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으으윽! 악어, 네놈들은 결코 편히 죽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검은고래 부족 전사가 고통에 겨운 상태에서도 소리쳤다. 그런 그를 뚜따가 물끄러미 보다가 천천히 다가섰다.
그리고 뚜따는 그를 노려보다가 살짝 고개를 숙여 검은고래 부족 전사의 귀에 입을 가져다댔다.
“편히 죽게 해줄게. 그리고 조만간 당신의 말처럼 될 거야.”
“뭐?”
검은고래 부족 전사가 놀란 눈으로 뚜따를 봤다.
“나도 물소 부족이었거든…….”
뚜따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허리를 펴고 검을 꼭 쥐었다.
“이야아아!”
거친 기합과 함께 칼이 휘둘러졌다.
툭!
그와 동시에 검은고래 부족 전사의 몸통에서 목이 떨어져 바닥에 떨어졌고, 순간 목을 잃은 몸통에서 피가 뿜어졌다.
쿵!
-레벨 업!
-레벨 업!
그와 동시에 뚜따의 머릿속에서는 레벨 업을 했다는 메시지가 여러 차례 떴고 그 메시지에 놀란 뚜따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 사람을 죽여도 레벨 업이 된다고?’
땅속에서일어서가 알아냈던 그 엄청난 비밀을 뚜따도 알게 되었다.
“하하하! 수고했다! 원래 처음은 다 그렇다.”
큰눈은 뚜따가 온몸을 떨고 있는 것이 첫 살인으로 오는 정신적 충격이라고 생각했는지 위로할 생각으로 뚜따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저놈의 목을 장대에 걸어라.”
“예, 큰눈 님!”
그때 전사 하나가 급하게 달려와 큰눈에게 머리를 숙였다.
“왜?”
“족장님께서 악어이야기를 하신다고 큰눈 님을 부르라 하셨습니다.”
“악어이야기에 나를?”
큰눈이 놀란 눈빛을 보였다.
악어이야기라는 것은 족장과 주술사, 그리고 어금니가 많은 전사들만이 모여서 하는 회의였다.
그곳에 큰눈을 부른다는 것은 악어머리 족장이 큰눈을 드디어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인지 모여 있는 전사들도 모두 놀라면서도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예, 족장님께서 빨리 오시랍니다.”
“알았다! 하하하! 아버지께서 이제야 나를 인정해 주시는군!”
* * *
악어머리 족장의 초막 안에는 악어머리 족장과 부족 주술사 그리고 원로라고 할 수 있는 늙은 전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초막 한쪽에서는 큰눈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채 앉아 있었고, 악어머리 족장은 그런 큰눈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수염이 없어졌다. 으음…….’
큰눈은 그나마 자라 있던 수염이 빠져버렸고, 태어날 때부터 수염이 자라지 않은 것처럼 거뭇한 흔적도 없이 피부가 뽀송뽀송했다.
그런 아들 걱정 때문인지 악어머리 족장은 회의에 직접 말을 꺼내지도 않고 이야기만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망친 검은고래 놈들이 별처럼 많아. 놈들이 모이면 힘을 합쳐 우리 부락을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다 찾아내서 죽여야 해.”
“우린 벌써 너무 많은 검은고래 부족 사람들을 죽였다.”
“하지만 남은 놈들을 모조리 죽여야 우리가 발을 뻗고 잡니다.”
검은고래 부족에 대해 어떻게 처리를 할지 결정하는 회의였다. 물론 악어머리 부족 족장은 처음에는 검은고래 부족 잔당들을 찾아내서 다 죽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치명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렇게 원로들과 주술사까지 불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럼 고래는 누가 잡아?”
“지금은 고래를 잡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니다, 고래는 중요하다. 바다 물소보다는 고래 고기가 훨씬 맛있다. 한 마리만 잡아도 배가 터지도록 먹고도 남는다.”
원시시대인 만큼 식량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잡아온 애들과 여자들로는 고래를 못 잡는다.”
