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gator Leveling Up RAW novel - chapter 95
짝짝짝!
영상이 끝나자 회의장을 가득 채운 각국 대표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나는 박수를 치는 사람들 사이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가 회의장 밖으로 나설 때까지 사람들은 계속 박수를 치고 있었고, 내가 지나가는 통로에 있는 각국의 대표들은 내게 웃으며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살다 보니 이런 일이 다 있구나.’
전생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나는 살짝 뭉클해지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회의장 밖으로 떨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 띠링! >
+ 당신의 명성이 상승합니다. +
+ 글로벌인맥 [국제해사기구]이 형성되었습니다. +
+ 칭호 [용감한 선원]을 획득하였습니다. +
+ 경험치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
< 띠링! >
+
<상태창>
이름 : 장보고
나이 : 25세
클래스 : 항해사
세부클래스 : 이등항해사
직업레벨 : Lv.17
명성 : + 2515
스킬 : [항해술 Lv.14], [기관술 Lv.4], [태권도 Lv.7], [고무고무킥 Lv.7], [인명구조 Lv.9], [고소고발 Lv.9], [협상 Lv.10], [잠입 Lv.3]. [마도로스의 심장 Lv.8], [명사수 Lv.2]
칭호 : [수성의 달인], [인도네시아를 구한 영웅], [인도네시아의 국민 사위], [구조의 달인], [부산사나이], [용감한 시민], [최연소 이등항해사], [항로계획의 달인], [응급처치의 달인], [해신해운의 핵심인재], [바다를 사랑하는 젊은 청년], [국감스타], [용감한 선원]
Remark: 일항사 승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마도로스의 심장
– 서울 상공회의소 청사 앞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대처가 전생과 비교해서 꽤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주도로 한 소말리아 해적 퇴치 연락 그룹(CGPCS)이 창설되어 국제사회가 소말리아 해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전생이라면 몇 년 후의 일.
해적들의 해외 자금 동결 및 각국의 군함이 배치될 예정이었다.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제재가 시작되면 소말리아 해적 문제는 크게 안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전생에 비해 최소 5년 이상은 앞당겨진 성과였다.
그 말은 최소 수백 척, 그리고 수십, 수백 명의 인명피해를 미리 예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물론 지금 이런 대응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국제상공회의소 건물을 바라보았다.
UN 회의가 열리고 있는 이곳 청사를 벗어나니 현생에서 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왔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보람이 있는 순간들이었다.
상념에 빠져 있는 순간. 나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축하드립니다. 장보고 이등 항해사님!”
‘음? 여자 목소리?’
나는 불안한 느낌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역시! 그녀는 신라일보의 유혜영 기자였다.
“축하드립니다. 용감한 선원상을 수상하셨다고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유혜영 기자님.”
“좋은 일이 많네요. 아! 소개를 해 드릴게요.”
‘음?’
뭔가 불안한 기분. 유혜영 기자가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사람을 불렀다.
“장소희 기자!”
“······!”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멀리서 순진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기자라기보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사회초년생이거나 기자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그런 외모였다.
문제는 나도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 그녀는 바로 나의 전생의 배우자였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유혜영 기자가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녀는 내 표정이 재밌는지 입술을 샐쭉거렸다.
“음? 장보고 이등 항해사님이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이네요?”
유혜영 기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정말 당황스러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거울을 꺼내 확인하지 않아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띠링! >
+ 스킬 [마도로스의 심장 Lv. 8]을 사용합니다. +
– 냉정한 심리상태를 유지합니다.
전생의 배우자 장소희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꿀꺽.
< 띠링! >
+ 경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스킬 [마도로스의 심장 Lv.8]이 무력화되었습니다! +
‘뭐? 스킬 마도로스의 심장이 무력화되었다고?’
너무 당황한 탓일까?
그녀를 바라보자 나의 심장이 터질 것같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장 기자, 인사드려 내가 말해준 적 있지 해신해운의 장보고 이항사님?”
