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Infinite Skill Player RAW novel - Chapter 223
13화
‘공격인가?’
머리 꼭대기에서 점멸하는 붉은색 빛에 잔뜩 긴장한 칼리드.
그는 주먹을 말아쥔 채 언제든 반격할 채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공격 대신.
조금씩 선명해지는 붉은 빛.
이내 그것은 옆으로 길쭉해지며 어떤 모양을 만들어가더니.
커다란 눈동자의 모양을 해 보였다.
‘눈…?’
흡사 이곳을 내려다보는 듯한 눈동자.
괜스레 기분이 꺼림칙해졌지만.
칼리드는 무어라 말하는 대신 차분히 눈깔을 노려보았다.
‘저게 시스템의 본체? …여기서 닿을 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저 괴상한 눈깔 모양이 시스템의 본신인지.
아니면 단순한 홀로그램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아무리 팔을 뻗어도, 마법을 힘껏 던져도.
닿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높이에 위치해 있다는 것.
단번에 거리를 계산해 낸 칼리드는 저도 모르게 낮은 한숨을 토해냈다.
-안심해라. 난 적어도 내 자식과도 같은 너희들을 곧장 공격할 생각은 없다.
“그거야말로 개소리 같은데. 적진 한가운데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고 믿는 멍청이로 보여?”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너희의 자유지. 다만 너희가 여기로 직접 들어왔다는 건, 무언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어째서지?”
-너희는 세계가 바뀌기 시작한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날 찾아온 것이다. 그렇지 않나?
칼리드는 시스템의 말에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긍정하지도 않았다.
“….”
-너희들이 나를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당연히 내 자식들을 새로운 유토피아로 데려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유토피아?”
-그래, 이상향. 더러운 자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과거의 세계는 뒤엎어버리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찬 세계를 새로이 세우자는 거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피조물이라.
칼리드는 시스템의 말을 듣는 순간 조금의 고민도 없이 단정 지었다.
“뭐야, 개소리였네.”
-뭐라?!
“결국 네놈은 지금의 세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멀쩡한 땅과 사람들을 아예 갈아엎어 버리겠다는 말이잖아?”
-멍청하군. 내 뜻을 고작 그 정도 하찮은 말로 정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네놈이 하는 짓이 아샨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군.”
생각해 보면 시스템의 행보는 아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샨과 시스템.
서로는 서로를 원수처럼 미워했고, 기존의 질서와 세계를 못마땅해했다.
그리고 상대를 제거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려는 것까지.
완벽하게 같지 않은가.
그러나 시스템이 듣기에는 그런 칼리드의 말이 심히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그 오만방자한 말, 거두어들이지 못하겠나!
아까와 달리 한껏 높아진 톤.
저놈이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듣기에도 꽤나 화가 난 듯해 보였다.
“왜, 정곡을 찔렸나?”
-가슴 아프구나! 내 자식과 같은 이들이라 생각했기에, 새로운 세계에 함께 데려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늘! 내가 어리석었던 것인가!
“그거야말로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시스템. 넌 우리를 네 게임의 장기 말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아닌가.”
결국 시스템의 목적은 세상을 제멋대로 바꾸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칼리드를 비롯한 저 너머의 존재들을 이용해 아샨과 반대하는 자들에게 맞서게 만든 것.
아샨의 죽음에서 끝났다면 대륙을 위한 희생이요, 솔선수범이라 할 만했겠지만.
시스템이 개입하려 드는 순간.
그건 그저-
-그건 네 착각….
“넌 결국 제2의 아샨에 불과한 거였다, 시스템.”
시스템을 제거하고 신이 되려 한 아샨처럼.
결국 녀석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 거다.
차이점이라면.
아샨과는 달리 스스로가 그만큼 강한 무력을 지니지는 못했다는 정도겠지.
칼리드의 도발에 무슨 생각이 든 걸까.
한참 동안 아무런 말 없이 침묵을 지키던 시스템.
놈의 대답은 더 이상 그 어떤 말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 뜻에 동조할 수 없다면, 결국은 소각당하는 것이 이 세계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를 향하는지 모를, 짤막한 한 마디와 함께.