원로 하나가 검은고래 부족의 잔당을 다 죽여야 한다고 악어머리 족장에게 말한 늙은 원시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우리가 언제부터 고래 고기를 먹었다고 그러는가? 우리는 검은고래 부족이 아니라 악어머리 부족이다. 고작 고래 고기 때문에 놈들을 살려두자는 거야?”
악어머리 족장의 초막 안에서는 열띤 논쟁이 펼쳐지고 있었고 악어머리 족장은 묵묵히 원로들의 논쟁을 듣고만 있었다.
“고래는 고기만 주는 것이 아니다. 고래의 뼈는 단단하다. 무기가 된다.”
악어머리 부족은 고래의 부산물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뼈는 고작 집을 짓는 재료로 쓰거나 무기로, 고기는 먹을거리로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이 자리에 땅속에서일어서가 있었다면 고기와 뼈보다는 고래에서 나오는 기름에 주목했을 것이다.
“뼈창이나 뼈칼은 매머드를 잡으면 된다. 곧 털코끼리가 돌아오는 때다. 조금씩 추워지고 있다. 그때 털코끼리를 잡으면 된다.”
원시인 하나가 털코끼리라고 말했고 그건 매머드를 일컫는 것이 분명했다.
“털코끼리는 사납니다. 잡다가 밟혀 죽을 수도 있다. 악어도 털코끼리 새끼한테 밟혀 죽는다.”
옥신각신 자기주장만 펼치고 있는 나이 많은 전사들이었다.
“그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악어머리 족장이 나직이 말했고, 그 말에 원로들이 악어머리 족장을 봤다.
“어금니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들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족장님!”
주술사가 조심히 악어머리 족장에게 물었다.
“우리가 더욱 강해지기 위해서는 부리는 것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더욱 풍족해진다.”
“그 말씀은?”
“내 발밑에 엎드리지 않는 놈들은 모조리 죽이고 엎드리는 놈은 살릴 생각이다. 나는 귀한 고래 고기를 계속 먹고 싶다. 어금니가 많은 너희들도 그럴 테고.”
악어머리 부족에서 족장의 권위는 절대적인 것이라 악어머리 부족의 원로들은 그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친 놈들이 덤비지 못하게 더 강해지면 된다. 그게 답이다.’
이것이 바로 악어머리 족장이 내린 결론이었고, 악어머리 족장은 더 많은 노예들을 확보할 생각을 굳혔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죽이지 말고 잡아들인다. 그리고 놈들을 죽일 때는 부족 안에서 놈들이 보는 앞에서 죽인다.”
“예, 알겠습니다.”
“고래를 잡는 방법이야 우리도 배우면 그만이고, 고래를 잡는 방법을 배우고 나면 그때가 되어서 다 죽여도 된다.”
“맞습니다. 족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원로들은 군말이 없었다.
“큰눈!”
그때 악어머리 족장이 큰눈을 불렀고, 얼굴에 수염 하나 없는 큰눈을 보고 족장의 옆에 있던 주술사가 찰나지만 인상을 찡그렸다.
“예, 족장님!”
“네가 전사들을 이끌고 도망친 검은고래 놈들을 잡아들여라.”
“예, 알겠습니다.”
“그럼 결론은 내려졌다. 주술사만 남고 모두 나가라.”
“예, 족장님!”
그렇게 악어머리 족장의 초막에는 주술사만 남았다.
“큰눈의 수염이 없어졌다.”
악어머리족장이 주술사만 들을 수 있게 나직이 말했다.
“으음…….”
악어머리 족장의 말에 주술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저번에 말씀을 드린 것처럼 될 것 같습니다. 족장은 많은 아들을 가져서 단단한 창을 많이 가져야 하는데…….”
“젠장!”
악어머리 족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고칠 방법은 없는 거냐?”
“없습니다.”
“정말 없는 거야?”
“죄송합니다. 아아, 아주 옛날 이야기에서는…….”
“이야기에서는?”
“바다의 기운을 가진 여자를 만나면 고칠 수도 있다고는 했지만…….”
