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87)
# 29장 주군이 돌아왔다(1) #
폐관 수련의 첫째 날.
마도관의 북서쪽에 자리한 폐관 수련 건물이 있다.
그곳의 뒤편 공터에서 천여운은 무공 교두인 상문여를 꺾고 사 단계 시험을 통과했다.
폐관 건물에는 육십 호실이 있었는데, 이번 기수에서 가장 첫 번째로 사용을 신청한 생도가 바로 천여운이었다.
호실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았다.
공간의 크기는 격세석 연공실보다 약간 넓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짚단으로 만든 침구와 벽곡단이 들은 항아리, 외부에서 물이 흐르도록 연결해놓은 식수대가 있었다.
-촤르르!
항아리 안에 들은 벽곡단을 손으로 휘저어서 살펴보니, 몇 년을 꼬박 먹을 만큼의 양이 들어 있었다.
마도관의 사 년 기간에 맞춰서 가져다 놓은 듯 했다.
‘많이 달라고 했더니 확실하네.’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둘 때까지 폐관 수련을 하겠다고 했더니, 확실하게 준비해주었다.
그 만큼 초절정의 경지로 오르기 위한 기간이 오래 걸릴 지도 몰랐다.
‘흠. 그럼 계획적으로 수련을 시작해볼까?’
초절정의 경지가 어떠한 것인지 막연하기 때문에 무작정 수련을 하는 것보다는 계획을 짤 필요성이 있었다.
천여운은 시간을 세 번으로 배분하였다.
오전, 오후, 밤으로 나누어 전부 다른 수련을 하기로 하였다.
‘오전에는 초식 수련, 오후에는 증강현실의 아바타와 대련, 밤에는 심법을 운기하자.’
효율적으로 분배를 한 천여운은 바로 수련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마도관의 사 층 비급 서재에 있던 절정의 무공들을 전부 뇌 속에 전이 받았다.
총 이백사십오 개의 절정의 무공이었다.
그 양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전부 전이 받는데, 두 시진이 꼬박 걸렸다.
다행인 것은 천마검공보다 수준이 확연하게 낮았기에 육체 전이를 굳이 받지 않더라도 무공들을 펼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아…..’
그러나 막상 머릿속에 무공을 전이 받고 나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상위 종파의 무공이기는 하나 이미 그보다도 월등히 높은 무공인 접무도법, 천마검공, 파훼검법에 비하면 수준이 낮았다.
다만 검과 도에서 그치지 않고 권법, 장법, 각법, 편법, 부법, 창법 등 다양한 무공을 체득했기에 무(武)에 대한 근본적인 시야는 넓어졌다.
-오도독!
점심 식사를 위한 벽곡단을 씹어 먹으며 천여운은 첫 아바타를 선정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천무금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그보다도 훨씬 뛰어난 아바타들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첫 상대를 정했다.
‘나노, 증강현실 개안. 아바타는 천유찬.’
[알겠습니다. 사용자의 시각 정보에 증강현실(增强現實) 개안(開眼) 가동.시뮬레이션을 위한 아바타를 생성합니다.
대상 모델 천유찬.]
나노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천여운의 동공이 떨리며 증강현실이 개안되었다.
그리고 눈앞에 흰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어 사람의 형태를 이루더니 이내 천유찬의 모습으로 변했다.
시작은 한 명의 아바타이지만 그 숫자를 늘리고 난이도도 높여나갈 계획이었다.
‘최종 목표는 스승님의 아바타.’
폐관 수련에서 나가기 전까지 우호법 섭맹의 아바타를 상대하는 것이 목표였다.
삼 단계 시험 당시에 사파의 죄수를 상대하던 섭맹의 움직임을 저장해놓았다.
“그럼 해보실까!”
-팟!
천여운의 신형이 땅을 박차고 나가며 천유찬의 아바타를 향해 쇄도했다.
그렇게 천여운의 긴 폐관 수련이 시작되었다.
천여운이 폐관 수련을 들어간 지 한 달 째,
그 사이에 마도관에서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한 생도가 세 명이나 생겼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두 번째로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한 자는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이었다.
천무연은 이레 째가 되는 날에 무공 교두를 꺾었다.
만약 천여운이 없었다면 천무연이 역대 마도관의 기수들 중에 가장 빠르게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한 기록을 가졌을 것이다.
세 번째로 통과한 생도는 소교주 후보자들에서 나오지 않았다.
마룡장종의 문규가 열흘 째 되는 날에 무공 교두 임평을 꺾고 사 단계 시험을 통과했다.
