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86)
# 28장 폐관 수련(2) #
그렇게 허봉의 큰절로 인한 감동의 여운이 가시고, 천여운이 한 명씩 호명해서 필사한 비급서를 주어 차례대로 받아가게 했다.
한 번에 세 권이나 되는 절정의 무공 비급서를 받는 수하들의 입이 귀까지 걸렸다.
진국을 필두로 네 명 정도 되는 수하들이 필사본을 받아갔을 때 그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엇?”
“이, 이게 뭐지?”
먼저 비급서를 받은 네 명이 하나 같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니, 자우민이 왜 그런가 싶어서 물었다.
“또 왜 그러는 거야?”
자우민의 질문에 진국이 자신이 받은 무공 비급서를 겉장을 내밀었다.
겉장에 적힌 무공 명에는,
[비류검종(飛流劍宗) 비류검법(飛流劍法)]놀랍게도 그것은 허봉이 받았던 비급서와 달랐다.
검마종 산하의 상위 종파 중 하나인 비류검종의 비류검법이었다.
아직까지 무공 비급서를 받지 않은 수하들이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졌다.
“나, 나는 웅패권종의 대웅패권(大熊覇拳)인데?”
진국 다음 순서로 비급서를 받은 마칠이 자신의 비급서를 다른 수하들에게 들어 보였다.
진국과 마찬가지로 다른 상위 종파의 무공이었다.
“뭐라고? 웅패권종?”
고왕흘의 입이 벌어졌다.
마교 내에서 권으로 그의 종파인 마권종과 더불어 세손가락에 들어가는 상위 종파의 권법이었다.
현마종 산하에 속해있는 웅패권종은 그 위세가 대단한 곳이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저기…..이 비급서도 다른데.”
“뭐어어어!?”
네 명이 받은 무공은 전부 다른 상위 종파의 무공 비급서였다.
더군다나 정파와 사파의 무공조차도 완전히 다른 것들이었다.
가령 마칠이 받은 정파의 무공은 구파일방 중의 하나인 청성파(靑城派)의 추운권(追雲拳)이었고, 사파는 운남 흑사문의 무공인 흑풍권(黑風拳)이었다.
-웅성웅성!
허봉, 진국, 마칠, 연동천, 고하리 등 다섯 명이 받은 비급서들이 전부 다른 무공인데다 하나 같이 절정의 무공이자 놀라는 것을 넘어서 수하들에게 혼란에 빠졌다.
“저, 전부 다른 무공이라니!”
“지금 우리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야……이거 지금 단체로 꿈을 꾸는 거야?”
그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한 권의 무공 비급서를 외우는 것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 허봉에게 세 개의 비급을 주었을 때조차도 수하를 챙기는 씀씀이보다도 그의 오성이 대단하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다섯 명에게 준 무공 비급서만 하더라도 열다섯 권이었다.
사 층 비급 서재에서 세 시진이라는 시간 동안에 그 많은 책을 외웠다는 말이 아닌가.
‘서…..설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순간 몇몇 수하들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려왔다.
그 중 한 명이 호상화였다.
그녀는 공교롭게도 이 층 서재와 삼 층 서재에서 비급서를 열람하는 동안 천여운과 중복된 시간에 마주칠 수 있었다.
천여운과 같은 시간 대에 서재를 열람했던 이들은 그의 악명을 알고 있었다.
비급 서재의 민폐남.
정작 본인은 그 악명을 모르고 있었지만 생도들 모두가 싫어했다.
한 권의 책을 진득하게 외우지 않고 수많은 비급서를 훑어보듯이 넘겨대는 통에 호상화조차도 주군이 대체 왜 저러나 싶었었다.
‘그렇게 성의 없게 책장을 넘기던 게 전부 외운 거라고? 정녕 주군은 천재란 말인가!’
입이 절로 벌어졌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대단한 사건이었다.
이 사실을 무공 교두들이나 마도관의 관주가 알게 되면 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주, 주군! 설마….이 많은 비급서를 외우셨단 말입니까?”
고왕흘의 질문에 천여운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수하들의 무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에 많은 필사본을 준비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많은 양의 비급서를 외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으음…..별 수 없군.’
뭐 그렇다고 자신의 뇌에 나노머신이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
지금으로서는 철면피를 깔고 외웠다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흠흠, 그래.”
“하아,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건 정말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진심으로 주군께 감탄했습니다!”
고왕흘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애초에 비급 서재에 시간을 제한하고 외워서 나가게 한 것도 한 생도에게 많은 양의 비급서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마도관을 통해 후기지수 양성을 위해 상위 종파에서도 자신들이 가진 무공 비급의 일부를 비급서재에 기증했다.
그런데 이 비급이라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 하나만 익힌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각 종파의 것들을 다양하게 알게 된다면 그 용도가 완전히 달라져버린다.
그 종파들의 무공을 분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어느 종파에서 자신들의 무공이 분석되어 약점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겠는가.
