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내가 그 소금을 가지려면 너에게 무엇을 줘야 하지?”
이제부터는 물물교환을 위한 담판이다.
“소금이 필요하세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는 것을 먹어 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평소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라도 압도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그것이 맛없다고 느껴지고, 그때 먹었던, 혀를 황홀하게 만든 맛이 아른거린다.
심지어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갈망한다. 그때 먹었던, 뇌를 녹일 듯한 짜릿한 맛에!
“네가 네 부족으로 떠난다면 나는 그걸 다시 못 먹겠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 내가 네게 무엇을 줘야 소금이라는 것을 주겠느냐?”
“저는…….”
“말해라.”
“우리에 갇혀 있는 아이들을 주세요.”
여자는 더 필요하지 않다. 악어머리 족장이 내게 자신의 딸을 한 명 더 주겠다고 말했다. 약속했던 그 딸을 하나 더 받으면 미션 클리어의 조건은 완성이 된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전사가 될 재목 열 명만 더 받으면 된다.
“아이들을?”
모두가 이 축제를 즐기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부족에서 잡혀 온 아이들과 여자들은 짐승처럼 우리에 갇혀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갇힌 것은 아니다. 다른 부족에서 잡혀 온 여자들과 아이들 중 꽤 많은 숫자가 악어머리 부족 사람과 짝이 되어 악어가 되었고, 짝짓기 잔치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여자들과 아이들이 저렇게 노예처럼 부락 외곽에 설치된 울타리에 갇혀 있었다.
“부리는 것을 달라는 거군.”
악어머리 부족에서는 노예를 부리는 것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악어머리 부족도 결국 약탈 부족이다.’
게다가 그들은 내가 만든 갑옷과 방패를 가지고 더욱 강력해졌다.
악어머리 부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커질 것이고, 강 하류를, 바다를 낀 땅을 모두 정복하게 되면 하늘 부족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내 부족인 하늘 부족도 차후에는 약탈 부족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력을 확장하고 다른 부족을 복속시키는 과정은 사실상 약탈과 다름이 없을 테니 말이다.
“예, 저희 부족은 너무 작습니다. 아이들을 키워서 전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위에 서 있는 혈족의 수가 네게 엎드리는, 부리는 놈들보다 적다면 위험해질 수 있다.”
이 말은 할아버지로서 나를 걱정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할 때, 그리고 그 다수가 지배하는 소수를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커지면 반란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말은 악어머리 부족도 이렇게 크다 하지만 반란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악어머리 부족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불처럼 일어났다가 재처럼 사라지겠지.’
아직까지는 통제가 가능해 보였다. 그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악어머리 부족의 전사의 수는 3백 명에 가까웠다. 그중 2백이 악어머리 부족 출신이다. 그리고 백여 명이 저렇게 우리에 갇힌 아이들이 커서 전사가 됐다. 그리고 전사가 되지 못하는 아이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부리는 것이라 불리는 노예가 된 것 같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필요하냐?”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내일을 걱정할 만큼 오늘이 편하지는 않아서요.”
“그 정도냐?”
“사실 사냥도 어려운 편입니다. 하늘 부족에 있을 때 고기 구경을 해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하는 거짓말이다.
“고기 구경을 못해? 겁먹은 소리를 하고 있군.”
악어머리 족장은 내가 하이에나를 사냥하는 것을 봤다. 그러니 이런 반응이다.
“근근이 살아가고는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 하늘 부족은 아이들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좋다. 어떻게 바꾸면 될까?”
“소금 한 주머니에 아이가 둘입니다.”
내 말에 악어머리 족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물론 이미 내게는 스무 명의 어린 전사들이 있다. 그들은 이 악어머리 부족에 그대로 두고 다른 아이들과 여자들을 데리고 갈 생각이다.
“너무 많다.”
“많지 않습니다. 제가 가진 소금은 얼마 없습니다. 족장님도 처음 먹어 봤듯이 소금은 구하기 어렵습니다. 아주 깊고 깊은 동굴로 들어가서 바닥 아래로 숨이 턱턱 막힐 때까지 기어 들어가서 캐 가지고 와야 합니다. 목숨 걸고 구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구한다 해도 양이 너무 적습니다.”
뻥을 제대로 쳤다.
거대 불곰이 터를 잡고 있는 산에 가면 소금 바위는 지천에 깔려 있다.
그 반면에 샅샅이 뒤진 것은 아니지만 이 근방에는 소금 바위가 없다. 그리고 바다도 머니 염전을 만들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사실 원시인이 염전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러니 소금은 무척이나 귀하다. 뻥을 치면 칠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공급을 내가 꽉 잡고 있으니 부르는 것이 값이다. 그러니 내 무기가 된다.
“그래도 너무 많다. 아이들은 곧 악어가 된다.”
악어머리 족장의 말을 통해 아직 노예와 부족민의 구분이 애매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렇게 우리에 가둬 뒀다가 어느 순간 먹을 것을 주면서 동화시키는 것 같다.
“저도 반쪽 악어인데 좀 넉넉하게 주십시오. 그렇게 하신다면 악어의 힘이 저 위쪽에도 이어질 겁니다.”
내 말에 악어머리 족장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악어의 힘이 저 산 쪽으로 이어진단 말이지?”
“예, 모두가 족장님을 하늘처럼 생각하게 될 겁니다.”
아부를 더하면 말로 하는 이 대결에서 더 많은 실리를 챙길 수 있다.
“하하하! 좋다. 그렇게 하자.”
