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모두 잘 들어.”
“예, 주인님!”
이달투드워프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나를 봤다. 이제부터는 내가 만든 불개미세트를 대량생산할 때가 됐다.
“이제부터는 불개미의 속살을 파낸다.”
서른 명의 이달투드워프들에게 불개미 방어구 세트를 입힐 생각이다. 그리고 방어구 착용을 끝내면 하루 쉬고 다시 불개미 던전 공략을 시작할 참이다.
“예, 주인님!”
우렁차게 대답을 했지만 이달투드워프들이 영 맥이 없어 보였다.
-이달투드워프들이 지쳐 노동력의 10%가 하락했습니다. 앞으로 작업 능률이 하락합니다.
또 이달투드워프의 노동력이 10퍼센트가 하락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녹용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네.’
쉬어야 할 것 같다. 역시 이달투드워프들이 기계는 아닌 것 같다.
“이제 너희는 A조, B조로 나눠서 쉰다.”
“예?”
“열다섯 명은 자고 열다섯 명은 일한다고.”
경계는 여자들에게 맡기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배트맨과 박쥐들도 철통처럼 옵저버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갑자기 적이 나타나 우리를 공격하는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배트맨! 옵저버 역할을 잘해라!’
-물론입니다요!
“예, 알겠습니다.”
“A조는 바로 불개미 속살을 파내고 나머지는 녹용을 먹고 모두 잔다! 여자들은 목책 위에서 적이 올지도 모르니 감시를 하고.”
“예, 알겠습니다. 족장님!”
여자들의 근력은 이달투드워프에 비하면 턱도 없이 약해 힘을 쓰는 일을 시킬 수 없었고, 내가 만들어 준 대나무 칼로 잡은 피라냐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고기를 말리거나 식사 준비만 했다. 그러니 쉴 필요가 없었다.
“주변 좀 살피고 올 테니까 이달투드워프1의 말을 잘 듣고 쉬면서 일해라!”
“예, 주인님!”
물론 주변을 살피러 가는 것이 아니다. 또 녹용을 구하러 가는 헌팅이다.
먹이고 일을 시키고, 일을 시키고 먹이고를 무한 반복을 위해서는 보약인 녹용이 필수 조건이다.
* * *
다다닥! 다다닥!
“졸라 빨라!”
이곳은 코모도왕도마뱀이 지배하는 곳이다 보니 이곳에 서식하는 큰 뿔 사슴은 하나같이 다른 사슴들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나는 활에 화살을 걸고 반쯤 시위를 당기며 사슴을 쫓느라 더더욱 힘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를 좁혔을 때, 화살이 활을 떠났다.
턱!
내 화살은 큰 뿔 사슴에게 적중했다. 하지만 큰 뿔 사슴은 잠시 움찔만 했을 뿐, 계속해서 뛰어갔다.
덩치가 크면 클수록 전신 마취 효과는 떨어지는 것 같다. 다리새 정도는 바로 온몸에 돌아 마비가 되는 독이지만 큰 뿔 사슴은 저렇게 뛰고 있으니 아마 그럴 것이다.
‘맹독이 필요하다니까.’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코모도왕도마뱀의 바이러스 세균이다.
놈을 헌팅한다면 침샘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먹을 것이기 때문에 거대 불개미처럼 몬스터를 헌팅하거나 부족 간의 전쟁에 쓴다면 모를까 큰 뿔 사슴의 헌팅에서는 쓸 수 없을 것이다.
한참을 추격해서야 도망치던 놈이 끝내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큰 뿔 사슴 헌팅에 성공하였습니다. 미약하게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메시지가 떴다. 이제는 큰 뿔 사슴 정도를 잡으면 레벨 업 경험치는 쥐똥만큼도 안 줬다.
나는 바로 죽어 있는 큰 뿔 사슴의 대가리에서 녹용을 잘라 냈다.
-활력 회복제의 재료인 녹용을 채취하였습니다.
