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거의 다됐다. 거의! 조금만 더 참아라!’
단검으로 곪은 부위를 다 긁어냈다.
내 등에는 식은땀으로 흥건했고, 이마에서 한두 방울씩 계속해서 땀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현기증이 느껴졌다.
‘아직이다. 4,000까지는 괜찮다.’
마지노선까지는 아니지만 4,000까지는 어떻게든 회복할 수단이 있다. 그리고 내 생명력이 그 이하로 떨어지면 활력 회복제를 마시면 된다.
활력 회복제를 마시면 내 생명력이 5,550이 회복된다. 그렇게 되면 다시 수술을 집행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소독과 봉합이다. 하지만 소독할 약품도 봉합할 재료도 없었다.
‘봉합과 소독을 동시에 할 방법은…….’
“끅, 끄읍…….”
이달투드워프1은 내 말대로 나무토막을 씹어 버리겠다는 듯이 꽉 물고 있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눈빛으로 그가 어떤 것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십장아, 지금보다 더한 고통이 덮칠 것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이달투드워프1의 이마는 물에 들어갔다 나온 듯 땀으로 흥건했다. 나 역시 생명력이 소모가 되고 있기에 내 이마에도 구슬땀이 맺혔다.
“반드시…… 반드시 참아야 한다. 그리고 살아나야 한다. 죽으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감…… 감사합니다.”
이달투드워프1이 내 말에 지금까지 물고 있던 나무토막을 뱉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내가 얼마나 자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눈빛이다.
“불로 상처 부위를 지질 거야.”
나는 말을 마치고 그가 뱉은 나무토막을 다시 입에 물려 줬다.
이달투드워프1의 눈동자가 두려움에 떨며 커졌다.
“…….”
이달투드워프1이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바로 몸을 돌려서 나무젓가락으로 달궈 놓은 차돌을 집어서 대나무 칼로 짼 상처 부위에 올리고 꾹 눌렀다.
지지직!
“끄, 끄으으읍!”
이달투드워프1은 최대한 고통을 참으려는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울부짖었다.
-1,600/5,000 VS -4,700/11,100
“흡, 흐으읍!”
이달투드워프1이 다시 고통에 겨운 신음을 토해 냈다.
불에 지지는 고통이 생각보다 심한지 눈가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천을 줘!”
연꽃이 자신이 입고 있던 치마 아랫단을 길게 찢어서 내게 내밀었다.
“여기요!”
연꽃의 눈빛은 나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했다. 모든 부족민이 나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삼베 천으로 이달투드워프1의 상처 부위를 감쌌다.
-외과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외과 수술 모드가 종료됩니다.
-상처 부위의 오염이 치료되었습니다. 흉한 화상 흉터가 남게 되었습니다.
연속적으로 메시지가 떴고 이달투드워프1의 수술은 모두 끝났다.
“끝났군…… 이달투드워프1.”
“예…… 예, 주인님!”
“고맙다. 잘 참았다.”
이달투드워프1은 이제 모든 고통이 끝났다는 말에 지속적으로 헐떡이며 흐느꼈다.
-1,617/5,000
-1,618/5,000
내 눈에 이달투드워프1의 생명력이 조금씩 상승하는 수치가 보였다.
‘다행이다.’
“휴우!”
수술은 마치 전투와도 같이 다급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모든 것이 끝나자 나도 모르게 길게 한숨이 내쉬어졌다.
* * *
끼끼! 끼이! 끽!
우리가 원숭이들이 서식하고 있는 과일나무 숲의 중심으로 들어서자 원숭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난리를 쳤다.
“끼끼들이 엄청나게 많다.”
거대한 숲의 천장에 원숭이들과 나무 열매들로 가득한 것을 본 늑대발톱의 입이 쩍 벌어졌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달투드워프1은 수레를 타고 왔다. 그리고 자신만 수레를 타고 있는 것이 황송한 듯 안절부절못했다.
“저, 저도 일할 수 있습니다.”
이 원시시대에서 워커홀릭을 꼽으라면 이달투드워프1은 한 손 안에 들 것이다. 이달투드워프1의 짝도 저 모습에 반했을 것이다.
