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가만…….’
지금까지는 미션은 그냥 뜬금없이 뜨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아닌 것 같다.
내 의지에 의해 작용해서 미션이 뜨는 것 같다.
할머니의 감기를 치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생강을 구하라는 미션이 떴다.
하늘 부족을 성장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자 결혼 원정대를, 이달투 원정대를 참여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무엇을 하겠다.
무엇을 이루겠다.
이런 생각을 할 때 그것이 미션으로 발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션은 내 의지에 따라 수도 없이 뜰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션명 : 활력 회복제의 재료를 수집하라!
활력 회복제는 바닥난 체력을 빠르게 회복시켜 주는 포션이다. 그대가 활력 회복제를 만들 수 있다면 초급 주술사로도 전직을 했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션 난이도 : +A
미션 클리어 조건 : 꿀, 말벌의 독침, 녹용, 산삼, 백사, 거대 불곰의 쓸개, 감초를 혼합해 중탕에 성공해야 함.
“젠장!”
괜한 의지를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활력 회복제 재료를 수집하는 미션은 +A등급이 뜨는 것은 당연했다.
거대 불곰은 거의 성체가 다 된 캭과 같이 싸워도 절대 못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거대 불곰의 쓸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즉 아직 상대하기 곤란한 거대 불곰을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
“체! 나 혼자 생강도 못 찾았는데…….”
산삼에 감초까지 찾으란다. 거의 클리어 불가능한 미션 같다. 하여튼 저걸 다 구해서 중탕을 하면 활력 회복제가 아니라 불로불사의 영약이라든가 만병통치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래도 거대 불곰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는 하니 다행이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여튼 녹용은 구했고…….”
녹용은 예로부터 산삼과 같이 가장 귀환 약재로 쓰였다.
그리고 녹용은 말린 녹각보다 이렇게 피가 뚝뚝 떨어지는 녹용이 진짜다.
물컹! 물컹!
“이 원시시대에서는 몸이 재산이니까.”
그러고 보니 가진 것이 몸뚱이밖에는 없었다.
바드득! 바드득!
녹용을 씹으며 나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이달투를 떠올리며 이빨을 갈았다.
그리고 동굴 입구까지 죽은 사슴을 끌고 왔다.
‘상이다. 다들 먹어.’
-감사합니다요.
배트맨이 감사하다고 말하고 나서 제일 먼저 죽은 사슴에게 날아가 앉았다.
‘제법이네.’
다른 박쥐들은 아무도 사슴에게 날아들지 않았다.
배트맨이 박쥐들에게 자신이 우두머리라는 것을 각인시킨 모양이다.
그럼 이제 배트맨에게 명령만 하면 저 박쥐 떼를 부려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컹! 물컹!
녹용을 씹으며 여전히 희미하게 보이는 동굴 입구를 노려봤다.
‘제대로 한번 해 보자.’
지난 어비스에서도 던전을 공략하다가 실패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단 한 번도 물러서거나 포기한 적은 없었다. 숨이 붙어 있는 이상 끝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던전을 깨고 미션을 클리어를 했다.
그리고 강해졌다.
“뭐 던전 별거 있나? 동굴이 던전이지.”
그럼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악어머리 부족이 고전한 비대칭 전력은 극복했으니까…….’
이달투 놈들의 주특기는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주먹도끼로 찍는 것과 투석이다. 놈들은 현생인류가 두려워하는 어둠을 이용할 줄 알았다.
어둠 속에서 기습하고 통하지 않으면 투석 공격을 이용해 적에게 타격을 주고, 후퇴할 때나 유인한 후 한꺼번에 둘러싸서 공격한다.
결국 악어머리 부족은 이달투에게 진 것이 아니라 어둠에 진 것과 다름없다.
“그건 그렇고 잘 가고 있겠지.”
이 어둡고 거대한 숲에 혼자 남았지만 나는 늑대발톱과 내 부족민들이 걱정이 됐다.
