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98)
# 32장 변수의 육 단계 시험(2) #
육 단계 시험을 치르기 엿새 전 저녁,
십만대산의 마교의 성내 서쪽 독마종의 장원에 있는 종주의 집무실.
집무실에는 독마종의 수뇌부들이 집결해 있었는데, 전과는 달리 분위기가 심각했다.
오전에 마도관에서 보내온 육 단계 시험에 대한 공문 요청 때문이었다.
누구도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참으로 공교롭군.’
현마종의 종주인 일 장로 무진원에게 육 단계 시험의 요청장이 날아왔다는 소문에 그의 손에 골칫덩이와 같은 천여운이 처리될 거라는 생각에 남은 다섯 종파에서는 이를 매우 달갑게 여겼다.
삼 년 동안 독마종과 검마종의 힘이 약화된 반면에 현마종의 힘은 그때보다도 훨씬 성세가 높아졌다.
‘어떤 식으로든 현마종도 제지를 당하리라 여겼건만.’
지금 천여운은 독이 든 술잔과도 같았다.
일 장로 무진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소교주 후보자로 건재한 외손주인 천무연을 밀어주기 위해서도 대결을 빌미로 그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례를 보았을 때 교주는 그것을 빌미로 현마종의 힘도 약화시키려 들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다른 종파들의 입장에서는 이득이었다.
“종주. 거절하셔야 합니다. 본교의 금옥에서 나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습니다. 교주의 눈이 늘 저희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독마종의 총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백오에게 말했다.
불과 삼 년 전에 암살자를 보내서 천여운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종주, 제 생각도 총관과 같습니다. 지금 더 이상 압박을 받았다가는 여섯 종파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독마종의 외당주인 백차우 역시도 총관과 의견이 같았다.
현재 독마종의 세력은 최상위 종파인 마룡장종과 사무종, 비연종이 넘어볼 만큼 약화된 상태였기에 여기서 타격을 받게 된다면 여섯 종파에서 떨어져나가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지도 몰랐다.
“거절하게 된다면 그것대로 본 종이 약해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니요!”
백오의 둘째 아들인 백문웅이 분하다는 듯이 외당주를 다그쳤다.
호전적인 그는 여섯 종파로서 체면을 구기는 상황을 더욱 원치 않았다.
총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고 하였습니다. 월왕(越王) 구천(句踐)도 이십 년 동안 쓸개를 입에 넣으며 복수를 다짐하고 벼르어 오(吳)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지금 당장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참으라는 소리였다.
“조카 녀석은 여태까지 병신처럼 누워있고, 본 종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대체 무엇을 참는단 말이오!”
백문종이 창밖으로 가리킨 작은 건물에는 천종섬이 있다.
단전이 파괴되고 전신의 뼈가 아작나는 중상을 입은 천종섬은 척추마저 손상이 가서 침대에서 누워서 겨우 목숨만 이어가고 있었다.
“저도 문종 형님과 의견이 같습니다. 고작 약관도 안 된 녀석이 화경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더 빨랐으면 좋았겠지만 전초제근(剪草除根)이라고 지금이라도 놈을 제거해야 합니다. 녀석이 저희와 원한 관계가 없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잖습니까?”
백오의 셋째 아들인 백문호가 좀 더 타당한 근거를 제시했다.
지금 나이에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지난번에 백오가 구금동에 다녀왔던 일부터 시작해, 그의 어머니인 화 부인의 죽음까지 생각한다면 천여운과 독마종은 악연 그 자체였다.
“그게 어찌 저희들만의 문제 입니까? 여섯 종파도 다 같은 입장입니다. 아무리 놈의 무공이 일취월장 했다고 한들 아직 뒷받침 해줄만한 세력이 없습니다. 위협이 된다고요? 위협은 오히려 교주 쪽이죠.”
외당주 백차우가 당최 백문호를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천여운을 죽이면 후환을 없애는 것과 복수했다는 이점 밖에 없었다.
그 대가로 교주의 눈 밖으로 완전히 벗어나서 독마종이 여섯 종파에서 밀려나고 약화된다면 더 이상 세력을 회복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허어! 정말 답답하게들 구시는 구려.”
“지금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건지!”
두 의견으로 갈린 수뇌부들이 서로 갑론을박 다투기 시작했다.
한참을 묵묵히 그들의 의견을 듣던 백오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그만! 이 요청은 거절할 것이다!”
