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얼마나 팠어?”
나는 이달투드워프8에게 물었다.
“주인님, 아직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게 조금만 더 파면 물이 나올 것 같다. 여기까지 파는 데 이틀이 걸린 것 같다.
“그럼 곧 물이 나오겠네. 계속 파!”
“예, 알겠습니다!”
내게 대답을 하고 있는 이달투드워프8 말고는 여전히 두 명의 이달투드워프는 땅을 파고 있다. 모두 땀이 흥건했다. 그만큼 집중해서 땅을 파고 있다는 소리였다. 지켜보는 동안 서서히 바닥에 더 물기가 감도는 것이 느껴졌다.
팍팍! 푹푹!
쫘아아악!
그 순간 물줄기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됐다! 우물이다! 하하하!”
-‘부족 생존의 핵심인 젖줄인 우물을 파라’ 미션 클리어.
-미션 클리어의 보상으로 명성 수치가 2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정수기가 있어 손쉽게 식수를 구할 수 있는 현대인에게 우물은 별거 아니지만, 원시인들에게는 혁신이 분명하다. 하지만 보상으로 받은 명성 수치가 너무 적었다.
또 최초 우물 시추자라는 메시지도 없다.
‘다른 부족의 원시인들이 이미 판 것일까?’
내가 모르는 수많은 부족이 있을 것이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먼저 판 부족이 레드가 있는 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놈의 레드가?’
고민하다 보니 정말 레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레드가 인간이 되고, 헌터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2만 년 넘게 혼자 자기 잘난 맛에 살았던 드래곤이다. 그러니 현생인류와 화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 같다.
* * *
“샘입니다, 샘! 와, 물이 엄청나게 시원합니다!”
“원래 지하수는 그래. 하하하! 고생 많았다. 이제 나와!”
“예, 주인님!”
아무튼 우물을 파는 미션은 클리어했다.
하지만 하나를 하면 또 하나의 일이 생긴다.
‘젠장! 할 일이 또 생겼네.’
우물에 도르래와 물을 뜰 바가지도 만들어서 도르래를 이용해 손쉽게 우물에서 물을 뜰 수 있게 만들었고, 우물에 이상한 것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대나무를 이용해서 지붕도 설치하고 혹시나 누가 빠질까 봐 안쪽에 대나무를 이용해서 울타리도 만들었다.
그리고 이달투드워프들에게 시킨 황토와 큰 돌들을 들고 온 것까지 좋았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다.
“뭐 하는 거야! 거기에는 황토를 올려야지 왜 돌 위에 그냥 돌을 올리는 건데! 제대로 둥글게 쌓아 올리란 말이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도 일머리가 좀 트인 이달투드워프1에게 시켰는데 조적(組積) 공사는 영 엉망이었다. 이건 내가 직접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래서야 가마를 만들겠어?’
손짓 발짓을 하며 설명했는데도 정작 만드는 게 엉성하다 보니 답답했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 대가리를 박을까요?”
“됐다. 비켜! 내가 한다, 내가 해!”
일머리가 부족하고 단순 작업에 최적화된 이달투드워프들에게 어느 정도 복합적인 기술을 요하는 조적 공사는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는 이 조적 공사가 끝나면 옹기를 굽는 가마를 만들도록 시킬 생각이었지만,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돌담 쌓기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우물 안으로 들어가 돌을 쌓아 가자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 스킬의 숙련도가 발전하면…….’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면 피라미드도 못 쌓을 것이 없다.
‘노가다지만 유익했다고 치자.’
하여튼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우물을 완성하고 밖으로 나가자, 이제는 물을 뜨러 저 멀리 강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건지 아이들이 기뻐하며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족장님! 정말 최고십니다.”
마탁이 나를 추켜세웠다.
“정말 땅을 파니 물이 나오네요. 대단하세요.”
“이제 알았어? 하하하!”
“저는 족장님을 뵐 때부터 알았습니다. 헤헤헤!”
마탁이 제법 아부 좀 할 줄 아는 것 같다. 좀 웃기긴 하지만 사회성을 익히는 건 좋은 일이다.
“이달투드워프8!”
“예, 주인님!”
“목책 밖에도 화장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몇 개 더 파라.”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내 노력은 우리 부족의 편리함을 이끌어 내는 일이 분명했다.
‘할 일 정말 더럽게 많네. 젠장!’
하나가 끝나면 바로 다음 작업이 기다린다. 비록 지금은 힘쓰는 일을 하지는 않지만 복잡한 작업은 사실상 내가 해야 하니 정말 쉴 틈이 없다.
나는 바로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토끼 우리로 갔다.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
원시인들 중에서 나처럼 악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청소와 토끼를 목욕시키지 않아 토끼 우리는 악취로 진동하고 있었다.
“제법 많이 새끼를 깠네.”
토끼는 역시 번식의 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늘어나는 부족민들에게 양질의 고기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토끼 우리를 밖으로 빼야겠다.”
우리끼리만 있을 때면 모든 것이 충분했다.
하지만 입이 60개가 늘었으니 몇 배나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해졌다. 그러니 토끼 사육도 늘려야 할 것 같다.