기이잉.
바닥을 뒤덮은 회로들이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조심해라!”
그와 함께 사방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의 파동.
칼리드는 단번에 놈이 공격하려 든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그와 함께 새빨간 눈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뭐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눈깔.
마나의 움직임에 착각한 것일까.
칼리드가 그리 생각하려던 찰나.
지이잉!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우측에서 쏘아져 오는 붉은색 광선.
금방이라도 칼리드의 몸을 짓이길 것처럼 거세게 닥쳐오는 마나 덩어리였다.
“피해!”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다급하게 외치는 칼리드.
동시에 훌쩍 몸을 뒤로 젖히자, 광선은 간발의 차를 두고 가슴팍을 스쳐 지나갔다.
‘큰일 날뻔했어. 하마터면 그대로 가슴에 구멍이 날 뻔했잖아?’
얼핏 느껴지는 마나의 양은 칼리드라도 절대 간과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으아아앗!”
“으헉! 시… 스템 개새… 끼!”
“위험합니다!”
뒤편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걸까.
칸젤을 비롯한 엘리온, 하얀까지.
세 사람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광선 세례에 정신없이 바닥을 굴러대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도대체 어디서 공격해 대는 거지?’
재빨리 자세를 고쳐잡은 칼리드.
그는 곧바로 반격에 들어가기 위해 눈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요상하게도 시스템의 공격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
사방은 거리감을 확인할 수도 없을 만큼 진한 검은색의 향연이고.
유일하게 그럴싸해 보이는 천장의 눈깔은 반복적으로 깜빡이기만 할 뿐이니.
기이잉.
간신히 몸을 날려 피했다 싶으니.
다시금 어딘가에서 날아드는 광선.
이번에는 숫제 칼리드가 움직일 곳까지 미리 예측하듯.
여러 방향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피하는 건 무리야.’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데다.
언제 다시 광선이 쏟아질지 예측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
칼리드는 다급하게 마나를 끌어 올리고는, 몸 주위로 뼈 방패를 만들어냈다.
콰자작.
듣기 싫은 뼈 소리와 함께 칼리드를 감싸는 뼛조각들.
그 위로 빨간 광선들이 폭격하듯 내려꽂혔다.
‘강하다…!’
알맞게 펼친 스킬이 피해를 막아준 덕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반탄력에서, 저 광선들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잘못 맞으면 그대로 팔 한 짝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겠는데?’
마력이 일반적인 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칼리드조차도 이렇게 느낄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어떨까.
“이 새끼, 미친 거 아냐?!”
“피해! 맞으면 진짜 뒤진다!”
“흐아아아아!”
아니나 다를까.
거센소리를 내뱉으며 광선을 회피하는 세 사람.
바닥을 굴렀다가 꽁지가 빠져라 달렸다가 하는 꼴이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의 행동 같았다.
‘저 녀석들에게 뭔가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
혹시나 싶었지만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보였기에.
칼리드는 때때로 광선을 피하고 때때로 쳐내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마나를 움직여 시스템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천장이나 바닥에서 공격하지는 않으니. 결국 저 시커먼 벽면 어딘가에서 광선을 쏘고 있다는 건데.’
이론상으로는 무한한 공간이라는 건 없으니, 한쪽 방향으로 치달리다 보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이곳은 차원의 틈.
일반적인 공간의 개념을 벗어난 곳이니, 저 너머가 정말 유한할지조차 짐작조차 어려웠다.
칼리드가 시스템의 본체에 대해 고민을 하던 사이.
파앙!
뒤편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에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칸젤!”
“크으윽….”
그곳엔 시스템의 광선에 격중당해 쓰러진 칸젤과 다른 두 사람이 있었다.
“거기 몰려 있다가는 전부 죽어!”
옹기종기 모인 그들의 모습에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는 칼리드.
기이잉.
예상대로 시스템의 광선이 세 사람을 노리고 쏟아졌다.
‘이거야 원. 죽기 좋게 모여 있는 꼴이 됐네.’
