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이놈이? 여유를 부리네…….’
내가 가만히 서서 노려보는 것을 지금까지 자신이 상대한 먹잇감처럼 두려움에 몸이 굳어져서 이러고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어떤 것들이든 아무리 강한 놈이라고 해도 적 앞에서 저런 여유를 부리는 놈은 당하는 법이다.
그리고 이 순간 처음에는 한없이 여유를 부렸다가 끝내 내 손에 죽은 레드 드래곤이 떠올랐다.
“덤벼! 나는 파충류의 왕도 죽인 몸이다!”
따지고 보면 드래곤도 파충류다. 그리고 드래곤이 가진 압도적인 힘은 파충류의 왕이라 할 수 있다.
타타탁! 타타탁!
나는 바로 놈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나보다 더 크거나 더 강한 놈을 상대할 때는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나는 수많은 경험으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놈이 달려든다고 무식하게 천부의 검만 들고 맞설 필요가 없다.
거리를 벌린 나는 어깨에 메고 있는 활을 꺼내 시위에 화살 두 발을 걸고 당겼다.
쩌어어억!
슝! 슝!
운이 좋다면 날아간 두 발 중 하나는 놈의 눈깔에 맞으리라.
그리고 바로 활을 옆으로 던지고는 천부의 검을 잡고 점프를 했다.
마치 칼을 던진 것처럼 용의 뼈로 만든 검과 일체가 되어 화살에 뒤이어 날아갔다.
팍! 수욱
놈은 뒤늦게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내가 쏜 화살 두 발 중 한 발이 놈의 몸에 박혔고, 또 한 발의 화살이 보란 듯 놈의 눈깔에 박혔다.
10,500/13,500 V S7,590/7,600
스으으으으윽!
캬아아아아악!
큰 뿔 사슴을 삼키고 포만감에 여유를 부렸던 놈은 급소에 화살이 꽂혀서인지 3,000이나 되는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음산한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꼬며 요동을 쳤다.
나는 멀쩡한 눈깔을 향해 떨어져 내렸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놈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유효타를 허용했다.
떨어지는 중력까지 더한 필사의 공격이 성공했다.
그리고 놈은 졸지에 장님이 됐고, 눈깔이 있던 두 눈두덩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8,500/13,500 VS 7,590/7,600
척!
나는 바로 요동치는 놈의 몸뚱이를 피해 뒤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스스스스! 스스스!
놈은 이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는 채 이리저리 고개를 휘두르듯 돌렸다.
마치 나를 찾는 것 같았다.
퍽! 퍽! 퍽!
놈은 꼬리를 막무가내로 휘둘러 내가 있을 법한 곳을 후려쳤다.
하지만 나는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때다!”
놈의 행동을 통해 나를 보지 못하는 것까지 확인을 했다.
타타탁! 타타탁!
나는 요동치는 놈의 몸뚱이를 피해 놈을 향해 달려갔고, 놈의 대가리에 천부의 검을 쑤셔 박았다.
수우욱! 스스스스측!
서늘한 파열음 후, 음산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3,500/13,500 VS 7,580/7,600
사실 놈이 앞을 볼 수가 없기에 상대하기 수월해졌다. 하지만 놈은 내가 움직이는 소리를 감지했는지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도 한입에 삼키겠다는 듯 나를 향해 똑바로 아가리를 쩍 벌리고 덤벼들었다.
츠츠츠! 츠츠츠!
놈이 다시 아가리를 벌리자 날카로운 독니가 내 눈에 가득 들어왔다.
놈은 대가리가 큰 만큼 거대한 독니를 가졌다.
저 독니에 스치기만 해도 중상이다.
아마 닿는 즉시 독에 중독될 것이고, 놈의 독 공격력이 내 최대 체력의 절반 정도이니 내가 치유의 손길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회복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독이 퍼질 것 같다.
그럼 나는 죽게 될 것이다.
‘놈이 아직 죽지 않았다. 방심하지 말자,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자!’
나는 덤벼드는 아가리를 옆으로 몸을 던져 피하고, 바로 바닥에 떨어진 돌을 주워 내가 피한 반대편으로 던졌다.
탁!
