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내가 너한테 명령한다.”
“예.”
“너는 앞으로 누구보다 강해질 것이다.”
내 말에 뚜따가 놀라 나를 봤다.
아마 나처럼 스킬들이 생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레벨 업을 할 때마다 현생인류의 전사들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질 것이 분명했다.
헌터들에게 테이밍을 당한 펫들은 다 그렇게 됐다.
“제가 강해진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러니 너는 악어머리 부족 최고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
“저는 악어머리 부족 놈들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내게 보였던 살기는 악어머리 부족에 대한 적개심이었다.
‘모래 위에 성을 쌓은 것이나 다름이 없군.’
아무리 어릴 때부터 세뇌를 시키듯 조련한다 해도 뚜따처럼 증오심을 가지는 사람은 나오기 마련이다.
악어머리 부족의 팽창은 뚜따처럼 적개심을 가진 전사들 때문에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악어머리 부족이 강성하기에 잡혀 와서 전사로 키워진 존재들이 복종하고 있지만 악어머리 부족이 쇠퇴하는 순간 빠르게 분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큰눈의 심복이 되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임무는 나중에 큰눈이 나를 공격하려 할 때 큰눈을 죽이는 것이다.”
내 말에 뚜따의 눈빛이 번뜩였다.
“예, 알겠습니다. 꼭 큰눈을 죽이겠습니다.”
이제는 나는 악어머리 부족이라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뻐꾸기가 되어 버렸다.
테이밍이 된 뚜따는 나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뭐든 한 번이 무섭다는 생각이 머리에 번뜩였다.
‘흐음, 스무 명 정도를 악어머리 부족에 심어 놓는다면…….’
그럼 악어머리 부족 안에 하늘 부족이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일이 이왕 이렇게 됐으니 애써 미루어 두었던 사악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이래서 인간이야말로 가장 사악한 괴수다.
‘제기랄, 머리가 복잡하군, 이럴 때는 헌팅이 최고다.’
나는 바로 돌아섰다.
탁!
그리고 바로 땅을 박차고 점프를 시도해서 목책 끝을 잡고 목책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천천히 목책을 잡고 내려왔다.
“가 보자!”
나는 바로 거대한 숲을 향해 달리다가 악어머리 부족에서 멀어진 후에 멈췄다. 그리고 바로 분해해 놓은 활을 다시 조립했다.
-재료를 통해 무기 재조합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제 헌팅이다.”
활을 다시 조립하고 바로 일어나서 거대한 산맥으로 뛰었다.
* * *
“……뭐지? 뭔가 따라붙었는데.”
나는 지금 야생 맹수들의 표적이 되기 위해 길을 잃은 아이처럼 이곳저곳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렇게 목표를 잡고 나서는 헌팅을 타깃 헌팅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 내 타깃은 고양잇과 맹수다.
“잘 안 보이는군, 초음파로는 한계가 있다.”
박쥐에게서 추출한 초음파 이능 때문에 눈을 감고서도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미숙하고, 청각으로 듣는 거다 보니 실물을 직접 보는 것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많다.
색이 보이지 않으니 명확하게 식별할 수도 없고, 잔뜩 웅크리고 가만히 있으면 바위인지, 아니면 나를 노리는 놈인지 구별하는 것이 힘들다.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아마도 내가 초음파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박쥐가 아닌 사람의 신체를 가지고 있어서인 듯하다.
‘고양잇과 동물이면 테이밍을 하고, 아니라면 레벨 업용 헌팅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짝 곁눈질로 주변을 살폈다.
없다.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
이럴 경우에는 어둠 속의 뛰어난 사냥꾼인 고양잇과 맹수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저놈이 검치호라면…….’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어쩌면 나는 너무 무모하게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헌팅을 할 때마다 강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헌팅을 한다.
‘배트맨! 내 뒤에 뭔가 따라붙고 있다. 무엇인지 당장 확인해!’
나는 바로 배트맨에게 초음파로 명령을 내렸다.
-알았습니다요!
내 어깨에 앉아 있던 배트맨이 바로 푸덕푸덕 날갯짓을 하며 붉은 점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두두두! 두두두!
그때,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젠장! 비까지 오네.”
비가 오면 내 냄새가 가려진다. 그럼 나를 쫓는 놈이 나를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뛰어난 사냥꾼이라면…….’
이렇게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도 내 채취를 찾아낼 것이다. 그럼 절대 약한 놈이 아니다.
-으음…… 처음 보는 놈인데 동글동글한 점이 있습니다요.
‘점?’
배트맨이 점이 있다고 하자마자 나는 표범을 떠올렸다.
표범은 고양잇과 짐승 중에서 대형에 속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작다.
하지만 야간에 만나면 대형 헬기를 띄워도 쉽게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은신에 능하다. 내가 아무리 초음파 능력이 있다고 해도 기습을 당해 죽을 수도 있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놈일 수도 있으니까.’
나는 천천히 정신을 집중하면서 걸었다. 그리고 초음파에 최대한 집중을 했다.
붉은 점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초음파로 주기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놈은 내가 걸어온 길을 똑같이 따라오고 있었다.
날 사냥할 기회를 노리는 것이 확실했다.
‘확실해!’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 때문인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 누가 사냥감이 되는지 보자.”
고양잇과 맹수 중 네 번째로 큰 표범은 아무리 커야 사람 정도 크기의 맹수다.
하지만 워낙 은신이 뛰어나다 보니 사냥 성공률은 검치호보다 훨씬 높다. 그 어떤 맹수보다 가장 은밀하게 사냥감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소리 없는 암살자로 불린다.
