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그런데 족장님께서는 우리가 모르는 말을 아주 많이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부족민들이 알아먹지 못하는 말이 너무 많습니다.”
이게 바로 부족민들이 내게 가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절실히 느낄 때가 많다.
또한 하늘 부족에는 두 가지의 공용어가 존재한다. 현생인류가 쓰는 언어와 이달투드워프들이 쓰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고 그래서 더욱 현생인류와 이달투드워프들이 가까워지지 못하고 일종의 벽을 가지고 있었다.
‘언어를 통합해야 한다.’
물론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가진 기억 그대로 내 부족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 된다. 익히기 쉽고 따라 하기 쉬운 것이 한글이다. 문제는 한글을 어디까지 전파해야 하냐는 것이다.
글이라는 것은 권력을 의미한다. 내 기억으로는 고대부터 지배자들이 피지배자들에게 우월감을 과시하는 도구기도 했다. 문자는 권력자의 힘이 되어왔다. 그러니 한글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도 뭐, 만든 분이 널리 이롭게 쓰라고 했으니까.’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 그러셨다. 널리 이롭게 쓰라고.
내 부족 모두에게 가르쳐야 언어가 하나로 통합이 될 것 같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가 되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
“저는 하늘님의 말을 쓰기 때문입니다.”
“하늘님의 말이요?”
제비꽃이 놀라 나를 봤다.
“예. 하늘님께서 제가 쓰는 말을 모두에게 알리고 널리 이롭게 쓰라고 했습니다.”
내가 지금 쓰는 단어들의 각각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제비꽃이다.
“모두가 제가 쓰는 말을 쓸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족장.”
그저 내가 말하니 알았다고 말하는 제비꽃이다.
“그리고 말씀을 놓으시고요.”
“안 됩니다. 지금은 예전처럼 우리끼리 사는 것이 아니고, 보는 눈이 많습니다.”
맞는 말이다. 이제는 거북 씨족도 우리 하늘 부족이 됐다. 또 앞으로 더 많은 소수 씨족들이 하늘 부족 아래로 흡수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되어야 했다.
“……알겠습니다.”
“뭘 그렇게 가만히 보고 있어? 족장님이 너는 쉬라고 하셨다. 그럼 너는 움막으로 돌아가서 편히 쉬어야 한다. 애를 잘 돌보고 쉬어. 애가 먹을 수 있는 과일과 먹을 것을 보내주마.”
“감사합니다, 제비꽃 님!”
애를 업은 여자가 바로 대답을 하고 자기 움막으로 돌아갔다.
‘인류 최초의 육아휴직인가?’
아무리 일손이 부족해도 미래를 생각해 보면 이번 조치는 아주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 * *
나와 늑대발톱, 큰바위가 붉은개 씨족에서 물고기를 잡을 통발을 만들었을 때처럼 동굴 안에서는 여자들과 아이들이 공장을 돌리듯 가내수공업을 행하고 있었다.
“헬쭉이는 왜 안 와?”
거북 씨족 여자 하나가 제비꽃의 눈치를 보며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러다가는 제비꽃 님에게 혼이 날 텐데…….”
“애가 칭얼거려서 달래는 모양이야.”
“그래도…….”
여자들이 다시 한 번 눈치를 봤다. 그 아기 엄마의 이름이 헬쭉이인 모양이다.
‘귀가 참 밝아졌어.’
레벨 업을 하고 내 신체능력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헬쭉이는 당분간 애만 키울 거다.”
그때 제비꽃도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통보를 하듯 말했다.
“예?”
“아기가 태어난 부족 여자는 다른 일은 말고 애만 키우라는 족장님의 명령이시다. 앞으로 애를 가지거나 낳은 여자는 당분간 애만 돌본다.”
“정말인가요?”
여자들이 놀란 눈빛이 됐다.
“그래, 족장님의 명령이다.”
제비꽃의 통보에 거북 씨족 여자들은 그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체념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헬쭉이라는 여자들처럼 아이를 낳으면 먹을 것을 얻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먹을 것도 넉넉하게 줄 거다.”
