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목책을 지킬 테니까 빛은 뒤에서 화살로 엄호해 줘.”
“예, 족장님!”
어느 순간 빛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 족장님이라고 불렀다.
“활 통에 활 있어!”
“예!”
척!
이윽고 나는 다시 목책에서 뛰어내렸다.
슈웅! 퍽!
달려가는 사이에 빛이 쏜 화살이 또 명중했다.
표적이 정확하게 보이면 빛보다 활을 잘 쏘는 궁수는 이 원시시대에 없다. 나를 제외하고는.
“우리 또 보네?”
나는 놈들에게 섬뜩한 미소를 날렸다.
“뭐? 저놈이 뭐라는 거야?”
“저번에 말씀을 드렸던 그 딱딱한 껍데기를 뒤집어쓴 놈이 바로 저놈입니다!”
코가 뭉개진 놈 말고도 나를 아는 놈이 또 있었다.
“뭐든 상관없으니까 어서 놈을 죽여! 어서!”
전사들의 뒤에서 아쿤이 화가 난 듯 잔뜩 노성을 내질렀고, 나는 목책을 지키겠다는 마음에 검을 들고 목책 앞에 버티고 섰다.
“죽어라!”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 하나가 내게 돌도끼를 휘두르면 달려들었고, 나는 빠르게 검으로 놈의 손목을 베었다.
“아아악!”
놈은 잘려나간 손목을 붙잡고 거친 비명을 질러 댔다. 나는 잘린 손목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놈의 심장에 검을 쑤셔 넣었다.
“크아아아악!”
거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빛이 목책 위에서 시위를 당기고 목표를 조준해서 시위를 놨다.
“컥!”
지근거리이기에 또 한 번 명중을 시켰다.
“어서 횃불을 던져요! 어두워서 안 보여요!”
빛의 말에 넋이 나가 있던 거북 씨족 남자들이 퍼뜩 놀라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와 내 쪽으로 횃불을 던졌다.
시야가 확보되자 빛이 또 한 발의 화살을 날렸다.
이번에는 이마 정중앙에 맞았고,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는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 죽었다.
그와 동시에 돌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의 돌도끼를 쳐 내고 목을 벴다.
“으아악!”
쾅! 쨍그랑!
그때 협동 공격이었는지 내 뒤로 한 놈이 와 내 등을 강하게 내려쳤지만, 불개미 흉갑의 엄청난 방어력 때문에 오히려 돌도끼의 날이 깨졌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뒤를 돈 나는 자신이 휘두른 돌도끼가 깨진 것이 이해가 안 되는지 깨진 돌도끼만을 내려다보고 있던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의 목에 천부의 검을 쑤셔 넣었다.
“컥!”
놈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아쿤이라 불리는 놈과 전사 하나뿐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놈들은 덜덜 떨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무기조차 내던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고 있어요! 횃불을 멀리 던져요!”
빛의 높은 미성이 거대한 산맥에 쩌렁쩌렁 울렸고, 목책 뒤에 있던 남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는 놈을 향해 힘껏 들고 있던 횃불을 던졌다.
횃불이 포물선을 그리며 도망치는 놈을 향해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시야가 확보된 빛이 시위를 신중히 놨다.
쨍그랑!
하지만 빛의 쏜 화살은 도망치는 놈을 맞히지는 못했다.
“이야압!”
나는 화살이 놈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 나무에 박히는 것을 보자마자 즉시 바닥에 떨어져 있던 돌도끼를 주워 힘껏 던졌다.
‘한 놈 정도는 살려서 보내야겠지.’
그래야 저기 넋이 나간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이 복수를 위해 몰려올 것이라고 위협해서 하늘 부족으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다.
돌도끼가 빠르게 회전하며 놈의 귓불을 때려 스쳐 지나가면서 나무에 부딪혀 흑요석 날이 깨졌다.
