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1
11화
“덮을 것도 구해야지.”
나는 죽은 들개를 돌아봤다. 그리고 죽은 들개의 시체에게 다가가 벗기다가 만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더럽긴 해도 거꾸로 덮으면 춥지는 않겠지.”
개털 이불을 만들 참이다.
슥슥, 스으윽! 찌이익!
갈아 낸 흑요석 돌칼로 죽은 들개의 콧잔등을 열십자로 자른 후에 대가리 쪽부터 돌칼을 이용해서 가죽을 벗기기 시작해서 끝내 배 부분까지 해서 모든 가죽을 벗겼다.
-발골 스킬의 숙련도가 5% 상승했습니다.
발골 스킬의 최대 숙련도는, 아니, 모든 스킬의 최대 숙련도는 12성이다.
그리고 지금 내 발골 스킬의 숙련도는 1성의 5퍼센트다.
발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하면 난잡한 난도질이라는 공격 스킬이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그래서 발골 스킬의 숙련도는 꾸준히 향상해야 했다.
분노의 일격 스킬과 난잡한 난도질 스킬이 생성된 후에 숙련도가 상승하면 검술 스킬이 생성이 된다.
결국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공격은 검술이 아니라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것에 불가했다.
“처음에는 아주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뭐…….”
이래서 아는 것이 힘이다. 이런 면에서는 망할 신의 게으름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또 같은 어비스의 세계관을 이용해 새로운 어비스를 만들었으니까.
만약 망할 놈의 신이 새로운 어비스의 세계관을 만들었다면 지난 어비스처럼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어야 했을 것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끔찍하다. 물론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시행착오를 덜 겪었다. 다른 사람들은 급한 마음에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봤지만 나는 조급한 마음을 애써 참으면서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봤었다. 그리고 플러스 스탯이 어떤 효과를 만들어 내는지도 알아냈다.
“젠장! 그러고 보니 벌거벗고 있었네.”
추운 이유가 동굴이고 뜯긴 삼베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놈 참 실하구먼.”
이 와중에 나는 내 것을 보고 실함을 확인했다.
“원시시대니까. 후후후!”
처절한 환경에 놓였을 때는 비관하는 것보다 뭐라도 낙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침착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원시시대는 일처다부제야, 일부다처제야?”
여유를 좀 찾으니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당장 내게는 해당 사항이 없네.”
겨우 열 살쯤 되어 보이니 말이다. 물론 원시인들의 평균수명이 현대인에 비해 짧기도 하고, 레벨 업을 하면서 내 신체는 평범한 원시인들과는 다르게 빠르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먹어도 레벨 100이 되면 환골탈태를 하듯 청년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레벨 업을 하면서 지난 어비스에서 천년만년 살고 싶다는 헌터도 있었으니까.”
물론 레벨 업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강한 몬스터를 죽여야 했고, 그런 헌팅을 통해서 천년만년 살고 싶다던 헌터들이 먼저 죽어 갔다.
“잡생각 그만하고 자자.”
하여튼 그렇게 잘 준비는 거의 끝난 것 같다. 그리고 모닥불에 달궈진 호박돌을 들개 가죽 안쪽에 집어넣고는 무덤 속으로 던져 평평하게 깔았다.
숙숙! 숙숙!
깔고 누워서 들개 털 이불까지 덮으니 등에서 온기가 느껴졌고, 큰바위라 불린 사람이 찢어 버린 삼베옷으로 이불까지 덮고 있으니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내일인데…….”
이곳에 있다가 원시인들이 다시 오면 다시 산 채로 묻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날이 밝자마자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어린아이에게 원시 야생은 험악하다 못해 흉악하니까.
“그 새끼도 죽여야 하고.”
나는 나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큰바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큰바위의 뒤에서 갑작스럽게 돌도끼로 큰바위의 머리를 찍은 붉은개라는 놈의 얼굴도 떠올랐다.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실행에 옮긴다.
“꼭 죽인다.”
어비스에서는 목표가 있어야 버텨 낼 수 있다. 지금 당장의 내 목표는 붉은개를 죽이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붉은개의 옆에 있어야 한다. 그건 다시 말해 족장인 늑대발톱 옆에서 살아야 한다는 거다.
“미묘했어.”
원시인들의 눈빛이 무척이나 미묘했던 것이 떠올랐다.
강해지고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무리 속에 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중 스르륵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이 감겼다. 아마 이런 것도 아이이기 때문이겠지.
나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다음날, 늑대발톱 부족민들이 모두 동굴 입구에 도착했고, 늑대발톱의 씨족들은 태연한 척을 하고 있지만 붉은개와 그 씨족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개와 그의 씨족들은 늑대발톱 옆에 큰바위가 없다는 것을 보고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죽은 것 같습니다.”
