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90)
# 30장 봉마동의 비밀(1) #
무공 교두 세 명이 앞장서서 마도관의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선임 무공 교두인 호진창이 자신들의 뒤를 따라 걸어오는 천여운을 힐끔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만난 천여운은 소년티를 완전히 벗고 청년이 되었다.
‘정말 놀랍구나.’
호진창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삼 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역시도 꾸준히 무공 연마를 했기에 초절정의 극에 올랐다.
생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두가 되기 위해서였다.
‘이젠 반대 입장이 되었군. 허허허.’
노란 명찰 쟁탈전 때 겨루면서 언젠가 천여운의 실력이 더 성장한다면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서 도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단순히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인가.’
수백 년 간 마교의 수장으로 군림해온 천(天)가의 혈통이었다.
여섯 종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도관 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천여운이 새롭게 만들어갈 마교가 궁금해졌다.
그러던 사이에 마도관의 가장 북쪽에 있는 허름한 건물에 도착했다.
봉마동(封魔洞).
건물 앞의 비석에 새겨진 문구였다.
풀이하자면 마귀를 봉인한 동굴이라는 의미였다.
허름한 건물은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오 단계 시험은 현재의 주군이시라면 저희보다도 쉽게 통과하실 겁니다.’
먼저 오 단계를 통과한 고왕흘이 그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그들이 이르기로는 봉마동 안에는 각종 기관 진식과 수많은 함정이 있는데,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감(氣感)이 높아야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야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동굴 안에 들어가면 조금 무서워요.’
문규는 봉마동에 들어갈 때 시야를 밝힐 수 있는 횃불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오직 기감만으로 어둠 속에서 통과하는 것이 과제라고 하였다.
‘그런데 저는 동굴 안에서 이상한 울음소리를 들었거든요.’
‘엇? 문규 자네도 들었나?’
‘……나도 들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백기가 조용히 말했다.
‘헉!’
‘환청이 아니었어?’
고왕흘과 문규가 동시에 소스라치게 놀라했다.
그들은 시험을 치르는 내내 짐승 혹은 알 수 없는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하였다.
알 수 없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지만, 동굴을 통과하는 내내 어떠한 기척도 감지할 수 없었기에 막상 밖으로 나와서는 환청으로 여겼던 그들이었다.
“이곳이 입구다.”
-끼이이익!
호진창이 허름한 건물의 다 낡아서 삐걱거리는 문을 열었다.
-휘이이이!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그 안에서 더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온다는 것은 동굴의 규모가 생각보다 넓은 듯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그 내부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지하의 어둠은 심연과도 같았다.
-끼리리릭!
무공 교두 중의 한 사람이 계단 옆에 있는 나무 기둥을 뒤로 밀쳤다.
-쿠르르르!
그러자 지하에서 뭔가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사전에 기관 진식이 설치되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천여운이었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호진창이 오 단계 시험에 대해 소개했다.
“오 단계 시험은 이곳 봉마동의 동굴을 통과하면 되네. 어둠 속에서 오직 기감만으로 각종 함정을 통과하는 것이 과제이지. 동쪽 편에 바깥으로 나오는 출구가 있네. 우리는 한 시진 동안 그곳에 기다릴 걸세.”
“시간제한이 있군요.”
“실질적으로는 한 시진도 안 걸리네. 그 안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사고가 있다고 판단해서 기관 진식을 중지할 거네.”
그 사고로 세 명의 생도가 목숨을 잃었다.
기관 진식의 함정은 하나하나가 목숨을 위협할 만큼 위험했다.
들어가기 전에 무공 교두들이 천여운의 몸을 수색했다. 불씨를 피울 수 있는 물건을 챙겨 가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들고 가는 무기는 그 도인가?”
“그렇습니다.”
횃불이나 등은 챙겨갈 수 없지만 무기는 들고 갈 수 있다.
기관 진식이 발동한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확인해보겠네.”
천여운이 등허리에 차고 있던 푸른색 도집을 넘겨주었다.
그의 도는 구야자의 후손인 대장장이 구선웅이 주조해준 무기였다.