이 날 생도들은 문규가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개인 숙소를 얻고자 하는 열의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네 번째로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한 자는 검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경운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통과하려 했던 천경운이었지만 확실하게 무공 교두를 꺾기 위해 신중을 기하면서 기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천여운이 폐관 수련을 들어간 지 두 달 째,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이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를 따라가기라도 하듯 검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경운 역시도 폐관 수련을 신청했다.
문규 역시도 오 단계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폐관 수련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천여운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하위 종파의 수하들에게 무공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나기 전에 또 한 명의 사 단계 시험의 통과자가 나타났다.
그는 천여운의 육검 중에 제 일검인 백기였다.
천여운 산하에서 두 번째 사 단계 통과자가 나타난 것을 수하들은 기뻐했다.
다만 가장 수좌인 제 일검인 데도 불구하고, 제 육검인 문규보다도 뒤늦게 통과한 것 때문에 백기는 그리 내켜하지 않았다.
천여운이 폐관 수련을 들어간 지 넉 달 째,
복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금이 석 달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아 사 단계 시험을 통과했다.
시험에 통과하고 나서 천무금은 얼마 있지 않아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넉 달이 약간 못 미치는 날에 육검 중에서도 두 명의 새로운 합격자가 생겼다.
제 이검인 고왕흘과 제 오검인 우소정이었다.
고왕흘의 합격은 대부분의 수하들이 예상했던 부분이었지만 우소정의 경우는 의외였다.
육검을 겨루는 자리에서 여자인 호상화에게 패한 것에 유독 충격이 컸던 우소정은 뼈를 깎는 심경으로 부단히 수련해서 먼저 시험에 통과했다.
득의양양해 하는 우소정을 호상화가 한심하다는 듯이 비웃었다.
‘멍청이.’
‘내, 내가 왜 멍청이야?’
이상할 만큼 여자 생도들에게 욕을 먹는 우소정이었다.
두 사람이 합격하고 난 후에 마도관의 생도들 중에서도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한 생도가 다섯 명이나 발생했다.
덕분에 한 동안은 교두들에 대한 도전은 없었다.
천여운이 폐관 수련에 들어간 지 일 년 째가 되는 날,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한 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다섯 달 째에 남은 육검의 두 명인 호상화와 채택겸 역시 무공 교두들을 꺾고 대주의 패를 받았다.
타 생도들 중에서도 열 명이 넘게 합격자들이 생겨났다.
그 중 한 명이 사무종의 사마착이었다.
여섯 달 째에는 좋은 소식이 있었는데, 드디어 천여운의 수하들 중에서 절정의 초입에 오른 생도들이 생겨났다.
중소 종파에 불과했던 자우민과 오종, 임유환, 공진호이 절정 초입에 이르면서 다른 생도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열 달 째가 넘어갈 때 탈락자가 열다섯 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합격자도 있었는데 자우민과 임유환이 사 단계 시험에 통과하게 되었다.
딱 일 년이 되는 날에는 천여운의 수하들 간에 새로운 육검을 가리는 비무를 치렀다.
그 결과 육검의 순위가 바뀌게 되었다.
제 일검에 문규.
제 이검은 백기.
제 삼검은 고왕흘.
제 사검은 우소정.
제 오검은 호상화.
제 육검은 채택겸.
으로 결론이 났다.
백기가 분전을 했지만 끝내 문규를 이기지 못했다.
새로운 육검이 정해진 후에 문규, 백기, 고왕흘은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들 역시도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야 했고, 천여운의 수하들의 삼 할이 절정의 초입에 올랐기에 안심하고 폐관 수련을 결정했다.
천여운이 폐관 수련에 들어간 지 이 년 째가 되는 날.
그 사이에 생도들의 대다수가 사 단계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백이십 명이 남아있던 생도들 중에서 칠십일 명이 사 단계 시험을 통과하게 되었고, 나머지 생도들은 끝내 무공 교두들을 꺾지 못하고 방출되고 말았다.
서른네 명이었던 천여운의 수하들 중에서 열아홉 명도 방출 명단에 포함되었다.
주군의 명을 이루지 못했다고 시무룩해서 나가는 그들은 훗날을 기약했다.
그렇다고 해도 서른네 명이 모두 절정의 경지를 이룩한 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제일 장족의 발전을 이룩한 사람은 허봉이라 할 수 있었다.
이 년 새에 그는 완숙한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
오성이 뛰어나기 보다는 남들보다도 두 배를 이를 악물고 수련을 한 결과였다.
‘주군이 아직 만족할 만한 성취를 얻지 못 했나 본데요.’
‘어서 나오시면 좋겠는데.’
