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85)
# 28장 폐관 수련(1) #
몇 번을 입체영상을 구동시켜보아도 같은 결과였다.
천마검공의 제 사초식을 파훼검초가 꺾지 못하고 무승부로 이어졌다.
한 가지 이해하기 힘든 것은 마지막 검식이 부딪칠 때, 천마검공의 검식이 회전을 가미하면서 검력에 극에 이르렀는데 그것을 막아냈다.
‘나노, 청옥석 비석에 남아있는 파훼초식이 몇 초식까지 남아있었어.’
[백삼십 회 가량 검흔이 완성되었고, 마지막 검 초식의 스물네 번째 검식에서 비석의 모서리를 베어냈습니다.]‘아….’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청옥석 비석을 베어내려면 그저 검에 공력을 싣는 것만으로 불가능했다.
강기(罡氣)를 집밀 시켜야 가능하다.
마지막 검식은 평범한 식이 아니라 강기의 정수가 담겨 있었기에 그 엄청난 검력을 막아낸 것이었다.
‘단순한 검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구나.’
두 검 초식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천여운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천마검공 제 사초식의 마지막 검식에 실린 기세는 평범한 검식의 조합으로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그래서 무승부로 끝맺었구나.’
청옥석을 베어낸 마지막 일 식에 담긴 거친 투박함은 일종의 분노였을 것이다.
천마검공의 마지막 일 식을 꺾지 못했다는 분함이었을 지도 몰랐다.
무인으로서 굉장한 자존심이었다.
천마조사보다도 몇 세대 뒤의 인물이 과거의 절대자를 상대로 검흔으로 대결을 청하고 그것을 자신의 생각대로 꺾지 못했다며 분노하는 게 대단했다.
‘그만큼 몰입했다는 의미겠지.’
천여운은 두 절대자들 간의 검(劍)의 대결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이 분들의 검 초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지도….’
처음 초식을 익혔을 때와 절정의 극에 이르렀을 때 검 초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듯이 더 높은 경지로 오를 때마다 이해도가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자신은 천마검공이나 파훼검초의 일각만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여겨졌다.
“후우.”
천여운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심상으로 초식을 살펴본 결과 천마검공의 사 초식이나 파훼초식은 육신의 성장뿐 만이 아니라 더 높은 무공의 경지를 필요로 했다.
‘결국 무위를 높여야 하는 건가.’
막상 들뜬 마음에 천마검공의 삼, 사 초식을 머릿속에 전이 받았지만 정작 무위가 받쳐주지 않아서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 단계 시험이든, 독문 무기를 얻는 것이든, 천마검공의 후반부 초식까지 전부 얻기 위해서는 초절정 경지로 올라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오르고 싶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더 높은 경지로 오르기 위해선 이분들처럼 무공에 몰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초절정의 경지에 대해서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좌호법 이화명은 더 높은 경지로 향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가지지 말라고 하였다.
서두른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이 틀림없었다.
‘더욱 길게 보자. 지금처럼의 방법으로는 깨달음에 한계가 있다.’
그 동안 천여운은 나노의 도움을 통해서 남들보다는 빠르게 강해졌지만 더 높은 경지는 육신의 강화나 뇌 속의 전이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반 시진 가량 고민에 빠져 있던 천여운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폐관에 들어가자.’
그 결정은 바로 폐관 수련이었다.
사 단계 시험부터는 개인적으로 이루어졌고, 고수를 양성하는 기간이었기에 개방되지 않았던 폐관 연공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금동에 있을 때 절박한 환경에서 연이은 훈련은 천여운을 이레 만에 절정의 극에 이르게 만들어주었다.
천여운은 무공을 익힘에 있어서 그만큼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환경을 충족시켜주기에는 폐관 연공실의 수련이 가장 적합했다.
‘폐관에 들어간다면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이번에 폐관에 들어간다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나오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 전에 수하들도 챙겨야 했다.