“와…….”
여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제대로 내가 정한 육아휴직이 곧 힘을 발휘할 것 같다.
‘이달투드워프들이 뼈 빠지게 일하면 되니까.’
누군가 쉬면 또 누군가가 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원시시대다.
그래서 누군가가 놀면 불만이 쌓인다. 하지만 내 명령이라면 불만 없이 묵묵히 일하는 이달투드워프들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크게 되면 그들이 먹을거리를 얻으러 돌아다닐 거고, 그들도 어렸을 때 자신을 낳은 어미가 그렇게 대접받은 것을 알 것이니 부족 전체가 아이를 위해 움직일 것이고, 영아사망률은 다른 부족에 비해 훨씬 낮아질 것이다.
내 육아휴직 정책은 분명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어서 일해.”
“예. 알겠습니다. 제비꽃 님!”
* * *
동굴 밖 헬쭉이의 움막.
“자장~ 자장~ 잘 자거라.”
헬쭉이는 개똥이를 재우고 있었다.
“헬쭉아!”
그때 제비꽃이 움막 밖에서 헬쭉이를 조용히 불렀다.
“예, 제비꽃 님!”
놀란 헬쭉이가 급하게 일어났고 그래서 놀란 개똥이가 잠에서 깼다.
“쉿!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애가 깨잖아.”
“응애~ 응애~”
“괜, 괜찮습니다.”
“이거 받아!”
제비꽃의 손에는 부드러운 토끼 가죽으로 된 이불이 들려 있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부족민들이 부드러운 지푸라기로 바닥에 깔고 생활하는 실정이고, 땅속에서일어서의 혈족들만 토끼 가죽으로 만든 이불을 침대에 깔고 잤다. 물론 예전에 깔고 자던 하이에나 가죽은 이제 침대 밑으로 밀려나서 카펫처럼 사용하고 있다.
“이, 이건?”
토끼 가죽 이불을 보고 헬쭉이가 눈이 커졌다. 이 토끼 가죽 이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마리 이상의 토끼가 필요하다는 것을 헬쭉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원시시대의 명품 중에 명품이었다.
“바닥이 차다. 바닥이 차면 아기가 에이치에 걸려 그러니까 이걸 깔아!”
“정, 정말 저, 제게 주시는 건가요?”
“아니, 개똥이에게 주는 거란다.”
“감, 감사합니다. 흑흑흑!”
헬쭉이는 감격에 겨우 눈물을 흘렸다.
“잘 먹어야 젖이 잘 나온다. 쉬어라.”
제비꽃은 그렇게 말하고 운막을 나왔다. 헬쭉이는 감격에 차서 개똥이를 얼렀다.
“개똥아~ 개똥아! 넌 하늘 부족 전사로 커서 족장님의 커다란 도끼가 되어야 한다. 자장~ 자장~”
거북 씨족 남자들은 아직 하늘 부족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거북 씨족 여자들은 땅속에서일어서의 원시 육아휴직 정책에 빠르게 감화되고 있었다.
* * *
‘아주 정신이 없군.’
누구도 쉬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쉴 시간도 없다. 모레 아침이면 악어머리 부족이 도착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토끼가죽 이불을 들고 나간 제비꽃이 동굴 안으로 돌아오셨다.
‘오늘까지 다 만들고, 내일은 훈련을 해야 하니까…….’
적어도 오늘 새벽까지는 무기 제작을 완료해야 했다.
하늘 부족에서 나와 빛 다음으로 똑똑한 늑대발톱은 나를 따라 분주히 활을 만들고 있고, 빛은 화살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연꽃까지 아무 말 없이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업하고 있는 여자들 중에서 가시꽃이 묘한 눈으로 이것저것 살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
아직까지는 확실한 물증이 없지만 가시꽃은 할아버지가 나를 감시하라고 보낸 할아버지의 끄나풀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짜증이 난다. 하지만 말 그대로 물증이 없기에 내색을 할 수는 없다. 표면적으로 가시꽃은 악어머리 부족 족장인 할아버지의 딸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고, 내 짝으로 주었으니 이유 없이 족칠 수도 없었다.
