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7
17화
붉은개의 움막 안에는 전사 하나가 붉은개에게 공손히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
“늑대발톱이 땅속에서일어서를 죽이려고 했다고?”
묘한 눈빛으로 전사를 보는 붉은개였다.
“네, 땅속에서일어서는 큰바위를 모르는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늑대발톱이 화가 나서 땅속에서일어서의 목을 졸랐습니다.”
“하하하! 정말 기억이 없나 봅니다. 족장님!”
누런개가 호탕한 척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붉은개는 누런개의 그 비열한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굳이 내색할 필요는 없기에 아무런 반응도 없이 전사를 봤다.
“알았다. 나가 봐라.”
“예, 족장님!”
“정말 기억이 잃었다는 말이지…….”
붉은개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말하는지 물어보면 더 정확해지겠지.’
“다시 말해 봐라.”
붉은개가 내 눈을 뚫어지게 보며 되물었다.
“늑대발톱이 큰바위가 제 아빠라고 했어요. 정말인가요?”
쥐새끼는 들은 그대로 고자질을 했을 거다. 그러니 나도 쥐새끼가 들은 그대로 고자질을 할 참이다.
“늑대발톱이 그랬다고?”
“네.”
“하늘님이 말씀을 하셨다. 너는 내 아들이다.”
붉은개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붉은개는 내가 늑대발톱의 움막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고자질을 하는 것에 대해 놀란 눈빛을 보였었다. 내가 이렇게 숨기는 것 하나 없이 모두 말해 버릴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리고 제 목을 졸랐어요. 이것 보세요. 목에 상처가 났어요.”
“정말 네 목을 졸랐구나.”
“예?”
“아니다, 됐다. 내가 내일 늑대발톱을 따끔하게 혼내 주겠다.”
“예, 꼭 혼내 주세요.”
내 말에 붉은개가 잠시지만 내 눈빛을 유심히 살폈다.
“배고프냐?”
“네.”
“먹어라.”
모닥불 위에는 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다.
“먹어도 되나요?”
“먹어! 너는 하늘님이 내려 주신 내 아들이다.”
고기를 내게 줬지만 붉은개는 여전히 나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장 죽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거다. 그럼 일단은 성공이다.
* * *
큰바위를 치료한 지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아이들은 내 옆에 가면 병이 걸린다고 철저하게 어미들에게 교육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원시인 어른들도 나를 싫어하는지, 아니면 죽었다가 깨어났기에 두려워하는 듯 말을 걸지 않았다.
심지어 붉은개까지 그랬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붉은개는 더 이상 내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멍청하지 않다.’
마치 나를 굶기면서 늑대발톱이 어떻게 나올지 살피는 것 같다. 그리고 늑대발톱이 화를 내거나 대항을 하면 그것을 꼬투리를 잡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시인들이 왜 이렇게 똑똑한지 모르겠네.’
이건 나를 아들이라고 말만 했지,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붉은개에게는 아들이 둘이나 있다. 그것도 모두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아들들이었다. 특히나 붉은개의 아들들은 나를 못마땅하게 봤다. 하지만 그중 큰놈이든 작은놈이든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괜히 괴롭히려고 하지 않아서 좋네.’
주워 온 자식은 원래 있던 자식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리고 하찮은 것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주는 것만큼 갑갑한 일은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놈들은 지금은 나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고, 저 두 놈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는 나에게는 최상의 상황이었다.
‘그래도 내가 헌터인데…….’
이전 어비스에서도 그랬지만 이 원시시대에서도 겨우 레벨 5의 헌터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또 어떤 놈들은 내게 가까이 가면 병에 걸린다고 말하면서 저리 가라고 손짓을 하며 인상을 찡그리는 것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돌멩이를 움켜쥐는 놈들도 있었다.
현재 내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그저 움막에서 나온 주술사 할머니와 제비꽃뿐이었다. 하지만 그조차 볕이 좋은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나를 물끄러미 봤다가 다시 움막으로 들어갈 뿐이다.
‘귀찮은 일은 없어서 편하네.’
단지 심심할 뿐이다. 오락거리 하나 없는 이곳의 일상은 따분하다 못해 심심해 죽을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볕이 좋은 곳에 멍하니 앉아서 늑대발톱의 움막의 동태를 살폈다.
‘어떤 변화도 없다.’
아직은 큰바위가 죽지 않았다는 증거가 분명했다.
물론 큰바위가 죽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시체를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시체 썩는 냄새는 숨기기 어려운데…….’