마도관이 끝맺음이 날 때까지 그의 기반을 닦아놓아야 했다.
혼자서 강해져서 여섯 종파를 상대하기에는 수백 년에 걸쳐서 쌓아온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마교의 사 할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같이 강해져야 해.’
적어도 자신에 미치진 않더라도 수하들 역시도 그에 상응할 만큼 성장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무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상위 종파 출신인 육검(六劍)들처럼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수하들이었다.
‘종이에 전부 베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삼 단계 시험에 통과해서 남은 수하들은 총 서른네 명이었다.
그들이 익힐 수 있는 절정의 무공들의 사본을 만들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확실하게 준비하자!’
천여운은 곧바로 연공실을 나가서 마도관의 비품 담당 교두를 만나러 갔다.
다시 연공실로 들어올 때는 삼백 장에 가까운 종이와 많은 먹과 붓을 챙겨왔다.
“아니. 무슨 필사를 하는데 이만큼이나 필요하다는 거요?”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해서 대주의 신분을 얻었기에 마도관의 비품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었기에 주기는 했지만 담당 교두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유를 말해줄 수 없기에 천여운은 대충 얼버무리고 받아왔다.
“으음, 꽤 오래 걸리겠지?”
이렇게 짐작은 했지만 그만큼 긴 시일이 소요될 줄은 몰랐다.
보름 동안 식사와 수면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필사하는데 투자해서야 원하는 양의 비급서를 전부 옮겨 적을 수 있었다.
“후아!”
쉬지 않고 보름 동안 글만 적으니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였다.
쌓여있는 비급서 필사본의 숫자가 백이 권이었다.
이 정도로 많이 썼으니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절정의 무공 비급서이기 때문에 한 권씩만 주어도 충분할 텐데, 이렇게 많은 양을 필사한 이유가 무엇일까?
한 명씩 비급서를 받는다면 세 권씩 받을 수 있는 양이었다.
“이제 모으기만 하면 되겠군.”
삼 단계 시험이 끝난 후로 천여운이 수하들과 만나는 시간은 오직 저녁 식사 때였다.
사 단계 시험부터는 개별적으로 진행되기에 대부분의 생도들은 개인 연공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것은 천여운의 수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각자가 따로 식사를 해도 될 만도 했지만 수하들 간에 동료애를 쌓아야 한다는 고왕흘과 허봉, 자우민 등의 주장으로 저녁 식사만큼은 함께 모여서 하게 되었다.
유시(酉時) 무렵,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천여운의 수하들이 마도관의 식당 앞으로 모여들었다.
시끌벅적한 식사를 마친 후, 천여운은 수하들을 이끌고 예전 자신의 조가 모여 있는 숙소로 모이도록 했다.
뭔가 중요한 공지가 있다는 말에 수하들은 영문도 모른 채, 숙소로 모였다.
먼저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과 함께 수하들은 오랜만에 정담을 나누듯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얼마 있지 않아 천여운이 나타났다.
그 양손에는 백 권이 넘는 필사본 서적이 들려 있었다.
“헉!”
“주군, 도와드리겠습니다!”
많은 양의 필사본 서적을 내려놓는 것을 허봉과 진국이 그를 도왔다.
바닥에 서적을 내려놓은 천여운이 서른네 명의 수하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에게 공지할 게 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수하들이 집중했다.
“나는 내일부터 폐관에 들어간다.”
“네에?”
폐관 수련에 들어간다는 말에 대부분의 수하들이 꽤 놀란 반응을 보였다.
사 단계 시험에 통과하고 나서, 다음 단계를 통과하기 위해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는 말을 천여운에게 듣긴 했지만 벌써 폐관에 들어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주군, 혹시 계획해두신 기한이 있으십니까?”
어느 정도 수련을 예상했던 고왕흘이 손을 들어 물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기간을 정해두지 않았다. 일 년이 될 지, 이 년이 될 지는 만족할 결과를 얻을 때까지라고 밖에 말해줄 수가 없다.”
