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94)
# 31장 천마검공을 완성하다(1) #
원래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하게 되면 곧장 마도관주에게 가지만, 끈적이는 검은 물에 젖어서 악취가 심한 천여운은 숙소에 먼저 들릴 수 있게 되었다.
숙소에 도착한 그는 곧장 몸을 씻었다.
반 시진 가까이 목욕을 해서야 겨우 악취가 가셨다.
목욕을 마친 천여운은 자신의 옷에 물든 검은 물을 짜내서 대야에 모았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접무도가 부서지면서 비게 된 푸른색 가죽 도집에도 이 악취 나는 검은 액체를 모아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천여운이 어째서 이 검은 액체를 모은 것일까?
그것은 봉마동의 숨겨진 청옥석 석실에서 나오기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흑검의 위력을 시험한 그는 만족스럽게 시험을 재개하려 했다.
그러나 전신이 뜨거워지는 알 수 없는 현상 때문에 잠시 멈춰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을 취했다.
일 각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천여운의 모공에서 소량의 노폐물들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 액체들이 빠져나온 후부터 전신의 경맥들에 흐르는 내공들이 더욱 원활하게 도는 것이 아닌가.
‘이게 대체?’
[체내에 흡수되었던 점도 높은 액체가 전신의 경맥을 순환하면서 남아있는 소량의 노폐물들을 체외로 배출시켰습니다.]천여운은 화경의 경지에 오르면서 막혀있던 임독양맥(任督兩脈)이 타통하면서 전신의 경맥에 있던 노폐물들이 전부 배출되었다.
그러나 사람인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경맥에 불순물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완전히 선식을 하고 선도(仙道)를 지향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나노의 설명대로라고 한다면 미세하게 남아있던 노폐물마저 배출시킬 만큼 이 액체는 굉장한 효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아! 이 액체에 그런 효능이 있단 말이야?’
생각해보니 이 액체는 이무기가 죽으면서 흘러나왔던 피였던 걸로 기억했다.
그에게는 자그마한 효과를 가져왔지만 이것을 수하들에게 준다면 경맥에 있던 불순물들을 배출하고 원활한 운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챙겨가야겠다!’
담아갈 것이라고 해봐야 접무도가 부러지면서 비게 된 가죽 도집뿐이었다.
도집 안에 검은 액체를 담은 천여운은 석실 전체에 가득한 검은 물을 바라보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양이라면 본교의 무력을 높일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아쉽게도 무산되고 만다.
나가려고 하던 천여운은 발밑에 걸리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탁!
‘뭐지?’
석실 바닥의 한 가운데 덩그러니 박혀있는 이것을 기이하게 여긴 그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뽑아냈다.
-콰지지지직!
그 순간 빠진 곳을 중심으로 바닥이 붕괴하며 함몰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함몰에 놀란 천여운은 다급하게 경공을 펼쳐서 청옥석 석실을 빠져나왔다.
조금만 늦었다면 꺼지는 바닥에 빠질 뻔했다.
‘…….이런.’
함몰된 거대한 구멍에 석실을 무릎 높이까지 메우고 있던 검은 물이 전부 빨려 들어갔다.
바닥까지 청옥석으로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조금이라도 챙겨놓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대야에 받아놓은 정도라면 마도관에 남아있는 수하들에게 줄 수 있는 양은 충분히 되었다.
‘그나저나 이게 아직 남아있을 줄이야.’
천여운이 숙소의 탁자 위에 올려놓은 흰 몽둥이를 보았다.
석실에서 뽑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무엇인지 긴가민가했던 그였다.
사슴의 뿔처럼 생긴 투박한 몽둥이가 무엇인지 고민했던 천여운은 이내 자신의 환상 속에서 보았던 흰 이무기의 잘린 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급하게 챙겨오긴 했는데…..이걸 어떻게 써야 하지?’
이무기의 뿔이니까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챙겨왔다.
이무기의 피가 전신의 경맥에 있는 노폐물을 내보내는 효과가 있었으니, 이것을 고아먹으면 내공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나노, 이 뿔을 분석해줘.’