돌도끼가 자신의 옆에서 깨지자 놀란 놈은 그대로 풀썩 주저앉았고, 아쿤이라는 놈은 그것을 한번 뒤돌아보고 냅다 달려 나갔다.
뒤이어 빛이 쏜 화살이 털썩 주저앉은 놈의 등짝에 정확히 박혔다.
“도…… 도망친다!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가 도망친다!”
목책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던 남자들이 소리를 치고 난리가 났다.
“이…… 이겼다!”
“우…… 우리가 막았다!”
“우리가 이빨호랑이 부족을 이겼다!”
목책 뒤에 있던 남자들은 계속해서 환호성만을 질렀다.
“우리가 이겼다!”
어이가 없다.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저 남자들은 지금쯤 다 죽었을 텐데 말이다.
“진짜 당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나는 천천히 흥분한 남자들에게 걸어와 투구를 벗고 물었다.
“그…… 그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제법 나이를 먹은 남자가 내게로 다가와 머리를 숙였다.
이 남자가 이 씨족의 족장일 것이다.
“한 놈을 놓쳤으니 곧 더 많은 놈들을 몰고 올 겁니다.”
“으음…….”
“여기 그대로 있다가는 모두 이빨호랑이 부족이라는 놈들에게 다 죽습니다.”
내 말에 남자가 기겁한 표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저희는 갈 데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앉아서 죽을 겁니까?”
“그게…….”
밖으로 나가기에는 두렵고, 이대로 있다가는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에게 몰살당할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분명했다.
“도망쳐야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어요.”
“어, 어떻게 합니까? 족장님!”
씨족 남자들도 두려운 듯 씨족의 족장에게 물었고, 남자들의 뒤에는 겁에 질린 여자들과 아이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웅크리고 있었다.
‘남자가 족장까지 해서 열 명이고 여자가 스무 명 정도라…… 아이들은 서른 명 정도가 되는 것 같군.’
자신이 이겼다는 전사들의 환호성을 듣고 움막 안에서 나온 씨족민들은 내 말에 하나같이 두려워 덜덜 떨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들의 수를 확인했다.
저들 모두가 내 하늘 부족민이 되면 내 부족민의 수는 백 명이 넘게 된다.
‘전사 열 명을…… 아니, 늙은 씨족 족장은 빼야 하니까 아홉 명인데…….’
겁 많고 건장한 남자 아홉 명을 얻기 위해 먹을 입을 쉰 명이나 늘려야 한다니, 수지 타산이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만 데리고 갈 수는 없다.
“어떻게 합니까? 족장님, 이빨호랑이 부족은 잔인한 놈들입니다!”
“이렇게 우리를 공격한 적이 없었는데…….”
“저번에 검은 돌과 식량을 바치지 않아서 공격한 것 같습니다.”
“검은 돌을 구하려면 검은얼굴에게 아이들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이 저렇게 많이 죽었으니 우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어휴, 그러니 도망쳐야죠.”
하도 답답해서 내가 말했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친다는 겁니까?”
그리고 씨족 족장이 내게 따지듯 물었다.
“어디든 도망쳐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누구십니까?”
방도를 제시하자 이제야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왔는지 내가 누구냐고 물었다.
“나는 하늘 부족의 족장인 땅속에서일어서입니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최대한 근엄하게 말했다.
“그리고 당신들이 원한다면 우리 부족으로 데려가 주겠습니다.”
그 순간 씨족 족장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안도도 있었으며, 착잡한 감정도 있었으며, 포기의 감정도 있었다.
“……만약 저희들이 그곳에 가면 이빨호랑이 부족이 쫓아와도 막아 낼 수 있습니까?”
“막아야지. 막아야 부족민들을 지킬 수 있다면 막아야지요.”
“하늘 부족이 있는 곳으로 가시죠, 족장님!”
“지금 이렇게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도망친 놈이 바로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을 이끌고 올 겁니다.”
“어서 도망쳐야 합니다.”
