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그럼 이제 여기다가 작은 대나무 관을 끼우면 되는 거고.’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 만들고 있다.
모양이 거의 사각 주전자에 주둥이를 단 형태로 변했다. 이제는 압착을 시킬 누름 판을 만들면 된다.
물론 그 누름 판 역시 대나무로 만든다. 주전자 형태로 변한 대나무 통보다 작은 대나무 통을 잘라서 마디를 자르지 않고, 양옆에 구멍을 파고 대나무 막대기를 넣어 손잡이를 만들었다.
-계획한 도구의 제작이 85% 진행되었습니다.
-제작 성공 확률이 95%로 상승했습니다.
메시지가 떴다. 목공예 스킬이 업그레이드된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하지만 이대로 만든다면 안에 내용물이 들은 대나무 통과 압착용으로 쓸 대나무 판의 틈 사이로 습지 거대 거머리의 피가 새어 나올 수가 있을 것 같다.
“이달투드워프10!”
“예, 주인님!”
지금 이달투드워프들은 내가 만들고 있는 기름 짜는 도구를 신기한 것을 보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늑대 가죽 좀 벗어라.”
“예.”
이달투드워프10은 내 명령에 바로 뒤집어쓰고 있던 늑대 가죽을 벗어서 내 앞에 놨다. 나는 늑대 가죽의 꼬리 부분만 잘라서 압착기 대나무 판에 감고, 대나무 못으로 고정시켰다.
-구상한 설계도와 일치합니다.
-압착용 도구가 완성되었습니다.
바로 메시지가 떴다.
-압착기(상급)
대나무가 주재료인 도구.
기름을 짤 수 있다.
내구력 : 500
또 하나의 도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놀랍게도 상급의 도구였다. 용의 뼈로 만든 검을 잘라 톱을 만든 이후 처음으로 상급 아이템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용의 뼈도 아닌 고작 대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에 더 놀랐다.
-상급 도구를 제작하였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추가로 향상되어 8성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내가 봐도 잘 만들었네.”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건 원시시대의 녹즙기쯤 될 것이다.
“어디에 쓰는 겁니까?”
이달투드워프1이 궁금한지 새로 만든 도구를 이리저리 훑어보며 물었다.
“일명 짤순이라고 기름을 짜는 기게다.”
내가 만들었으니 이름도 내가 붙이고 싶은 대로 붙이면 그만이다.
“짤순이라굽쇼?”
“그래, 거머리 토막들 가지고 와.”
“예, 주인님!”
이달투드워프1이 죽은 습지 거대 거머리 사체 토막을 가지고 왔다.
“통에 넣어.”
“예.”
“통이 넣고 쭉 누르기만 하면 된다.”
“예, 알겠습니다.”
짤순이 안에 습지 거대 거머리의 사체 토막을 넣은 후 짤순이를 높게 올리고 그 아래 구멍을 뚫은 곳에 기름을 담을 대나무 통을 놓고 손잡이를 꾹 누르면 휘발성이 강한 습지 거대 거머리의 피가 압력에 의해서 떨어진다.
그리고 짜낸 기름이 담긴 운반용 대나무 통을 들고 집까지 가면 된다.
“바로 작업해.”
“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다 짜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기름 추출 작업이 시작되었다.
‘휘발성이 강하니까.’
습지 거대 거머리의 피를 짜는 것은 새로운 무기를 만들기 위해 습지 거대 거머리의 피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습지 거대 거머리의 피로 만들려는 것은 화염병이다.
문제는 이 원시시대에는 유리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토기가 없다.
‘하지만 토기는 만들면 그만이지.’
토기 제작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으음, 우선 시험 삼아 대나무로 만들어 볼까?’
그리고 나는 토기 대신에 임시적으로 쓸 수 있는 대나무 화염병 제작에 착수했다.