-활력 회복제의 남은 재료는 산삼, 백사, 거대 불곰의 쓸개, 감초입니다.
녹용을 확보할 때 마다 꼭 이런 메시지가 뜬다.
마치 발동 미션이 내게 자꾸 강요를 하는 것 같다.
“……짜증나서 죽겠네.”
귓가에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처럼 뇌리에 자꾸 이런 메시지가 뜨니 짜증이 난다.
그리고 재료 중에 다른 것은 몰라도 산삼과 감초를 떠올릴 때마다 생강이 떠오른다. 죽자고 땅을 파 봐야 얻는 것은 없다.
“그때와 다르기는 하지만…….”
나는 이제 터치를 하면 재료의 속성을 볼 수 있게 됐다. 마를 캔 이후에 생긴 능력이다. 그래서 요즘 버릇처럼 못 보던 풀이나 나무를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져 본다.
“이것도 못 보던 풀이네…….”
길게 이파리가 난 풀을 만져 봤는데 손에 끈적거리는 액체가 묻었다.
-강한 독성을 가진 옻에 중독되었습니다.
“젠장!”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온몸에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가려움이 느껴졌다.
-수포와 발진이 발생하여 생명력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때가 있다.
“치유의 손길!”
나는 바로 치유의 손길 스킬을 발동시켰다.
-치유의 손길 스킬에 의해 중독성이 완화되었습니다.
완치가 아니라 완화가 되었단다.
오늘 제대로 걸린 것 같다.
석석! 석석!
가려워서 미치겠다.
-수포가 터져 중독 부위가 확대됐습니다. 생명력 하락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것 같다.
하여튼 원시시대라서 그런지 옻의 독성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는 강했다.
“치유의 손길!”
나는 가려운 부분에 내 손을 대고 계속해서 치유의 손길 스킬을 발동시켰고, 그 순간 손에서 빛이 뿜어지면서 극심한 가려움이 누그러들었다.
-옻의 독성이 완화되고 있습니다.
“치유의 손길!”
독이 중화되고 있을 때 뿌리를 뽑아야 했다.
-옻의 독성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옻독에 대한 내성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옻독에 중독되지 않습니다.
역시 치유의 손길은 힐러들의 포이즌 케어 효과도 확실히 있는 것 같다. 하여튼 해프닝으로 옻독에 내구력이 생겼다.
“……유익했다고 치자.”
스르륵!
그때 수풀에서 허연 뭔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코모도왕도마뱀인가?’
놈들과 놀아 줄 시간이 없기에 짜증이 밀려들었다.
“허어얼!”
하지만 내 예상이 빗나갔다.
지금 나를 노려보고 있는 놈은 뱀이다.
그것도 아주 큰 뱀.
“무슨 놈의 뱀이 저렇게 크지?”
딱 영화에서 나오는 아나콘다 정도의 크기다. 그리고 대가리가 삼각형인 것을 보니 독사다.
보통 독을 가진 놈들은 독을 만들 때마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몸집이 작은 것이 대부분이다.
저 정도의 크기에 독까지 있다면 이 시대에 서식하는 파충류 중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서식하는 놈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놈의 비늘은 왜 이리 투명하지?’
이 순간 놈이 백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백사는 활력 회복제의 재료라는 것도 떠올랐다.
‘맹독!’
하지만 활력 회복제보다는 내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맹독이다.
보통 독이 있는 짐승들은 몸집이 작다. 독을 만드는 데에 상당히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놈은 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굉장히 덩치가 크다.
그렇다는 말은 어지간한 놈들은 먹지도 않는다는 것이고, 몸집이 큰, 적어도 물소 정도는 되는 놈들을 먹고 산다는 말이 된다. 혹은 자신보다 더 큰 짐승을 상대하기 위해 독을 가지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저놈을 반드시 헌팅해야 할 것 같다.
저놈만 잡으면 이것저것 얻을 것이 많을 테니 말이다.
슈슈슈! 슈슈슈!