돌이 튀는 소리를 감지한 놈은 바로 대가리를 돌려 돌이 떨어진 곳에 아가리를 벌리고 덤벼들었다. 그 순간 나는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놈의 뒤통수를 힘껏 검으로 찔렀다.
수우우욱!
놈은 내가 땅을 박찬 소리를 듣고 대가리를 돌렸지만 놈의 독니가 나에게 닿는 것보다 천부의 검이 놈의 뒤통수에 박히는 것이 더 빨랐다.
스스슥!
검은 내 손 부분까지 깊숙이 박혔다.
고통에 겨운지 놈이 다시 한 번 몸통 전체를 흔들어 요동쳤고, 나도 모르게 어금니가 꽉 깨물어졌다.
-꽉 깨물어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검을 뽑아내는 순간 그 요동치는 몸통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타격을 입었다.
“으윽!”
-받은 데미지의 10%가 감소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하락한 내 생명력놈의 몸통에 정통으로 부딪친 것도 아니고 땅에 부딪친 것이라 내가 입은 데미지에 대한 피해는 경미했다.
1,500/13,500 VS 7,190/7,600
착용하고 있는 불개미 방어구 세트의 방어력 덕분에 데미지가 최소화된 것 같고, 거기다가 꽉 깨물어 스킬이 발동해서 미약한 데미지를 다시 10퍼센트 무력화시켰는데도 400이 넘는 데미지가 들어왔다.
착!
놈의 몸통 공격에 타격을 입고 무게 중심을 잃고 나가떨어지듯 바닥에 떨어졌지만 산 표범에게서 강탈한 이능 때문에 안전하게 착지를 할 수 있었다.
내게는 착지 이능이 있기에 어떤 자세에서 떨어져도 고양이처럼 몸을 틀어 착지를 할 수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1,500/13,500 VS 7,190/7,600
놈의 생명력이 거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진 것이 내 눈에 보였다.
놈은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겠다는 듯 꼬리를 채찍처럼 이리저리 휘둘렀다.
철썩! 철썩!
꼬리는 땅을 후려쳤고, 흙으로 된 거대한 파도를 만들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파워 하나는 대단한 놈이 분명했다.
퍼어억!
놈의 파워에 잠시 경악하다가 놈의 마구잡이로 후려치는 꼬리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한 대 맞았다.
“으으윽!”
1,500/13,500 VS 6,190/7,600
마지막에 간신히 뛰어 놈의 꼬리 공격을 정통으로 맞는 것만은 피해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내 생명력이 1,000이나 빠졌고, 만약 내가 불개미 방어구 세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즉사할 뻔했다.
“이, 망할 새끼! 발악하지 말고 좀 뒈지지!”
다다닥! 다닥!
나는 놈의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 꼬리를 피해 놈의 대가리를 향해 달려들었고, 놈 역시 내 발소리를 듣고는 필사의 발악을 하듯 아가리를 쫙 벌리고 나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나는 한 박자 빠르게 놈의 아가리를 향해 점프 이능을 사용했고, 천부의 검을 높이 치들어 놈의 아가리에 쑤셔 넣었다.
수우우욱!
츠츠츠츠!
천부의 검이 입천장에 박히자 놈은 잠시 굳은 듯 멈칫하다가 마지막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대가리를 땅에 박아 ‘쿵’ 하는 거대한 소리를 냈다.
300/13,500 VS 6,200/7,600
츠츠츠! 츠츠츠!
놈은 죽어 가면서 마지막으로 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것 같다.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떴다.
“노!”
테이밍 몬스터를 하면 전투 경험치를 얻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가 상대하기 벅찬 놈을 잡았다. 그러니 상당한 레벨 업을 할 것 같다.
-레벨 업!
놈이 죽자마자 레벨 업을 했다는 메시지가 연속적으로 떴다. 그리고 하락했던 내 생명력이 빠르게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 * *
-7,750/7,750
-활력 회복제의 재료 중 하나인 백사를 획득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부수입을 얻을 차례다.
나는 바로 죽은 놈의 아가리에 박힌 천부의 검을 뽑아냈고, 허리에 차고 있던 말벌 독이 든 작은 대나무 통을 꺼내 독니에 대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독니가 놈의 대가리 바깥쪽으로 딸려 나오듯 쭉 늘어났고, 독니 끝에서 송골송골 누런 액체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주르륵 흘렀다.
