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아무튼 거북 씨족 남자들이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만큼 위력적인 무기를 사용해서 하늘 부족을 침략하는 적을 퇴치해야 한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습지거대거머리로부터 뽑아낸 기름을 이용해 불을 지르는 것이다.
불에 타죽는 것은 그 어떤 수단으로 죽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럽다고 한다. 몸에 불이 붙으면 누구든 처절한 비명을 내지를 것이고,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두고 적을 몰살한다면 거북 씨족 남자들은 내게 경외감을 가짐과 동시에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간신히 불을 피해 살아남은 놈들은 내가 만든 무기로 어린 궁수들과 이달투드워프들이 죽이면 된다.
물론 그것도 다 계획대로 되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저들이 나를 한없이 하찮게 여겨 물소만 던져 주고 그대로 돌아가거나 전투 상황에서 커다란 변수라도 일어나게 된다면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내가 가진 것을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하늘 부족의 노동력과 전투력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이달투드워프가 죽거나 불구가 되면 곤란해진다.
‘게다가 그렇게 된다면…….’
지금 오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이 몰려올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별걱정 없다. 첫 번째 전투가 벌어지고, 거기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자신감이 붙는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더 강한 적이 오더라도 수월하게 전투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기 때문이다.
‘이달투드워프들을 완벽하게 무장시켜야겠군.’
이달투드워프들 말고 악어머리 부족이 있는 곳에도 내 명령이면 당당히 악어머리 부족을 향해 야습을 펼칠 동굴사람들이 있다.
‘지금쯤이면 산에 있는 이달투들을 어느 정도 통합했겠지.’
내 명령 한마디면 악어머리 부족 근처에 자리 잡은 이달투들은 밤이면 밤마다 그들의 본거지를 급습할 것이고, 악어머리 부족은 이달투 때문에 진저리를 내면서 내게 창끝을 겨눌 기력도 잃을 것이다.
‘모든 상황을 열어둔다.’
미연의 상황을 대비해 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달투드워프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을 감독했다.
“티 나지 않게 지푸라기로 잘 가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대나무가 드러나지 않게 잘 쌓아 둬!”
“예, 족장님!”
“밖에 구덩이는 어떻게 되고 있지?”
“열심히 파고 있습니다.”
이달투드워프들이 파고 있는 구덩이는 비트다. 그 안에 내 전사들을 숨길 참이다.
“대나무 뚜껑은?”
“밟아도 무너지지 않게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달투드워프들은 급조한 대나무 울타리 정문 밖에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나는 구덩이는 울타리 정문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포위한 형태로, 한 개당 네 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파라고 지시했다.
배트맨은 악어머리 부족 전사 30명이 오고 있다고 했다.
하늘 부족에서 가용할 수 있는 병력으로는 이달투드워프30과 활쏘기 훈련을 받은 어린 궁수들뿐이다.
거북 씨족 남자들도 있지만 예비 전력으로도 쓸 수 없을 만큼 겁이 많았고,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은 40에 추가로 늑대발톱과 큰바위, 나, 그리고 활쏘기에 능한 빛 정도다.
숫자로만 따지면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둘에 하나는 비트에 넣어두자.’
* * *
“조금만 더 힘내서 일해라! 오늘 밤 안에는 무조건 다 끝을 내야 한다!”
“예, 족장님! 쉬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하늘 부족 최대의 위기다. 알았지?”
“누가 쳐들어오기라도 합니까? 저희들이 싸우겠습니다.”
이달투드워프1이 전투 의지가 불타는 눈동자로 내게 말했다.
“저희도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이달투드워프1을 따라 여기저기서 이달투드워프들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악어머리 부족이 오고 있다.”
“어? 하지만 족장님, 큰어미이신 연꽃 님은 악어머리 부족이시잖습니까.”
이달투드워프1이 이상한 것을 발견한 듯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하다는 것은 발전한다는 것이니 좋은 일이다.
“쳐들어올지 그냥 돌아갈지는 나도 아직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준비를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부족으로 가서 할 일이 또 있으니까 십장, 네가 이달투드워프들을 감독해서 일을 진행시켜라. 서둘러야 하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
“예, 족장님!”
여기서 감독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달투드워프들과 어린 궁수들에게 지급할 무기와 방어구들을 밤새워서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 * *
강가에 가짜 부락을 만들고 돌아오니 벌써 밤이 됐다.
“응애~ 응애~”
목책 안으로 들어설 때 갓난아기를 업은 거북 씨족의 젊은 여자가 애를 달래며 동굴로 걸어가고 있었다.
“울지 마! 족장님이 오늘 밤새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 그러니 울지 말고 조용히 자렴.”
젊은 여성은 품에 안고 있던 아이의 어미인지 거의 울먹이며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아이가 배고픈 것 같구나. 젖이라도 물려.”
내 말에 거북 씨족의 젊은 여자는 화들짝 놀라 나를 봤다.
“조, 족장님!”
그리고 바로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서도 품에 안은 아이가 칭얼거리자 진땀을 흘렸다.
“저, 젖은 물렸어요. 잠이 와서 보채고 있어요.”
“그럼 움막에 가서 애를 재워야지.”
비록 저 여자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가 거북 씨족 출신의 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부족의 미래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비꽃 님께서 오늘은 모두 자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내가 지시한 일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일보다는 아이가 더 중요하고, 애를 키우는 엄마가 더 중요해. 넌 가서 애와 함께 쉬어도 된다.”
