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gator Leveling Up RAW novel - chapter 50
그리고 나는 기억을 잃었다.
* * *
– 런던 모처 고급 호텔의 객실
“으아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눈을 뜬 곳은 넓은 침실.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누워서 바라보는 천장에는 화려한 장식이 수놓아져 있었다.
“뭐야? 여기 어디야?”
방안에는 온통 뭔가 고풍스러워 보이는 가구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의 집기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는 탁자위에 놓인 서류를 살펴본 후에 이 장소가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사보이 호텔?’
사보이 호텔이라면 런던의 최고급 호텔 중 하나 아니야?
전생에서도 영국 출장은 몇 번 올 기회가 있었지만 이 호텔에서 숙박해본 경험은 없었다.
빅토리아풍의 장식들이 방 안 곳곳에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유명한 사보이 호텔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객실의 크기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천천히 넓은 객실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내 물건들은? 여권이랑 지갑이 있었는데.
‘아, 저기 내 가방이 있구나.’
내가 선박에서 메고 나온 가방도 한쪽 탁자 위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가방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살펴보니 지갑과 여권 등 필요한 물품이 다 들어있었다.
지갑에는 오히려 돈이 원래보다 더 많이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깐, 내 옷은?’
나는 지금 속옷 위로 굉장히 부드러운 실크 잠옷을 입고 있는 상태.
옷장으로 다가 옷장의 문을 열어 제겼다.
‘뭐야? 이 옷들은?’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들인데?
MI6 이안 요원이 입고 있던 스타일의 정장으로 보였다. 그것도 구두와 벨트, 셔츠 까지 총 3벌이나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정장을 꺼내 들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이 옷들은 나한테 주는 건가?
눈대중으로 보아도 내 체격에 딱 맞춘 사이즈.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신체 사이즈라도 측정한 건가?’
알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입어 보지 않아도 내 몸에 딱 맞는 정확한 치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
그리고 그 옷장 옆 탁자위에는 작은 메모장이 있었다.
메모장을 집어 들었다.
+
We have a reservation for a week. All the expenses have been paid, so please be comfortable.
(일주일간 예약이 되어있습니다. 비용은 모두 지불되었으니 편하게 쉬십시오).
The suits and plane tickets are our gifts.
(정장과 비행기 티켓은 제 선물입니다.)
We hope to see you again.
(곧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Sincerely,
Ian(이안).
+
“대박이다!”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 런던 사보이 호텔
‘대박이다! 대박이야!’
“으흐흐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선 휴가 중인데 영국 런던에서 1주일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그것도 최고급 호텔에서! 공짜로!
지금 나는 삼등항해사의 신분에 불과했다. 전생에서 제법 돈을 벌어봤다지만 지금은 사회 초년생에 불과하다.
아직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뜻.
이런 호텔에서 지내는 것은 지금 처지에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동안 배에서 고생했기 때문에 하선한 김에 오랜만에 쉬고 싶은 생각도 간절했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가서 급하게 처리할 일이 많다.
급한 집안일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투자 문제였다.
선박왕이 되기 위해서는 자금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잠깐의 휴가를 즐길 여유는 필요하다.
‘흐흐흐.’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면 전생의 정보를 이용해 투자의 신으로 변모할 계획이지 않은가?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따르릉.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아 일어나셨군요. 호텔 프론트입니다. 지금쯤 일어날 거라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네?”
“지금 쯤 일어날 테니 식사 예약을 해드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서비스 좋은데?
꼬르륵.
때마침 갑자기 배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따.
나는 고개를 들어 방안을 둘러보았다.
일어날 시간 까지 정확히 맞추다니?
과연 MI6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도청 되고 있는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 도청되면 또 무슨 상관인가?’
도청이고 나발이고 일단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
“아! 그리고 메모가 있습니다. 압둘 무바라크라는 분이 전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방으로 전달해 드릴까요?”