-챙!
호진창이 도집에서 도를 뽑았다.
얇고 가벼운 도신에는 접무(蝶舞)라는 음각이 새겨져 있었다.
천여운이 부탁해서 새겨 넣은 음각이었다.
“좋은 도로군.”
현철로 만들어진 도는 아니었지만 도날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예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얼핏 보면 우호법 섭맹의 광무도와 닮은꼴이었다.
호진창이 도집에 도를 집어넣고 천여운에게 넘겨준 후에 지하 계단을 가리켰다.
“그럼 오 단계 시험을 시작하게.”
“알겠습니다.”
“무운을 빌겠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호진창은 사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초절정의 고수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기관 진식을 화경의 경지에 오른 천여운이 통과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탁!
천여운이 어둠으로 점철된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끼이이익!
뒤에서 무공 교두들이 문을 닫고 나가자, 희미했던 빛이 사라지고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기감을 발산하면 육안으로 자세히 보이진 않더라도 어렴풋이 막힌 곳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
‘나노. 야간 투시경 모드.’
[사용자의 눈에 야간투시경(夜間透視鏡) 모드를 개안합니다.]나노 머신인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며 천여운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이내 어두웠던 그의 시야에 빛이 증폭되면서 지하계단이 선명하게 보였다.
만들어진지 오래되었는지 돌계단이 많이 부식되어 있었다.
‘꽤 많이 내려가야 하는 구나.’
천여운이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을 타고 내려갈수록 공기가 차갑다는 느낌보다도 더욱 스산해졌다.
대략 네 층 정도 되는 계단을 밟고 내려왔을 무렵 그 끝이 보였다.
지하에 도착하자 그의 눈앞에 동굴로 들어가는 통로가 보였다.
‘무슨 냄새지?’
통로의 입구에서 코끝을 자극하는 역한 냄새가 맡아졌다.
기름 냄새 같기도 했고 혹은 피비린내 같기도 했다. 여러 냄새들이 뒤섞여서 무엇인지 알기는 힘들었다.
‘일단 들어가 보자.’
천여운이 통로로 들어서자 희미한 바람이 느껴졌다.
기감으로 출구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이것을 두고 한 말인 듯 했다.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바람을 따라서 통로를 지나가면 출구로 갈 수 있으리라.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다소 매끄러운 벽면을 보니 동굴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관 진식을 설치했으니 당연한 거겠지.’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천여운의 눈에는 동굴 통로가 훤하게 보였기 때문에 그대로 가기만 하면 되었다.
빠르게 통과하자는 생각에 바람이 흘러들어오는 방향을 향해 경공을 펼쳤다.
-탓! 쿠르르르!
“응?”
발을 바닥에서 떼는 순간, 벽면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며 통로의 옆면에서 날카로운 창들이 천여운을 향해 튀어나왔다.
창날이 미처 닿기도 전에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창대가 전부 부러졌다.
‘이런 식이었나.’
언제 기관 진식의 함정이 발동할지 알 수 없었다.
확실히 어설픈 무위로 이곳에 들어선다면 함정에 당할 수도 있었다.
경공을 펼쳐서 단숨에 빠져나가려 했던 천여운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걸어서 나가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렇게 신중해진 눈빛으로 천여운이 통로를 걸어갔다.
얼마 걸어가지 않았는데, 또 다시 기관 진식이 발동했다.
-팍! 쿠르르르르!
발을 내딛은 돌바닥이 밑으로 들어가더니, 앞뒤로 열 보 거리의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헛!”
천여운이 경공을 펼쳐서 앞으로 몸을 뻗어 이를 벗어났다.
-쿵!
조금만 늦었어도 내려앉는 천장에 압사당할 뻔했다.
확실히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이런 함정이 발동한다면 아무리 초절정의 고수라고 한들, 까딱 잘못했다가는 당할 수도 있었다.
기감을 확실하게 열어둬야 했다.
앞이 보여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두 번이나 연달아 함정을 경험한 천여운은 신중하게 통로를 이동했다.