오늘 길은 그럭저럭 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나와 늑대발톱, 큰바위뿐이었다. 강인한 전사 셋이어서 힘들지 않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여자들과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돌아가는 길에 맹수라도 만나면 큰바위와 늑대발톱, 단둘이서 여자들과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네안데르탈인 전사라도 만난다면…….’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죽은 놈들의 사체를 통해 알 수 없는 익숙함이 다시 떠올랐다.
“마치…….”
지난 어비스에서 내가 수도 없이 죽였던 흉포한 오크의 느낌이었다.
오크?
원시시대에 오크?
오크는커녕 고블린조차 만나지 못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모든 힘을 하나로 뭉치게 해야 해.’
내 최종 목표는 킬 더 갓이다.
그놈과 싸우기 위해서는 모든 힘을 하나로 뭉쳐야 했다. 그래야 승산이 있다.
‘이 원시시대에 던전이라도 있다면 무한 레벨 업인데…….’
엉뚱한 생각에 불과하다.
오크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별생각이 다 든다.
이곳은 어비스도 아닌 원시시대인데 말이다.
“말도 안 되는 거지. 말도!”
* * *
“배도 채웠고!”
다시 이달투의 동굴에 도전할 시간이다.
“망할 새끼들! 탈탈 턴다.”
나는 지금 용의 뼈로 만든 검을 어깨에 메고, 예전에 멍들을 털던 대나무 몽둥이를 들었다. 그리고 토끼 가죽 주머니에는 조약돌들을 넣었다.
작전을 바꿨다.
내 능력이 일반 전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해도 혼자서는 절대 이 어두운 동굴을 정복하지 못한다. 그러니 미션 클리어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연결 미션부터 클리어를 한다.’
스무 명 이상의 이달투를 테이밍해서 내 전사로 쓸 생각이다. 그리고 테이밍된 이달투들을 먼저 전진시켜 놈들 속에 심어 놓고 입구를 틀어막고 남은 놈들을 다 죽여서 여자를 구해 내든지, 아니면 놈들에게 절대적인 항복을 받아 낼 생각이다.
“호모사피엔스인데 생각 이상으로 똑똑해…….”
멸종이라는 단어는 결국 부족함을 의미한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현생인류와 생존을 두고 경쟁했지만 결국 네안데르탈인처럼 생존 경쟁에서 밀려 현생인류의 몸속에 겨우 1~3퍼센트의 DNA만 남긴 놈들인데 전투와 작전의 개념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키도 작은 놈들이…….”
아마도 이건 내 추측이지만 현대인들 중에 키가 작은 사람들은 이달투의 DNA가 몸속에서 작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키 작은 녀석들이 독하니까.”
현생인류보다 작기에 힘에서 밀리고, 부족한 힘을 특유의 독기로 메꿨을 것이고 지금까지 생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독기는 마지막 돌격에서 여실히 드러났고, 결국 악어머리 부족은 끝내 도망쳤다.
“일석이조를 노리자.”
동굴 안에 있는 여자들도 구해 하늘 부족으로 데려가 충성심 강한 노동력을 제공하게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그 노동력들은 내 전사가 될 아이들을 낳게 될 것이다.
그러면 두 가지 미션을 다 해결하는 모양이 된다.
‘신체적 약점은 극복할 수 있다.’
다윗도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 아마도 수천 번, 아니, 수만 번이 넘는 투석 훈련을 했을 것이다.
훈련을 통해 다져진 몸에 완벽한 용기를 무장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
또한 야간 전투에서 누구보다 강한 특성을 가졌으니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또 가십니까요? 위험합니다요!
배트맨이 날갯짓을 하며 내 앞을 막았다.
‘배치는 잘했지?’
다시 도전하기 전에 나는 이미 배트맨에게 명령을 내렸다.
동굴 입구부터 박쥐들을 배치하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내가 보지 못하는 곳의 눈이 될 것이다.
-물론입니다요. 하지만 위험합니다요.
‘괜찮다. 입구에는?’
-이달투들은 없습니다요.