“빛아.”
그때 늑대발톱이 어느 정도 화살을 만들고 대나무 활을 보강하기 시작한 빛에게 말을 걸었다.
“예, 늑대발톱 님!”
“화살 길이가 이 정도로 짧아도 되는 거냐? 화살의 길이가 너무 짧은 거 아니냐?”
“예, 괜찮습니다.”
“예전에 만든 것들과 비교하면 너무 짧은 것 같은데?”
“괜찮아요, 이 활은 화살이 짧을수록 빠르고 멀리 나가요.”
빛 또한 나를 만나고 석궁을 사용해 봤기에 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화살을 짧게 만들라 지시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화살이 짧으면 이렇게 되는데…….”
늑대발톱은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이 빛이 만든 화살을 자신의 활에 걸고 시위를 당겼다.
당연히 지금까지 만든 화살보다 반이나 짧으니 궁신에 걸리지도 않았고, 화살은 허공에서 까닥거리고 있었다.
“그 활에 쓰는 화살이 아니에요, 지금 만들고 있는 활에 맞춘 화살이에요.”
“그렇구나, 족장님이 만드는 것이니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
“예, 대나무라서 약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급하니 나중에 개량하면 될 것 같아요.”
“개량? 너도 족장님처럼 이상한 말을 하는구나.”
개량의 뜻을 모르는 늑대발톱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빛이 추가로 설명했다.
“개량의 뜻은 더 좋게 만든다는 뜻인데요. 그런데 족장님께 왜 갑자기 존댓말을 하세요?”
“이제 하늘 부족은 100명이 넘는 큰 부족이 되었다. 그런 족장님께 같은 피를 받은 사람이 엎드리지 않으면 누구도 족장님께 엎드리지 않는다.”
늑대발톱의 말에 빛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남달라.’
나는 늑대발톱과 빛의 이야기를 듣고 늑대발톱은 역시 대단한 원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연꽃과 대부분의 여자들과 아이들이 내 지시대로 대나무 주걱으로 불개미 껍질의 속을 파느라 정신이 없다.
‘묵묵하게 일하네.’
연꽃은 똑똑한 여자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무기로 누구와 싸우려고 하는지 짐작하고 있을 텐데 아무런 말도 없이 내가 시킨 일을 하고 있다.
아마도 마음속으로는 온갖 번뇌와 회의감이 들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는 어머니이신 제비꽃처럼 하늘부족의 큰어미로 거듭나고 있다는 거였다.
‘그냥 돌아가 준다면 연꽃에게도, 내게도 좋은 일일 텐데…….’
악어머리 부족은 그녀가 나고 자란 곳으로,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과 다름없다. 위로가 필요할 것 같고, 협조도 꼭 구해야 할 상황이 분명했다.
“사각 방패에 구멍은 얼마나 팠어요?”
내가 거북 씨족 족장에게 존댓말을 하자 늑대발톱이 힐끗 나를 봤다.
“지금 열심히 파고 있습니다.”
거북 씨족 족장이 내게 말했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속도를 더욱 올리세요!”
“예, 족장님!”
거북 씨족 족장과 남자들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각 방패의 상단에 구멍을 파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밀집보병 방패전술을 쓰게 될 줄은 몰랐네.’
이 방패는 이달투드워프들이 불개미 던전에서 잃은 사각 방패를 대신할 신무기다.
그리고 아이들과 여자들이 열심히 파고 있는 거대불개미의 껍질은 이달투드워프들이 착용할 불개미 방어구 세트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불개미 던전에서 확보한 방어구 재료들은 오늘부로 다 소모될 것 같다.
‘활의 명중률을 높여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빛에게 말했던 석궁 형태로 변형시키는 것이 가장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