누런개가 붉은개에게 속삭였다.
이 순간 붉은개 씨족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늑대발톱 씨족 중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큰바위의 생사 여부였다.
지금까지 늑대발톱의 머리와 큰바위의 엄청난 완력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았다.
그리고 지금 한 축이 무너진 상태였다.
“그럼 곧 내가 족장이 되는 거지.”
“이 동굴에서 결정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다 죽이는 것은 어떻습니까?”
누런개가 붉은개에게 속삭였고 누런개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죽이고 나면?”
붉은개가 누런개를 봤다.
‘내가 너를 더 못 믿지.’
붉은개가 힐끗 누런개를 봤다.
자기 동생이기는 하지만 누런개는 무턱대고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사실 처음 잘 지내던 늑대발톱과 붉은개를 이간질한 것도 누런개였고, 그런 누런개에게 따로 목적이 있다는 것 역시 짐작으로 알고 있는 붉은개였다.
“우리끼리 예전처럼 잘사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제비꽃은 자빠뜨리면 그만이잖습니까. 히히히!”
“발아래 엎드릴 생각이냐?”
주술사가 누런개와 붉은개가 수군거리는 것을 보고 늑대발톱에게 물었다.
“그래야겠죠.”
어제까지만 해도 붉은개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했던 늑대발톱이었지만 오늘은 붉은개에게 엎드리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눈빛은 여전히 붉은개에게 살기를 담고 있었다.
“일단은 살아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역시 다른 원시인들과는 다르게 비상한 머리를 가진 늑대발톱이었다.
“그건 그렇고 아이는 죽었겠죠? 제 손으로 제…….”
늑대발톱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늘님의 뜻이겠지.”
그때 붉은개가 주술사에게 걸어왔다.
“하늘님의 뜻이 궁금합니다. 죽은 아이가 다시 깨어난 것은 불길한 징조입니다.”
“하늘님은 그 아이를 죽게 두지 않았을 거다.”
“땅에 묻히고 다시 숨을 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하늘님의 뜻이겠지. 그리고 하늘님께서 어제 내게 또 다른 말씀을 하셨다.”
주술사가 찬찬히 붉은개를 봤다.
“뭐죠? 또 무슨 말씀을 전했다는 겁니까?”
붉은개가 살짝 짜증이 난다는 어투로 주술사에게 되물었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같은 도끼끼리 싸우게 됐다고 하셨다.”
붉은개가 큰바위를 공격한 것을 돌려 말하고 있는 주술사였다.
“무슨 말입니까?”
“어금니가 더 많은 도끼가 족장이 되어야 하는데 죽은 족장이 하늘님의 뜻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주술사의 말에 붉은개는 표정이 밝아졌다. 찰나지만 옆에 있던 누런개는 인상을 찡그렸다.
늑대발톱이 족장이 되기 전, 늑대발톱을 족장으로 정한 전대 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붉은개의 아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늑대발톱의 씨족과 붉은개의 씨족은 평화롭게 살았다.
나이도 어리고 세력도 적은 늑대발톱이 족장이 되면서 부족은 분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지혜로운 늑대발톱이 어금니가 많은 붉은개에게 무척이나 잘해 줬고, 먹을 것이 생길 때마다 더 많은 먹을 것을 줬다.
또 붉은개가 자신보다 더 많은 여자를 거느려도 그냥 넘겨 버렸다.
그래서 붉은개 역시 불만 없이 만족하고 살았지만 누런개가 이간질을 시작하면서 서로의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렇게 하나로 융합되던 두 씨족이 대립하는 상황이 됐다.
-원래 다 형님 것이었습니다. 형님이 족장이 됐다면 말입니다.
누런개는 그렇게 붉은개에게 속삭였고, 그 이간질이 붉은개의 뇌리에 다시 떠올랐다.
“어금니가 많은 도끼가 족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붉은개! 네가 족장이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뜻을 전하기 위해 아이를 무덤에서 다시 일으켰다고 하셨다.”
“정말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죽은 아이가 다시 무덤에서 일어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그렇군요. 그것이 하늘님의 뜻이군요. 하지만 족장은 늑대발톱입니다.”
“족장은 하늘님이 정하시는 거다. 너는 하늘님에게 무릎을 꿇고 따르면 된다.”
“하늘님의 뜻이라면 따르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살기를 보였던 붉은개의 표정이 어느 순간 밝아졌다.
권력의 욕망에 불타던 자가 권력에 가까워지면 어리석어지는 것처럼, 붉은개도 피를 흘리지 않고 족장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던 누런개는 인상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