이제 배트맨도 키가 작은 놈이라고 이달투를 부르지 않고 이달투라고 불렀다.
‘너, 똑똑해지는 것 같다.’
-저 원래 똑똑합니다요.
간다.
다시 도전이다.
“도저어어어언!”
성큼 동굴로 들어서며 대나무 몽둥이를 왼손에 쥐고 오른 손에는 조약돌 하나를 쥐었다.
-앞에 두 놈이 있답니다요.
어느 정도 들어가자 배트맨이 이달투가 있다고 알렸다.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잡는다.’
저벅! 저벅!
이달투에게 포위가 되어 죽을 뻔했지만 포기란 없다.
그렇게 당당히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앞에 두 놈이 걸어옵니다요!
내 초음파에도 놈들이 다가오는 게 걸렸다.
‘이제 시작이다.’
툭툭! 툭툭!
나는 손에 들고 있는 돌을 위 아래로 던져 봤다.
투석 공격으로 당할 뻔했으니 나도 투석으로 시작한다.
“대갈통부터 깨 주마!”
이건 오기의 발동이 분명했다. 놈들이 나를 돌팔매질로 죽이려 했으니 말이다.
“또 저놈이다!”
“아까 도망친 놈이다!”
내가 동굴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입구를 순찰하기 위해 온 두 놈이 놀란 것 같다.
“아까 그놈이다, 그놈! 도망쳤던 놈이다.”
“죽이자! 죽일 수 있다!”
놈들의 눈깔에 살기가 감돌았다.
“좋아, 죽여 버리자!”
동굴 입구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이달투 두 놈이 죽이자고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는 쩌렁쩌렁하게 동굴에 메아리쳤다.
-소리를 듣고 이달투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요!
내 초능력은 신체적인 한계로 먼 거리의 물체를 감지할 수 없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배트맨과 부하 박쥐들이 채워 줄 것이다.
‘겁도 없이 눈깔에 살기를 품네.’
저 두 놈은 동료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자신만만하게 달려들었다.
조금이라도 머리가 있는 놈이라면 도망쳤을 것이다. 그 포위망에서도 나는 수십 명의 이달투들을 죽였는데, 그걸 까먹은 놈들이다.
아마도 내가 점프를 해서 죽기 살기로 도망친 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던진다!”
이달투 한 놈이 손에 들고 있는 돌을 내게 날렸다.
어둠 속에서 정확히 맞히는 이달투의 투석 공격은 놈들의 장기였다.
하지만 그 어둠을 극복한 내게 이달투들의 투석은 더 이상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때 이달투들을 깔보고 너무 깊게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어.’
물론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놈들에 놀라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이 공황에 빠진 것도 패배의 이유라면 이유였다.
슈웅!
그때 빠르게 투석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딱!
나는 바로 들고 있던 대나무 몽둥이로 마치 타자라도 되는 듯 힘껏 내게 돌을 던진 놈을 목표로 휘둘렀고 안타를 만들어 냈다.
퍼억!
“크악!”
푹
오늘 운발 제대로 터졌다.
내가 친 안타에 제대로 한 놈이 걸렸다.
‘운발 제대로 터졌군.’
그냥 대나무 막대기로 쳐 낸 건데 정통으로 놈의 가슴에 날아가 타격했으니 말이다.
이제는 무모한 전진은 없다.
‘차곡차곡 지르밟고 간다.’
바드득!
이빨을 깨물고는 안타에 맞아 가슴을 잡고 쓰러진 놈에게 다가간 놈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슈우웅!
토끼를 잡으면서 쌓아 올린 투석 스킬이다.
아무리 이달투들이 오랜 기간 동굴에 살아서 어둠에 적응했다고는 하지만 내 작은 조약들을 보고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만큼 힘이 실린 조약돌은 놈이 던진 돌보다 빠르게 날아갔다.
퍽!
“캑!”
또 한 놈이 쓰러졌다.
그리고 내가 친 안타에 맞은 놈이 피를 흘리면서 비틀거리며 간신히 일어났다.
이어서 동굴 속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들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