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before awakening RAW novel - Chapter 204
205화. 옥좌 속 세계(2)
성좌에 앉은 강사후가 평범한 모습으로 편히 자신이 불러낸 포르네토스의 혼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혼의 상태인 포르네토스가 보는 그의 모습은 일반인들이 보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밖으로 끌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시야로 강사후의 령의 기운이 눈동자에 서려, 청색과 녹색의 태양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게 보였다.
더불어 그저 커다란 육체만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육체에서 증기처럼 퍼져 나가는 강력한 령의 기운 역시 보이자, 포르네토스는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무, 뭐, 뭐냐. 왜, 왜 날 불렀지?]애써 공포심을 숨기며 포르네토스가 물었다.
그래봤자 성좌에 얽매인 그녀의 심리상태는 강사후에게 투명하게 비춰 보였지만 강사후는 내색하지 않았다.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라.”
[말하라니. 무, 뭘?]“전부.”
당장 필요한 것은 러시아에 있을 기지였지만, 그 외에도 얻어야 할 정보가 많았기에, 강사후는 정보의 범위를 특정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내리는 명령에 포르네토스가 욱하였다.
[내가 그걸 왜 알려줘야 하지? 어차피- 컥?! 끄아악!]막 반항심을 비추려 하자, 그녀의 혼으로 존재가 깨져 나가는 고통이 전해졌다.
금제를 뛰어넘는 고통이 순식간에 혼 전체에 퍼지자 포르네토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시간 끌 생각하지 마라. 그래 봤자 결과는 바뀌지 않으니.”
[커헉, 끄으윽! 이, 이 악마 같은 새끼야!]“악마는 너 아닌가?”
어째 만나는 악마마다 자신을 악마라고 칭하는 것 같자, 강사후가 피로감을 느끼며 귀찮다는 듯 대답하였다.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진 포르네토스가 이를 뿌득 갈았다.
[누가 악마라는 거냐! 그보다 대체 넌 뭐야?! 어떻게 단일 개체, 그것도 아스라짐 따위가 그런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는 거지?! 그 불길한 눈을 하고 있을 때 알아봤어. 네놈, 아스라짐이 아니지?!]“…눈?”
막 다시 사령술로 고문하려던 강사후가 돌연 자신의 눈을 지적하는 포르네토스의 말에 눈을 빛내었다.
[그래, 그 눈! 그 섬뜩하도록 시린 청색의 눈! 네놈, 그것과 대체 무슨 관계냐!]뚱딴지같은 말에 강사후의 눈에 흥미가 떠올랐다.
과거에는 궁금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관심을 끄고 있던 자신의 힘에 대한 힌트를 본 것 같은 강사후가 의도적으로 청색의 안광만을 피워 올렸다.
한쪽 눈의 푸른색 안광이 흘러나오자, 포르네토스의 혼이 더욱 크게 떨렸다.
“듣자 하니 궁금하군. 네놈들의 세계에 이런 힘을 쓰는 존재가 있는가?”
[이… 이익…!]강사후의 질문에 사령술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포르네토스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머리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금제 효과가 발생한 것을 확인한 강사후가 안광을 짙게 흘렸다.
그 안광을 정면으로 바라본 포르네토스가 금제에 짓눌리는 와중에도 강사후의 무언의 압박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 얼어붙은 세상… 순환이 멈춘… 벗어날 수 없는….]혼이 붕괴할 정도로 고통받으면서도 강제로 끊어지는 대답을 이어가는 포르네토스의 혼을 보며, 강사후가 그 단어들을 새겨들었다.
하지만 금제의 고통을 밀어내면서까지 얻은 포르네토스의 대답은 질문의 답이라 하기엔 이상했다.
‘존재에 대해 물었는데, 세상에 대해 설명하다니. 질문을 잘못 이해한 건가? 아니면….’
물론, 정보의 중요도만큼 금제의 강도가 강해지는 만큼 저 역시 중요한 정보일 가능성이 컸다.
그 반응에 강사후가 다시 한번 구체적인 질문을 하며 깊게 파고들려 할 때.
한 혼이 성좌에서 강사후에게 의념을 전해왔다.
[거기까지만 하도록 하지.]자신의 의지로 성좌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강력한 혼은 현재 단 하나밖에 없었던 만큼, 강사후는 바로 그 의념의 주체를 알아보았다.
“걱정되나?”