힘든 일은 이달투드워프들에게 시켰겠다, 멍 때리고 있으면 뭐하냐는 마음으로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라도 향상시키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업이었다.
뭐, 화염병이라고 할 것도 없다.
대나무 막대기에 구멍을 뚫고, 습지 거대 거머리에게서 짜낸 기름을 넣고, 늑대 털을 꼬아 심지를 붙인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휴대용 대나무 기름통(하급)
기름을 휴대하는 작은 통.
휘발성이 강한 기름이 담겨 있어 심지 부분에 불을 붙이면 폭발할 수 있다.
성능 설명은 분명 화염병인데 도구의 이름이 휴대용 대나무 기름통이란다.
그리고 등급도 하급이다. 초급도 아니고 하급이다. 이 등급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으음, 대나무로 만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재료를 더 넣어야 하나? 아무래도 업그레이드를 시켜야겠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만든 건데 하급은 아닌 것 같다.
‘흐음…… 휘발성이 강해서 폭발한다고 했으니까…….’
고민은 발명을 이끌어 낸다.
“그렇지!”
나는 화살촉만 넣어 둔 대나무 통에서 화살촉을 꺼냈다. 그리고 그 화살촉을 몇 등분으로 잘라서 바로 날카롭게 갈았다. 0.5센티미터 정도로 잘린 날카로운 파편들이 20개 정도 만들어졌다.
‘이러면 수류탄이지.’
그리고 바로 늑대 털을 꼬아서 만든 심지 부분을 빼서 구멍에 파편들을 집어넣었다.
‘폭발력이 강하면 이 자체로 수류탄이 되지.’
문제는 화염병의 폭발력이 어느 정도로 크냐는 것이다. 요리조리 둘러보다 대나무 통이 너무 두꺼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대나무 통의 외부를 깎아 내어 그 두께를 얇게 만들었다.
-구상한 설계도와 일치합니다.
-원시 수류탄이 완성되었습니다.
드디어 똑바로 된 메시지가 떴다.
말 그대로 원시 수류탄을 만들어 낸 것이다.
‘대나무 갑주나 나무 방패쯤이야 이런 것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지.’
악어머리 부족에게 방패와 대나무 갑옷을 만들어 준 이유가 이래서였다.
어찌 되었든 그들이 몸을 방어할 방어구가 있다면 나는 그들이 가진 방어구를 넘어서는 위력의 무기를 만들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악어머리 무족과 큰눈은 함부로 하늘 부족을 침략하지 못할 것이다.
-원시 수류탄(중상급)
심지에 불을 붙이면 수초 후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다.
내부에 넣어둔 화살의 파편이 비산하여 적에게 데미지를 준다.
공격력 : 350
역시 고민을 거듭하여 개선하니 제대로 된 투척용 무기가 만들어졌다.
-무기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하여 6성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무기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6성이 되어 무기 조합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현재 무기 조합 스킬은 5성입니다.
‘좋았어!’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렇게 나는 원시 수류탄 5개를 더 만들었다.
‘시험해 봐야지.’
무엇인가를 만들면 반드시 테스트를 해서 성능을 시험해 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쓸 때 문제가 덜 생기는 법이다.
‘놀면 뭐하겠나!’
그러고 보니 벌써 레벨이 114까지 상승했다.
‘오늘 밤에 120까지 찍자.’
목표가 생기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헌팅이다.
‘배트맨!’
-예, 주인님!
‘먹을 만큼 먹었지?’
-네! 아주 배 터질 정도로 잘 먹었습니다요!
‘그럼 아까 봤던 코모도왕도마뱀들의 서식지를 찾아.’
-알겠습니다요!
막무가내로 내가 이 밀림을 헤맬 필요는 없다.
부지런한 사람은 스스로 움직이지만, 똑똑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자산을 이용하는 법이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동굴 하나가 있습니다요!
배트맨이 놈들의 서식지를 찾았는지 초음파로 보고했다.
‘또 동굴이야?’
