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시간이 지나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족입니다.”
어느 순간 늙은 여자도 내게 존댓말을 했다.
그리고 이달투를 사람이라고 말했다.
물론 사람처럼 생기긴 했다. 실제로도 현생인류의 아종일 뿐, 인류다.
현생인류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정말 못생긴 추남 추녀처럼 생겼다. 그리고 이달투들은 키도 아주 작았다.
“우선 이 고기들을 가져가서…… 잠깐!”
“왜? 이제 주기 싫은 거냐?”
이달투 하나가 나를 째려보며 소리쳤다.
“지금 새끼들이 고기를 먹으면 죽을 거예요.”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저들은 모를 거다. 굶주렸다가 갑자기 음식을 먹으면 장이 꼬여서 죽을 수도 있다.
“가만히 있어라! 큰어미가 이야기를 하시는 중이다!”
지점장이 내게 소리친 이달투에게 말했고, 이달투는 불만족스럽지만 거역할 수는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우물이 있냐?”
나는 바로 지점장에게 물었다.
“우물이 뭔데?”
“물이 나오는 샘!”
“있다.”
“거기서 물 좀 떠 와라. 대나무 물통 정도는 있겠지?”
납치된 여자들은 현생인류다.
그러니 이 동굴에 끌려와서 적응하며 산 여자들은 자신이 살던 부족에서 쓰던 물건을 만들었을 것이다.
“있다.”
“최대한 많이 떠 와라. 너희들도 마셔야 하니까.”
“뭐 하게?”
지점장이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어서 떠 와! 새끼들을 살려야지!”
늙은 여자가 말한 것처럼 새끼들은 죄가 없다.
“지금까지 죽여 놓고서는 왜 살린다는 거지?”
늙은 여자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새끼들은 죄가 없잖아요. 우리 서로 죽이고 죽였지만 이번에는 서로 좀 믿어 보자고요.”
측은지심의 발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소한 이달투들은 내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적은 없으니 말이다.
“어떻게 할까요? 엄마!”
“가져다줘라.”
“예, 떠 와라!”
지점장이 고개를 돌려 이달투에게 말했다.
“알았습니다.”
나를 노려보고 있던 이달투들 중 일부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가지고 왔습니다.”
사라졌던 이달투들이 꽤 큰 대나무 물통에 물을 담아 왔다.
“드려.”
“예?”
이달투가 이상한 눈빛으로 지점장을 봤다.
“가져다주라고.”
지점장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렇게 물통들이 내 앞에 놓였고, 나는 그 물통에 소금을 넣어 희석시켰다.
“뭐 하는 거냐?”
“그냥 보고 있어.”
구휼염이라는 것이 있다.
조선시대에 가뭄이 들어서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면 조정에서 구휼미와 함께 구휼염을 내린다. 가뭄으로 인해 한동안 먹지 못했던 사람들은 몸이 붓게 되고, 그러다가 갑자기 음식을 먹게 되면 장이 꼬여서 죽는 경우가 많기에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내리는 조치다. 그게 떠올라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조금씩 마시게 해.”
“무엇을 넣은 거냐?”
여자들 중에는 독의 개념을 알고 있는 여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악어머리 부족도 독의 개념을 알고 있으니까.
“독이라도 탔을 것 같나요?”
“모르는 일이지.”
늙은 여자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내게 물었다.
“제가 먼저 마시죠. 일단 물부터 마시게 하고 천천히 내일부터 이 고기들을 먹이세요.”
바로 나는 대나무 물통을 들어 마셨다.
“새끼들부터 먹이세요. 목마른 이달투들도 마시고.”
“좋다. 나부터 마신다.”
나를 온전히 믿는 지점장이 먼저 물을 마셨다.
“혹시 주술사냐?”
늙은 여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는 것 같다.
원시시대에서 주술사는 의사이자 신관이며 지식인이다.
“예.”
“……그렇군.”
“그럼 전 돌아갑니다.”
그렇게 말하고 지점장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눈치를 줬다.
그렇게 나는 모든 목적을 달성하고 천천히 동굴 밖으로 나왔다.
* * *
동굴 밖으로 나오니 해가 뜨려는 듯 동쪽 하늘에서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저…… 저희를 언제 부족으로 데려다 주실 건가요?”
여섯 명의 여자 중 하나가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좀 기다려!”
깊은 숲이다.
그냥 알아서 찾아가라고 방치한다면 부족을 찾기는커녕 맹수들의 맛난 한 끼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데려다줘야 한다.
그리고 저 여자들의 부족이 어디에 사는지 알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앞으로 더욱 커질 악어머리 부족을 견제하든, 네안데르탈인들의 습격을 방비할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달투드워프6!”
“예, 주인님!”
“저쪽에 가서 이들에게 고기나 좀 먹여.”
“예.”
내게 대답했던 이달투드워프6의 눈빛이 조금 이상했다.
“너, 이상한 짓 하면 대갈통을 부숴 버린다.”
“예?”
“강제로 여자들과 짝짓기를 하다가 걸리면 대갈통을 부숴 버린다고.”
딸꾹!
이달투드워프6이 자기 속내를 들켰는지 놀라서 딸꾹질까지 했다.
사람도 동물이고, 동물적인 본능이 있다. 아무리 테이밍 몬스터로 펫을 만들었다고 해도 본능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내게 충성하고 내 명령을 듣는다 해도 저들의 본능을 죽이지는 못한다.
