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쿵!
그리고 과일 말고도 나무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이 사실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끼이익!
눈이 반쯤 풀렸다.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아무리 원숭이라 해도 엄청나게 아플 거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내가 있으니 벌떡 일어나 도망쳐야 정상인데, 행동이 좀 느린 감이 있었다.
“늙어서 저러나?”
“모르겠어요.”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런데 어이가 없게 원숭이가 취한 것처럼 갈지자로 뛰고 있었다.
‘원주!’
머리에 빠르게 ‘원주’가 떠올랐다.
나도 들은 이야기지만 인류가 최초로 술을 발견한 것은 원숭이 때문이란다.
술? 술! 수우울!!!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밥은 바빠서 못 먹고, 죽은 죽어도 못 먹지만 술은 술술 넘어가서 잘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애주가들에게는 신이 인류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이 바로 술이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길 애주가로 태어났다.
“이 근처에 있다는 거지? 진짜로!”
“네? 있어요? 뭐가요?”
“술술 넘어가는 거.”
“예?”
“여기서 기다려 봐!”
술을 마실 수 있다면 저 나무에 올라가는 것도 마다치 않을 참이다.
“왜요?”
“찾아야지.”
나는 바로 점프를 시도해서 힘껏 뛰어올라 나뭇가지 하나를 잡고 나무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냄새를 맡으며 여기저기를 뒤졌다.
“나와라! 나와라!”
나도 모르게 눈이 뒤집힌 것 같다.
아마 나무 홈이나 다람쥐나 딱따구리가 파 놓은 나무 구멍에 원숭이들이 과일을 저장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뭔가가 간절하니 머리가 팍팍 돌아가고 있었다.
“위험해요! 무엇을 찾는데요?”
나무 아래에서 빛이 소리쳤다.
“술!”
“술이라고요?”
빛은 인상을 찡그렸다.
“……또 개 되려고요?”
지난 어비스에서 너무 많은 단어들을 알려 준 것 같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찾아올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다.
‘내가 왜 과일주를 담가서 먹을 생각을 안 했는지 몰라!’
이것저것 무지막지하게 만들었는데 정작 술을 만들 생각을 못 했다.
“찾았다! 하하하!”
역시 지성이면 감천이다.
-최초로 술을 발견한 인류가 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지금까지 술을 발견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 명성도 오르겠지!’
기대 만발이다.
-인류의 모든 문제점의 근원이 되는 술을 발견하셨기에 명성 수치 300포인트가 하락합니다.
‘……뭐? 하락이라고? 정말 제대로 어이가 없네!’
아마 대마초나 양귀비의 즙이라도 모아서 말린다면 땅을 뚫고 내려가듯 명성 수치가 마이너스가 될 것 같다.
끼끼끼! 끼끼끼!
어느새 기어올랐는지 나무에서 떨어졌던 원숭이가 옆에서 난리를 쳤다. 아마도 자신이 먹던 술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러는 것 같다.
“술이다, 술! 하하하!”
비록 명성 수치가 300포인트 하락했지만 술을 발견했으니 기분은 좋았다.
담배 때도 늑대발톱이나 악어머리 족장에게 주었지만 명성이 하락하지 않았다.
아마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가 원칙일 것이다. 즉, 더 이상의 명성이 하락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 비싸게 구한 술을 한번 마셔 볼까?”
나는 바로 손으로 떠서 원주인 과일주를 한 모금 마셨다.
“캬~ 좋다.”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것이 제대로다.
따지고 본다면 엄청나게 비싼 술이다. 명성 300포인트와 바꾼 술이니 말이다.
‘개가 되면 안 되니까.’
원래 이런 발효주는 맛은 달달하지만 독하다. 그리고 나는 사실 술을 마시고 개가 되어 본 적도 없다. 진정한 애주가는 절대 술을 마시고 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바로 조약돌을 넣어 둔 대나무 통에서 조약돌을 모두 버리고 술을 가득 떠서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건 칭찬이 아닌 것 같다. 빛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찢어지는 입을 감출 수 없었다.