“바다의 기운? 그게 뭐냐?”
“물위를 걷는 여자랍니다.”
“뭐?”
악어머리족장이 황당한 눈빛을 보였다.
“그게 말이 돼? 어떻게 물위를 걸을 수가 있어?”
“그러니 옛날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여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 작은 악어를 낳지 못할까?”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니까요.”
“네 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다. 이런 망할!”
악어머리족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들이 더 이상 자식을 볼 수 없다는 확언에 가까운 말을 들은 아비의 마음은 참담할 것이다.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족장님은 아직 젊습니다.”
주술사가 아주 작게 말했다.
“그래서?”
악어머리 족장의 눈동자에 살기가 감돌았다.
“족장님께서도 새끼 악어를 더 낳으실 수 있을 겁니다.”
“됐다. 알았으니 나가봐라.”
“예, 족장님!”
주술사가 악어머리 족장의 눈치를 보며 초막을 나갔고, 악어머리 족장의 눈앞에는 환영처럼 큰눈과 땅속에서일어서가 보였다.
‘그 녀석이 제비꽃의 아들이기만 했어도…….’
악어머리 족장은 부족을 위해서라면 아들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그가 땅속에서일어서를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혈족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였다.
‘죽여야겠다. 연꽃의 짝이지만 이제는 죽여야 해. 이제는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다.’
큰눈이 이제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악어머리 족장의 분노는 땅속에서일어서에게 향하고 있었다.
* * *
“큰눈 님, 데리고 왔습니다.”
큰눈의 초막 앞에는 전사 하나가 서서 큰눈에게 말했고 그의 뒤에는 통통한 체형의 여자가 놀란 눈빛을 지은 채 멀뚱히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체념의 기운도 어려 있었는데, 앞으로 자신이 어떤 운명에 놓였는지 아는 눈빛이었다.
“나가 봐라.”
“예, 큰눈 님!”
전사가 꾸벅 머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계속해서 거기에 서 있기만 할 건가?”
“예?”
“이리 와!”
근엄하게 말하는 큰눈이었다.
“예, 큰눈 님!”
여자가 조심스럽게 큰눈에게 왔다.
“벗어라!”
요즘 들어 큰눈은 짝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씨가 없지만 간혹 가다 물건이 서기는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든 노인의 허리처럼 탄력이 없고 힘없이 꺼부정하게 반쯤 서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자는 옷을 벗었고 큰눈에게 엉덩이를 보였다. 하지만 큰눈은 자신의 몸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술을 깨물었다.
‘빌어먹을 사이네!’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찢어먹어도 시원치 않는 사이네였다.
“전, 전 준비가 다됐어요.”
“꺼져!”
“예?”
큰눈의 말에 여자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꺼지라고! 썩 꺼지지 못할까!”
“제, 제가 잘, 잘못을 했나요?”
“나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엉덩이를 보이는 네가 마음에 안 든다! 나가! 내가 죽여 버리기 전에 어서 나가!”
큰눈의 외침에 여자는 놀라 후다닥 가죽옷을 챙기고 입지도 못한 채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망할! 젠장-!”
그렇게 또 짝짓기를 실패한 큰눈이었다. 그리고 사나운 눈으로 여자가 급히 나간 곳을 노려봤다.
‘저년은 내가 이렇게 된 것을 떠벌리고 다니겠지.’
“뚜따!”
“예, 큰눈 님!”
뚜따가 급하게 초막 안으로 들어섰다.
“지금 나간 여자를 숲으로 끌고 가서 죽여라! 죽이기 전에는 네 마음대로 데리고 놀아도 된다!”
큰눈의 말에 뚜따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담담한 표정으로 변했다.
“예, 큰눈 님!”
“죽이고 나면 사냥을 나갈 거다. 뭐래도 죽여야 속이 시원하겠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를 채우지 못하는 큰눈은 점점 더 난폭하게 변하고 있었다. 사냥과 싸움을 통해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전사들을 모으는 것을 통해 풀지 못한 욕구를 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