백오 역시도 천여운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당장에 손을 대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 많았다.
차라리 다른 자가 처리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나았다.
마도관의 요청을 거절하기 바랐던 당주들은 그런 종주의 결정을 지지했고, 그의 아들들은 실망한 채로 돌아가야만 했다.
모든 수뇌부들이 돌아가고 백오는 외손주인 천종섬이 있는 약당 앞의 작은 건물로 왔다.
백오가 누워서 눈만 깜빡이고 있는 천종섬을 바라보았다.
식물인간이 된 천종섬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를 치료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마교 최고의 의원인 마의(魔醫)조차도 어찌하지 못했다.
“미안하구나. 이 할애비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마교에서 공포의 대상인 괴독마장 백오조차도 손주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아꼈던 딸이 죽어가면서도 애지중지해오던 천종섬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종파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종주의 자리가 이토록 원망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런 백오의 애틋한 마음을 알기라도 했을까 눈만 겨우 뜨고 있는 천종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종주님.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손님이란 말이냐. 돌려보내라.”
심란한 마음이었던 백오는 손님을 맞이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바깥에서 들리는 총관의 전음에 그 결정을 바꿔야만 했다.
[현마종의 무 부인이신데 되돌려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지금 약당 건물 앞에 계십니다.]뜻밖의 방문에 백오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자신의 딸인 백 부인의 장례를 치를 때 마지막으로 왕래가 없었던 여인이었다.
“알겠다. 나가마.”
기분만으로 거절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기에 백오는 손자를 두고서 방을 나가야만 했다.
문을 열고 나가는 백오의 뒷모습을 천종섬이 눈동자만 겨우 움직여 바라보았다.
‘!?’
그런데 방문이 열린 틈으로 멀리서 약당 앞에 일렁이는 횃불에 비치는 누군가가 보였다.
붉은 면사포를 쓰고 있는 중년의 여인이었다.
척추의 손상으로 눈만 겨우 감고 뜰 수 있는 천종섬의 두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며 전신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년이다! 그년이라고!’
그의 어머니인 백 부인에게서 미독을 받아갔던 그 여인이었다.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혀끝조차 움직일 힘이 없는 천종섬은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다 이내 기절하고 말았다.
바로 다음 날 오시(午時) 초엽,
마도관의 본관에 있는 관주 집무실로 독마종의 총관이 방문했다.
총관의 손에는 백오가 손수 적은 서찰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단 한 글자만 적혀 있었다.
[許(허)]독마종의 종주이자 십이 장로인 괴독마장 백오가 육 단계 시험에 대한 대결 요청을 받아들였다.
* * *
칠십 년 만에 마도관에 육 단계 시험을 시행되는 대망의 아침이 밝았다.
대결이 시작되기 한 시진 전에 일어나서 준비를 마친 천여운이 마도관의 북쪽에 있는 대장간을 찾았다.
요 며칠 동안 눈이 내려서 소복이 쌓였다.
그러나 화로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대장간의 지붕과 그 주위만큼은 눈이 녹아내려 돌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
밤새 망치질 소리로 가득했던 대장간은 조용했다.
밖에서 일 각 정도 기다리던 천여운이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입구로 들어갔다.
“구 장인님?”
대장간으로 들어서자 아직까지 화로의 열기로 인해 내부가 후끈거렸다.
대장장이 구선웅의 기척으로 감지되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무언가를 열중하고 있었다.
흰 가죽을 한 땀 한 땀 바늘로 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도집을 만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집중하고 있는 그를 방해할 수 없기에 천여운이 기척을 죽이고 가만히 서서 그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반 시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됐다!”
구선웅이 완성된 가죽 도집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백색에 붉은 문양을 그린 가죽은 고풍스러운 느낌마저 풍기고 있었다.
“완성입니까?”
“어이쿠! 까, 깜짝이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구선웅이 화들짝 놀라서 넘어질 뻔했다.
작업장의 입구 쪽에 서있는 천여운의 모습을 보고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기침 소리라도 내지 그랬소. 후후후, 잠시만 기다려보시오.”
구선웅이 신이 나서 제련실로 들어가 완성된 도를 들고 왔다.
“아!”
구선웅이 들고 온 새하얀 도를 보는 순간 천여운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매끈하면서도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는 도신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절세보도(絶世寶刀) 그 자체였다.
워낙 강도가 단단해서 제련하기 힘들었을 텐데, 최고의 명도를 탄생시켰다.
