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넌 항상 내게 빛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네가 내게로 온 이후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하게 보였어. 내 적이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너는 빛이다. 너는 내게 무엇보다 밝은 빛이다. 그리고 연꽃과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
가시꽃에 대해서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분명 악어머리 족장이 나를 감시하라고 보낸 첩자일 테니까.
“그럼 제 이름은 이제 빛이네요. 고마워요. 도와 드릴까요?”
“괜찮아. 대신에 아이들의 활쏘기 훈련을 도와줘.”
“알겠습니다. 족장님.”
아이들은 당장 전사로서 제 몫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활쏘기 훈련을 충분히 받는다면 하늘 부족 부락을 지킬 정도는 될 것이다.
‘전사의 수를 더 늘려야 해.’
당장 성인 전사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나 역시 악어머리 부족처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악어머리 부족처럼 전사들을 다 죽이고 여자들과 아이들만 데려오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 * *
“이제 뭐 하면 됩니까?”
그때 대나무를 다 잘랐는지 이달투드워프5가 톱을 들고 내게 물었다.
“이 정도 두께로 잘라.”
이달투드워프5에게 손바닥을 펴서 내가 원하는 바퀴의 굵기를 알려 줬다.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오늘 하루 동안은 그것만 해.”
“예, 주인님!”
이왕 바퀴가 달린 수레를 만들겠다고 생각을 했으니 되도록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면 바퀴는 만들기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만들기 쉬운 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인류가 만든 위대한 발명품인 만큼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무척이나 넓고, 편리하게 살 수 있다.
비록 전제 조건으로 소나 말 같은 길들여진 동물과 함께해야 하지만 내게는 캭도 있고, 깽과 멍들이 있으니 충분할 것이다.
“재료만 잘 구상하면 못 만들 것이 없지.”
이미 내 눈앞에는 내가 구상하고 있는 바퀴 설계도가 둥둥 떠 있으니 그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할 일이 없다.
바퀴를 만드는 것이나 바퀴를 이용해 마차든 뭐든 물건을 만드는 것이나, 모두 이달투드워프5가 저 굵은 대나무를 잘라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 이제 슬슬 산에나 가 볼까.’
그러니 겨울을 대비해 식량을 확보하거나 과일을 따서 말려 볼까 생각했다.
* * *
헌팅 겸 식량 확보를 위한 정찰을 위해 산으로 간 나는 지금까지 와 보지 않은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내가 이렇게 깊은 곳까지 들어갈 생각을 한 것은 불개미 던전을 클리어하고 그 이전에 비해 몇 배는 더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산에 이제는 내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강한 맹수는 없다고 확신했다.
거대 불곰?
그놈들은 이제 위협감은커녕 내 사냥감에 불과하다.
내 눈에 보이면 즉시 하늘 부족이 일용할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버렸다.
무성한 나뭇가지와 수풀을 헤치고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침엽수보다는 활엽수가 풍성하게 자라 있었다.
캬아악!
그때, 포효와 같은 괴성이 들렸다.
자주 들어 본 소리라 어떤 놈인지 단번에 파악했다.
캭과 같은 이빨호랑이다. 놈이 나를 발견한 것 같다.
처음 원시시대에 떨어졌을 때면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해서 부르르 떨었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이렇게 깊은 산속까지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턱턱! 턱!
큰 소리로 울부짖던 놈은 날렵하게 내 바로 앞에 있는 바위 위에 올라서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와…… 살기가 엄청나네.”
붉게 살기를 띤 눈깔과 하얀 상아처럼 반짝이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완전하게 다 자란 성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재롱을 피우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흐음…… 캭보다는 좀 작네.”
아마도 캭이 완벽한 성체가 될 때면 지금 나를 먹잇감으로 착각하고 있는 저놈보다 2배는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캬아아악!
이윽고 놈이 다시 한 번 울부짖었다. 마치 자신을 보고도 한낱 사람 주제에 놀라지 않는다는 것에 기분이 상한 것 같다.
“어서 와, 나 같은 사람은 처음이지?”
겁날 것이 없다.
나는 어깨에 메고 있는 천부의 검에 걸어 둔 불개미 투구를 썼다.
크아악!
이빨호랑이는 이 당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군림하는 최강의 맹수이자 성정이 포악하고 사나운 놈이다.
-이빨호랑이
종족 : 고양잇과 맹수
생명력 : 10,800/10,800
공격력 : 1,400
방어력 : 700
공격력은 나보다 100 정도 높지만 방어력은 불개미 방어구 세트 때문에 내가 놈보다 3배나 더 높았다.
싸우기도 전에 벌써 승패는 결정이 난 것 같다.
물론 공격력과 방어력이 전투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그것만으로 전투의 승패가 결정난다면 나는 이미 하이에나에게 죽었어야 했고, 붉은 사자에게 죽었어야 했다.
아니, 동굴 속에 묻혀 있을 때 들개에게 죽었어야 했다.
‘아니지, 아니야. 강해졌다고 나를 너무 과신하지는 말자.’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패하는 딱 하나의 이유는 방심이다.
카아아악!
다시 숲이 떠나가도록 우렁차게 놈이 포효를 했고, 귀가 먹먹할 정도로 아팠다.
그냥 느낌이지만 저 포효는 자신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이용해서 나를 갈기갈기 찢어 놓겠다는 외침처럼 들렸다.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
이빨호랑이가 나를 노려보며 마치 여유를 부리듯 다가왔다.
아마도 놈은 이 산에서 내가 도망칠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유능한 사냥꾼이라는 방증이 분명했다.
“저놈을 어떻게 할까?”
나는 지금 저놈을 죽일지 살릴지 그게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야수의 왕이 되어야겠다.”