부지런한 자는 최소한 자기 식솔들을 굶기는 법은 없으니까.
-1,684/5,000
곪은 부위를 째고 불에 달군 돌로 상처 부분을 지지는 등 과격한 치료 행위가 이어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달투드워프1의 생명력이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또한 이달투드워프1에게 보여 줬던 내 모습 때문에 이달투드워프들의 충성심이 더 상승한 것 같았다.
“역시 끼끼들이 있는 곳에 과일들이 엄청나게 많군.”
늑대발톱도 끼끼의 존재를 아는 것 같다.
“그러니까요.”
꽤 많은 종류의 과일들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린 이제 원숭이들로부터 이제 과일을 받아 챙겨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족장!”
늑대발톱이 나를 불렀다.
“예, 삼촌!”
“과일이 너무 높게 달려 있다.”
“괜찮아요, 다 딸 방법이 있죠.”
늑대발톱을 보며 씩 웃었다.
“방법이 있다고? 어떤 방법?”
“원숭이들한테 과일을 달라고 해야죠.”
“뭐? 혹시 끼끼도 부릴 줄 알아?”
내가 이빨호랑이인 캭도 부리고 늑대인 깽도 꼬리를 흔들게 하는 모습을 봐 온 늑대발톱이다. 그래서 원숭이들도 부릴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그것도 방법이네요.’
왜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마리를 복종시켜야겠네요.”
테이밍 몬스터에 대해서 말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말은 지금은 부리지 못하는 건가? 그러면 어떻게 과일을 달라고 하려는 거지?”
“두고 보세요. 생각보다는 쉬우니까요.”
나는 바닥에 떨어진 돌을 하나 주웠다.
끼끼! 끼끼!
원숭이들은 나무 위에서 괴성을 지르며 난리를 치고 있다. 아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서식지에 침입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슈우웅!
나는 바로 바닥에서 돌을 주워서 원숭이에게 위협구를 던졌다.
퍽!
물론 원숭이를 맞힐 생각은 없다. 저번처럼 놈들을 도발해서 지천에 널려 있는 과일들을 따라 던지게 만들 생각이다.
‘과일 쟁탈전이지.’
그런데 반응이 없다.
“하나 더!”
나는 다시 돌을 주워서 원숭이들에게 던졌다.
슝! 팍!
물론 위협구다.
끼끼끼! 끼끼끼!
내가 돌까지 던지니 원숭이들은 우리의 출현이 더욱 달갑지 않은 듯 나뭇가지를 흔들며 괴성을 지르고 난리를 쳤다.
“설마 돌을 던지면 원숭이들이 자기들이 먹을 것을 우리한테 던진다는 거야?”
연꽃이 황당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던질 것 같은데?”
“나는 안 던질 것 같아. 끼끼들은 생각보다 영리해.”
맞는 말이다.
원숭이들은 생각보다 영악하다. 물론 지금 과일나무 위에 있는 원숭이들은 내가 알고 있는 일본원숭이나 침팬지보다는 우둔하지만 말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수레에 과일을 가득 채워서 갈 거다.”
커다란 수레가 세 대다. 그리고 이달투드워프들과 여자들은 각각 대나무 통에 과일을 담아서 들고 가면 올겨울에 비타민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흐음, 반응이 없네.”
나는 다시 돌 하나를 더 던졌다. 그러자 유심히 내 행동을 보던 원숭이 한 마리가 나를 향해 과일을 따서 던졌다.
쉬웅! 툭!
나는 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주웠다.
“이건 감이네.”
술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곶감을 만들면 겨울에 먹을 수 있는 별미가 된다.
“봤지? 모두 돌을 던져!”
“예, 주인님!”
내 명령에 근력이 강한 이달투드워프들이 모두 돌을 주워 들고 원숭이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쉬웅! 쉬웅! 쉬웅!
그리고 원숭이들 역시 과일을 따서 우리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과일 비가 내리네……. 이제 모두 땅에 떨어진 과일을 주워 담아!”
참 쉽다. 원숭이들의 따라 하는 특성과 성깔이 더러운 점을 이용한 나름의 과일 따기인 거다.