똬리를 틀고 나를 노려보는 놈의 눈깔이 참 사납다.
-이무기
종족 : 몬스터(아나콘다의 조상)
특성 : 산삼과 더덕 등 많은 약재를 섭취해 피부가 투명해진 돌연변이
생명력 : 13,500/13,500
공격력 : 1,500
방어력 : 800
독 공격력 : 3,200
놈의 상태 창을 보자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저놈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딱 하나다.
망할 놈의 신이다.
놈이 내가 잘되는 꼴을 못 보겠다는 거다.
‘잠깐, 그렇다면 붉은사자도……?’
그 역시 신의 농간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그걸 따질 여력은 없다. 내 눈앞에 있는 놈은 분명 내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보다 더 능력이 뛰어나다. 다른 것을 다 제치고 독만 봐도 놈한테 한 방만 물려도 내 생명력의 2분의 1이나 하락한다.
그리고 놈은 심기가 불편한 눈깔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슈슈슈! 슈슈슈!
놈은 거대한 머리를 곧추세우고는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곧 덤벼들 것 같은 모습에 나는 천부의 검을 고쳐 잡았다.
‘저걸 잡아서 배를 가르기만 한다면…….’
특성이 산삼과 더덕을 많이 먹은 돌연변이라는 말이 자꾸 걸렸다.
정말 운발이 제대로 터진다면 놈의 창자 속에 산삼이 완전히 용해가 되지 않고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보다 강한 놈이다. 그러니 저놈을 잡으면 레벨 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불개미 껍질로 만든 방어구 세트를 입고 있다고 해도 저놈을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나는 비늘 있는 놈들이 제일 싫다.”
이 순간 망할 놈의 레드 드래곤이 떠올렸다.
내가 말한 게 신호가 되었다는 듯이 놈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놈이 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뱀이 풍겨 내는 혐오감 섞인 그 독특한 살기와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슈아아악!
놈은 똬리를 풀고 곧추세운 머리를 떨어뜨리듯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나를 한입에 집어삼키려는 듯이 아가리를 쩍 벌린 놈의 입안에는 2개의 날카로운 독니가 서 있었다.
아마 놈은 나를 쥐새끼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놈의 덩치가 상당하니 쥐새끼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겠지만 말이다.
“점프!”
나는 바로 내 이능인 점프를 시도해서 놈의 아가리 공격을 회피하고 놈의 뒤쪽에 착지했다.
놈은 내가 있던 허공을 깨물었고, 꿩 대신 닭이라는 듯 내가 잡은 큰 뿔 사슴을 한입에 날름 삼켰다.
혼신의 힘을 다해 1시간 넘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쳐서 잡은 큰 뿔 사슴인데, 죽 쒀서 뱀 준 꼴이 됐다.
꽈직, 우드득!
이무기는 한입에 죽은 큰 뿔 사슴을 집어삼키고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듯이 혀를 날름거려 입맛을 다시다가 자신의 뒤에 이동한 나를 가소롭다는 눈으로 노려봤다.
‘큰 뿔 사슴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거지?’
나 역시 놈이 이제 목표다.
-격투 모드로 전환됩니다.
13,500/13,500 VS 7,590/7,600
놈의 생명력은 풀이고 내 생명력은 큰 뿔 사슴을 쫓느라 10 정도 하락해 있었다.
어림잡아도 그 길이가 6미터가 넘어 보이는 놈이다.
스스스! 스스스!
놈은 굳게 다문 입 사이로 어지간한 나뭇가지 정도의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내가 네놈의 먹잇감으로 보이지?”
나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이달투드워프을 위한 특식을, 아니, 활력 회복제의 재료를 구하는 날이다.
놈만 잡으면 일타 쌍피, 아니, 일타 쌍쌍피가 될 것 같다.
말벌의 독보다 더 강한 맹독도 확보하고, 활력 회복제의 재료 중 하나도 얻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놈의 창자 속에 소화되지 않은 산삼이나 다른 약재가 들어 있을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