고민 끝 결론을 내렸다.
그게 레드와 내가 가진 5년의 간극을 극복하는 방법일 것 같다.
턱! 턱!
그때 놈이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눈빛으로 송곳니를 번뜩이며 천천히 다가왔다.
놈의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다.
마치 쥐를 잡은 고양이처럼 고양잇과 짐승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다.
“허, 나를 단순한 쥐새끼로 보다니, 이게 미쳤네…….”
잡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놀 생각부터 하는 어이가 없는 놈이다. 그리고 내가 잡힐지, 놈이 잡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레드와의 간극을 줄여야지. 고맙다, 고양이 녀석아.”
나는 이빨호랑이에게 다가가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고 그 순간 놀랍게도 이빨호랑이가 멈칫했다.
“뭐야, 고작 이 정도에 쫄았냐?”
강한 놈은 강한 놈을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캬아악!
하지만 멈칫한 것도 잠시, 놈이 내 목덜미를 물어뜯겠다는 듯 입을 쩍 벌리고 펄쩍 뛰어들었다.
-격투 모드로 전환됩니다.
-6,720/6,720 VS -10,800/10,800
“그래, 어디 한번 털어 보자.”
방어력은 충분하니까 불개미 갑옷을 믿고 때려잡으면 될 것 같다.
카아아악!
놈은 나를 향해 달려드는 속도를 올렸고, 나 또한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격돌하는 순간, 놈은 기다란 앞발을 쭉 내밀어 나를 넘어뜨리려 했다. 고양잇과 동물답지 않게 뒷다리보다 앞발이 더 길었기에 할퀴는 공격을 할 수 없었고, 나를 밀어뜨려 물어뜯으려는 것 같다.
끼이익!
마치 쇠가 깎이는 듯한 듣기 싫은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6,670/6,720 VS -10,800/10,800
-이빨호랑이의 앞발에 공격을 당해 미약한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메시지가 떴다. 불개미 흉갑이 없었다면 저런 메시지가 아니라 치명적인 일격을 당했다는 메시지가 떴을 것 같다.
‘젠장! 정통으로 당했네.’
이것이 은연중에 발현된 자만심의 결과였다.
아마 불개미 흉갑이 없었다면 이 세상을 하직할 뻔했다.
-불개미 흉갑의 내구력이 1% 하락했습니다.
어떻게 만든 갑옷인데 공격 한 번에 내구력이 깨졌다.
물론 겨우 1퍼센트지만 아깝다.
금속을 다루지 못하는 이 시대에 불개미 흉갑은 방어력도 높고 가벼우니 최고의 방어구다. 심지어 이빨호랑이의 육중한 공격에도 큰 피해 없이 거뜬히 막아 낸다.
아마 내가 처음 만든 대나무 갑옷을 입고 있었다면 단번에 바스러지고, 나도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고 쓰러졌을 것 같다.
“에이, 씨 기분 나쁘게!”
나는 바로 뒤로 물러났고, 입을 쩍 벌리고 물어뜯으려는 놈의 2차 공격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자 놈은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을 보고 의아했는지 캭처럼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너, 오늘 제대로 털어 주마!”
다시 각오를 다지고 놈에게 달려들었고, 놈은 앞발을 들어 다시 찍어 누르려고 했다. 나는 바로 방향을 틀어서 놈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놈의 체력이 높다 보니 원 펀치로 끝을 낼 수는 없었고, 추가적으로 연속 펀치를 쏟아부었다.
퍼퍼퍽! 퍼퍽!
캬아악!
놈이 포효가 아니라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거리를 벌리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을 하고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내 공격력에 놈은 당황, 아니, 공황에 빠진 것 같다.
캬아아악!
또 비명이 울려 퍼졌다.
-6,660/6,720 VS -2,800/10,800
한 발 한 발 전광석화 같은 주먹이 끊임없이 날아갔고, 이대로 내 주먹이 이빨호랑이의 머리를 내려치면 단번에 절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꺾어 목 아랫부분을 노렸다.
-6,640/6,720 VS -800/10,800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다행히 놈은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고, 야수의 왕이 되겠다는 첫 계획이 성공을 거두는 순간이다.
“테이밍 온!”
* * *
“손!”
내 앞에 야수돌격대라는 이름을 받은 이빨호랑이가 캭처럼 엉덩이를 깔고 앉아 강아지처럼 내게 손을 내밀고 있다.
“이럴 거면서 아까는 왜 그렇게 눈깔을 부라렸냐?”
카옥!
놈의 이름은 야수돌격대1이다.
내가 야수의 왕이 되었을 때, 이놈은 레드와의 전쟁에서 선두에 서서 용맹하게 달려들 것이다.
‘이다음은 거대 불곰이다.’
아이들이 성장해 전사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절대 단기간에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사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 산에 터전을 잡고 사는 부족을 살펴볼 생각이다. 그리고 공격하거나 교류해서 흡수 통일할 생각이다.
아마 올겨울에 굶어 죽는 원시인들이 생길 것이니 그때 먹을 것을 주면서 끌어들이면 될 것 같다.
쨍그랑!
“아얏!”
갑작스럽게 등에 느껴지는 충격에 놀라 소리를 냈다.
데미지는 없었다.
‘뭐지? 돌창인가?’
깨지는 소리 때문에 돌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돌창을 함부로 사람한테……!”
아마 불개미 흉갑을 입지 않고 있었다면 돌창에 맞아 죽었을 것 같다.
“뭐야? 어떤 새끼야!”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곳에는 원시인들이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돌창을 이빨호랑이에게 겨누고 있었다.
캬아악!
그리고 나를 공격했다는 것에 분노한 야수돌격대1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이며 살기를 뿜어냈다.
이럴 때는 캭이랑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