지금까지 짝찟기를 할 때마다 동굴로 끌고 가서 여러 명이서 하는 습성이 남아 있으니 밤마다 여럿이서 여자들에게 덤벼들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하늘 부족에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단단히 정신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예.”
이달투드워프들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내게 절대 충성을 다하는 이달투드워프지만 본능을 통제하니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에 놀랐다.
결국 다시 말해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인 충성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너희들은 이제 스님처럼 산다.”
그 어떤 인류보다 짐승처럼 살았던 만큼 수컷의 본능이 강한 이달투드워프에게는 가혹한 명령이 분명했다.
“스님이 뭔데요?”
“진정한 이달투드워프는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내 말에 모든 이달투드워프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싫어?”
“아…… 아닙니다.”
“그럼 저기 가서 여자들이나 먹여.”
“……예.”
이달투드워프6이 풀이 죽어 대답했고, 나머지 이달투드워프들도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이달투드워프1이 뭔가 떠올렸는지 나를 보며 천천히 걸어왔다.
“저기…… 저기, 주인님!”
“왜?”
“그러니까 저희는 이제 짝짓기를 못 하는 겁니까?”
수컷에게는 번식의 본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게 사라진다면 삶 자체의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강제로는 못 한다.”
내 대답에 이달투드워프1의 눈이 반짝였다.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하네.’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 여자들이 좋아하면 되는 겁니까?”
“강제가 아니면 된다.”
“예.”
“여자들이 너랑 짝짓기를 하고 싶어 한다면 그때는 짝짓기를 해도 된다.”
“저, 정말이십니까?”
“단! 이달투드워프 하나에 여자 하나다. 앞으로 짝은 하나다.”
물론 내게는 해당 사항이 없고, 내 혈족들에게도 해당 사항이 없다.
부족이 커질수록 혈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붉은개처럼 부족 내에서 반란이 생기면 골치가 아프고, 부족민을 내 손으로 죽여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지랄 같은 경우를 사전에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혈족의 수를 늘리는 거다.
물론 모든 반란은 따지고 보면 혈족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달투드워프1의 눈빛이 절망의 끝에서 작은 희망을 본 것처럼 반짝였다.
“분명하게 말하는데 강제로 했다가 걸리면 대갈통을 부숴 버린다. 악어머리 부족처럼 목을 잘라서 장대에 걸어 놓을 것이다.”
매섭게 이달투드워프1을 노려봤다.
“예, 알겠습니다. 절대 강제로 덮치는 일은 없게 하겠습니다.”
-큰어금니가 나옵니다!
배트맨이 초음파로 보고했고, 동굴 입구에서 천천히 지점장이 나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왔습니다.”
“지점장!”
“예, 주인님!”
“악연이 인연이 되었으면 한다.”
사실 동굴 안에 있는 모든 이달투를 이달투드워프로 만들겠다는 충동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달투들은 호모사피엔스고, 현생인류의 아종이다.
만약 내게 테이밍을 당해서 현생인류보다 더 빠르게 진화한다면 현생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포기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이다.
‘서른 명의 이달투드워프들은…….’
어쩌면 내 이달투드워프들은 노동력이 될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인류 번영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양날의 검이다.
‘현생인류의 여자들과 계속 짝짓기를 해서 비슷하게 만들면 되지.’
시간이 지날수록 교류할 것이고, 개중에는 씨를 낳아 대를 이어 갈 것이다.
그리고 피가 섞일수록 현생인류처럼 변할 것이다. 이제는 사는 환경도 달라졌고, 풍습도 달라졌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점점 진화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두고 현생인류에게 속하게 만들 생각이다.
사실 어디서 들은 거지만 현대인들의 몸속에도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1~3퍼센트 정도 포함되어 있단다. 결국 다시 말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교류가 있었다는 것이고, 교배를 했다는 의미다.
그러니 이달투드워프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현생인류에 속하게 될 것이다.
내 완벽한 통제 하에서.
“너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예, 어떤 일을 하면 됩니까?”
“강 아래에 사는 악어머리 부족을 감시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동굴에서 세력을 키워라. 그리고 다른 곳에 사는 이달투들을 모아서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라.”
이달투드워프1에게 들었다. 이 거대한 산맥에는 다른 이달투들이 또 있다고 말이다.
전 어비스에서 와탕카라는 오크 군단장을 만난 적이 있다.
와탕카는 원시시대의 부족처럼 뿔뿔이 흩어져서 살던 오크들을 하나로 통합했고, 마지막에는 거대한 오크 군단을 만든 놈이다.
인간의 역사로 따지자면 조그마한 부족이 거대 제국을 만든 것이다.
부락으로 뭉쳐 있을 때는 한없이 보잘것없고 미약했지만 하나의 군단이 되자 강한 무력을 가진 거대한 세력이 되었다.
이달투들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점장에게 이달투들을 하나로 모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면 지금은 비록 미약하지만 그때는 거대한 전력이 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앞으로 멋지게 한번 살아 봐.”
“예, 주인님! 저, 그런데…….”
지점장이 나를 불렀다.
“왜?”
“지, 지금 제 눈앞에 보이는 것이 뭡니까?”
“너의 능력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것에 대해 설명을 해 줬다.
“그러니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예, 알겠습니다.”
현생인류의 혼혈이라 그런지 그 어떤 이달투드워프보다 이해력이 높았다.
“나를 실망시키지 마라.”
“예, 주인님!”
“만나서 반가웠다.”
“예.”
적으로 만났다.
하지만 이제는 동지이자 내 부하가 됐다.
지점장의 성장을 통해 이달투들은 점점 강해질 것이고, 내 비밀 전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