“술은 좋은 거야. 그리고 오늘은 좋은 데이다! 하하하!”
오늘 제대로 운발이 터졌다. 그리고 또 제대로 황당했다.
“퍽이나 좋으시겠네요.”
“좋지! 술도 발견하고 겨울 내내 먹을 과일도 저렇게 많이 있으니까 좋지.”
나는 원숭이가 던진 과일을 찾아서 줍기 시작했다.
“무화과네.”
이건 딱 말리기도 좋다.
아마도 인류가 최초로 말려서 먹은 과일은 무화과일 것이다.
“다른 과일도 많은 것 같네요. 와! 저기는 포도가 있어요!”
빛이 내게 말했다.
“포도주…….”
“예?”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저건 포도랑 닮았는데 포도가 아니네요.”
“아, 저건 머루야. 시큼한 머루주를 담글 수 있지.”
“자꾸 술 이야기만 할 거예요?”
빛이 살짝 눈을 흘겼다.
“하하하! 알았어. 그냥 좋아서 그러는 거지. 조금만 이해해 줘! 오늘은 나한테는 좋은 데이거든. 하하하!”
하여튼 손쉽게 엄청난 양의 술…… 이 아니라 과일을 챙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저기 과일나무들에 달린 수없이 많이 달린 과일들의 10분의 1만 따도 하늘 부족 부족민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빛!”
나는 빛의 손을 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 어머…….”
“우리는 원시인이야.”
“예?”
“원시인답게.”
나는 바로 빛을 품에 안았고 그 동안 참았던 모든 것을 타 토해 내듯 짝짓기를 감행했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는 빛과 나를 끼끼 원숭이들이 나무 위에서 내려 보며 난리를 쳤다.
끼끼! 끼끼!
그렇게 나는 또 한 명의 짝이 생겼다.
* * *
빛과 나는 하나가 된 후에 부족으로 돌아왔고 할머니는 손을 잡고 오는 우리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연꽃도 우리의 모습을 반겨줬다.
“언니…….”
“여, 연꽃 님…….”
빛은 연꽃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변했다.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연꽃의 모습을 보고 할머니와 제비꽃이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큰바위야!”
그때 우리를 보시던 할머니가 육포 킬러인 큰바위를 불렀다.
“왜요?”
“오늘부터 너는 앞으로 동굴 밖에서 살아라.”
“예?”
빛에게 방을 만들어주시기 위해서인 것 같다.
‘같이 지내도 되지만…….’
짝짓기를 할 때 애매할 것 같다.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하겠네.’
나쁠 것은 없지만 활력회복제를 아주 많이 먹어야 할 것 같다.
“밖에 나가서 지내라고.”
“엄마, 왜 나가서 자야 해?”
큰바위가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나는 싫은데…….”
큰바위가 싫다고 하자 할머니가 눈을 흘겼다.
“나가서 지낼게요.”
눈치가 빠른 큰바의 짝 중 하나가 할머니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그래, 나가서 살아.”
이건 어쩌면 일종의 분가일 것이다.
“왜 갑자기…….”
“시끄럽다고 하시잖아요.”
큰바위의 짝이 큰바위가 말을 하지 못하게 말을 잘랐다.
“……알았다.”
원래 시키면 시키는 그대로 잘하는 큰바위라서 그런지 더는 투덜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빛은 앞으로 큰바위가 자던 방에서 살거라.”
“예, 할머니.”
“빛아!”
그때 할머니의 눈빛이 사뭇 달라졌다.
“예.”
그리고 빛이 잔뜩 긴장한 눈빛을 보였다.
“연꽃아.”
“예, 할머니.”
“분명하게 해 둘 것이 있다.”
아마도 할머니가 서열 정리를 해 주실 모양이다.
“예.”
“연꽃이 먼저 짝이 되었이니 이 하늘 부족의 큰어미는 연꽃이다.”