도망칠 곳이 있다는 말에 씨족 남자들이 모두 도망을 치자고 말했다.
“잠깐!”
“왜 그럽니까?”
“이빨호랑이 부족은 여기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지?”
“여기서 뛰어가면 숨이 차오르기도 전에 도착합니다.”
괜히 살려 줬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빨리 결정해!”
“예?”
“나를 따라서 하늘 부족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이빨호랑이 부족한테 다 죽을 것인가!”
“그, 그게…….”
괜히 우리 부족을 알려 준 것 같다. 씨족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인데 우유부단하게 결단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제기랄, 내가 실수한 건가? 이런 놈들은 전사도 못 되는 거 아냐?’
“빛! 어서 돌아가자! 여기 더 있다가는 이빨호랑이 부족에게 공격당할 것이다!”
“예, 알겠어요.”
빛이 대답했고 나는 거북 씨족 족장을 봤다.
“결정하라! 나를 따라갈 건가, 아니면 여기서 죽을 것인가!”
“……가겠습니다.”
거북 씨족 족장이 내게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먹을 것과 도구들을 챙겨라! 이곳을 떠난다!”
“아니, 그냥 간다! 다른 것은 다 두고 와!”
“예?”
“먹을 것은 하늘 부족에 가면 많으니까 그냥 간다!”
의도적으로 버럭 소리를 질렀고, 지배를 당하던 씨족이기에 바로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저 토끼들을 어떻게 늑대로 만들지?’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모진 훈련을 시켜야 할 것 같다.
“어서 다 목책 밖으로 나와! 가자, 여기 있으면 다 죽는다!”
“예.”
그렇게 나는 예순 명을 이끌고 이동을 시작했다.
‘배트맨!’
-예, 주인님!
‘너는 부족으로 날아가서 캭과 야수돌격대를, 아니지, 모조리 다 데리고 와!’
생각보다 거북 씨족과 이빨호랑이 부족의 거리는 가까웠다.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 한 놈을 살려 보냈으니 복수를 하겠다고 전사를 이끌고 추격할 수도 있으니 대비해야 했다.
-예, 알겠습니다요.
* * *
“아쿤! 지금 뭐라고 했나?”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은 자신의 움막에 들어온 아쿤의 보고에 버럭 화를 냈다.
그는 다른 전사들보다 기골이 장대한 장신으로, 목에는 자그마한 해골들을 엮어 목걸이처럼 차고 있고 손에는 다른 전사들보다 더 큰 흑요석으로 만든 거대한 돌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 그게…….”
“어서 말하라!”
“거북 씨족이 갑자기 공격해서 데리고 간 전사들이 다 죽었습니다.”
“뭐? 토끼보다 더 겁이 많은 놈들이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를 공격했다고?”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는 아쿤이었다.
“……예, 죄송합니다.”
“어이가 없군. 전사들을 모아라! 내게 반항하는 놈들은 가죽을 벗겨서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예, 족장님!”
족장의 명령에 즉시 백이 넘는 전사들이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을 위시로 함께 거북 씨족 부락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조, 족장님! 놈들이 없습니다! 한 놈도 빠짐없이 다 도망친 것 같습니다!”
거북 씨족 부락을 뒤지던 전사가 소리쳤다.
“이런 망할 놈들! 이 멍청한 놈아!”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은 성질이 포악한 놈이 분명했다.
그는 부하를 열 명이나 죽이고 자기만 살아온 아쿤을 걷어차더니 모질게 때렸다.
“아악! 으윽! 살…… 살려 주십시오.”
“아쿤!”
“예, 예, 형님…….”
“너랑 나랑 형제가 아니었다면 오늘 너를 밟아 죽였을 것이다.”
“예, 형님! 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쿤! 네놈은 한시 바삐 거북 씨족 놈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온 산을 뒤져서라도 찾아라!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다!”
“예, 형…… 형님!”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