저벅! 저벅!
나는 놈이 나를 놓치지 않게 발소리를 더 크게 내며 움직였다.
본능적으로 놈과 내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표범으로 추정되는 놈은 집요하면서도 천천히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제기랄, 밤이라서 잘 안 보이는데…… 게다가 비 때문에 달빛도 안 들어와.’
올빼미의 야간 시력이 간절한 순간이었다. 다음에는 올빼미를 꼭 테이밍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어둠 때문에, 또 장대비가 시야를 가려 눈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 어둠 속에서 놈이 보인다면 침묵의 암살자라고 불리는 표범이 아니다.
‘역시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해.’
이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초음파 감각뿐이다.
아마 놈이 내 목덜미를 노릴 때까지 나는 놈의 코빼기도 못 볼 수도 있다.
그게 바로 표범의 최대의 무기다. 소리 없이 접근해 목표를 노리는 것.
고양잇과 동물의 은밀함 말이다.
놈은 내가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겠지만 초음파를 통해 놈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지금까지 놈이 노린 다른 먹잇감과는 다른 것이다.
지금 상황은 내가 운이 없든지 목표를 잘못 선택한 놈이 운이 없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표범은 한 번 목표로 한 먹잇감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들은 것이 떠올랐다.
‘50미터!’
초음파로 느껴지는 감각에 놈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실제 거리와 초음파로 느끼는 거리를 비교하면서 슬슬 걷는 속도를 낮췄다.
‘40!’
나도 모르게 속으로 뇌까렸다.
순간 놈이 빨라졌다. 역시 놈은 나를 먹잇감으로 찍은 것 같다. 이제는 쫓고 쫓기는 자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놈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내가 놈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몸은 경직된다.’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나를 믿어야 한다. 나는 헌터다.’
그런 생각을 하며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내가 빠르게 걸으면 놈도 빠르게 따라붙었다.
물론 나는 놈이 어디쯤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놈은 내 후방 30미터까지 접근했다. 아마 놈은 자신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누가 사냥꾼이 될지 두고 보자.’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놈이 언제나 다 먹는다는 것이다.
놈은 내 살점을, 나는 놈의 이능을 가지게 된다.
“……자극할 필요가 있겠지. 난 여기에 있다. 망할 놈아!”
나는 표범으로 추정되는 놈이 들을 수 있게 소리를 지른 후에 뛰기 시작했다.
푸드득!
그때 장대비를 피하기 위해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수리부엉이가 푸드득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순간 찰나지만 붉은 점이 멈칫했다.
이건 다시 말해 그놈이 수리부엉이가 앉아 있던 나무 근처에 있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집요하고 영악한 놈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나뭇가지에 손쉬운 먹잇감이라고 할 수 있는 수리부엉이가 있는 상태에서도 나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따라붙었으니 말이다.
“나 여기 있다고!”
다다닥! 다다닥!
그렇게 외친 나는 거침없이 질주를 감행했다.
‘조급하게 만든다.’
사실 내가 소리를 지른 이유는 놈이 조바심이 나게 하려고 한 행동이다.
또한 흥분시킬 목적이기도 했다.
목숨을 건 사투에서는 다급한 쪽이 진다.
‘……20!’
놈과의 거리가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었다.
이 짧은 시간에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는 것은 놈의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
‘방향을 튼다.’
나는 바로 뛰면서 방향을 틀었다.
놈이 직선으로 달릴 때의 속도와 방향을 전환했을 때의 속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고, 그 차이를 가늠해야 했다.
스슥! 스스륵!
무성히 나 있는 나뭇가지가 내 얼굴에 스쳤다. 최대한 놈의 행동을 불편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잔목이 많은 곳으로 뛰었다. 이 순간에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다다닥! 다다닥! 다악!
‘오버 10!’
내가 방향을 틀자마자 검은 물체가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놀랍게도 놈은 단 몇 초 만에 나를 넘어선 것이다. 빠르다는 것이 놈의 최대의 장점이면서 약점인 것 같다.
‘당할 뻔했다.’
순간적으로 좁혀진 거리를 보고 내가 방향을 틀지 않았다면 놈의 송곳니가 내 목덜미에 박혔을 수도 있었다.
등에는 진땀이 아닌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졌다.
‘기회는 한 번뿐이겠지!’
제3자가 봤다면 굉장히 무모하다고 했을 행동이다.
하지만 이 무모한 헌팅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목숨을 걸고 싸울 때마다 내가 몇 배는 더 강해지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방향을 틀었다. 아니, 이제는 아예 활에 화살을 재고 지그재그로 뛰고 있다.
분명 지금 나를 노리는 놈은 굉장한 질주 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
원래 고양잇과 동물은 빠른 발과 민첩함을 타고난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치타처럼 빠르면 빠를수록 방향을 전환하기가 힘들다. 거리를 줄이던 놈이 내가 방향을 트는 것을 보고도 어쩔 수 없이 10미터나 더 뛰어나간 것처럼.
“지금이다……!”
나는 바로 멈췄다.
그리고 돌아서서 빠르게 활을 겨눴다. 이쯤이면 보일 줄 알았는데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저 초음파를 통해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덮쳐온다는 것만이 느껴졌다.
“사라졌……!”
뒤에서 들려오던 발소리조차 사라졌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놈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영악한 놈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이 느껴진다.
‘망할 새끼!’
놈이 어딘가에서 내 목을 노리며 움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