이달투드워프들과 어린 궁수들을 무장시킬 무기를 내일이 오기 전에 만들어야 하기에 나를 비롯한 모든 부족민들은 오늘 잠을 잘 수가 없다.
“예? 하, 하지만…….”
“네가 업고 있는 애가 우리 하늘 부족에서 훌륭한 전사로 크려면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감사합니다. 족장님!”
여자는 감격한 것 같다. 지금까지 그 어떤 부족도 출산 후 산후조리나 특별한 대우를 받는 곳은 없다.
게다가 의학 지식도 발달하지 않은 원시시대다 보니 어린아이는 작은 감기에 걸려도 적절한 대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부족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영아 사망률부터 낮춰야 해.’
그래야 더 큰 부족이 될 수 있다.
“넌 쉬어도 된다. 애를 낳은 것만으로 하늘 부족에 큰일을 했다.”
하지만 젊은 여자는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을 지을 뿐이었다.
“넌 내일부터 석 달간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애만 키워라.”
“예? 석 달이요? 그게 어느 정도인가요?”
다시 놀라는 여자다.
“음, 그러니까 백 번 밤이 오는 동안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네 아기를 키우는 데에만 집중하라는 말이다.”
아무래도 시간의 개념이 없다 보니 여자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처음 늑대발톱에게 했던 것처럼 하나하나 설명해야 했다.
그리고 내 말을 이해한 여자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내게 말했다.
“하,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저와, 아이가 먹을 것이…….”
“먹을 것은 부족하지 않게 줄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이건 파격이 분명했다. 내가 살던 현대에서도 육아휴직 중 월급을 100퍼센트 보장하는 곳은 없었으니까. 먹을 것을 월급으로 정의하고 따진다면 일을 할 때보다 더 많이 줄 생각이다. 그러니 파격이다.
“감, 감사합니다. 족장님!”
“그런데 애 이름이 뭐지?”
“아직 없어요.”
영아사망률이 워낙 높기에 아이들은 어느 정도 크지 않는 이상 이름을 주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족, 족장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시면…….”
여자가 내 눈치를 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 개똥이라 하자. 개똥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잘 자랄 거다.”
옛말에 이름이 천하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떠올랐다. 양반집 자제들의 아명을 지을 때에도 얄짤없이 적용되어서 황희 정승의 아명은 도야지였고, 고종 황제의 아명은 개똥이었다고 들은 것 같다.
무심코 그 이야기가 떠올라 아이의 이름을 개똥이로 지어줬다. 아이의 특징대로 이름을 짓는 이 사회 풍조에서 낯설 수도 있을 텐데 여자는 이유도 묻지 않고 머리를 숙였다.
“예, 감사합니다. 제 아이의 이름은 개똥이예요. 개똥이!”
“가서 쉬어. 아, 이름은 나중에 크면 또 지어주마.”
“예, 족장님!”
“이제야 오셨어요?”
그때 내 생모인 제비꽃이 동굴 밖으로 나와 나를 반겼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여자를 살짝 노려봤다.
“넌 뭐하고 이제야 오는 거냐? 애를 낳았다고 해도 자기 밥값은 해야지.”
“죄송합니다, 제비꽃 님!”
“뭘 멍하니 서 있어? 어서 동굴로 들어가서 일하지 않고.”
여자들을 관리하는 것은 큰어미의 몫이고 내가 족장이니 연꽃이 해야 하지만 연꽃은 사람을 부리고 관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제비꽃이 하고 계셨다.
“제비꽃 님!”
“예. 족장!”
“지금부터는 아이를 낳은 여자는 어느 정도 쉬게 할 겁니다. 숙모님께서 저 여자에게 먹을 것을 넉넉하게 챙겨주시고 돌봐주세요.”
“네? 왜 그래야 하죠?”
원시시대만큼 일하지 않는 자 먹지 말라는 진리가 철저하게 적용이 되는 세상도 없을 것이다.
“아이를 낳은 여자는 우리 하늘 부족의 보배입니다.”
“보배라고요?”
제비꽃은 보배라는 뜻을 모른다.
“귀하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저 아이가 아무 탈 없이 자랄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럼 저와 하늘 부족을 지키는 강한 전사가 될 겁니다.”
내 말에 제비꽃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류 최초로 육아휴직 복지 시스템을 시작했습니다. 명성 수치가 50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부족 여성들의 절대적인 충성심을 얻게 되고 미미하게 남성들의 충성도가 하락합니다.
제비꽃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명성 수치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런 것도 최초네.’
또한 획득한 명성 수치가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메시지의 내용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여성들의 충성도는 절대적으로 상승한 반면에 남성들의 충성도는 미미하게 하락한다고 되어 있다.
이건 다시 말해 누구나 일해야 하는 원시시대인데 애를 낳았다고 여자들만 쉰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남자들이 생겨난다는 거다. 물론 미미하게 하락한 남성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족민이 늘어나면 같이 쉬게 하지 뭐.’
부부 공동 육아휴직 기간을 주면 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족민들이 필요하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부족 전체가 모두 육아휴직 때문에 일손을 놓게 되고 그렇게 되면 현재 짝이 없는 이달투드워프들만 혹사를 당하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