이달투의 동굴에서 일주일을 넘게 있었더니 이젠 동굴은 별로 달갑지 않다.
-동굴에 그 도마뱀들이 우글거립니다요!
우글거린다는 말에 또 짜증이 났다.
이 밤에 멍 때리기가 싫어서 레벨 업을 하고 싶은 거지, 사생결단인 전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저것들을 데리고 가 봐야 소용이 없겠지?’
전투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이달투드워프들이다.
‘알았다. 내 어깨에 앉아.’
내 명령과 함께 어둠 속에서 배트맨이 보름달을 등지고 날아왔고, 그것 때문인지 바닥에 어이없게도 박쥐 문양이 그림자로 만들어졌다.
-배트맨~.
요즘 배트맨이 한창 까분다.
원래 갑자기 나름대로 강해졌다고 생각이 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 까불게 된다.
그래도 배트맨은 내 어깨에 살포시 날아들어서 앉았다.
“십장!”
열심히 기름을 짜고 있는 이달투드워프1이 내 부름을 받고 달려왔다.
“예, 주인님!”
“나는 잠시 다녀올 데가 있으니까 그동안 이달투드워프들을 데리고 작업 열심히 해라. 야생 동물이 덤벼들 수 있으니까 모닥불을 꺼지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
“주, 주인님, 어, 어디 가십니까?”
내가 자리를 비운다고 말하자 이달투드워프1이 겁을 먹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미 해는 졌고, 달빛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둠이 사방을 지배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야행성 맹수들이 움직일 때다.
“잠시 주변 좀 돌아보려고.”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이달투드워프1은 내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방패를 챙겨 오겠습니다.”
“됐다. 나 혼자 돌아보고 올게. 여자들과 다른 이달투드워프들을 잘 지켜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조심하셔야 합니다.”
“내 걱정은 말고.”
나는 이달투드워프1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어 보였다.
‘가자! 배트맨!’
-예, 주인님!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모닥불에서 장작 하나를 챙겼다.
‘테스트도 해 봐야 하니까.’
* * *
대나무 숲을 벗어나 방향을 알려 주기 위해 내 기준으로 대여섯 걸음 정도 앞에서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는 배트맨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곧 레벨 업이다.’
가히 질풍노도의 레벨 업 속도라고 할 만 했다.
그리고 놈들은 지난 어비스에서 만났던 몬스터들처럼 도망치지도 않았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다 보니 다른 것들을 헌팅할 때보다 한결 수월했다.
배트맨을 따라 이동을 하던 나는 머지않아 거대한 개미집 같은 것을 발견했다.
“뭐 이렇게 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개미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거대한 둔덕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둔덕에 동굴 입구처럼 구멍이 나 있다.
‘꼭 느낌이 지난 어비스의 던전 느낌인데…….’
딱 느낌이 불개미 던전 같다. 하지만 이곳은 원시시대다. 그러니 지난 어비스에서 봤던 던전이 있을 턱이 없다.
-여기가 아닙니다요.
배트맨이 내게 초음파 소통을 통해 말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이 순간 머리에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던전!
나는 내 앞에 있는 거대한 둔덕을 보고 그 단어를 연상하고 있었다.
-여기가 아닙니다요! 저쪽으로 가야 합니다요!
‘앵앵거리지 말고 조용히 해라. 머리 복잡해지고 있으니까.’
내가 발견한 곳이 정말 던전이라면 나는 최초의 던전 발견자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만약 저 거대한 둔덕이 내가 생각하는 불개미 던전이라면 말이다.
‘과연 이곳에도 던전이 존재할까?’
지난 어비스라면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는 원시시대의 지구다.
현대에서 갑자기 나타난 던전이 원래 이 원시시대에 존재했던 거라면 던전이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던전에서 출현한 몬스터들도 원래 지구에 존재했던 것들이라는 가정이 성립이 된다.
‘뫼비우스의 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