[알겠습니다.]천여운이 뿔에 손바닥을 갖다 대자 짜릿한 느낌과 함께 나노가 그것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분석 결과가 나왔다.
[분석한 결과 프로그램의 데이터에 없는 성분으로 구성되어있어 알 수가 없습니다.]‘알 수 없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영물이라 할 수 있는 이무기에 대한 정보가 과학이 발달한 먼 미래라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데이터에 없는 성분이었으니 이것의 효능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뿔의 경도가 초고경도 금강석에 약간 미치지 않는 경도를 가지고 있습니다.]‘그, 금강석?’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라 불리는 초고경도 금강석에 약간 미치지 않을 정도면 엄청난 경도였다.
청옥석보다도 훨씬 단단하다는 이야기였다.
호기심이 생겨난 천여운이 검결지에 푸른빛의 검강(劍罡)을 일으켰다.
-우우웅!
단전에서 마성(魔性)의 기운을 끌어내지 않는다면 평소와 같은 검강을 일으키는 게 가능했다.
시험해보기 위해 최대한 검강을 응축시켜 뿔을 내리쳤다.
-촥! 치치치치치칙!
놀랍게도 검강을 내려쳤는데 이무기의 뿔은 멀쩡하게 버텨냈다.
오히려 묘한 반탄력이 일어나 강기를 대항하기마저 했다.
영물의 뿔이라 하여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단단할 줄은 몰랐다.
“아!”
놀라는 것도 잠시였고 천여운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천마검공을 펼칠 수 있는 흑검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천마검(天魔劍)이라고 음각이 새겨진 것이 마음에 걸렸던 그였다.
‘이걸로 검이나 도를 만들면 되겠구나!’
이 정도로 단단한 뼈라면 제련해서 검이나 도를 만들면, 그가 펼치는 천마검공의 검법이나 접무도법의 도법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내일 일찍 구 장인에게 가봐야 겠다.’
워낙 강도가 단단해서 과연 제련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지만 명장인 구야자의 후손인 구선웅이라면 어떻게 가능하지 않을까.
신시(申時) 중엽,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천여운은 곧장 마도관의 본관으로 향했다.
본관 건물의 앞에는 오 단계 시험에 동행했던 세 무공 교두들 중에서 가장 젊은 마윤이라는 교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꽤 오래 걸렸구려. 천 대주.”
“죄송합니다. 냄새가 금방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구려.”
무공 교두 마윤이 이해가 간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살면서 그런 지독한 악취는 처음 맡아보았다.
한편으로 봉마동의 지하 동굴에 그런 함정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봉마동에 있는 기관 진식을 직접 겪어본 무공 교두라고 해봐야 선임 무공 교두인 호진창뿐이었다.
“들어갑시다.”
무공 교두 마윤을 따라 본관 일 층에 있는 관주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무실에는 마도관주인 좌호법 이화명과 선임 교두인 호진창이 단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천여운을 바라보는 이화명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응?’
불과 한 시진 반 정도 전에 집무실에 천여운을 보았던 그였다.
그런데 오 단계 시험을 치르고 나서 풍겨져오는 기운이 더욱 강해져 있었다.
잘 갈무리하고 있었지만 묘한 마성(魔性)마저 느껴졌다.
‘……정말 호 교두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예전에 봉마동에 들어간 적이 있었지만 미로 같은 동굴에는 기관 진식 이외에 어떠한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호법가 출신인 그도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이야기였다.
[오직 ‘자격’을 갖춘 자만이 봉마동에 숨겨진 마(魔)와 조우하리라.]마교 내에서도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였고, 허황된 소문이라고 생각했다.
수백 년 동안 누구도 그 마(魔)를 조우한 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여운이 익힌 그 ‘검법’부터 시작해 봉마동을 다녀온 후로 풍기는 마성에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쩌면 본교에 진정한…..’
“흠흠! 관주님.”
헛기침을 하는 호진창의 목소리에 혼자 생각에 잠겼던 이화명이 표정을 바꾸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천 대주, 아닌가. 이제는 천 단주라고 해야겠군.”
