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gator Leveling Up RAW novel - chapter 17
나는 내 뒤를 지키고 있는 용맹한 사내들의 선조를 떠올렸다.
“어쩌실 겁니까? 주사위를 던질겁니까?‘
“……”
신나게 입을 털어대던 정지형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흠흠……”
새끼가 나오지도 않는 헛기침을 하네?
정지형도 나의 뒤에서 위대한 선조의 후예들이 뿜어내는 위압감을 상대할 자신은 없었던 모양이다.
“뭐,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가 있겠소?”
정지형은 슬그머니 돌아서더니 꽁무니를 빼기로 결심했다.
이 새끼는 자기들 숫자가 많을 때는 자신감이 넘치더니
뱃놈이 이리 배포가 작아서야!
그리고 들어오는 건 자유지만 나가는 건 허락을 받아야지.
나는 손을 들어 올려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정지형이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상당히 경직된 표정이 역력했다.
“선배님 가시게요?”
“어, 그래 후배님. 가야지. 밤도 늦었고. 내일 출항도 일찍해야 돼서.”
“선배님, 가시더라도 학교 후배들을 이향만리에서 만났는데 갈 때 가더라도 술 한잔 정도는 괜찮잖아요?”
“어? 그, 그래. 그렇지.”
“친구들도 같이 마셔도 되죠?”
“그, 그래 물론이지.”
나는 주변을 돌아보며 크게 소리쳤다. 나는 정지형의 손을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여기 계신 선배님께서 오늘 저와 제 친구들이 무사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술 한 잔씩 돌린답니다!”
“와아아!”
사람들이 내 말을 듣고 탁자를 쿵쿵 두드리기 시작했다.
“제 친구 분들께도 한잔씩 대접한다고 하시니 저를 친구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모두 잔을 높이 들어주십시오!”
“와아아!”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잔을 높이 들었다.
“뱃사람들은 다 친구 아닙니까!”
통역을 이어가던 조셉이 손뼉을 치며 씨맨쉽을 외치자 사람들이 다들 탁자를 두들기며 따라서 외쳤다.
“씨맨쉽! 씨맨쉽!”
“주인장! 골든벨을 갖다 주시요! 오늘 여기 이분이 골든벨을 울리신답니다.”
“와아아!”
클럽 주인도 싸움이 날까봐 전전긍긍하다 좋은 소식이 들리자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의 손에는 작은 벨이 들려있었다.
나는 골든벨을 울릴 수 있는 영광을 정지형에게 벨을 양보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였기 때문이다.
정지형이 손에 벨을 받아 들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이제 와서 그런 불쌍한 표정 지어도 소용없지. 인생은 타이밍이다.’
체념한 표정.
“딸랑딸랑!”
힘 없는 벨소리가 클럽에 울려 퍼졌다. 정지형이 마지못해 벨을 들고 울린 티가 났다.
그의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맥주에 미친놈, 바이킹의 후예, 와인에 미친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문을 해대기 시작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질순 없지. 나는 해신해운 사람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외국 선원들한테 지면 다 각오하세요! 오늘 해신해운 사람들은 여기서 먹고 죽는다!”
우리도 술 많이 먹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놈들이 아닌가.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해신해운사람들이 바텐더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뱃사람이라면 저 정도는 먹어줘야지.
그게 씨맨쉽이지!
< 띠링! >
+
<보너스 퀘스트 달성을 축하합니다.>
보상:
– 당신의 명성이 상승했습니다.(명성 + 5)
– 비너스호 외국인 선원들의 충성심이 올라갑니다.
– 외국인 선원 찰리가 당신을 신뢰합니다.
– 글로벌 항해사 인맥(바이킹, 게르만, 갈리아족의 후예)이 형성되었습니다.
– 씨맨쉽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
* * *
– 다음날 선박 M.V. 비너스호의 선교.
다음날 비너스호는 준비를 마치고 출항을 시작했다.
아직 항구의 출입로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도선사가 아직 선교에 탑승하고 있었다.
“하아암!”
하품을 크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선장이 다가왔다.
“삼항사, 아직 술이 덜 깼나?”
“아, 아닙니다.”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올려 침을 닦아 냈다.
“오늘은 특별히 그냥 넘어가지만 앞으로 승선기간 동안 과음은 절대 금물이네.”
“네 선장님, 당연하죠. 저 사실 술 싫어합니다.”
“그래?”
“위스키도 선장님 드리려고 산거라니까요?”
“고맙네. 그럼 어제 마시고 남은 것도 내가 방에 두고 잘 마시겠네.”
“네? 네, 허허허”
나는 웃어 보이며 선장님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도 아직 숙취가 남아있었다.
“선장님, 점심때 해장국 좀 준비하라고 조리장한테 말해놓을까요?”
“음, 그래 좋은 생각이네.”
“알겠습니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있는 요리로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때 선교에서 도선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일등항해사가 심각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갑판에서 출항을 준비하던 일항사가 선교로 들어왔다.
그는 우리 중 유일하게 숙취가 없는 사람이었다.
“선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음?”
“도선사가 지금 출항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항구로 배를 돌리라고 하네요.”
“뭐? 무슨 일인가?”
“자기도 모르겠답니다. 항만당국에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즉시 배를 회항하라고 합니다.”
일항사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삼항사, 어제 클럽에서 있었던 일 말고 또 다른 사고는 없었나?”