[개인적으로 저 아이가 금제로 파괴될까 걱정되는 것도 맞지만, 그 이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그라샬라볼라스의 의념에 강사후가 무언의 시선을 던지며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였다.
[방금 반응을 보면 알겠지만, 네가 물은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금제가 발동한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도 금제가 발동했지.]그의 말처럼, 의념으로 연결된 그의 혼이 고통으로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틱틱거리는 모습은 있었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협조하는 그가 하는 말인 만큼, 강사후는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말을 곱씹던 강사후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궁금하고 자신에 대한 일이기는 하였으나, 포르네토스의 혼이 파괴될 것을 감수하면서 당장 알아내야 할 정보는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후에 언제든 물어볼 수 있는 것이니, 지금은 당장 필요한 정보부터 수집한다.’
강사후가 대답을 강제하였던 사령술을 풀자 포르네토스가 거친 숨을 토해내었다.
혼을 부들부들 떨며, 포르네토스가 강사후를 증오스러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이, 이 빌어먹을 네크로맨서놈! 두고 봐라. 언제고 내가 네놈을 죽여버릴 것이다!’
“가망 없는 희망을 품는군.”
자신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생각을 읽은 것처럼 답하는 강사후의 말에 포르네토스가 깜짝 놀랐다.
포르네토스가 당황하며 묻자 오히려 강사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놈의 혼이 지금 어디 묶여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내게 속한 세계에 혼으로 얽매여 있다는 건, 네 의지와 생각 모두 내 의지하에 놓여 있다는 의미인 걸 모르나?”
[…….]강사후의 설명을 들은 포르네토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 얼굴을 내려다보며, 강사후가 지루하단 눈빛을 띠었다.
“성좌 속에서 있던 곳은 나름 편하겠지. 내가 널 거기에 둔 건, 협조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널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네게 고통을 내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마라.”
그녀의 머리로 옥좌 속 세계를 떠나기 전 악마 남작이 했던 조언이 떠올랐다.
[힘내거라. 그리고, 걱정하지 말거라.]그의 뜻을 이제야 이해한 그녀가 바르르 떨리는 눈으로 강사후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머리로 해석된 조언의 뜻이 떠올랐다.
‘엄청나게 아프고 힘들겠지만, 힘내라. 그리고 걱정하지 말거라. 결국, 녀석이 널 수 없이 고문하겠지만. 최소한 죽이지는 않을 테니.’
* * *
“언니-!”
강지예가 힘차게 달려가 이사벨라에게 뛰어들었다.
그 익숙한 돌진을 미리 예견한 이사벨라가 검지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이자 준비되어 있던 마법이 강지예의 몸을 띄웠다.
순식간에 속도가 줄어든 강지예가 느린 속도로 이사벨라에게 안겼다.
“지예 오랜만. 잘 지냈어?”
“응! 힘들었을 텐데,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아냐. 이건 소서리스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이사벨라가 강지예의 뺨을 주물거리며 일주일 전 강사후로부터 전해 들은 정보를 떠올렸다.
멸망주의자의 숨겨진 목적, 적들이 노리는 목표.
그리고 다른 세력과 달리 개인적으로 전해 들은 네크로맨서 다이본의 존재는 무엇 하나 쉬이 넘기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은 소서리스의 보물에 관련된 것이었다.
당연히 소서리스들도 신성히 여기는 보물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셉터와 같은 왕홀이나 지팡이, 망토 정도였을 뿐이다.
그 어떤 소서리스 집단도 별을 보물로 여기는 곳은 없었다.
이사벨라의 대답에 장난기가 떠오른 강지예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후후. 과연 그것뿐일까?”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표면적인 목적은 소서리스의 보물을 찾는다는 것이나, 내심 강사후와 함께할 시간을 기대하고 온 이사벨라가 얄밉게 놀리는 강지예의 뺨을 좌우로 세게 당겼다.
햄스터마냥 뺨이 늘어났다가 해방된 강지예가 치유의 손으로 뺨을 문지르며 키득키득 웃었다.
“뭐 어때. 오빠도 언니 만나고 싶었을 텐데 뭐. 오빠, 언니랑 있을 때만 제대로 쉬지, 아주 워커홀릭이야.”
강지예가 걱정된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대로 강사후는 남들이 보면 무언가에 쫓기듯 항상 바쁜 일정으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살고 있었다.