저대로 방치해 뒀다가는 몰살당할 게 뻔했기에 셋을 향해 몸을 날리는 칼리드.
굵다란 마나 포격이 와닿을 때 즈음, 칼리드는 저들 사이로 끼어들어 뼈 방패를 만들어냈다.
콰광!
“카, 칼리드!”
“하얀, 넌 칸젤을 치료해라. 엘리온, 너는 마법을 장전해 광선을 요격해.”
“아, 알겠소.”
“크으으….”
아예 왼쪽 팔이 뜯겨져 나가 너덜거리는 꼴이라니.
다행히도 스킬로 치유가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하얀을 시켜 칸젤을 돕게 했다.
그리고 그동안은 칼리드와 엘리온이 방어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 최선책이 되겠지.
“엘리온.”
“꼭… 지, 지금 말해야 할 일이오?”
여전히 빗발치는 광선을 향해 마력을 쏟아내며 답하는 엘리온.
그는 칼리드의 부름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힘겹게 말했다.
“뭔가 찾아낸 게 있나?”
“찾아내긴 개뿔, 이것 하나 막아내는 데만 해도 힘에 부쳐 죽겠소.”
마법에 통달하다시피 한 엘리온 역시 칼리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지.
폭우처럼 쏟아지는 시스템의 공격 속에서도 딱히 대응 방법이나 묘수를 발견해 내지는 못한 듯했다.
‘분명 방법이 있긴 할 텐데.’
시스템의 폭격을 막아내면서도 매의 눈으로 이곳저곳을 관찰하던 칼리드.
그는 문득 어둠 저 너머에서 새붉은 별 하나를 발견했다.
“잠깐, 저건 무슨 빛이지?”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칼리드는 점멸하는 그 찰나를 발견해 냈고, 뒤이어-
기이잉.
이쪽을 향해 광선들이 어지럽게 날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반짝.
‘저 빛이 반짝하는 직후에 광선들이 날아오는 것 같은데.’
우연의 일치일까.
하지만 시스템의 공격에 아무 패턴조차 알아내지 못했던 칼리드였기에.
그는 다음 시스템의 공격을 숨죽여 기다렸다.
“어,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내야 하는 거요?”
“기다려 봐. 뭔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니까.”
그 사이에 하얀의 도움을 받은 칸젤이 완전히 회복해 일어났다.
하지만 그가 일어났다고 해서 전황이 크게 바뀌는 건 아니었다.
검을 든 검사는 타겟이 있을 때나 위력적이지.
적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는 그저 무력한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다.
“개 같은….”
이를 지그시 악물며 검을 치켜드는 칸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라 실린 검으로 눈앞에 닥친 광선을 베어내는 것뿐이었다.
‘자, 와라. 내가 보았던 빛이 진짜인지 아닌지. 어디 한번 보자고.’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숨을 가다듬은 채 사방을 주시하던 칼리드.
마치 때를 기다리는 맹수처럼 눈빛을 번뜩이며 기다리던 순간.
반짝.
그의 오른쪽에서 아주 잠깐 빛을 발하는 붉은색 별.
그 순간 칼리드의 눈이 한껏 치떠졌다.
‘됐다!’
2시 방향.
온몸의 마나 스타들을 일시에 쥐어짬과 함께 마나를 일으키고.
하나의 첨혈창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준비동작을 생략한 후-
던진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눈 한 번 깜빡이기도 전에 진행되었고.
슈아아악!
칼리드 일행에게 광선들이 쏟아지기도 전에 반대편을 향해 내던져진 창 한 자루.
영겁과도 같은 몇 초가 흐를 때까지도 저 너머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제길, 아무것도 아니었나?’
저 너머의 어둠 한가운데를 가르며 날아간 첨혈창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칼리드.
쿠웅!
그때 반대편에서 들려온 자그마한 소음에, 칼리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이 쥐새끼 같은 자식!”
사령명가의 무한스킬 플레이어
지은이
: 대왕생
제작일
: 2023년 07월 03일
발행인
: (주)에이시스미디어
편집인
: 에이시스미디어 편집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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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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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7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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