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gator Leveling Up RAW novel - chapter 41
어망들의 위치도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상황.
나는 조셉에게 다가섰다.
“조셉, 항로 주변에 선박들도 많이 보이는데 왜 지금 청소를 하고 있어?”
“일항사님이 청소하라고 시켰어요.”
“지금?”
“네.”
대답 하는 조셉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어두웠다.
“삼항사!”
내가 조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김영 일등항해사가 소리쳐 불렀다.
“네, 일항사님.”
“그래, 레이다 좀 확인 해봤어?”
“네, 어선들이 좀 많이 보이네요.”
“그래, 멀리 돌아가던지 아니면 잘 피해서 요리 조리 어선 사이로 재주껏 지나가보던지.”
“네, 알겠습니다.“
그는 내 간단 명료한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보였다.
삼항사라면 어려워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자신감에 넘치는 대답이 분명 그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다.
김영 일등항해사는 콧웃음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
“흥! 그 유명한 삼등항해사시니까 잘 알아서 하겠지.”
“…….”
김영 일항사가 또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저 성격 파탄자 새끼!’
나도 매번 내 신경을 긁어 대는 일항사의 말에 순간적으로 부글부글 화가 끌어 올라왔다.
그래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만 더 참자.
참교육 타이밍이 곧 올꺼야.
마음 같아서는 스킬 [고무고무킥 Lv.4]를 사용해서 뒤통수를 확 후려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눈치 없는 새끼!’
아무리 내가 삼항사라도 분명히 지금 표정이 굳어있을텐데.
이 눈치 없는 놈은 또다시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삼항사!”
“네.”
“제한 시계에서 신호를 어떻게 하나?”
“…….”
‘아놔!’
시험 치냐?
어? 내가 실항사(항해사 실습교육을 위해 승선하는 일종의 교육생)도 아니고!
하지만 삼등항해사 신분인 나는 더러워도 까라면 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국제해상충돌방지규칙(COLREG) 15조에 따르면 항해중인 동력신호로서 대수속력을 가진 경우 2분간을 넘지 않는 간격으로 1회의 장음을 취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블라블라블라……”
“…….”
내가 마치 보고 읽는 것처럼 국제해상충돌방지규칙의 내용과 우리나라 해사안전법의 내용을 비교해가며 영어와 우리나라말로 줄줄 읽기 시작했다.
회귀한 이후로 선명해진 기억력 덕분에 이런 능력이 생긴 것이었다.
트집을 잡아보려 했던 김영 일등항해사는 계획이 실패하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뭐, 기본은 하네.”
“네, 일항사님 감사합니다.”
“이론하고 실무는 다르니까 잘난척 하지는 말고!‘
“…….”
이 썩을 놈이 말끝마다 그냥 안 넘어가고 열받게 하네!
“아무튼 괜히 선장님 귀찮게 하지 말고 알아서 잘 해!”
이배의 성격파탄자는 대뜸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선교를 빠져나갔다.
그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음?”
코끝을 찌르는 이질적인 냄새를 맡았다.
‘뭐야? 혹시 알코올 냄새?’
나는 아직도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 조셉을 불렀다.
“조셉 청소 그만하고 빨리 키 잡아! 어선이 많다.”
“예, 써”
조셉이 옆으로 달려왔다.
“조셉, 일항사님 올라왔을 때 뭐 특이한 점은 없었나?”
“음…….”
뭔가 있었네.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얼굴이 살짝 빨갛기도 했고 살짝 술 냄새가 났거든요.”
“뭐?”
“그래서 농담으로 술 한 잔 하셨냐고 말했는데 대뜸 화를 내며 브릿지나 청소하라고 하면서 자기 근처로 가지 못하게 했어요.”
“그게 진짜야?”
“네.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맥주병이라더니 벌써부터?
문제는 항해사들은 매일 4시간씩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상선의 항해사들은 3교대로 근무하지만 4시간 씩 하루에 2번의 교대 근무를 하게 된다.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가 삼등항해사인 나의 당직시간.
뒤를 이어 오후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2항사.
그리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가 1항사의 당직시간이다.
그리고 선장은 별도의 당직시간이 없이 수시로 업무를 수행하고, 협로 등을 지날 때와 같이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구간에서는 직접 선박을 운항을 하기도 한다.
8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항해사들은 승선 기간 중에 매일 근무를 해야 한다.
과음은 절대 금기 사항이었다.
‘아무래도 좀 알아봐야겠네.’
해신해운에 암중에 자라날 뻔했던 선박유 밀매 조직도 일망타진한 사람이 바로 나다.
김영 일등항해사를 추적할 생각을 하니 마치 탐정이 된 기분이 들었다.
< 띠링! >
+ 스킬 [고소고발 Lv.1]을 사용합니다. +
뭐?