‘주군께서 다섯 명에게 주신 상위 종파의 무공들은 전부 여섯 종파의 산하에 속해 있는 종파의 비급서이다.’
처음에는 그저 수하들을 위해서 무공 비급서를 외웠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주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저 주군의 일각만을 보았던 거다. 주군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신 것이 틀림없다.’
천여운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왕흘은 그렇게 오해해버렸다.
소교주 쟁탈전에 승리한 후에 여섯 종파와 그 산하의 상위 종파를 상대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천여운은 어느 종파가 여섯 종파의 산하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닥치는 대로 스캔을 했을 뿐인데, 공교롭게도 그 비급서의 상당수가 여섯 종파의 산하에 속한 상위 종파의 무공이었을 뿐이었다.
‘진짜 주군은 괴물이 틀림없어.’
‘누가 그 많은 비급서를 다 외운단 말이야.’
‘지금 네 앞에 계시잖아!’
-웅성웅성!
“이제 그만들 놀라하고, 비급서들을 받아가라.”
“넵!!!”
소란스러웠던 분위기가 가시고 수하들이 한 명씩 나와서 무공 비급서를 받아갔다.
전부 다른 무공의 비급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수하들은 자신은 어떤 비급서를 받게 될지 기대감에 차서 눈을 반짝였다.
“감사합니다! 주군 열심히 연마해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목숨을 바쳐서 주군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비급서를 받아가는 수하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것은 상위 종파인 육검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절정의 무공을 익혔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자신들까지 비급서를 챙겨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헤헤.’
문규 또한 자신이 받은 비급서를 품속에 꼭 챙겼다.
수하들 모두가 받은 것이었지만 천여운이 고생해서 만든 필사본이어서 그런지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모두가 비급서를 받았을 때, 백기가 조용히 천여운에게 전음을 보내서 한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야 원래 익히던 심법이 있어서 그렇다 쳐도, 하위 종파나 무도 가문인 진국 같은 녀석들은 내공심법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백기의 문제 제기는 타당했다.
하위 종파나 무도 가문들이 가장 시급한 것은 내공심법이었다.
그들이 익힌 내공심법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들이기에 절정의 공력을 쌓고, 비급서의 무공들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때 비급서를 훑어보던 허봉이 뭔가를 발견했는지 놀라서 외쳤다.
“주, 주군! 이건 설마 내공심법입니까?”
비급서에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었는데, 그것에는 내공심법의 구결이 적혀 있었다.
천여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기가 민망해졌는지 시선을 회피했다.
백기가 생각했던 문제를 천여운이 놓칠 리가 없었다.
“혼원공(混原功)?”
허봉의 말에 다른 진국도 같은 이름을 말했다.
“저, 저도 혼원공인데요?”
“어라? 나도 혼원공이야.”
“나돈데!”
“응?”
그 말에 육검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그들이 받은 내공심법은 전부 같은 것이었다.
전부 다른 무공의 비급서를 주었기에 심법 또한 다른 것을 주었으리라는 예상과 다르게 전부 혼원공으로 통일되었다.
‘처음 들어봤는데?’
‘혼원공이 대체 어느 종파의 무공이지?’
육검들이 의아해 했던 이유였다.
그들은 웬만한 상위 종파의 무공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혼원공은 처음 들어보았다.
“아!”
건곤혼원공의 심법 구결을 살펴보던 문규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완숙한 절정의 경지에 오른 그녀는 이 중에서 천여운을 제외한다면 가장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어떻게 이런 심법이 있을 수 있지?’
생각지도 못한 혈 자리로 운기를 하여 내공을 모으는 방법이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자신의 종파인 마룡장종의 내공심법보다도 더 효능이 뛰어나 보였다.
그것은 다른 육검들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주, 주군! 대체 이 심법은 어디서 찾으신 겁니까?”
채택겸 또한 놀랐는지 토끼 눈이 되어서 물었다.
그의 질문에 천여운이 이걸 어떻게 답변해야 하나 난감했다.
사실 이 심법은 출처는 사 층의 비급 서재가 아니었다.
불과 이틀 전,
천여운은 수하들에게 어떤 내공 심법을 줘야 할지 고민했다.
사 층의 비급서재에는 꽤 많은 내공심법이 있었는데, 전부 뛰어났기에 무엇을 주더라도 지금보다는 월등한 효과를 볼 것은 틀림없었다.
물론 최고라고 한다면 천마검공의 심법이었지만 이것은 천마 조사의 심득이면서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천여운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노에게 물었다.
‘나노 그 동안 내공에 대한 분석이 많이 진척되었어?’
[호흡을 통해서 생겨나는 에너지에 대한 분석을 계속 진행 중입니다.]‘그래?’
아직까지 확실하게 내공에 대한 분석을 마치진 않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미래의 과학 기술로도 입증되지 않은 에너지이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내공심법이 효과적으로 단전의 에너지를 증식할 수 있는지는 분류할 수 있습니다.]‘오! 그래? 그럼 네가 골라 줄래?’
[천마검공의 심법이 가장 월등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나노의 의견에 천여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말고.’