역시 명성 수치와 내 감언이설이 통했다.
“감사합니다.”
“얼마나 가지고 있지?”
“주머니가 8개입니다.”
“알았다. 그만큼 준다.”
“그럼 제가 가서 아이들을 골라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해라.”
부족한 아이는 다시 잡아 오면 된다. 손해 볼 것 없는 거래라 생각한 악어머리 족장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늑대발톱과 큰바위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면 된다.’
나는 이달투 원정대를 따라 같이 출정할 생각이다.
그리고 미션을 클리어할 생각이다.
‘흐음, 일꾼 스무 명이면…….’
쓰임에 따라 전사로 돌변할 수 있다.
한번 사악해졌으니 더 사악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달투들을…….’
그들을 얻는다면 가장 충성스러운 노동력이 될 것이다.
미션도 내게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연꽃은 늑대발톱과 큰바위와 함께 보낼 참이다.
‘이젠 예전의 내가 아니다.’
물론 예전에도 나는 강했지만 지금은 흡수한 특성 때문에 더 강하다. 아마도 짐작컨대 이 정도로도 레벨 300 정도의 헌터와 맞먹을 수 있을 것 같다.
* * *
내 짝짓기 잔치는 거의 달이 지고 새벽이 훌쩍 지나서야 끝이 났다.
“땅속에서일어서야!”
악어머리 족장이 나를 불렀다.
“예.”
“내일 이달투 원정대가 출발한다.”
“알고 있습니다.”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너는 우리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줬다. 이달투들이 숨어 있는 동굴만 알려 주고 네 부족으로 돌아가도 좋다.”
이미 이럴 거라고 예상했지만 감정을 속이고 놀란 척했다.
“예? 돌아가도 됩니까?”
“그래, 너는 우리 악어머리 부족을 위해서 할 만큼 했다.”
“아닙니다, 저도 원정대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저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가는 것을 막겠다고 해도 가야 할 상황이다.
“제가 꼭 이달투들에게 잡혀간 여자들을 구해 주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내 말에 악어머리 족장이 마지못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음은 이해한다. 그렇게 해라.”
“그리고 주신 아이들과 여자들을 데리고 늑대발톱과 큰바위는 부족으로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내 말에 큰눈이 묘한 눈빛을 보였다.
‘눈은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니까.’
놈은 여전히 내게 앙심을 품은 것 같다. 결국 저 속이 좁은 놈이 악어머리 부족을 멸망케 할 것이다. 그리고 내 말에 늑대발톱과 큰바위는 놀라 나를 봤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으라는 눈치를 주니 늑대발톱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만 참가하겠다는 거냐?”
“예, 족장인 제가 움직이면 하늘 부족 전체가 움직이는 겁니다.”
“그렇기도 하군. 그렇게 해라.”
내가 제비꽃의 아들이라 생각하는 그는 내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
또 아직까지는 자신의 입장에서 나는 이용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위협과 이용 가치를 두고 저울질을 할 것이고, 이용 가치보다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을 때는 큰눈 때문이라도 돌변할 것이 뻔했다.
“이달투들을 다 죽이고 제 부족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저는 그럼 주시는 아이들과 여자를 고르러 가겠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큰눈이 나섰다.
“그래라.”
* * *
“말씀을 드린 것은 모두 제 귀로 똑똑히 들은 이야기입니다.”
무릎을 꿇고 있는 전사의 말에 악어머리 족장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전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고, 이빨은 화가 난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알았다. 나가 봐라. 그리고 들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마라.”
“예, 족장님!”
그렇게 전사가 나갔다.
“큰바위가 한 말이 사실일까요?”
“고얀 놈!”
악어머리 족장은 늑대발톱을 떠올리고 있었다.
“예?”
“늑대발톱이 나를 속인 거다! 제비꽃의 아들이면 만약의 순간 내가 죽이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나를 속인 거다.”
악어머리 족장은 지난번 강에서 땅속에서일어서를 처음 봤던 그대를 떠올렸다.
“흐흐흐! 그래도 아픈 마음 하나는 덜었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비꽃의 아들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땅속에서일어서를 죽이고 싶을 때 제비꽃에게 더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말 한마디를 잘못하면 목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습니다. 족장님!”
“내가 마음만 먹으면…….”
“연꽃은 제가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직은 아니다. 모른 척하고 몇 년 정도 더 좋은 것들을 받아 내도 될 것이다.”
이용 가치와 위협 사이에서 여전히 줄타기를 하는 악어머리 족장이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당연하지. 나는 악어머리 족장이다. 그리고 이빨, 너와 함께 그 어떤 악어머리 족장보다 악어머리 부족을 크게 키웠다.”
“예, 족장님! 그건 그렇고 딸 하나를 땅속에서일어서에게 줘야 합니다.”
“딸을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
“가시꽃을 데리고 와라.”
“예, 족장님!”
잠시 움막 밖으로 나갔던 이빨이 여자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고, 가시꽃은 악어머리 족장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네가 땅속에서일어서의 짝이 되어야겠다.”
“……네.”
“가는 길을 잘 기억해 둬라.”
악어머리 족장의 말에 가시꽃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땅속에서일어서의 하늘 부족이 내게 덤벼들 수 있을 정도로 커지면 바로 와서 알려야 한다.”
“예, 족장님!”
“그럼 네가 낳은 차돌은 진짜 악어로 내 옆에서 편하게 살아갈 것이다.”
악어머리 족장의 말에 가시꽃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