“네, 일항사님. 그게 단데요?
“그래? 진짜지?”
“네, 저 못 믿습니까?”
“그럼 믿겠냐?”
끙. 이거 완전 관심사병 취급이네.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었다. 어제 클럽에서 학교 선배한데 크게 대접 받은 이후로 별 사고 없이 다들 선박으로 복귀했다.
“삐용삐용!”
비너스호 뒤로 경적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해경으로 보이는 정찰선이 우리 배 뒤로 따라 붙었다.
“선장님, 코스트가드입니다. 배를 돌려 항구로 즉시 회항하라고 합니다.”
“해경?”
“네!”
“무슨 일이지? 일단 해경까지 나섰으면 방법이 없으니 배를 둘리게. 항구로 일단 접안해서 사정을 알아봐야겠네.”
“알겠습니다.”
선장의 표정에는 깊은 수심이 드리워졌다.
* * *
– 항구의 부두
비너스호 주변으로 예인선 여러 대가 달라 붙어 배를 항구로 다시 접안시키기 시작했다.
“선장님, 부두를 좀 보십시오! 군대가 포위했습니다!”
일항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선교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밖으로 달려나갔다.
부두에는 군인들로 보이는 자들이 이미 줄을 맞춰 포진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이희영 선장도 처음 보는 일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나를 쳐다 보았지만 나도 아는 바가 없었다. 전생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기 때문에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배가 완전히 접안하자 군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선내로 빠르게 뛰어 올라왔다.
“챙보? 챙보고? 후 이즈 챙보고?”
군인은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듯 선내에서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그는 누군가를 찾는 표정이었다.
“보고야 너 찾는 거 같은데? 네 이름 부르는 거 아니야?”
이항사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다가섰다.
“제가 장보고입니다.”
군인은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 손을 움켜잡더니 선박 밑으로 나를 끌고 내려갔다.
“어, 어어!”
내 뒤로 깜짝 놀란 선장과 항해사들이 따라서 배를 내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왜 우리 삼항사를 갑자기 끌고 가는 겁니까!”
그러나 군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나를 잡아 끌 뿐이었다.
“끼이익!”
빠르게 자동차 한 대가 달려오더니 양복을 입은 두 명의 사내가 내려섰다.
그들은 군인들의 책임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한참 나누더니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당신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우리를 보며 물었다.
“아, 제 소개를 안했군요. 저는 대사관에서 나온 외교부 직원입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젊은 사내는 영사로 인도네시아에 주재하는 외교부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해신해운 사장님께 갑자기 전화를 한 겁니까?”
“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오늘 새벽에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갑자기 해신해운 회장님한테 전화를 했다구요. 우리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그는 성미가 굉장히 급한 인물이었다.
하긴 외교부 공무원 입장에서는 주재하는 국가의 대통령이 갑자기 본국으로 연락을 취했는데 그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엄청 깨졌겠구먼.’
이 젊은 사내는 외교부 상관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잔소리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알아듣게 말을 해야지.
‘그나저나 진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부두에 길게 늘어선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어제 씨오라인놈들을 털어먹은 게 무슨 문제가 생겼나?’
비상상황 출항금지
– 선박 비너스호의 선교
잔뜩 흥분한 외교부 직원의 뒤로 한 중년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외교부 직원에게 온화한 표정으로 지으며 말을 건넸다.
“하하하. 영사님, 진정하시죠. 사람들 놀래겠습니다.”
“네? 아, 제가 좀 그랬나요?”
“좋은 일로 전화 하신 건데 그렇게 취조하듯 물으면 무슨 일이 잘못된 줄 알고 사람들이 놀랩니다.”
“아, 제가 좀…… 저도 아침부터 연락을 받고 너무 놀라서 제가 실수했군요.”
“선원들은 바다에서는 용감한데 육지에만 내리면 순진하게 변한답니다.”
중년의 사내가 웃으며 말하자 외교부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영사도 손을 들어올려 머리를 긁어댔다.
중년의 사내가 웃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선장님, 저는 해신해운 동남아지역본부장입니다. 도형준 상무입니다.”
“아! 네 상무님, 반갑습니다. 저는 비너스호 선장입니다. 이희영입니다.”
“익히 명성을 들었습니다.”
도형준 상무가 이희영 선장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선장의 뒤를 이어 항해사들이 차례로 인사했다.
‘도형준 상무?’
나는 내 차례가 되자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내가 아는 얼굴보다 10년 정도 젊은 얼굴이었지만 잘생긴 미중년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금은 도형준 상무가 동남아지역본부장으로 주재원 근무를 하고 있는 시기이구나.’
그는 향후 해신해운의 기획실에서 엘리트 임원으로 승승장구하게 되는 인물.
해신해운의 기획통으로 불리는 회사의 핵심인재 중 한명이었다.
잘나가던 그의 커리어에도 곧 시련이 다가온다.
그가 무리한 선대확충(선박의 숫자를 늘리는 것)을 반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직장생활을 꼬이기 시작한다.
글로벌 선사들 간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 한 오너일가에 맞서다가 결국 경영진의 눈 밖에 나고 만다.
계열사로 좌천된 이후에는 소식을 듣질 못했다.
해신해운의 사람들은 회사가 파산할 지경에 이를 때쯤 도형준 상무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