그건 당연히 알고 있는 정보였다.
그 다음으로 뛰어난 내공심법을 골라내려는 것이었다.
[다음 순서로는 무천심법이 있습니다.]‘아!’
생각해보니 무천심법(舞泉心法)이 있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우호법 섭맹의 내공심법이니 오 층 비급서재 급이라고 봐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래도 보류해야 할 것 같았다.
‘스승님께 무슨 소리를 들으라고….으음.’
‘뭐? 샘플이라니? 그런 건 없었잖아.’
[일 층의 비급 서재에 있던 내공원류(內攻原類)라는 책의 내용을 분석해서, 일, 이, 삼, 사 층에 있던 내공심법을 참고해서 만든 샘플 심법입니다.]‘……너 지금 내공심법을 만들었다고 한 거야?’
[호흡 에너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표본 샘플 작업을 거치고 있는데, 만들어진 부산물입니다.]‘샘플-37은 대체 언제 만든 건데?’
[스무 시진 전에 사 층에 내공심법에 대한 분석이 완료된 후에 참고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불과 이틀 전 쯤에 만들어진 내공심법이란 말이었다.
꽤 많이 놀랐는지 천여운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계속해서 내공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내공원류의 내용을 참고 삼아서 내공심법을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
‘혹시 천마검공의 내공심법도 분석했어?’
[동작을 통해 형성되는 운동 에너지와 체내의 호흡 에너지가 결합된 내공심법이라 분석이 완료되지 못했습니다.]내공원류에는 좌식과 호흡, 토납법을 통한 내공의 분석이 서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식을 펼치는 것을 통해 운기하는 방식은 지금의 나노가 가진 정보만으로는 분석이 힘들었다.
‘그럼 그 샘플이라는 심법의 구결을 알려줄 수 있어?’
[알겠습니다.]천여운은 시험 삼아서 나노가 만들었다는 내공심법을 운기해 보았다.
그 결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 돼.’
나노가 만든 내공심법은 거의 무천심법에 버금갈 만큼 뛰어났다.
더군다나 어떤 의미로는 무천심법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는데, 내공을 운기하는 방식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체내의 혈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만들어진 내공심법이었다.
이런 내공심법이라면 어떠한 무공과도 잘 호응할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좋아. 이걸로 하자!’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비급 서재의 내공이 아닌 나노가 만들어진 내공심법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샘플이라는 이름으로 줄 수 없기에 천여운이 내공심법의 이름을 작명했다.
‘이름을 뭘로 하지?’
작명 감각이 없던 천여운은 처음에 나노삼칠공(喇勞三七功)이라고 지었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이름을 바꾸었다.
무공원류를 바탕으로 심법들을 섞었다는 의미에서 혼원공(混原功)이라 하였다.
“주, 주군! 대체 이 심법은 어디서 찾으신 겁니까?”
“혼원공은……..사 층 비급 서재에서 찾았다.”
천여운은 이 같은 사실을 말할 수 없었기에 결국 비급 서재를 핑계로 거짓말을 했다.
“역시 비급 서재에는 숨겨진 보물들이 많군요!”
채택겸이 흥분된 목소리로 답하자 고왕흘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예전에 사라진 상위 종파의 심법 같네.”
마도관의 비급 서재에서 찾은 심법이라고 하니, 의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설마 혼원공이 불과 며칠 전에 탄생한 내공심법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내공심법에 대한 것도 마무리가 되고나서 천여운은 생도들에게 당부했다.
“나눠준 비급서들은 내일 안에 숙소에서 전부 외우고 파기하도록 해라.”
“넵!!!”
이렇게 많은 비급서들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다른 생도들이나 무공 교두들이 보았을 때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한 탓이었다.
“그리고…..육검들에게 따로 부탁이 있다.”
“부탁이라뇨. 마음껏 하명하십시오.”
호쾌한 고왕흘의 대답에 천여운이 차례대로 육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소 부족한 동료들이 있다면 너희들이 무공을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한다.”
아무래도 일류 무공조차도 익히기 벅차하는 수하들도 있었기에 비급서를 읽는 것만으로 익히기 벅차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육검들은 상위 종파였기에 어릴적부터 절정의 무공을 익혀왔기에 다른 생도들보다는 무공에 대한 이해력이 높았다.
“걱정 마십시오. 같은 동료끼리 돕는 것은 당연합니다.”
“….알겠다. 걱정하지 말고 폐관에 집중해라.”
“가르치는 것도 일종의 수련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왕흘과 백기, 채택겸의 대답에 천여운이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폐관 수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수하들의 문제는 해결한 셈이었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나니, 과연 자신이 폐관을 마치고 나왔을 때 얼마나 수하들이 성장해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럼 무운들을 비마.”
“넵!!!”
절정의 무공 비급서로 수하들을 설레게 했던 밤이 지나고 천여운은 다음 날 일찍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이 날 배웅하러 나온 수하들 중에서 누구도 천여운의 폐관 기간이 이렇게 길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