“이름은 천 단주가 말한 대로 새겼네.”
도신의 하단부에는 백룡도(白龍刀)라고 음각이 새겨져 있었다.
영물로 용이 되기 전에 뿔이 잘린 이무기를 기리는 마음에서 그렇게 지었는데, 새하얀 도신과 매우 잘 어울리는 도명이었다.
-착!
도병을 잡는 순간 손에 감기는 맛이 부드러웠다.
곡선의 날카로운 도날은 무엇이라도 벨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자. 도날을 위로 들어보시게.”
구선웅이 이것을 보라면서 아주 얇은 천을 가져와서 허공에서 떨어뜨리자, 살랑거리며 도날에 스친 천이 반으로 갈라졌다.
“아!”
살랑거리는 천마저 쉽게 벨만큼 대단한 예기(銳氣)를 자랑했다.
“마음에 드시오?”
“너무 마음에 듭니다. 이렇게 멋진 보도를 만들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구 장인은 정말 최고의 명장이십니다!”
“하하하하하핫! 별 과찬의 말씀을.”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천여운의 입에서 극찬이 나왔다.
그 말에 구선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장인으로서 절세보도를 만들었고 그 주인에게 인정받았으니 제대로 값을 치룬 셈이었다.
‘이 도라면 스승님의 광무도로 펼치는 접무도법 이상의 위력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위로서 그 경지를 뛰어넘었지만 도법으로 스승에게 인정받는다면 제자로서 더할 나위없을 영광일 것이다.
이렇게 백룡도를 취함으로써 훗날 천여운을 상징할 절세 양대 신병인 흑검백도(黑劍白刀)가 완성되었다.
반 시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사시(巳時) 초.
마도관의 대연무장으로 무공 교두를 비롯한 생도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칠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었던 마도관의 육 단계 시험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 대결은 개인적인 시험이기 때문에 생도들은 모일 필요는 없었지만, 무인으로서 화경의 고수들 간에 펼칠 대결이 궁금하지 않을 이는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연무장 한 가운데서 눈을 감고 대기하고 있는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육 단계 시험이라니? 진짜 대단하지 않아?’
‘괴물은 정말 괴물이네.’
‘마도관 기간 내에 화경의 경지에 오르다니 진짜 대박이다!’
‘그렇기는 한데, 과연 장로님을 상대할 수 있을까?’
육 단계 시험을 치르기로 한 후로 천여운이 화경의 경지에 오른 것은 마도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그들이 천여운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시기심보다는 일종의 경외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 육 단계 시험이 본교의 최고 고수라 할 수 있는 장로와의 대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과연 누구를 지목했을까?’
‘아무래도 여섯 종파 중에 고르지 않았을까?’
‘여섯 종파의 장로들이면 본교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시잖아. 아무리 그래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했겠어?’
생도들은 아직까지 천여운의 대전 상대를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천여운이 장로들 중에서 가장 무위가 약한 자를 고를 거라 생각했다.
서열 순위로 본다면 십이 장로일 거라 예측했다.
물론 그 예측은 정확했다.
단지 기존의 장로들 간의 서열이 바뀌었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먼저 연무장에 모여 있는 천여운의 수하들이 긴장되는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천여운에게 대전 상대에 들었던 그들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고많은 상대 중에서 본교에서도 가장 위험한 고수라 불리는 독마종의 종주인 백오를 지목했다고 하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앗! 저, 저기를 봐!”
한 생도의 외침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마도관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검은 장포에 괴상한 형태의 지팡이를 짚으면서 걸어오는 노인이 보였다.
겉보기에는 그저 연로해보였지만 풍기는 음산한 기운이 그가 누구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도, 독마종주!!!”
-웅성웅성!
독마종의 종주 괴독마장 백오의 등장에 모든 생도들이 시끌벅적해졌다.
혹시 여섯 종파 중에서 누군가를 선택했을지 모른다고 추측은 했지만 설마 독마종일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친……저 분은 독인이잖아!’
‘진짜 독마종의 종주를 지목한 거야?’
마교를 비롯해 무림에서 백오의 악명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독공으로 사파의 장강수로채(長江水路寨)에 삼백 명이 넘는 수적들을 몰살시키고, 수많은 정파, 사파의 고수들을 독에 중독시켜 시신조차 남기지 않고 죽인 일화는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유명했다.
소문으로는 장로들 모두가 대결을 꺼리는 최악의 고수였다.
