어졌다.
검식의 조합이 너무 복잡해져서 머릿속에 전이받은 그조차도 호흡이 벅찰 정도였다.
평범한 검수들이 익힐 수 있는 한계점이었다.
‘세 번째 초식을 이렇게 힘들게 깼다면 과연 네 번째 초식은 얼마나 힘들게 꺾었을까?’
적어도 두 자리 수는 넘어갔을 것이다.
덕분에 네 번째 초식들이 더욱 궁금해진 천여운이 나노에게 명했다.
‘나노, 사 층 청옥석 비석에 있는 초식들도 전이해줘.’
[알겠습니다.]완벽하게 익힐 수는 없다고 하지만 미리 전이 받는다고 나쁠 것은 없었다.
나노가 사 층 비급서재의 청옥석 비석에 새겨져 있던 천마검공의 제 사초식과 파훼검초의 사 초식을 머릿속으로 전이해주었다.
-찌릿찌릿!
두 초식을 모두 전이 받은 천여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뇌 속에 새겨진 덕분에 심상으로 두 초식을 그릴 수 있게 되었는데 이상했다.
아무리 떠올려 보아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금의 경지로는 직접 펼칠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증강현실로 봐야 할 것 같았다.
‘나노…..입체영상으로 두 초식이 겨루는 것을 보여줘.’
[알겠습니다.사용자의 시각 정보에 증강현실(增强現實) 개안(開眼)합니다.
두 검 초식 동작을 대치 모드로 입체영상을 가동하겠습니다.]
-솨아아아!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리며, 흰 빛의 입자들이 선을 그리며 증강현실로 개안되었다.
개안된 증강 현실 속에서 흰 빛의 입자가 반짝이며 두 명의 사람 형태로 나누어졌다.
두 흰빛의 형태로 이루어진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하더니, 이내 천마검공의 제 사초식과 파훼검초의 사 초식을 펼쳤다.
-촤촤촤촤촥!
두 검초식이 부딪치자 하얀 입자들이 사방으로 튀며 눈이 부셨다.
순식간에 초식 대결의 결판이 났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에 천여운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비겼어.”
놀랍게도 검마의 파훼초식은 천마검공의 제 사 초식을 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