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은 하늘님이 보낸 족장이다. 그러니 아무 걱정 할 것이 없다.”
“예, 어머니!”
“어서들 들어와라! 모두 잘 왔다. 여기가 바로 하늘님의 부족인 하늘 부족이다.”
할머니는 캭의 등에 타고 있는 연꽃을 유심히 봤다.
“저 아이가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의 짝이구나.”
미소를 보이는 할머니였다.
“제비꽃!”
사람들이 목책 안으로 들어섰고 늑대발톱이 제비꽃을 불렀다.
“왜요?”
“따로 이야기 좀 하자.”
“왜요?”
“따라와.”
제비꽃은 늑대발톱의 손에 이끌려 대나무 숲 저편으로 갔고, 주술사 할머니는 물끄러미 제비꽃과 늑대발톱을 물끄러미 봤다.
“엄마! 나 배고파. 먹을 거 줘!”
“오냐! 뭐를 주랴?”
주술사 할머니가 큰바위에게 미소를 보였다.
“토끼찜!”
“그래, 오늘은 토끼를 먹자꾸나.”
* * *
넓은 강 건너편 해안 절벽에서 부는 칼날 같은 바람이 레드의 붉은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모습이 마치 바람을 받아 일렁이는 불덩이를 연상시켰다.
그의 손에는 매머드의 상아로 만든 거대한 장검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든 장검은 검날의 두께가 무척이나 두꺼워 검이라기보다는 마치 자루가 없는 노처럼 보였다.
“같은 뼈인데도 이렇게나 다르군.”
레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레드였다.
-그들은 원래부터 존재했느니라.
그때, 레드의 뇌리에 신의 음성이 떠올랐다.
-나는 너에게 약속한 것처럼 기회를 줬을 뿐 그 이상은 없다.
-투쟁해서 이겨 내라. 그리고 강해져라.
-지난 때처럼 네가 쓰러진다면 너는 투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뇌리에 뇌까려진 신의 음성을 떠올린 레드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와는 다를 겁니다.”
레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절벽 동굴로 들어섰다.
-도마뱀 인간 던전을 최초로 발견한 발견자가 되었습니다.
-그 보상으로 던전 안에서 획득하는 전투 경험치가 2배로 상승합니다.
“그렇군요, 원래부터 존재했던 거군요.”
지그시 입술을 깨문 레드가 도마뱀 인간 던전으로 들어섰다.
“침입자다! 침입자다!”
레드가 도마뱀 인간 던전으로 들어서는 순간 입구를 지키고 있던 도마뱀 인간들이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경고하고는 레드에게 달려들었다.
-도마뱀 인간
종족 : 몬스터(도마뱀 인간의 조상)
생명력 : 3,400/3,400
공격력 : 560
방어력 : 150
“이런 거였군. 헌터들은 이런 것을 보고 있었군.”
레드는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레드가 보고 있는 도마뱀 인간들은 한때 지구에 살던 현대인들 사이에서 흘렀던 음모론 중 하나인 도마뱀 인간들의 조상이었다.
원시시대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파충류가 지배했고, 현생인류의 조상은 그 시기 동안 약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적자생존의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가 파충류처럼 진화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도리어 머리가 나빠졌다는 것이 도마뱀 인간에 관한 음모론이었다.
하지만 음모론은 음모론이었다.
결국 터무니없는 소리였고, 이 원시시대에 살고 있는 도마뱀 인간은 파충류 중 일부가 인류처럼 직립보행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에 불과했으며 원시시대를 지배하기는커녕 이달투처럼 현생인류를 피해 척박한 땅에 내몰리는 처지였다.
“어떤 면에서는 네놈들과 나도 동족인가?”
레드는 도마뱀 인간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침입자다! 죽여라!”
도마뱀 인간들이 돌창을 휘두르며 레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제를 모르는군.”
레드는 들고 있는 거대한 장검을 가뿐히 들어 올려 달려드는 도마뱀 인간의 머리를 내려찍듯 휘둘렀다.
빠자작!
“크아아악!”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쉬우웅!