우물을 파기 전, 이달투드워프들이 가지고 온 호박돌의 수는 상당했다. 하지만 가마를 만들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내가 만들려는 가마는 단순히 질그릇만 만들 정도의 작은 가마가 아니다.
강에서 주웠던 돌 안에 박혀 있던 광석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용광로를 겸하는 가마를 만들고자 했고,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호박석이 필요했다.
‘이건 어떤 광물일까?’
주워 왔던 광물을 물끄러미 보자 안에 박힌 광물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이 따지고 본다면 내 유일한 휴식 시간이다.
쓰다듬어 보자 거친 돌 표면과 함께 광석 특유의 매끄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런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왜 광물에 대한 정보는 안 뜨는 거지?’
레벨 200이 넘은 지 시간이 꽤 되었는데도 아직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는 것은, 이 광물이 생각 이상으로 희귀한 광물이거나 광물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일 것이다.
아마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더 성장을 하면 광물 정보 메시지도 뜨겠지만, 지금 당장 이 광물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 미칠 것 같다.
“어? 은광석이네요.”
그때, 내게 다가온 사이네가 말을 꺼냈다. 다행인 것은 어제보다 한결 말투가 담담해졌다는 것이다.
‘연꽃한테는 어떻게 말하지…….’
기회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이네를 보는 할머니의 눈동자는 딱 내 짝으로 점찍은 눈빛이다. 그럼 일이 술술 풀릴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나처럼 이 세상으로 왔으니…….’
이 세상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땅속에서일어서인 것처럼 말이다.
“은광석이라고?”
“예, 은 성분이 담겨 있는 돌이에요.”
은이라면 최소한 철보다는 녹는점이 낮다.
“정말? 이게 은광석이라고?”
“예, 그런 것 같아요.”
“잘됐네.”
아마도 내가 최초로 녹일 광물은 은광석이 될 것 같다.
가마와 용광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말이다.
‘레벨 업을 하면 지혜 스텟이 상승하니까.’
* * *
땅속에서일어서는 모르고 있었지만, 매일같이 자신이 헌팅을 나서는 이 거대한 산맥은 수많은 부족과 씨족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부족들의 용광로와 같은 곳이었다.
“어떻게 하죠? 산돼지를 한 마리밖에 못 잡았습니다.”
거북 씨족 남자 하나가 족장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빨호랑이 부족의 아쿤 님이 세 마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검은 돌도 많이 바치라고 했습니다. 족장님!”
“검은 돌을 구하기 위해서는…….”
“검은얼굴들에게 아이들을 보내야 합니다.”
“그건 안 돼!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 하면…….”
“하지만 이대로는 이빨호랑이 부족이 우리를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씨족들을 그냥 두는 꼴을 못 봤습니다.”
“그렇다 해도 아이들과 검은 돌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지금까지 다 그렇게 바꿨잖습니까?”
“전사의 수가 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거북 씨족장이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파르르 입술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에게 우리 모두 죽을 겁니다.”
“산돼지를 더 잡아서 바치자. 그것도 안 되면…….”
“안 되면 어쩌실 겁니까?”
“도망치자.”
“예?”
“지금까지 우리가 살던 터전을 버리자. 산맥을 넘어가면 모든 씨족을 받아들이는 부족이 있다고 들었다.”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부엉이 씨족에게 들었다. 거긴 얼굴이 검든 하얗듯 누렇든 상관없단다. 거기는 다 같은 부족이란다.”
“거기로 가면 우리는 거북 씨족이 아니게 되잖습니까?”
“힘도 없는 우리가 씨족은 무슨 씨족이냐? 목숨을 부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산맥을 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만약에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다 죽임을 당할 겁니다.”
두 부족은 뭔가 묘한 관계가 분명했다.
* * *
“넘어간다아아!”
이달투드워프5가 호들갑을 떨듯 소리쳤다. 지금 이달투드워프5는 내게 톱을 받아서 지름 80센티미터가 넘는 거대한 장죽을 썰고 있었다.
바퀴를 만들 참이다. 사실 산으로 가서 통나무를 자를 생각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대나무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와라!”
“예, 주인님!”
“또 무엇을 만들려고 그러세요?”
사이네가 내가 다가와 물었다.
요즘 그녀는 부쩍 내 옆에 있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사이네를 보며 연꽃은 감사하게도 사이네를 내 다른 짝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바퀴를 만들려고.”
“대나무로 바퀴를 만든다고요? 어디에 쓰게요?”
“응, 마차의 바퀴처럼 만들어 보려고.”
“그런데 대나무로 마차 바퀴를 만들면 버틸 수 있을까요?”
“내가 못 하는 것이 있나?”
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나도 사이네를 동지이자 전우로 대해야 한다. 지난 어비스에서 내 마음을 보이기 전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잘난 척을 했다면 재수 없게 보이겠지만 최…….”
“나는 여기서는 땅속에서일어서로 불리니까 너도 그렇게 불러.”
“예, 알겠습니다.”
사이네가 나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저도 새로운 이름이 있어야 하나요?”
“왜, 이름이 필요해?”
“네, 저도 당신처럼 새로운 세상에 왔으니까요.”
새로운 이름을 지어 달라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미일 것이고, 내 짝으로 충실히 살아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빛!”
빛이라는 말에 미소를 보이는 사이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