얼마나 일이 많은지, 일상적인 업무만 따져봐도 카타쿠와의 육체 단련 수련과 마법 수련, 길드의 운영, 내세교의 감사, 네크로맨서 탑의 대외활동이 있었다.
그것만 하여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바쁜데, 이런 식으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여 해외로 가게 되는 일까지 겹치는 경우, 잠을 거르는 경우도 잦았다.
하지만 그런 강사후가 유일하게 일정을 빼더라도 쉬는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이사벨라가 오는 경우였다.
설명을 전부 들은 이사벨라가 꿈틀거리는 입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흠흠, 그래? 잘됐네. 러시아에 가기 전까지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 이참에 푹 쉬게 해야지.”
“그래, 언니! 이참에 그동안 미룬 데이트도 실컷 해버려!”
강지예가 신나서 주먹을 불끈 쥐며 위로 치켜올렸다.
든든한 응원에 이사벨라가 피식 웃었다.
“지예가 있어 든든하네. 당연히 우리 지예도 같이 놀아야지.”
“그럼 더 좋고!”
“참. 그, 다른 이사벨라는 어때? 유용한 정보 좀 많이 얻었어?”
“다른 이사벨라 언니…? 아, 이나모라티~ 응, 이제는 사이좋게 지내고, 필요한 정보는 제한적으로나마 자발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많이 친해졌나 보네?”
“응! 애가 순수하고, 아이 같더라고. 어쩌다가 저렇게 악독한 놈들의 꾐에 넘어간 건지 안타까울 정도로.”
“그렇단 말이지…. 그럼 지예, 언니 좀 도와줄래?”
“응? 어떻게 도와줘?”
“그 아이랑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누고 싶어. 내 전직의 모체인 만큼, 내 능력에 대해 대화 좀 나눠보려고.”
처음 대격변 때 꼭두각시 술사로 각성했던 이사벨라는 마법에 대한 깊은 지식과 능력을 통해 이미 전직을 마친 상태였다.
게다가 전직으로 얻은 클래스가 ‘이나모라티 이사벨라’인 만큼, 그녀의 호기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언니 클래스가 이나모라티였다고 했지! 알았어. 같이 가보자.”
“…어, 이렇게 바로?”
그동안 친해졌다고는 하나, 포로로써 수감되어 있을 이나모라티를 친구 만나러 가듯 편히 행동하는 강지예의 행동에 이사벨라가 당황하였다.
그리고 방에 들어오자, 그녀의 당황은 더욱 커졌다.
“강지예에~!”
이나모라티가 강아지처럼 강지예에게 달려와 안기자 이사벨라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 지예야. 너무 친해진 거 아냐?”
“응? 왜?”
“왜냐니…. 아니, 사후가 이런 모습 보고 뭐라고 말 한 거 없어?”
“오빠? 역시 나라고, 믿고 있었다고 하던데?”
강지예의 대답에 이사벨라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래, 사후가 허락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애써 이상함을 무시한 이사벨라가 어리둥절한 표정의 이나모라티를 바라보았다.
“어? 내 힘을 이어받은 아스라짐이다.”
“우와, 바로 알아보네?”
강지예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자 이나모라티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 힘인데, 내가 모를 리 없지. 근데 내 힘은 별로 안 썼나 보네. 크기가 작아.”
“크기가 작다고? 그게 무슨 뜻이지?”
조용히 있던 이사벨라가 의아하다는 듯이 끼어들며 질문하였다.
그녀의 질문에 이나모라티가 입을 열었으나 입만 뻥끗거릴 뿐, 아무런 말을 뱉지 못하다가 이내 몸을 기괴하게 꺾었다.
깜짝 놀란 강지예가 서둘러 치유의 손을 사용하며 이나모라티의 등을 찰싹 때렸다.
“무리하지 말랬지!”
“으, 으응. 안 되네. 미안.”
“그런데 지예야. 아까도 느꼈지만,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이 뭔가 달라 보이네? 전직이라도 한 거야?”
“전직? 아니, 안 했는데?”
강지예가 뜬금없이 전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멎은 코를 물티슈로 닦으며 이나모라티가 끼어들었다.
“지금은 못 하지만, 강지예는 전직할 수 있을 거야.”
돌연 자신의 대한 전직 이야기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전직을 확신하는 이나모라티의 대답에 강지예가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어, 그래?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그야, 틀을 부술 정도로 충분히 강해졌으니까.”
“…틀을 부순다?”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말에 강지예가 놀란 눈으로 이나모라티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