게다가 이렇게 날씨가 좋은 시기에 큰바위가 죽었다면 슬슬 시체가 썩어 악취가 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술사 할머니는 가끔 밖으로 나와 나처럼 쑥과 담뱃잎을 따서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니 아직은 큰바위가 죽지 않았다는 거다.
‘그럼 된 거지.’
꼬르륵~ 꼬르륵~.
누구도 내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찾아 먹을 수도 없기에 굶고 있다. 사실 당장이라도 부락 밖으로 뛰어나가 헌팅을 할 생각도 있었지만 원시인들의 아이들은 결코 혼자서 부락 울타리 밖을 나가지 않았고, 괜히 뭔가를 사냥해서 먹으면 의심을 받을 것 같아서 이러고 있다.
‘젠장, 이틀이나 굶었네…….’
그때 움막에서 먹은 고기가 마지막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누가 먹을 것을 내게 준다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아이라면 어미나 어른이 먹이를 나눠 주는데 내게는 엄마가 없는 것 같다.
‘이틀을 굶으니 파란 하늘이 노랗게 보이네…… 쓰읍!’
정말 굶어 죽기 싫으면 내가 먹을 건 스스로 구해 먹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앗, 따가워!”
그때 볕이 좋은 곳에 앉아 있는데 뭔가가 내 엉덩이를 물었다. 기겁해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개미집 바로 옆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원시시대라 개미집 구멍도 엄청 크네.”
원시시대는 뭐든 큰 것 같다. 그리고 개미집으로 들어가는 개미도 내가 알고 있는 개미보다 2~3배는 더 큰 것 같다.
“……시큼하겠지.”
어릴 적에 시골에 살면서 나는 재미 삼아서 다른 시골 아이들이 다 하는 것처럼 개미 똥구멍을 빨아 본 적이 있다. 물론 먹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열대 밀림에 사는 원주민들이 개미를 즐겨 먹는다는 것도 떠올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개미 한 마리를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
시큼했다.
‘젠장, 헌터 꼴이 말이 아니네…….’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 정말 눈치 볼 것 없이 무엇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개미들을 주워 먹고 있었는데, 내 앞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뭐지?’
그림자 때문에 고개를 들어 위를 봤다.
‘……제비꽃?’
늑대발톱의 짝이다. 그런데 제비꽃은 한없이 나를 걱정스러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 먹었니?”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심해서요.”
내 대답에 제비꽃이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딱딱이라도 먹어.”
이틀 동안 늑대발톱도, 또 주술사 할머니도 애써 내게 말을 걸지 않았는데 제비꽃이 다가와 말을 걸고는 딱딱이라고 말하며 호두 몇 알을 건넸다.
“저 주시는 거예요?”
“응, 이거 어떻게 먹는 건진 알지?”
다시 말해 근처에 호두나무가 있다는 거고, 이들은 이전부터 호두를 먹고 살았다는 의미다.
“……예.”
“조금만 참아. 방법이 있을 거야.”
찰나지만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붉은개 움막을 노려보는 제비꽃이었다. 여자가 이렇게 살기 어린 눈빛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왜 이러는지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의 눈치를 안 보네.’
늑대발톱의 짝이 분명했는데 내게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은 붉은개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멍청하거나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제비꽃일 것 같다.
“먹어.”
“예.”
그렇게 제비꽃이 내 손에 호두 몇 알을 쥐여 주고는 다시 자기 움막으로 돌아갔고, 늑대발톱이 내 모습을 보더니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고서는 돌아서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제비꽃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먹을 것이 생겼네.’
나는 옆에 있는 돌로 호두를 깨서 알맹이만 골라 입에 넣고 씹었다. 하지만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정도의 양이었다.
‘……차라리 강에 가서 낚시나 할까?’
앞은 강이다.
뒤는 숲이 있고, 그 뒤에는 거대한 산맥이 자리 잡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강은 숲보다 안전하게 보인다. 하지만 저 강물 속에 어떤 것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이틀 동안 관찰한 결과, 강가에서 낚시나 작살질을 하는 원시인은 없었다.
그건 저 강물 안에 아무것도 없다든지 아니면 안에 위험한 뭔가가 있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자연이 펼쳐져 있는 곳에 흐르는 강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안에는 위험한 것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 강가 옆에는 울창한 대나무밭이 펼쳐져 있었다.
‘대나무 통이 부장품이었던 이유가 있었군.’
대나무밭이 내 눈에 들어오니 머리에 번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래, 살려면 뭐든 찾아 먹어야지.’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내 꼴이 말이 아니었다.
하여튼 그렇게 나는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담을 넘는다는 말을 실천하기로 했다. 나를 감시하고 있는 붉은개를 신경도 쓰지 않고 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대나무밭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