“예, 족장님!”
“허허허! 허허허! 족장은 정말 대단하다.”
늑대발톱이 어이가 없고 황당하지만 효과 만점인 이 상황을 보고 활달하게 웃었다.
“그렇죠.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한다니까요.”
“내가 할 일은 별로 없군.”
늑대발톱은 불개미 투구를 벗고 허리에 차고 있는 담배통에서 시가를 하나 꺼냈다.
“불…….”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모닥불을 피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담배를 피울 생각에 늑대발톱은 모닥불을 피웠고,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들고 시가에 불을 붙이고 나뭇가지를 흔들어 불을 껐다.
“휴우우우!”
늑대발톱이 한 번 깊숙이 연기를 빨아들이고 황홀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하, 한 대만 필까? 나도 이젠 다 컸는데…….’
늑대발톱의 입에서 나오는 연기가 나를 유혹했다.
하지만 포기했다.
담배는 몸에 해롭다. 원시시대에 즐길 거리도 없고, 입도 심심하다고 하지만 몸이 바뀌어서 금단현상도 없는데 굳이 담배에 손을 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구나…… 휴우우우!”
늑대발톱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애연가로서 담배를 피우며 여유를 찾는 것이다.
끼끼끼! 끼끼끼!
그리고 연기 때문인지 나무 위에 있는 원숭이들은 한층 더 격하게 과일을 던지며 난리를 쳤다.
이 상태면 금방 수레를 다 채울 수 있을 만큼 과일을 확보할 것 같다.
감과 무화과, 돌배와 포도까지 원숭이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과일을 던졌다. 그리고 여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땅에 떨어진 과일을 대나무 통에 담아 와서 수레에 부었다.
‘배트맨이 있으니까.’
끼옥이 헌팅을 나갔는지 자리를 비워 낮이라 꾸벅꾸벅 조는 놈을 강제로 끌고 왔다.
과일을 딸 때 경계병은 있어야 하니까.
“이것 좀 드세요.”
“이것도 먹어 봐요.”
그때 연꽃과 빛이 내게 과일을 가지고 와서 먹어 보라고 내밀었고, 빛은 슬그머니 손을 뺐다.
나는 연꽃이 내민 사과를 받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맛있네.”
“정말 맛있어요. 이렇게 빨갛고 큰 사과는 처음 봐요.”
“무화과도 줘! 오늘은 과일로 배를 채워야겠다. 전우가 주는 것을 마다하면 안 되지.”
둘에게 항상 공평해야 한다.
“여기요.”
그제야 빛이 미소를 보였다.
사실 나는 사과와 무화과에 주목했다.
사과는 원래 저장 능력이 탁월하다.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면 겨우내 먹을 수 있다.
들은 이야기지만 중세 시대 유럽의 선원들은 범선을 타고 항해를 나갈 때마다 물과 사과를 꼭 챙긴다고 들었다.
그리고 무화과는 잘만 말리면 더 오래 먹을 수가 있다.
술을 마셔 본 사람은 안다. 마른안주 중에 말린 무화과가 곧잘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이달투드워프들, 다 모여!”
내 명령에 돌을 던지던 이달투드워프들이 모두 내 쪽으로 뛰어왔고, 수레에 앉아 있던 이달투드워프1도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이달투드워프1은 그대로 있어!”
“아, 아닙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그러다가 덧나면 지금보다 더 고생하게 될 거다. 그대로 쉬고 있어.”
“……예.”
“할 일 없으면 거기에 있는 과일이나 먹고 있어.”
“감사합니다, 주인님!”
“다 모였습니다. 주인님!”
이달투드워프1이 쉬고 있으니 이달투드워프2가 대표로 내게 말했고, 이달투드워프들은 그 뒤에 모여 눈을 말똥거리며 나를 봤다.
“이게 사과고, 이게 무화과라는 과일이다.”
“예, 주인님!”
“그리고 이게 감이다.”
감도 먹어 봤다. 조금 씁쓸한 맛이 났지만, 다행히 내가 아는 단감이다. 그럼 생각한 그대로 말리기만 하면 곶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