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8
18화
“땅속에서일어서가 개미를 주워 먹고 있다고?”
붉은개의 움막 속에서 붉은개가 전사에게 되물었다.
“예, 처량하게 앉아서 그러고 있습니다.”
“하늘님이 보냈다는 놈이 개미핥기도 아니고 그러고 있다는 말이지?”
“그리고 제비꽃이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먹을 것을 줬습니다.”
전사의 말에 붉은개가 인상을 찡그렸다.
“늑대발톱이 시킨 거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개미를 한참이나 주워 먹다가 땅속에서일어서가 대나무밭으로 갔습니다.”
“뭐라도 찾아 먹겠다는 거군.”
붉은개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대나무밭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리새가 많기는 하지만 워낙 빨라서 전사들도 못 잡습니다.”
전사의 말에 붉은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지켜보자. 정말 하늘님이 보낸 아이라면 그 빠르다는 다리새를 잡아 올지도 모르잖아. 흐흐흐!”
“애가 다리새를 잡는다고요?”
“하늘님이 보낸 아이라면 그 정도는 잡아야지. 하지만 하늘은 그저 파란 거다. 그러니 하늘님이 보낸 아이는 없는 거지.”
아무도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만 붉은개의 의심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었다.
“네, 족장님!”
“그건 그렇고 큰바위는?”
“걱정되시면 그냥 공격해서…….”
그때 가만히 있던 누런개가 다시 붉은개를 부추기듯 말했다.
“지금까지 머리가 깨지고 살아난 놈은 없어. 그러니 기다려 보는 거다.”
그저 붉은개는 인상만 찡그렸다.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만약에 깨어나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내가 말했다.”
계속 자신을 부추기는 누런개를 붉은개가 노려보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지금 공격을 하면 늑대발톱부터 해서 늑대발톱에게 엎드린 전사들을 어쩔 수 없이 다 죽여야 한다.”
“그렇기는 하죠.”
“그럼 내 부족이 약해진다.”
“…….”
“큰바위가 죽고 늑대발톱만 죽으면 그만인데 말이야. 전사의 수가 줄어들면 다른 부족한테 공격을 당한다. 그러니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누런개가 찰나의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붉은개가 한 말이 옳다는 투로 말했다.
“기다릴 것이다. 기회를 얻으려고 땅속에서일어서를 굶기고 있잖아.”
역시 석기시대의 원시인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냉철한 머리로 현대인보다 더욱 잔악한 계략을 세우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원시인들은 결코 멍청할 수가 없었다. 현대인들보다 더 냉혹한 현실에 놓여 있는 상태니까.
그저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이 없기에 멍청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건 그렇고 먹을 것이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벌써?”
붉은개가 인상을 찡그렸다.
“짝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또 사냥을 나가야겠군.”
* * *
원시시대라서 그런지 대나무밭도 거대할 정도로 울창했고, 대나무들 역시 엄청나게 마디가 굵었다. 이 대나무에 비하자면 내가 현대에서 봤던 장죽이라고 불리는 굵기의 대나무는 그냥 죽순으로 보일 정도였다.
‘땅이 좋아서 그러나?’
뭐든 크다.
대나무도 크고, 내가 죽인 들개도 내가 생각했던 들개보다 2배 정도는 컸다.
“이러니 대나무 통이 크지.”
장죽 중에서도 정말 큰 대통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 부락을 봤다.
숲과 부락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이건 다시 말해 이 대나무밭에는 크게 위험한 짐승이 없다는 증거다. 만약 위험한 짐승이 있다면 부족의 울타리가 저렇게 엉성할 수는 없을 테니까.
“어제는 비가 왔으니까…….”
나는 바로 고개를 숙여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죽순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사냥도 할 수 없기에 내가 구해 먹을 수 있는 것은 죽순뿐이다.
말 그대로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 죽순이 보였다.
그리고 바로 묵직한 죽순을 하나 골랐고, 낑낑거리며 돌칼로 죽순의 뿌리 부분을 썰어서 끊어 냈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네.”
하여튼 이거면 허기는 면할 수 있을 것 같다.