고소고발 스킬에 추적 효과도 있는 건가?
경찰처럼 수사를 하는 그런 기능인가?
꽤 유용한 스킬이 분명했다.
* * *
– 선박 “M.V. 비너스”호의 갑판
비너스호는 로테르담 항구 정박지에 투묘한 상태.
비너스호가 입항을 대기하는 사이 갑판부원들은 데이워크(Day work, 일상 업무 같은 것들을 칭하는 말)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고성이 들려오더니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나는 나보다 빨리 달려가고 있는 조셉을 향해 물었다.
조셉이 주변을 살피더니 조용히 말했다.
“써, 일항사님이 밀항자가 마음에 안 든다며 이번에 로테르담에서 배 밖으로 쫓아내겠다고 했다던데요.”
“뭐?”
이 미친 새끼가 진짜!
나도 깜짝 놀라 허겁지겁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를 소리가 들렸다.
‘일단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 좀 지켜봐야지.’
바로 나서지 않고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흥분한 모습의 김영 일등항해사와 밀항자 압둘 무바라크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잔뜩 흥분한 김영 일등항해사가 위협하듯 손을 들어 올리며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어디 이 밀항자 새끼가 시키는 대로 안하고 눈을 부라려!”
“…….”
김영 일등항해사가 소리를 질렀다.
그의 얼굴이 살짝 붉은 것이 오늘도 왠지 술을 한잔 마시고 올라온 게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
김영 일등항해사가 말을 이어갔다.
“이 새끼 이거! 내가 며칠 지켜보니까 영어도 다 알아듣는 눈치던데 모르는 척 하고 말이야.”
“…….”
“이 새끼 이거 정체가 뭐야!”
이 썩을 놈이!
정체 밝혀지면 우리 다 죽는다! 이 멍청한 놈아!
얼른 달려 나가 일등항해사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심정.
“이 새끼 가만히 보니까 일도 제대로 안하고 말이야. 배에서 밥이나 축내고.”
“…….”
“어? 여기가 호텔이야?”
“…….”
흥분한 김영 일등항해사가 영어도 아닌 한국말로 분노를 쏟아내는 중이었다.
압둘 무바라크의 얼굴에도 분노가 어려 있었다.
‘좀처럼 속마음을 표출하지 않는 양반이 완전 열 받았네.’
밀항자 압둘 무바라크가 한국말을 이해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눈치로 보아 일등항해사가 자신에게 험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다 알아들었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말려야겠어. 어쨌든 저 사람은 나 때문에 이 배에 탄 거니까.
그의 곁으로 다가서자 술 냄새가 살짝 풍겨 올랐다.
“일항사님, 진정하시죠.“
내가 일등항해사에게 다가서며 말리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뭐야!”
탁!
일등항해사는 내 손등을 강하게 쳐냈다.
‘이 새끼가 진짜!
“그래, 삼항사가 저 놈을 그렇게 감싸고 돌았다면서?”
“그런 게 아니라 다 사연이 있겠죠. 오죽하면 배에 올라탔겠습니까?”
“사연 같은 소리하네! 거지같은 놈이 어디 선진국 같은데 몰래 밀입국 하려고 한 거겠지!”
‘거지?’
이 미친놈이 중동 왕자의 친구한테!
모르긴 몰라도 저놈이 가진 자산만으로 이 배를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하지만 갑판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밀항자 신분이니 뭐라 할 말이 없네.
그때였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이희영 선장이 나타났다.
“서, 선장님.”
“부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항해사들끼리 이게 뭐하는 짓인가!”
술에 취한 일등항해사도 선장을 보자 알코올이 날아간 듯 보였다.
이희영 선장은 주변을 한차례 둘러보더니 말했다.
“갑판장, 부원들을 다 데리고 빨리 해산하게!”
“네, 선장님.”
평소 볼 수 없는 선장의 화난 모습.
갑판장이 선장의 말을 듣고 빠르게 부원들을 데리고 이동했다.
이희영 선장을 우리를 바라보며 따라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큽! 젠장! 이놈 때문에 나도 오랜만에 선장님 잔소리 좀 듣겠네!’
선장의 불같은 눈빛을 마주하자 나도 모르게 움찔 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일등항해사는 말없이 선장의 뒤를 따라 선교로 올라갔다.
우리의 뒷모습은 교무실로 끌려가는 문제아들과 다르지 않았다.
* * *
일과 시간이 끝난 후 선실.
똑똑똑!
“삼항사님! 삼항사님!”
나는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내가 방문을 열자 조셉이 문 앞에 서있었다.
“무슨 일이야?”
“삼항사님.”
조셉의 얼굴은 살짝 겁에 질려있었다.
“왜 그래?
“일항사님이 없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