찌이익!
누런 독이 작은 대나무 통에 흘렀고, 대나무 통에 넣어 둔 토끼털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맹독을 확보하였습니다.
바로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나는 바로 화살 통에서 말벌 독이 발라져 있지 않는 화살촉에 이무기의 독을 발랐다.
-이무기의 독이 발린 화살(최상품)
공격력 : 1,250
추가적인 데미지로 명중된 적이 일곱 발자국을 걷기 전에 즉사한다.
은근슬쩍 명품 등급을 기대했지만 명품이 뜨지 않는 것은 화살촉의 재료가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흑요석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상아를 깎아서 만든 화살촉에 뱀의 독을 발랐다.
-이무기의 독이 발린 화살(명품)
공격력 : 1,500
추가적인 데미지로 명중된 적이 일곱 발자국을 걷기 전에 즉사한다.
떴다.
또다시 명품이 떴다.
그리고 이 화살 한 방이면 웬만한 방어력을 가진 놈은 추가 데미지를 입기도 전에 즉사할 것 같다.
몬스터들이나 거대 불곰 같은 거대한 맹수가 아닌 최소한 현생인류인 원시인 전사들은 정통으로 맞지 않더라도 스치기만 해도 즉사할 것이다.
“좋았어!”
놈을 죽여서 세 단계나 레벨 업을 한 것은 1타다.
그리고 독니에서 독을 뽑아낸 것은 2타 수익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놈의 배를 갈라 볼 참이다.
처음 마주쳤을 때 산삼이나 더덕 같은 많은 약재를 먹는 놈이라고 메시지가 떴다.
최소한 내가 사냥했던 큰 뿔 사슴이 있을 것이고, 저놈의 배 안에 온전하지는 않더라도 다 녹아 사라지지 않은 산삼이 있다면 3타가 될 것이다.
쫘아아악!
나는 바로 죽은 놈을 뒤집었고, 천부의 검을 이용해서 배를 갈랐다.
울컥! 울컥!
놈의 배를 가르자 투명하고 끈끈한 점액과 검붉은 피가 울컥거리며 뿜어졌다.
그리고 그 내부에 굵고 거대한 위장이 보였고, 위장을 가르자마자 점액을 뒤집어 쓴 큰 뿔 사슴이 보였다.
“넌 됐고.”
나는 바로 죽은 이무기의 몸에서 큰 뿔 사슴의 뿔을 잡아 꺼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귀한 대접을 받은 큰 뿔 사슴이 형편없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놈의 위를 뒤지기 시작했다.
“……시팍! 눈 뜨고는 못 보겠네.”
놈의 위장 내부에는 이것저것 놈이 집어먹은 것들로 진탕이 되어 있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 봤다면 바로 구토를 했을 것 같다.
-녹아내리고 있는 원숭이 사체
나는 머리를 최대한 뒤로 떨어뜨리고 엄지와 검지만으로 죽은 놈의 위액에 녹아내린 원숭이의 사체를 끄집어내서 버렸다. 정말 여기서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목숨을 걸고 이무기를 잡았으니 뭐라도 더 건져야 했다.
그때 뭔가 물컹한 것이 내 손에 잡혔다.
-녹아내리기 시작한 산삼
손에 뭔가가 잡히자 바로 메시지가 떴다.
-활력 회복제의 재료 중 하나인 산삼을 획득했습니다.
“심봤다-!”
운발 제대로 터졌다. 아니, 운발은 이제 시작이었다.
-감초
하이에나처럼 놈의 시커먼 위장을 뒤질 때 부스러기가 되어 가는 뭔가를 나도 모르게 건드렸고, 백사보다 더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감초도 찾아냈다. 그리고 그 주변을 헤집어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감초를 건졌다.
-활력 회복제의 재료 중 하나인 감초를 획득했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불개미 던전을 포기할까 생각을 했다가 포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고 있는 순간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가장 쉬운 말벌의 꿀과 가장 어려운 거대 불곰이 남았다.
‘이무기도 잡았는데 거대 불곰쯤이야 못 잡을 것도 없지!’
불개미 던전을 공략했으니 이제 활력 회복제 제작 미션을 클리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