기한을 정해놓고 그 안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맨땅에 머리를 박는 느낌으로 폐관에 들어가는 것이었기에 빠르게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의가 담긴 천여운의 눈빛에 고왕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부디 주군께서 원하시는 성취를 얻길 바랍니다.”
-탁!
고왕흘이 포권을 취하자, 얼떨결에 백기를 비롯한 수하들 전체가 같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더 높은 경지를 위한 폐관 수련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원하시는 성취를 얻길 바랍니다!!!”
어차피 이것은 주군인 천여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도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폐관 수련에 들어가야 할지 몰랐다.
마도관에서 통과한 사람이 역대 기수를 통틀어 열 손가락에 꼽힌다는 육 단계 시험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마지막 시험이 바로 오 단계였다.
그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수련과 공을 들여야만 했다.
“고맙다. 그 전에 너희들에게 숙제를 주려고 한다.”
“네?”
훈훈했던 분위기가 천여운의 숙제라는 말에 일제히 냉각되었다.
수하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여태까지 뭔가를 특별히 지시하거나 했던 적이 없던 천여운의 숙제는 대체 무엇일까?
허봉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주군….숙제라하시면?”
“내가 폐관에 나올 때까지 모두 두 가지 숙제를 달성해라. 이건 부탁이 아니라 너희들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명령!”
근엄함이 담겨있는 천여운의 목소리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군으로서의 명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했다.
“내가 폐관에 나올 때까지 모두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해라.”
“모, 모두요?”
평범한 무도 가문 출신인 진국이 위축된 얼굴로 반문했다.
삼 단계 시험도 운이 좋아서 겨우 통과했는데, 과연 혼자서 사 단계 시험을 어찌 치를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일류 무공만으로 절정의 고수인 무공 교두들을 꺾는 것은 불가능 그 자체였다.
진국뿐만이 아니라 무공이 비교적 낮은 작은 종파의 수하들 역시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반면 육검 등과 같은 상위 종파의 수하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답변했다.
“명을 받듭니다!”
가장 크게 답한 것은 눈치가 없는 우소정이었다.
육검은 모두가 절정의 무공 경지에 올랐기 때문에 천여운의 명을 달성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지도 몰랐다.
‘좋은 취지이긴 하지만 기를 죽이는 것 같은데.’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채택겸이 의기소침해진 허봉이나 마칠, 진국 등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들도 사 단계를 통과하고 싶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담을 주는 것일지도 몰랐다.
“다음 숙제는 바로 이것이다.”
-탁탁!
천여운이 바닥에 쌓여있는 필사본 서적을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아까부터 이 서적들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던 수하들이었다.
“내가 주는 무공 비급서들을 전부 익혀라.”
“네?”
무공 비급서라는 말에 수하들이 일제히 의아한 눈빛으로 서적을 바라보았다.
빳빳한 새 종이인 것을 보면 분명 필사본이 틀림없었는데, 설마 무공 비급서일 줄은 몰랐다.
‘설마?’
문규가 뭔가 눈치 챘는지 두 눈이 커졌다.
최근 들어서 보름 동안 저녁 식사 때마다 천여운이 손목이나 옷에 먹물을 묻히고 와서, 문규가 가볍게 놀린 적이 있었다.
‘에이, 천 공자님! 뭘 그렇게 묻히고 다니시는 거에요? 얼굴에도 묻었어요.’
‘……필사할 게 있어서.’
그녀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자 얼굴을 붉히며 대충 얼버무렸던 천여운이었다.
그때는 그런 반응이 재미있어서 먹물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었다.
‘저걸 전부 필사했던 거야?’
꽤나 고생을 했을 것 같았다.
혼자서 연공실에 박혀서 저 많은 양의 종이에 필사를 하고 있을 천여운을 떠올리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다.
‘부탁하셨으면 도와드렸을 텐데.’
반면 고왕흘이나 채택겸은 다른 쪽으로 추측했다.
