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가 보자!’
내 모든 궁금증에 답은 저 백인 여자가 가지고 있다.
‘만약 내 기우가 현실이 된다면…….’
저 백인 여자를 죽여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족장님!”
“어서 활이나 쏴라!”
늑대발톱이 아이들에게 지시를 했고, 숲으로 들어가는 백인 여자를 봤다.
“가 봐라! 족장이 오라는 것 같다.”
늑대발톱도 그런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그런 것 같네요.”
“족장에게 여자가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여긴 원시시대다.
이곳에서 강한 남자는 능력 있는 남자라는 뜻이다. 현대사회에서 부유하고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많은 여자가 강한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한다.
“저는 아직 어려요.”
“하지만 키는 나보다 더 크다.”
불개미 던전을 클리어하고 엄청난 레벨 업을 했기에 신체적 변화는 이제 거의 끝난 것 같다. 키는 커졌고 몸에 근육은 완벽하게 붙은 상태다. 단지 얼굴만 아직 동안을 벗어나지 못해 어떻게 보면 잘생긴 미소년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러네요.”
그냥 미소를 보였다.
“왜 이렇게 빨리 크냐?”
“잘 먹어서 빨리 크나 보죠. 그럼 다녀올게요.”
“알았다.”
* * *
“아직도 저를 경계하시는군요.”
사이네라는 백인 여자를 따라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자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사이네라는 이름을 들었지만 사이네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내가 알고 있는 사이네는 저쪽 세상에 있다. 그리고 사이네는 오직 한 사람뿐이다.
“……그냥 대나무 숲 깊은 곳으로 가기에 혹시 위험할 수도 있어서 따라온 거야.”
둘이 있기에 반말을 했다.
“캭이라는 샤벨…… 이빨호랑이가 있으니 이 대나무 숲은 안전하지 않나요?”
“뭐, 그렇기도 하지.”
“또 모르죠. 운발이 없으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죠.”
그녀는 마치 내가 어떻게 반응하려는지 떠보려고 내가 자주 쓰는 말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 같다.
“운발?”
“아직 제가 의심스럽나요?”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제가 아는 헌터 최강욱은 운수대통이라는 말도 잘 썼죠. 항상 바보처럼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었죠. 하지만 레이드를 같이 하는 동료들은 다 절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죠. 우리의 캡틴 최강욱이니까요.”
“……너, 정말 누구냐?”
의도적으로 차갑게 물었다.
“그동안 잘 지냈나요?”
백인 여자의 눈동자에서 아련함이 느껴졌다.
“말 돌리지 마! 누구냐고 말했다!”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활쏘기 수련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다. 활을 쏘는 아이들이 내가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었을 수도 있다.
“제게 말씀하셨죠? 떠나기 전날, 운명에 우리를 맡기자고요. 그리고 저도 그러기 위해서 여기로 왔습니다. 제 운명은 당신이고, 저는 제 운명을 믿으니까요.”
원래 엘프라는 존재는 한 사람밖에 사랑하지 못하는 존재로 알고 있다.
엘프의 마음을 열기가 어렵지만 한번 사랑을 하면 절대 배신이 없고, 죽을 때까지 그 사랑이 식지 않는다.
“그, 그 말을 어, 어떻게……!”
“그날 밤은 달빛에 비친 꽃잎이 참 아름답게 떨어진 날이었어요.”
이제는 서글픔까지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사, 사이네…….”
이 순간 숨이 막혔다.
“맞아요. 저는 사이네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최강욱 님!”
내게 최강욱이라고 말하면서 사이네의 눈빛은 여전히 떨리지 않고 있었다. 감정이 없는 듯 느껴지지만 그건 엘프를 모르는 자에게나 그렇게 보일 뿐이다. 스스로 손짓하지 못하는 꽃처럼 그저 기다리는 듯 상대를 갈망하는 것이 엘프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위해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찾아온 사이네를 와락 안아주고 싶다.
“이…… 이곳에는 어떻게?”
“똑같아요. 최강욱 님께서 영혼만 이곳으로 오신 것처럼 저도 레드에 의해서 영혼만 이곳으로 왔어요.”
“……레드?”
레드라는 말에 순간 내 머릿속에서 내 손에 죽은 레드 드래곤이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서, 설마 레드가 그…… 최종 미션이었던 광폭한 레드 드래곤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
“왜 아니겠어요?”
폭탄이 터지는 순간이다.
“……정말 레드가 보낸 거야?”
레드가 소환했다고 했다.
드래곤은 여러 가지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놈이다. 내 앞에 있는 백인 여자가 사이네라는 건 확실했지만 그놈이 술수를 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빛이 차가워졌다.
안타깝지만 내 펫처럼 사이네가 레드에게 종속되었다면 그녀를 죽일 수밖에 없다.
“정확히는 레드에게서 도망쳤죠. 이 사실을 당신에게 알려 드리기 위해서요.”
“그 말은…… 설마 레드가 내 존재를 안다는 건가?”
“네, 당연히 알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붉은개 씨족 마을에서 아이들의 머리만 잘라 간 것을 떠올렸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레드의 표적은 당신입니다.”
사이네의 말을 듣는 순간 이것이야말로 망할 놈의 신의 장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기랄, 그랬군. 지금 내겐 드래곤을 이길 힘이 없어.”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떨렸다.