“앗! 관주님이시다!”
“잠깐 옆에 계신 분은?”
시간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마도관의 본관에서 좌호법 이화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르고 머리가 반백의 중년인이 있었는데, 열두 장로 중에 한 사람인 사무종의 종주 사마의였다.
“십 장로님이시잖아?”
그를 알아본 생도의 외침에 좌중이 더욱 시끄러워졌다.
‘아버님.’
원래는 십 장로였지만 지금은 구 장로가 된 사마의를 반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사무종의 사마착이었다.
설마 이 자리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단상 위로 올라온 구 장로 사마의가 준비된 좌석에 앉고, 좌호법 이화명이 단상 앞쪽으로 나왔다.
-탁!
독마종주인 백오가 대연무장의 한가운데까지 도착하자, 천여운이 감았던 두 눈을 떴다.
구금동에서 이후로 삼 년하고도 넉 달 만에 만나게 되는 얼굴이었다.
그 당시에는 워낙 압도적인 무력 차이로 꼼짝하지 못하고 그의 산공독단에 당해야만 했던 천여운이었다.
‘…..독마종주!’
미독에 돌아가신 어머니, 화 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분노가 치밀어오르자 천여운의 가슴 속에서 뜨거운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눈빛은 여전히 고요하면서 냉정했다.
‘이놈…..많이 달라졌구나.’
백오가 오랜 만에 만나게 된 천여운을 바라보며 내심 놀라워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절정 초입에 불과했던 애송이가 삼 년 만에 자신과 같은 선상인 경(境)을 밟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흥! 하지만 아직 멀었다.’
천여운에게 풍겨져 나오는 기운은 화경 초입에 이른 수준에 불과했다.
이 정도라면 전력을 다하지 않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더 성장하기 전에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죽여주마.’
전초제근(剪草除根).
더 성장해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기 전에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불과 엿새 전만 하더라도 교주의 압박을 두려워해 그와의 대결을 피하려고 했던 백오는 천여운을 죽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생각보다 많이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이화명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 육 단계 시험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명의 장로들이 있는데다가 생도들의 직위도 높아졌기에 공식석상이라 생각해서 경어를 사용했다.
“구 장로이시자 사무종의 종주께서 공증인이 되실 겁니다.”
이화명의 소개에 사마의가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을 향해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원래대로라고 한다면 네 명의 장로가 공증인으로 왔어야 했지만, 현재 교내에 남아있는 장로가 네 명뿐이었기에 약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천 단주의 도전을 받아주신 십이 장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흥!’
이화명의 정중한 포권에 백오가 마지못해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백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분명 서로가 입을 다물기로 했던 구금동 사건이 불거져서 금옥에 이 년 동안이나 갇혔었던 백오였다.
좌호법의 신분만 아니었다면 얼굴도 마주하기 싫었다.
‘독이 잔뜩 올랐구나.’
이화명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저 정도로 심기가 불편하고 전의가 올라있다면 그를 상대해야 할 천여운에게는 최악의 상황일 수도 있었다.
‘부디 살아남기를 바라마.’
“그럼 육 단계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십이 장로님과 천여운 단주는 서로 마주하고 열두 보 거리를 유지하십시오.”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고 대치하자 좌중의 분위기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이 넓은 대연무장의 공기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생도들만이 아니었다.
무공 교두들조차도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좌호법이 이화명이 손을 들고 큰 소리로 대결의 시작을 알렸다.
“시작하시오!”
-팟!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독마종주 백오가 번개 같이 신형을 날리며 순식간에 천여운의 바로 앞까지 파고들었다.
‘단숨에 죽여주마!’
-촤아아아악!
백오의 강기(罡氣)로 물든 지팡이가 천여운의 심장을 찔러 들어왔다.
후배에 대한 선수 양보는 없었다.
백전노장인 백오는 처음부터 전력으로 공격하여, 천여운이 방심한 틈을 노려 단숨에 죽일 작정이었다.
-푹!
푸른빛을 발하는 지팡이 끝이 날카로운 기세로 천여운의 가슴을 관통했다.
‘앗!’
‘벌써?’
시작하자마자 결판이 나려는 광경에 지켜보는 관전자들이 놀란 눈으로 천여운의 가슴을 꿰뚫은 지팡이 끝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백오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슴을 관통 당했던 천여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사라져버렸다.
‘이, 이형환위(移形換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