‘설마 주군께서 사 층 비급 서재에서 얻으신 무공을 공유하시려는 건가?’
‘아무래도 주군이 무공이 낮은 수하들을 위해서 절정의 무공을 필사하신 게 틀림없다.’
두 사람은 내심 천여운의 세심한 씀씀이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얻은 무공을 다른 이와 공유한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칠마검과 같은 마교인 모두가 익혀야 하는 소양 무공도 아니었고, 비급 서재 사 층이라면 절정의 무공이 아닌가.
“호명해주는 순으로 받아가라. 먼저 허봉.”
첫 번째 수하인만큼 제일 먼저 챙겨주는 천여운이었다.
“넵!!! 주군!”
허봉 역시도 무공 비급서라고 추측했는지 번개같이 달려왔다.
기대감으로 눈이 반짝거렸다.
그런데 천여운이 그의 손에 쥐어주는 것은 한 권의 필사본이 아니라 세 권이었다.
“응?……아아앗!”
필사본을 받아든 허봉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 반응에 생도들 모두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두 눈이 큼지막하게 커진 허봉이 떨리는 손으로 필사본의 겉장에 적혀있는 무공 명을 중얼거렸다.
“환검종(幻劍宗)의 환영검법!”
“화, 환검종의 검법?”
환검종의 환영검법이라는 말에 모든 수하들이 일제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교 내에서도 사십 위권에 드는 상위 종파의 무공이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헉! 주, 주군 이건….”
허봉이 말문이 막혀하자 답답해진 오종이 그를 보챘다.
“허봉! 대체 뭘 주셨기에 그러는 거야? 속 시원하게 말해봐.”
“화, 화산파의 낙영검법이랑 단철방의 단철각(斷徹脚)!”
“뭐어어어어!!!”
어찌나 놀랐는지 오종이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반문하고 말았다.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두 무공은 각기 정파와 사파의 절정의 무공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무림에 출두한 적이 없는 생도들이라고 해도, 구파일방에서 검으로 유명한 화산파나 사파에서도 악명이 높은 단철방을 모를 리가 없었다.
-웅성웅성!
조용해야 하는 숙소였는데도 수하들이 시끌벅적해졌다.
상위 종파의 무공 비급서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설마 정파와 사파의 무공의 비급서까지 필사해서 나왔을 줄은 몰랐다.
“주, 주군! 세 권이나 필사를 하신 겁니까?”
평소에 말을 잘 더듬지 않는 고왕흘조차 놀라서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절정의 비급서라 한 권을 외워서 나오기도 힘들었을 텐데, 설마 수하들을 위해서 세 권이나 필사해서 나왔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본교의 무공만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정파와 사파의 무공 비급도 익혀라.”
천여운이 한 사람당 세 권씩 필사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마교의 무공만 익히기보다는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무공을 접해보라는 의미였기도 했고, 무림으로 나아갈 훗날을 위해서였다.
“주군!!!”
감격한 허봉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바닥에 엎드렸다.
수하들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챙겨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중소 종파 출신으로 절정의 무공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그로서는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이것뿐이었다.
-쿵쿵!
바닥에 머리를 세차게 박으며 허봉이 외쳤다.
“주군의 하해(河海)와 같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이 한 목숨 바쳐서 강해지겠습니다. 반드시 명하신 것을 달성하겠습니다!”
그 만큼 무공을 연마하는 무인에게 절정의 비급서의 파급은 강했다.
다른 중소 종파 출신의 수하들 역시도 허봉만큼이나 감동했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아아! 우리 같은 작은 종파 출신들도 이렇게 챙겨주시다니.’
‘목숨을 바쳐서라도 충성을 다해야지!’
그의 수하로 들어온 것이 이 순간만큼은 무엇보다 옳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 세력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닦는 과정이 충성심마저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된 천여운이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수하들은 몰랐다.
쌓여 있는 나머지 아흔아홉 권의 필사본들이 전부 다른 무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