“네, 같이 룸서비스도 시켜려고 합니다.”
“어떤 메뉴로 하시겠습니까?”
나는 전화기 옆에 비치된 메뉴판을 뒤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즐기는 고급 요리에 눈을 희번덕거렸다.
비용 걱정도 없고.
이 좋은 곳에 혼자 있다는 것만 빼면 아쉬울 것이 없었다.
* * *
– 런던 모처의 비즈니스 호텔
런던의 비즈니스호텔의 식당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는 동양인 남성.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해신해운 법무팀의 사내변호사인 현재형 차장.
그는 현재 해신해운에서 진행 중인 국내외 소송에 대한 업무 협의를 위해 런던으로 출장을 온 상황이었다.
영국식 아침 식사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정면의 텔레비전을 틈틈이 바라보고 있었다.
정면에 놓여 있는 텔레비전에서는 갑자기 뉴스 속보가 떠올랐다.
‘뭐지? 아침부터 뉴스 속보?’
화면에는 카타르 경제 관료 정치적 망명 신청이라는 자막이 떠올랐다.
“음 중동에서 망명이라?”
카타르에 무슨 정치 불안이 생겼나?
현재형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해신해운의 사업목록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카타르와 가스 공사 사이에 체결된 천연가스 운송계약 건이 생각났다.
‘정치적인 권력 다툼 문제가 발생하면 force majeure(불가항력)조항이 적용되려나?’
우리나라의 가스공사와 체결된 운송계약이지만 어떤 정치적 변수가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P&I 클럽 사람들을 만나면 중동정세에 대한 런던 보험사들의 의견도 좀 물어봐야겠군.’
현재형 차장은 수첩을 꺼내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뉴스화면을 보면서 중동에서 온 정치적 망명가의 이름을 따라 적기 시작했다.
“풉!”
뉴스를 보던 현재형 차장은 마시던 커피를 입 밖으로 뿜어냈다.
“켁! 뭐야? 저 사람 저기서 뭐하는 거야?”
현재형 차장이 소리를 지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놀란 그의 입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른 현재형 차장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주변의 상황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뉴스 속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었지만 그는 분명히 화면 속의 나타난 사람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기 때문.
‘저 사람이 왜 저기에?’
뉴스 속 화면은 중동에서 망명한 사람이 영국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장면.
그 뒤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서있었는데 한쪽 끝에 자신도 잘 아는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현재형 차장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해신해운의 삼등항해사 장보고의 얼굴이 뉴스 화면 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 * *
– 영국 외교부 청사 앞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나도 지금의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근 일어나는 일들이 내가 예상할 수 있는 스케일의 범주를 진작 넘어선 상태였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들에 계속 발생하는 거지?
퀘스트 때문인가?
실제로 퀘스트 달성할 때 이루어지는 보상은 너무 짜릿했다.
스킬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고.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퀘스트를 잘 달성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 선박왕이 되어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내가 이런 곳에 있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있는 곳은 영국의 외교부 청사 앞.
나는 지금 영국 외교부 청사 앞에 마련된 기자 회견장에 있었다.
내 옆으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쭉 서있었다.
정치인도 포함되어 있고 면면을 보아하니 나름 한자리 하는 사람들이 분명했다.
마치 세계 정상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서서 대기하는 모양새.
그리고 그 앞에는 오늘의 주인공 압둘 무바라크가 단성에 서서 마이크에 대고 뭐라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열변을 토하는 압둘 무바라크를 바라보았다.
‘저 아저씨 출세했네.’
아! 출세는 원래 했었지.
중동 왕자 친군데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잠시지만 해신해운의 배에서 밀항자 신분이었던 터라 그가 부자라는 사실을 자꾸 깜빡하게 된다.
지금은 비너스호의 밀항자로 지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
MI6의 후원 덕분인지 때 빼고 광낸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중동의 부자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곳에서 내가 아는 압둘 무바라크 말고는 MI6의 이안 요원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