조심해서 살펴보니, 기관 진식의 발동 조건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함정들은 발을 잘못 내딛으면 발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것만 주의하면 되겠군.’
나노의 야간투시경 능력 덕분에 천여운은 그것들을 전부 피해서 이동했다.
어둠 속이었다면 어쩔 수 없이 밟을 수밖에 없지만 시야가 보이는 이상 소용없었다.
‘음.’
한참을 이동하면서 천여운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확실히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바람을 따라서 이동하기 때문에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지만, 동굴의 통로들은 하나가 아니었다.
여기저기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들이 열려있었다.
바람의 흐름이 없다면 미로처럼 이어져 있는 다른 통로에 잘못 들어섰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어 보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낯이 익지.’
처음 들어왔는데도 이 꾸불꾸불한 통로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동하는 내내 그 생각에 잠겨 있던 천여운이 그 낯익은 이유를 알아냈다.
“설마?”
그것은 그가 이 동굴 통로를 들어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노. 전에 구금동에서 야광주를 모아서 스캔했던 장보도 지도 있지?’
[네. 데이터에 저장되어 있습니다.]‘입체영상으로 구현해줘.’
[알겠습니다. 사용자의 시각 정보에 증강현실(增强現實) 개안(開眼) 가동합니다.저장되어 있던 지도를 입체영상으로 구현합니다.]
나노의 목소리와 함께 천여운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리며 흰 빛의 입자의 선이 그려지며 증강현실이 개안 되었다.
이윽고 그의 시야에 입체영상으로 저장되어 있던 지도가 구현되었다.
구금동에서 천마검공의 심법 구결이 적혀 있던 야광주들의 뒷면에 그려져 있던 장보도였다.
“역시!”
천여운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대체 이 지도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궁금해 했었는데, 정답은 바로 이곳 봉마동의 장보도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통로의 길들이 지도와 완전히 동일했다.
‘나노 확실하지?’
[지도와 동굴의 형태가 동일합니다. 지도에서 저희가 있는 위치 좌표는 이곳입니다.]입체영상으로 구현된 지도 안에 붉은색 빛의 점이 생겨났다.
천여운이 서있는 위치였다.
“오! 이런 것도 되는구나.”
이것을 기준으로 이동한다면 장보도에서 안내한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 단계 시험을 치르는 도중이었지만 궁금해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천마검공의 심법 구결이 있던 야광주에 새겨진 장보도였기에 분명 천마 조사가 안배한 무언가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아직 이 각 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결국 천여운은 장보도가 안내하는 위치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되돌아가야 하네.’
처음 출발했던 위치에 있던 네 갈래 중에서 가장 우측에 있는 통로로 들어가야 했다.
지도가 있기 때문에 미로처럼 복잡한 동굴 통로를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한참을 통로를 따라 걸어가던 중이었다.
-크르르르!
‘응?’
그때 어디선가 희미하게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환청이라고 하기에는 그 소리가 뚜렷했다.
아무래도 문규와 고왕흘이 들었다고 하는 그 울음소리인 듯 했다.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데.’
기감을 열어보아도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이런 동굴 안에는 쥐라도 있을 만도 했는데, 그런 작은 움직임조차 없었다.
의아해하던 천여운이 울음소리에 신경 끄고 다시 지도를 따라 이동했다.
‘나가는 통로도 아닌데 함정들이 이렇게 많다니.’
혹시나 해서 바닥을 살펴가면서 이동했는데, 출구로 나가는 길에 있던 기관 진식보다도 더 많은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게 신중하게 함정들을 피해서 한참을 들어가던 끝에 드디어 장보도에서 표시된 장소에 도착했다.
“이건…..”
천여운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장보도가 안내한 동굴의 끝에는 푸른색의 거대한 벽으로 막혀있었다.
순간 자신이 지도를 잘못 본 것인가 착각했는데, 확실히 안내한 장소가 틀림없었다.
“아! 설마….”
바로 앞에서 보느라 몰랐는데 뒤로 열 보 물러나 보았다.
거대한 석면에는 벽면 전체를 가득 매울 만큼 큰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봉(封)?”
봉하다는 의미의 한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