퍼어억!
또 한 번 레드의 장검이 바람을 일으켰고, 도마뱀 인간의 목은 찢어지듯 몸에서 떨어져 날아갔다. 뭉툭한 칼날 때문인지, 특유의 질긴 가죽 때문인지 절단면이 거칠었다.
지금까지 레드는 이런 도마뱀 인간 던전을 돌며 수백 마리가 넘는 도마뱀 인간을 죽였고, 이번에도 별다른 감흥 없이 학살하기 시작했다.
“어서 원숭이 새끼를 죽여라!”
도마뱀 인간이 레드를 현생인류로 생각했는지 죽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마뱀 인간들은 몇 번의 저항도 하지 못하고 레드의 장검에 쓰러졌다.
-레벨 업!
“이제야 레벨 업이 떴군.”
-레드
종족 : 헌터(드래곤)
특성 : 고독한 자
레벨 : 350
생명력 : 32,720
근력 : 550
민첩 : 475
지혜 : 1,286
명성 : 7,775
공격력 : 755(+450)
방어력 : 579(+250)
놀랍게도 레드에게도 헌터인 땅속에서일어서와 똑같은 홀로그램 창이 떴다.
그리고 레드의 종족 또한 헌터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다만 현생인류라 표시된 땅속에서일어서와는 다르게 레드는 드래곤이라고 떴다.
또한 땅속에서일어서와 다르게 추가적인 +수치가 없었다.
전 어비스에서 드래곤은 완전체라고 불렸다.
드래곤보다 강한 자들은 없었으며 그보다 많은 권능을 행사하는 자 또한 없었다.
레드 또한 인류의 탈을 못 벗을 뿐 스스로를 드래곤이라 생각했으며 절대적으로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의 머릿속에는 절대적인 강자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수천, 수만 년이나 되는 시간을 보냈으며 그에게 자신이 강자라는 것은 절대 불변의 진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땅속에서일어서처럼 수련이나 훈련을 하지 않았고 +스텟이 뜰 수가 없었다. 또한 전투로 얻을 수 있는 스킬 이외에는 아무런 스킬도 없었다.
“레벨 업이 이렇게 지루한 짓인 줄 몰랐군.”
레드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도마뱀 인간 던전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 * *
“그…… 그게 정말이에요?”
제비꽃은 늑대발톱의 말을 듣고 글썽이기 시작했다.
“말은 안 했지만 짐작은 하고 있더군.”
“정말이죠? 제 아들이 이제 제가 엄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거죠?”
제비꽃의 되물음에 늑대발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흑흑흑!”
“그런데 땅속에서일어서가 부탁을 했어.”
“예?”
“그냥 이대로 살자고.”
“그…… 그 말은…….”
“땅속에서일어서는 큰바위에게 상처를 주기 싫은 거야.”
“상관없어요. 어떻게 부르면 어때요? 내 아들이 내가 엄마라는 것을 알면 된 거죠. 큰바위의 아들이 죽은 그날 당신이 큰바위에게 내 아들을 줬을 때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형은…….”
“알아요. 그는 착해요.”
“그러니 우리끼리만 알면 되는 거야.”
“알았어요. 오늘은 하늘님께 감사를 드릴 거예요.”
“그런데 말이야…….”
“왜요? 또 뭐가 있죠?”
“가시꽃이라고 알고 있어?”
“가시꽃이라고요?”
“응.”
“악어머리 족장에게 가시꽃이라는 딸이 있나?”
땅속에서일어서는 부족으로 돌아가면 제비꽃에게 꼭 물어보라고 했었다.
늑대발톱도 가시꽃의 행동을 주시했고, 수상한 점이 많아 물어본 것이다.
“제가 오기 전까지는 그런 이름을 가진 딸은 없었어요.”
“그럼 아니라는 거군.”
“예?”
“당신 아버지가 우리 아…… 아니, 땅속에서일어서를 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왜요? 제 아버지가 왜 땅속에서일어서를 적으로 생각하는데요?”
“두려우니까.”
“예?”