“네? 아! 그 영화배우처럼 잘생겼는데 사건 사고의 중심에 있다는 그 미스터리한 항해사 말씀이신가요?”
“흐흐흐. 내가 그렇게 자세히 말했었나?”
“네.”
유혜영 기자가 장소희의 말에 살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장보고 이항사님, 소개해 드릴게요. 저희 회사에 이번에 입사한 장소희 기자랍니다. 장 기자, 이쪽은 장보고 이등 항해사님!”
“······.”
나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라 여전히 말을 잇지 못하고 말문이 막혀 있었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자 유혜영 기자는 내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
“호호호. 소희 씨 이쁘죠? 다른 회사 기자들도 소개해 달라고 난리랍니다. 장보고 이항사님은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네요.”
“아, 네.”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우리도 왜 이런 미모면 방송기자를 하지 신문사에 왔냐고 물어본답니다. 호호호.”
“선배님!”
장소희 기자는 유혜영 기자의 말에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유혜영 기자는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싱글벙글.
나는 장소희를 힐끔 쳐다본 후 딱딱한 사무적인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장보고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장소희입니다. 신라일보에서 일하고 있어요.”
내가 살짝 목을 숙여 인사하자 장소희도 고개를 살짝 숙였다. 우리 둘을 바라보던 유혜영 기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보니 참 선남선녀같이 잘 어울리네. 소희 씨 내 말 맞지? 정말 미남이라고 내가 말해줬었지?”
유혜영 기자의 말에 우리는 둘 다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이후로 유혜영 기자가 혼자서 많은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기계적으로 유혜영 기자의 물음에 몇 번 대답을 이어갔다.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나는 헤어지기까지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할 수 없었다.
* * *
– 한강 강변
유혜영 기자와 헤어진 나는 한강 강변을 잠시 걸었다.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장소희를 만난 기억이 떠올랐다.
배에서 하선해 육상직원 근무를 시작하고 몇 년 후 나는 해신해운의 서울 본사로 발령받았다. 서울로 올라와 지내던 중 여의도 한 카페에서 그녀를 우연히 만났다.
전생에 우리는 불같이 사랑했지만 해신해운이 파산한 이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업도 실패하고 원양어선 선원으로 나가면서 힘들게 생계를 이어나가던 순간들.
이후 나는 우연히 만난 쩐주 자갈치 최부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운 좋게 부동산 사업에 성공하여 부산에서 제법 자수성가했다는 평가를 듣는 사업가가 되었다.
하지만 가족들을 오랜 시간 고생시켰던 젊은 시절의 힘든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었다.
‘어쩌면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지도······.’
복잡한 심경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과거에 읽은 피천득의 수필 ‘인연’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만약 이곳이 평행세계라면 그녀가 다른 인연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르륵!
상념에 빠져 강가를 걷고 있는 중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은 발신자였다.
“여보세요?”
“Hello? Mr. Jang? (여보세요 미스터 장?)”
상대방은 외국인이었다. 들어본 목소리지만 익숙하진 않은 목소리였다. 목소리만으로 상대방을 알아차리는 것은 무리였다.
“누구시죠? 장보고입니다.”
“하하하. 접니다. 당신의 장인(Father in law)이 될 사람.”
“네?”
“이거 섭섭하군요. 마헨 수비안토입니다.”
“······!”
나는 깜짝 놀라 순간 대답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건 당시 만났던 바로 그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 * *
– 서울 모처 레스토랑
몇 시간 뒤.
나는 마헨 수비안토 장관을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향했다.
레스토랑 매니저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에는 마헨 수비안토 장관이 앉아 있었다.
그는 내가 들어서자 자리에 일어나 환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오! 미스터 장!”
“장관님!”
나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 후 그에게 다가갔다. 그가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자, 일단 밀린 이야기는 차차 하고 우선 자리에 앉지. 우선 음식을 시켜야 할 것 아닌가?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저도 배가 많이 고프네요.”