어머니이신 제비꽃 때문에라도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것 같다. 그리고 악어머리 부족이 연꽃의 친정인 것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예, 알겠습니다. 할머니!”
빛이 공손히 대답했다.
‘원래 권력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엘프이기에 허망한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분명히 내가 말했다. 연꽃이 너보다 어리지만 연꽃의 말을 따라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연꽃은 빛을 잘 다스려야 한다.”
확실한 서열 정리가 끝이 났다.
“예, 알겠어요. 빛 언니와도 잘 지내겠어요.”
“말씀을 놓으세요. 연꽃 님은 할머니가 말씀을 하신 것처럼 하늘 부족의 큰어미십니다.”
빛의 말에 제비꽃이 미소를 보였다.
‘최소한 여난은 없겠군.’
그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하여튼 그렇게 빛은 하늘 부족의 혈족 동굴에서 살게 됐고, 나는 격일제로 두 여자에게 오고 가야 할 것 같다.
‘이러다가 쌍코피 팍~’
그래도 좋다.
* * *
“모두 준비가 끝났지?”
술을 발견한 지 사흘이 지났고, 과일까지 한 아름 따 와서 술을 담갔다.
물론 술을 담근다고 해 봤자 아주 큰 대나무 통에 따 온 과일을 넣고 뚜껑을 닫고 밀랍으로 밀봉하는 것이 전부지만, 운이 좋다면 시간이 지나 술이 될 것이다.
‘꿀이 설탕 역할을 해 주겠지.’
다시 말해 술을 만들기 위해 이틀이나 허비했다.
하지만 무려 술이다! 술이기에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예, 주인님!”
그리고 지금, 나는 하늘 부족 전원을 끌고 과일나무가 무성한 숲으로 갈 준비를 끝냈다. 이달투드워프들도 여자들도 빠짐없이 각자 대나무 통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나는 과일나무 숲에서 돌아오자마자 수레를 보강했다.
우선 더 많은 과일을 담을 수 있도록 적재 공간을 넓혔다. 그리고 수레를 끄는 부분도 개조해서 캭의 몸에 딱 맞게 만들었다.
그리고 캭이 만화책에 나오는 파트라슈처럼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수레를 장착하고 대기하고 있다.
그것도 한 대가 아닌 세 대의 수레를 연달아 매달고 있었다. 비록 못마땅한 듯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내 명령에 꾹 참고 있었다. 맹수의 왕답지 않은 꽤나 귀여운 모습이었다.
“우린 준비가 끝났다.”
늑대발톱과 연꽃, 그리고 빛은 내가 만들어 준 불개미 방어구 세트를 착용하고 각자의 무기를 들고 섰다.
‘둘한테는 무조건 똑같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동지고 전우니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 같다.
‘둘 다 방어구가 잘 어울리네.’
늘씬한 체형인 빛과 날렵하게 생긴 늑대발톱은 마치 오더메이드 제품을 입은 듯 딱 들어맞았고, 잘 어울렸다.
하지만 큰바위는 아직도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해서 투구와 장화만 신고 있을 뿐, 다른 부위는 여전히 대나무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아직 살을 못 빼셨네요?”
“말이 안 된다. 족장!”
큰바위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퉁퉁거렸다.
“뭐가 말이 안 되죠?”
“사냥하는 것은 힘들다. 힘들게 사냥해서 먹는데, 왜 살을 빼야 하는지 모르겠다.”
“꼭 살을 빼세요. 고기 드셔야죠.”
사실 우리 몸속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인 지방을 비축하는 DNA가 있다. 그 DNA는 원시시대에서 살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특징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DNA가 현대인들에게는 비만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현대인들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수렵과 채집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원시인들보다 활동량이 적을 수밖에 없고, 그 DNA가 악영향을 끼치는 거다.
“나는 풀만 먹어도 살이 찌고,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좋은 체질이다!”
큰바위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