이 년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폐관 수련에서 나오지 않는 천여운을 수하들은 궁금해 했다.
아직까지 폐관 수련장에서 나온 자들은 없었지만 많이 지체되는 느낌이었다.
이 년 사이에 시험에 통과한 생도들의 팔 할이 폐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마도관의 기간 중에서 가장 조용한 시기가 찾아왔다.
덕분에 이 년 째 육검을 가리는 승부는 생략되었다.
천여운이 폐관 수련에 들어간 지 삼 년 째가 되는 날.
벌써 사계절의 세 번이나 지나가고 나뭇잎이 붉고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다시 찾아왔다.
삼 년 째가 되는 해에는 유독 많은 일들이 있었다.
폐관에 들어갔던 모든 생도들이 수련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폐관을 마친 칠십 명의 생도들 중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생도들은 사 할 채도 되지 않았다.
그만큼 초절정의 경지는 요원했다.
이 년하고도 넉 달 째가 되는 날에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은 바로 그 당일 날에 첫 번째로 오 단계 시험인 봉마동을 통과했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무위가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이 년하고도 여덟 달을 넘기지 않고 검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경운과 사무종의 사마착, 연현종의 극신, 마룡장종의 문규, 권마종의 고왕흘, 순각종의 백기 등 여섯 명의 생도가 오 단계 시험을 합격했다.
그 외에도 일곱 명이 도전을 했는데, 전부 봉마동을 통과하지 못하고 말았다.
의외인 점은 이 일곱 명의 탈락자 중에 복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금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이 탈락자들 중에 사망자가 세 명이 발생하면서 그 이후부터는 생도들이 쉽사리 오 단계 시험을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삼 년째가 되는 날에 다시 육검을 가르는 승부가 이루어졌다.
지난번과 다르게 폐관 수련을 통해 무공이 상승하면서 모든 수하들이 육검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결과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제 일검에 고왕흘.
제 이검은 문규.
제 삼검은 백기.
제 사검은 호상화.
제 오검은 우소정.
제 육검은 자우민.
으로 결정났다.
폐관 수련을 마치고 난 후에 고왕흘의 무공은 비약적으로 상승해 있었다.
권마종의 무공은 그 경지가 올라갈수록 외공도 뛰어나지는데, 백기조차도 그의 몸에 타격을 줄 수가 없어서 패하고 말았다.
우소정은 어떻게든 호상화만이라도 꺾어보려 애를 썼지만 폐관을 마치고 나온 그녀는 예전보다도 덩치가 훨씬 커졌는데, 도끼질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그렇게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입김이 나올 만큼 차가워진 공기는 알록달록 물들였던 나무들을 앙상하게 만들었다.
겨울이 오면서 이레에 한 번 꼴로 눈이 내릴 만큼 추워졌다.
숙소 뒤편에 있는 산 중턱에는 열세 명의 청년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천여운의 수하들이었다.
삼 년이라는 세월은 소년, 소녀들을 성숙하게 하기에 모자라지 않은 시간이었다.
항상 이곳을 거점 삼아 늘 모여서 같이 수련을 하는 그들이었다.
턱수염을 기른 고왕흘은 약관의 나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다른 생도들을 뛰어넘는 시간을 보낸 듯하다.
“응? 다들 오지 않았나?”
모두가 모인 줄 알았는데, 두 명이 보이지 않자 고왕흘이 의아해했다.
대답을 한 것은 자우민이었다.
“아…..아무래도 또 그곳에 간 것 같군.”
“휴.”
자우민의 말에 백기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모여 있는 생도들 중에서 유일하게 보이지 않는 두 명은 문규와 허봉이었다.
주군인 천여운을 기다린 지 삼 년을 넘기고 나서부터, 종종 그들은 폐관 수련 건물을 찾아가곤 했다.
이제라도 나오는가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였다.
“그래도 두 명이라도 같이 붙어있으니 다행이네요.”
호상화의 말에 고왕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두 명이라도 좀 불안하네.”
“문규가 걱정할 만큼의 실력도 아닌데 별걸 걱정하는군.”
백기의 말에 다른 생도들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하고 단주의 패를 받은 문규는 마교 내에서도 백 위권에 속하는 실력자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완숙한 초절정 경지의 고수를 걱정할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근래에 들어서 소교주 쟁탈전이 점점 심화되고 있어. 백기 자네도 식당에서 검마종의 후보인 천경운이 또 제의하지 않았나.”
고왕흘이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소교주 쟁탈전이었다.