죽순을 썰다 보니 더 배가 고파졌고, 다시 나는 불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정말 제대로 눈칫밥을 먹고 사네.”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드래곤까지 죽인 내가 겨우 죽순이나 구워 먹기 위해 이러고 있자니 새옹지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돼라, 돼라, 되라고!”
지금 나는 불을 피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른 대나무 마디의 마찰을 이용해서 불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1시간 넘게 손바닥이 다 까지도록 대나무 마디를 비비고 나서야 불씨를 만들었고, 그 불씨를 지금 바짝 말라 있는 대나무 잎에 옮겨 붙이고 있다.
“휴우우우우!”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입으로 불어서 불을 만들어 냈다.
“됐다! 드디어 됐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이전 어비스였다면 스킬을 쓰거나 라이터를 써 바로 불을 피웠겠지만 원시시대라서 그런지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파이어 볼 한 방이면 되는데…….”
하지만 어차피 나는 화염을 쓰는 헌터로 전직할 것이 아니므로 파이어 볼 스킬이 뜨지 않는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나는 꽤 큰 모닥불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바로 대나무 줄기를 쪼개 만든 꼬챙이에 토막을 내놓은 죽순을 꿰어서 모닥불 위에 올렸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 같다.
“놀면 뭐하나.”
눈치를 보고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멍하니 있는 데 질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에 내 레벨은 여전히 5다.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사냥을 통해서 레벨을 10까지 올리는 거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스탯 수치를 늘리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레벨 1 때 하는 것이 제일 좋은데, 젠장!”
본의 아니게 살기 위해 들개를 죽였고, 단번에 레벨 5가 됐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스탯을 올리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레벨 1 때보다 레벨 5일 때 수련을 통한 +스탯을 올리는 것은 5배 이상으로 힘들다.
그리고 내가 조바심을 못 참고 레벨 업을 위해서 나 혼자 사냥을 나갔다가는 내가 사냥감이 될 확률이 더 높다.
“여긴 뭐든 다 크니까.”
공기 중에 산소의 양이 더 많아서 이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력의 양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큰바위에게 붕대 감기 스킬을 사용하고 나서 바닥이 난 마력이 다 차기까지 해시계로 어림짐작해 봤는데, 6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지난 어비스라면 6초면 바로 충만할 정도의 마력인데 말이다.
‘레드 드래곤도 이곳에 오면 더 이상 화염을 못 뿜겠군.’
그만큼 마력이 형편없이 부족한 곳이다.
‘또 그 짓을 신물이 나도록 해야겠지.’
나는 익고 있는 죽순을 잠시 봤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변을 다시 살폈다.
여전히 나를 위협할 동물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부족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으니 갑자기 호랑이 비슷한 거라도 튀어나온다면 죽을힘을 다해 부락까지 뛰면 될 것 같다.
“호랑이 같은 것이 없으니까 저렇게 울타리가 엉성하겠지.”
나는 바로 대나무 하나를 돌칼로 썰었다. 지금 썰고 있는 대나무 막대기는 내 수련을 위한 목검이 될 것이다.
“……허수아비 치기를 원시시대까지 와서 할 줄은 몰랐네.”
이보다 어이없는 일도 없을 거다. 사실 저번 어비스에는 안전지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전지대에는 소환된 헌터들과 일반인들이 기본적인 수련을 할 수 있는 수련장이 존재했다.
그 수련장에는 허수아비들이 있었고 꽤 많은 소환자들이 그곳에서 목검으로 허수아비를 치면서 수련을 했다.
물론 조바심을 낸 헌터들은 레벨 5가 되기도 전에 안전지대를 벗어났고, 대부분 죽었다.
“이 짓을 또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지겹다, 지겨워!”
손에 쥔 대나무 몽둥이를 나름 힘차게 휘둘러 봤다.
쉬웅!
그래도 둥근 대나무라 손에는 착 감기는 것 같다.
그리고 바로 모닥불 바로 옆에 쭉 뻗어 있는 장죽 앞에 섰다. 내 허리 정도의 굵기다.
“너! 나랑 한판 제대로 붙어 보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장죽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칠 때마다 손아귀에 알싸한 아픔이 느껴졌다.
지난 어비스에서도 이랬다. 그때는 거의 한 달 동안 헛지랄이라고 생각을 하고 허수아비만 쳤었다.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아마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