이화명이 집무실 책상 서랍에서 금색 패를 꺼내서 넘겼다.
금색 패에는 단(團)이라고 음각이 새겨져 있었다.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하면서 단주로 직위가 상승하게 된 것이었다.
단주의 신분을 상징하는 패를 받아든 천여운이 좌호법 이화명에게 포권을 취했다.
“감사합니다.”
“오 단계 시험을 합격한 것을 축하하네. 이제는 정말 어엿한 본교의 고수로 성장했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이화명의 입에서 나온 칭찬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성장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언제 방출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던 애송이가 본교의 장로들조차 무시하기 힘들 정도의 고수로 일취월장하였다.
‘……섭맹 그 주정뱅이 놈한테 정말 양보할 게 아니었어.’
만약 천여운이 소교주 쟁탈전마저 이겨내서 소교주의 자리를 쟁취하게 된다면, 우호법 섭맹은 호법가로서 최초로 차기 교주를 제자로 키웠다는 명예를 얻는 셈이었다.
이제는 자신이 제자로 받을 수준은 한참 넘어섰기 때문에 내심 아쉬웠다.
“축하드립니다. 단주님.”
무공 교두 마윤이 공손하게 포권을 취하며 천여운을 축하했다.
이제 단주의 자격을 지녔기 때문에 천여운의 직위는 무공 교두들보다 높았다.
마도관에서 그에게 평대를 할 수 있는 자는 마도관주인 이화명과 같은 단주급 패를 가진 선임 무공 교두 호진창뿐이었다.
“여기 받게.”
선임 무공 교두 호진창이 천여운에게 마룡단이 담긴 작은 목함과 함께 뭔가를 넘겼다.
“이건?”
“본교의 단주들에게 지급되는 비수(匕首)일세.”
비수의 손잡이가 고급스럽게 꾸며졌고, 날을 가리는 검집의 가죽 또한 잘 제련되어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검집을 열어보자 짧지만 날카로운 예기를 풍기는 검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철로 만든 것이지.”
비수에 검신에 천마신교(天魔神敎)라고 작게 음각이 새겨져 있었다.
새겨진 음각에서 검기가 느껴졌다.
장인이 새긴 것이 아니라 검의 고수가 새긴 듯 했다.
“그 음각은 교주님께서 직접 새기신 것이네. 단주들에게만 하사하시는 영광스러운 물건이지.”
호진창의 말에 천여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교주의 검기로 새긴 비수이기에 생도들이나 교인들에게는 무한한 영광일지 모르겠으나, 천여운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착!
가죽집에 비수를 집어넣은 천여운이 그것을 허리춤에 꽂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버리고 싶었지만 좌호법 이화명이나 무공 교두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천여운이 차갑게 식은 자신의 속내를 숨기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오 단계를 통과했으니, 육 단계 시험을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그 질문에 좌호법 이화명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의욕이 넘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흥미롭게 되었군.’
어쩌면 육 단계 시험은 지금의 천여운이 가장 바라는 시험일 수도 있었다.
마도관이 창립된 이래 열 손가락을 넘긴 적이 없는 육 단계 시험은 적어도 화경의 경지에 올라야만 치를 자격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도들은 육 단계 시험을 치르지도 못하고 마도관을 졸업했다.
마도관의 입관식 당시에 대부분의 생도들에게 해당 사항이 없다면서, 설명을 생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칠십 년 만에 드디어 그 자격을 갖춘 이가 나타났다.
바로 천여운이었다.
“천 단주, 지금의 자네라면 충분히 자격이 되는군.”
‘아아아! 육 단계라니!’
‘내 대에서 보게되는 구나. 허허.’
자격이 있다는 말에 오히려 무공 교두들이 더욱 들떴다.
마도관에서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선임 무공 교두 호진창조차도 자신의 임기 기간 중에 육 단계 시험의 자격을 갖춘 자는 처음 본다.
“육 단계 시험은 본교의 최고 고수들이라 할 수 있는 열두 장로 중의 한 분께 도전하는 것일세.”
의미심장한 이화명의 말에 잔잔했던 천여운의 두 눈동자가 파도처럼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