마도관에 들어온 지 사 년차가 되면서 그 끝이 멀지 않게 되자, 소교주 후보자들 간에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점차 격화되고 있었다.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던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 역시도 생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이 세력을 모으는 과정에 천여운의 수하들에게조차 손을 내민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 딴 놈한테 넘어갈 것 같나?”
“자네를 못 믿는 게 아니라 무슨 수작을 벌일지 모른다는 게지.”
천여운이 삼 년이 넘게 폐관에 들어가 부재하니, 그 수하들을 탐내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 그들은 주인이 없는 수하들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자우민도 같은 생각인지 백기에게 말했다.
“그건 고왕흘의 말이 맞아. 검마종의 천경운 그 녀석은 천유찬과 다를 바가 없어. 무슨 수작을 걸지 모른다고.”
“…..그래서 우리끼리 붙어 다니잖아.”
대응책으로 연공실에서 훈련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다 같이 붙어 다니고 있지만 점차 그것이 심해져갔다.
예감이 안 좋았는지 고왕흘이 도저히 안 되겠다는 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데리러 가야겠네.”
결국 그들은 두 사람을 데리러 가기로 했다.
한편 북서쪽의 폐관 건물 앞에는 스무 명이나 되는 생도들이 위협적으로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문규와 허봉이었다.
고왕흘의 불안한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스무 명이나 되는 생도들을 이끌고 온 자는 바로 검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경운이었다.
문규가 난감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무기들을 보면 작정하고 온 듯 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너를 해하려고 온 게 아니니까. 본 공자의 제의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게 어때? 문규.”
천경운의 말에 허봉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니. 무기까지 들고 와서는 해하려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건 대체 뭡니까?”
“네 녀석 따위에게 제의한 게 아니다. 끼어들지 마라.”
천경운이 탐내하는 인재는 허봉이 아니었다.
여섯 종파에 버금가는 상위 종파인 마룡장종이라는 거대한 힘을 가진 문규를 원했다.
천여운이 자리를 비운 틈에 그녀를 영입하기 위해 수차례나 접선해왔던 그였다.
“휴, 몇 번이나 거절했을 텐데요. 저는 모시는 주군이 있다구요.”
억지를 부리는 천경운에게 문규가 단호하게 답했다.
애초부터 말로 해서는 거절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던 천경운이었다.
“어쩔 수 없군. 내 식대로 하는 수밖에.”
“…..그게 무슨 뜻이죠?”
“쓸 만 한 장기 말을 얻는데 어느 정도 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완강한 그녀의 태도에 천경운은 힘을 써서라도 무조건 영입할 작정이었다.
힘을 숭상하는 마교에서 말로 설득한다는 생각 따윈 없었다.
천경운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회색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챙!
“이렇게 하도록 하지. 나와 겨뤄서 네가 패한다면 나의 수하로 들어와라.”
“정말 억지가 심하시군요.”
“네가 이긴다면 그냥 보내주도록 하마.”
이미 기수식까지 취하고 있는 천경운의 태도를 보아선 어쩔 도리가 없어보였다.
문규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생도들을 뚫고 나가기에는 그들 한 명, 한 명이 완숙한 절정 경지를 넘나드는 고수들이었다.
결국 그녀 역시도 보폭을 벌리며 마룡장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소교주 후보자라고 해도 지나칩니다.”
-챙!
허봉이 상기된 얼굴로 검을 빼들었다.
비겁한 수작으로 문규를 노리는 이들의 태도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내가 네놈한테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했지.”
천경운이 손을 들어올려 신호를 보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근처에 있던 세 명의 생도가 허봉을 향해 초식을 펼치며 공격해왔다.
-촤촤촤촤촥!
‘빌어먹을!’
허봉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환영검법의 검초를 펼쳐서 대응하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를 향해 검초를 펼치며 쇄도해오던 세 명이 생도가 움직임을 멈췄다.
마치 그들의 시간만 멈춘 것처럼 검을 휘두르던 자세에서 고정이 되고 말았다.
“이익!”
“이, 이게 대체 무슨!”
“안 움직여!”
아무리 공력을 끌어올려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형의 기운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지금 무슨 짓거리를 하는 거야!”
그들에게 벌어진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던 천경운이 노기가 치솟아서 소리쳤다.
세 명의 생도가 이구동성으로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그들의 몸이 허공으로 부웅 하고 떠오르더니 뒤로 끌려갔다.
-쿠당탕!
“크윽!”
“흐헉!”
강제적으로 끌려간 그들의 몸이 바닥을 내뒹굴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세 명의 생도들은 자신들의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역량을 감지했다.
그때 문규와 허봉이 동시에 그들의 뒤에 서있는 자를 향해 소리쳤다.
“주군!!!”
“천 공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