“뭐든 척척 만들어 내고, 이 가슴이 강하니까 두려운 거야. 아마 큰눈의 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 우리 부족이 커지면 땅속에서일어서를 죽이려 들지도 몰라.”
“누구도 내 아들을 죽일 수 없어요. 그게 아버지라고 해도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순간 제비꽃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이게 엄마다.
“진정해.”
늑대발톱이 제비꽃의 손을 꼭 잡아 줬다.
“……예.”
“가시꽃을 당신이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연꽃도…….”
“연꽃도 못 믿겠다는 건가요?”
“연꽃이 땅속에서일어서의 아들을 낳고 엄마가 되어 하늘 부족의 큰어미가 될 때까지는 믿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자매가 고부가 되는 순간이다.
“맞아요. 그러네요. 제가 잘 감시할게요.”
“갑시다. 오늘은 나도 당신 엉덩이를 봐야겠어.”
늑대발톱이 제비꽃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땅속에서일어서도 안 왔는데 제 엉덩이를 왜 봐요? 땅속에서일어서가 내 눈앞에 보이기 전까지는 내 옆에도 오지도 말아요.”
“……쩝! 그래도…….”
“다른 여자들도 있으니까 부족민의 수나 늘려요.”
여자는 남편에게 질투를 해도 어머니는 관대한 법이다.
그리고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짝짓기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족민의 수를 늘리는 일이고 혈족의 수를 늘리는 일이니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제비꽃는 잘 알고 있었다.
부족을 생각하는 면으로 보자면 악어머리 족장을 가장 닮은 자식이 제비꽃이었다.
“그래도 되나?”
“그 대신에!”
제비꽃이 늑대발톱을 노려봤다.
“으응…….”
“아무 말도 하지 말고 하세요.”
“……알았어.”
입장이 참 애매한 늑대발톱이었다.
“그리고 딸만 낳아야 해요.”
“뭐?”
“내 아들이 족장이니까요.”
역시 원시시대라고 해도 엄마는 무섭다.
* * *
‘순진하네.’
큰어금니라는 놈이 내게로 왔다. 그게 아니라면 큰어금니라는 놈은 이달투라는 부족을 책임져야 하는 족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한 놈이 분명했다.
“간이 크네.”
나는 이달투의 두목인 큰어금니를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큰어금니는 내가 이달투의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란 눈빛을 지었다.
“오라고 해서 왔다. 이제 어쩔 거냐?”
나는 가장 빠른 방법을 택할 참이다.
“털어야지.”
“뭐?”
“턴다고!”
내 말에 큰어금니는 본능적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1,250/1,550
며칠을 굶어서 그런지 생명력이 상당하게 빠져 있었다.
퍼퍼퍽! 퍼퍼퍽!
그리고 매질을 시작했다.
“크악! 왜…… 이, 이 망할……!”
퍽퍽!
“크아아악……!”
역사에서는 승자의 기록만이 기록된다.
게다가 원시시대에는 선전포고나 협정, 조약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에 반칙이 없다.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전투는 이렇게 속고 속이는 거다.
-35/1,550
“테이밍 몬스터!”
-테이밍 몬스터에 성공하였습니다.
큰어금니에게 내 피를 먹이자 메시지와 함께 큰어금니는 놀라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홀로그램을 보고 혼란스러운 것이 분명했다.
“어…… 어떻게?”
펫의 이름을 지정하라는 메시지가 뜨자 살짝 고민이 됐다.
놈은 모든 이달투에게 지시를 내리는 우두머리다.
‘여기가 내 멀티로 쓸 곳이니까.’
반사적으로 동굴을 둘러봤다. 내가 터를 잡은 동굴보다 훨씬 넓은 것 같다.
‘딱 지점이네, 지점!’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아직까지 당황해하는 큰어금니를 보자 미소가 머금어졌다.
“지점장!”
이 이달투들이 사는 동굴은 대나무 숲에 이어 두 번째 거점이 될 것이다.
“이제 무릎을 꿇어야지.”
내 말에 지점장으로 이름이 변한 큰어금니가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