마헨 수비안토 장관이 웃으며 손으로 자리를 안내했다.
내가 자리에 앉은 후 물었다.
“장관님, 그런데 한국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하하하. 이거 섭섭한데? 자네는 날 못 봤나 보군?”
“네?”
“오늘 오전에 자네가 연설하던 곳 말일세. 나도 그곳에 있었다네.”
“아!”
마헨 수비안토 장관이 인도네시아 대표로 UN 소말리아 해적 퇴치 그룹 회의에 참석했던 것이다.
“앞에 나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요. 그리고 긴장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앞에 누가 있는지는 도저히 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하하. 농담일세. 당연히 그렇겠지. 그나저나 오늘 큰 상을 받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우리는 간단하게 음식을 주문한 후 대화를 이어갔다.
“오늘 회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음! 큰 진전이 있었다네. 자네도 얼마 전에 소말리아 해적 푼틀랜드를 미국이 습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네.”
“작전을 지휘했던 장군이 출석해서 궁극적으로 해적행위는 육상에서 시작되는 문제인 만큼 국제적인 해법도 육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 주요했다네. 오늘 참석한 나라들은 소말리아 해적 퇴치 연락 그룹을 결성하기로 했고. 미국을 비롯한 파트너국들은 자국 선박에 대한 공격에 대응해 보다 더 강력한 해적퇴치 정책들을 마련하고, 국제 공조하기로 결의했지.”
“다행이군요!”
“그리고 소말리아 해적 배후세력의 금융제재와 체포를 위한 제도가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큰 반응이 있었다네. 그건 한국의 의원이 제안한 내용이었다네.”
아마도, 한국 대표로 참석한 오재민 의원이 제안한 내용이 분명했다. 전생에도 우리나라는 해적 자금 차단 특별회의를 주도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오재민 의원에게 몇 가지 팁을 주었고 그는 훌륭하게 회의를 준비해냈다.
그는 최근 해운, 해양 분야 이슈들을 선점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회의원으로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비록 국감스타의 자리는 나에게 뺏겼지만 말이다.
오재민 의원의 제안이 실현되면 곧 국제사회는 해적들에게 선박 정보를 제공하고 석방 협상금을 챙기는 배후세력을 추적하게 된다.
미국, 영국, 아랍에미리트 등 60개가 넘는 수많은 국가들이 참가해 정보를 공유해서 용의자 리스트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의심되는 인물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서 용의자를 추적해 체포하고 계좌를 동결하게 되면 소말리아 해적 비지니스는 결국 자금 부족으로 동력을 잃게 될 것이 분명했다.
결국 소말리아 해적이 활개를 치게 된 원인도 ‘돈’이었기 때문에 자금이 마르게 되면 비즈니스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는 해적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였다.
MI6 이안 요원으로부터 들은 정보에 따르면 현재 국제사회는 영국과 두바이에 소말리아인 출신의 해적 배후가 집중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에게 선박 정보를 제공하고 납치를 상의하는 국제해상보험업자, 선박중개업자, 보험 브로커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용의선상에 오른 자들도 있으나 진짜 배후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
이안 요원이 싱가포르로 떠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마헨 수비안토 장관이 말을 이어갔다.
“자네도 잘 알다시피 인도네시아도 말라카 해협의 해적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지 않은가? 이번 회의는 큰 의미가 있었다네. 여러 비선들을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에 따르면 자네 공이 작지 않다고 하더군?”
“하하하. 누가 그런 소릴 하던가요? 그런 잘못된 정보를 장관님께 전달한 사람이 누군가요?”
내 물음에 마헨 수비안토 장관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
“자네는 참 특별한 사내일세. 이등 항해사에 불과한 사람이 이런 일들을 해내다니.”
“그저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라고? 글쎄, 과연 운으로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있을까?”
나도 이번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도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볼까 한다네?”
‘음?’
나는 그의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