내가 가졌던 힘을 온전히 모두 다시 찾는다고 해도 일대일로 레드 드래곤을 이길 자신이 없다.
수많은 헌터가 그가 부리는 몬스터에게 살해당했고, 당시 최강이라 불렸던, 가장 강력했던 열두 명의 헌터가 레드 드래곤을 죽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고, 그중에서도 나만 살아남았었다.
“레드도 똑같아졌죠. 이제 그는 드래곤이 아니에요. 단지 당신보다 5년 먼저 이곳에 왔을 뿐이에요.”
“잠깐! 레드가 사이네를 소환했다고 했지?”
“예.”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다른 세계인 저번 어비스에서 생명을 차원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사이네를 소환했다? 그 말은 이전에 가졌던 힘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 말은 드래곤이 아니라 해도 온전한 힘을 되찾았다는 거잖아!”
놈이 나를 찾아낸다면 나는 놈의 손에 죽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내 모든 혈족들과 부족민들까지 처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우르르 쾅쾅!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가 더 심해졌다.
곧 비가 올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끝낼 수는 없었다.
이 원시시대의 삶에 레드라는 진짜 천둥 번개가 몰아치고 있으니까.
“아니에요, 전부 되찾은 게 아니에요. 그를 이곳으로 소환한 신께서 레드에게 세 번의 차원 이동을 허락하셨죠. 그리고 레드 본신의 힘을 봉인하셨다고 했어요. 레드도 똑같아졌다고 했죠? 그는 이제 사람이죠. 그리고…….”
“그리고?”
“당신처럼 헌터죠.”
충격을 거듭하고 있다.
“맙소사, 레드 드래곤이 헌터가 됐다고?”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마냥 다행인 것은 아니었다.
5년이라는 세월은 그놈이 미친 척하고 놀지 않은 이상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간극이다.
‘레드는 나만큼…… 아니, 나 이상으로 똑똑하다.’
똑똑한 것뿐만 아니라 현명하고 지혜롭다.
깊어지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신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지난 어비스처럼 즐기려는 건가?’
신은 내게 항상 무료하다고 말했다.
“예, 드래곤이 아니라 헌터 레드죠. 그리고 당신처럼 부족을 이끌고 있어요. 물론 실질적으로 부족을 이끄는 것은 타크지만 말이죠.”
본신의 힘을 쓸 수 없다면 그래도 다행인 것 같다.
하지만 위기라면 위기가 분명했다.
‘완벽한 적이 생겼군……. 도대체 그놈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
그 망할 놈의 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신을 인간이 가늠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정말 모르겠다.
“혹시 와탕카를 기억하시나요?”
내 손에 죽은 오크의 왕이다. 단순하고 무식하고 돌격밖에는 모르는 놈이지만 1만 명의 오크 군단을 이끌었고, 자체 무력만 따져도 어마어마한 놈이었다.
“와탕카가 왜?”
“오크의 왕인 그도 레드에 의해 소환이 되어서 왔어요.”
‘제기랄, 그래서였군.’
네안데르탈인 전사에게서 느낀 그 익숙한 분위기는 오크의 기운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제야 내가 가졌던 의문들이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셔야 해요. 레드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요. 또 레드의 부족도 강해지고 있고요. 그걸 알려 드리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이곳에서 사이네를 만나게 된 것은 천우신조가 분명했다.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레드의 공격을 받아 나를 비롯한 내 부족은 전멸했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레드의 손에 숨통이 끊어질 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다.
“레드…… 레드가 있는 부족은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지?”
“쉬지 않고 빠르게 달려서 일주일이 걸렸어요.”
네안데르탈인 전사에게 느꼈던 기운처럼 사이네 또한 엘프의 기운을 가졌을 것이고, 누구보다 빠를 것이다. 게다가 쉬지 않고라고 말했다. 그러니 평범한 사람들의 이동속도로는 30일 정도가 걸릴 것이다.
“젠장! 멀지 않은 곳에 있군.”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발각된다면 5년 먼저 원시시대로 온 레드는 전사들을 이끌고 공격해 올 것이 분명했다.
‘피해야 하나?’
하지만 피할 곳이 없다. 그리고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어이가 없지만 악어머리 부족이었다.
‘이이제이를 하려면…….’
방법은 내가 악어머리 부족의 일원이 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큰눈의 결심에 따라 악어머리 부족도 언젠가는 내 적이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호시탐탐 나를 죽일 생각을 하는 놈이다 보니 오히려 그게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놈은 속이 좁으니까.’
결국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강욱 님은 강해지셔야 합니다.”
“그건 알고 있지만…….”
“강해지실 겁니다. 그랬잖아요. 처음에는 저도 이기지 못하셨지만 최강의 드래곤을 척살하셨잖아요. 그리고 우리 세계를 구하셨죠.”
사이네는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듯 말했다.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은 도저히 좁힐 수 없을 만큼 큰 격차다.
‘이제 헌터와 헌터의 대결이란 말이지…….’
물러설 곳이 없다면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한다.
그리고 드래곤 특유의 거만함과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는 무지막지한 자존감이 내게 기회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은 이번 일을 유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실이다. 그러니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저도 미약하지만 최강욱 님의 힘이 되어 드리겠어요.”
무슨 이유에선가 사이네는 무척이나 적극적인 면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