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목책 동굴 입구.
“아니, 지금 바쁜데 어디를 갔다 온 거야?”
제비꽃이 목책 입구로 들어서는 가시꽃을 보며 물었다.
“쉬야가 급해서 다녀왔습니다.”
“목책 밖에까지 나가서 쉬야를 했다고?”
“예, 목책 밖에 화장실이라는 것이 있잖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왜 저를 이리도 살피시는 겁니까?”
“네가 아직 우리 하늘 부족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서 도와주려는 거다.”
“우리 부족은 악어머리 부족이지 않습니까?”
가시꽃의 물음에 제비꽃이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늑대발톱과 짝짓기를 했고, 하늘 부족의 사람이다. 너 역시 곧 땅속에서일어서족장과 짝짓기를 할 것이니 너도 하늘 부족이다.”
“예, 알겠습니다.”
제비꽃의 말에 가시꽃은 담담히 말했지만 여전히 제비꽃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가시꽃아!”
그때 제비꽃이 무심히 가시꽃을 불렀다.
“예, 제비꽃 님!”
“내가 이곳으로 올 때까지 네가 내 자매라는 것을 몰랐는데 어떻게 된 거지?”
제비꽃의 물음에 가시꽃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저 역시 얼마 전까지 몰랐습니다.”
“몰랐다?”
“예, 족장님께서 제 어미와 짝짓기를 하셨고, 그리고 제가 태어났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냐?”
제비꽃이 가시꽃을 노려봤다.
“예, 사실입니다.”
“아버지께서 너를 인정했다는 거냐?”
“예. 땅속에서일어서 족장님께 줄 딸이 부족했습니다.”
정말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가시꽃이었다. 하지만 자꾸 가시꽃의 말이 의심스러운 제비꽃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알았다, 아무리 캭과 동물들이 지켜준다고는 하지만 밤은 위험하다. 멀리 다니지 마라.”
“예, 제비꽃 님!”
“들어가서 일해라. 바쁘다.”
“예.”
가시꽃이 짧게 대답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며칠 동안 묶어놔야겠어.’
제비꽃은 방금 대화만으로 늑대발톱이 말한 것처럼 가시꽃이 악어머리 족장이 보낸 끄나풀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 * *
악어머리부족을 속일 준비를 하면서 하루가 지났다.
“땅속에서일어서족장아.”
할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예. 할머니!”
“이렇게 넣으면 되는 거지?”
할머니는 여자들과 30개의 대나무 도시락을 준비했다. 물론 그 대나무 도시락에 넣을 음식은 육포와 약간의 소시지다. 그리고 더 작은 대나무 통에는 많지는 않지만 몇 모금 정도 물이 들어 있다.
‘하루 정도는 비트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어야 하니까.’
싸우게 된다면 발각되느냐 발각되지 않느냐에 따라서 전투의 승패가 결정될 것 같다.
“예, 고맙습니다.”
“그런데 빈 대나무 통 30개는 왜 준비하라는 거냐?”
먹었으면 싸게 된다. 매복을 할 때 적에게 발각되는 첫 번째 이유는 대소변의 냄새 때문이다.
딱 하루만 그 파놓은 비트 안에서 최소한의 음식을 먹고 싸며 버텨야 한다.
‘그들이 원해서 혹시 잔치라도 벌어지면…….’
비트에서 더 오랫동안 숨어 있어야 할 테니 말이다.
“거기다가 똥을 싸라고 하려고요.”
“뭐?”
할머니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잘 모르겠지만 족장이 하는 일이니 다 이유가 있겠지.”
“예, 할머니!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 * *
“이걸 입어.”
나는 흙이 잔뜩 묻고 헤어진 가죽으로 된 누더기 같은 가죽 옷을 연꽃에게 건넸다. 연극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이걸 왜?”
“악어머리 부족과 싸우지 않으려면 힘들게 사는 것처럼 보여야 해.”
속이려면 철저하게 속여야 한다.
“그렇구나, 알았어.”
이제 마지막 회의를 하면 될 것 같다.
“강가 부락으로는 저와 연꽃만 가 있을 겁니다.”
내 말에 할머니가 이상하다는 듯 나를 봤다.
“족장과 큰어미만?”
“예, 혹시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치는 사람이 나올 수가 있어요.”
나는 힐끗 연꽃을 봤다. 어제와는 다른 눈빛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여자들은 큰바위와 늑대발톱이 이끌고 먹을 것을 구하러 산에 갔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족장님, 싸울 수도 있다고 했잖습니까?”
늑대발톱이 놀라 내게 물었다.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
“만약?”
“그래, 늑대발톱과 큰바위는 할머니와 함께 부족에 남아 있을 거다.”
“어째서죠?”
“내가 없을 때는 늑대발톱이 새로운 부족민들을 이끌어야 하고, 할머니도 돌봐야 하니까.”
“지금 우리만 쏙 빠지라는 겁니까?”
“내가 없어도 하늘 부족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북 씨족 여자들과 아이들도 누군가가 돌봐야 하고. 나 말고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늑대발톱밖에는 없어.”
“하지만 족장님…….”
“족장의 명령이다.”
완벽한 계획과 준비를 해도 전투의 승패는 끝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연꽃은 악어머리 부족 사람이니까.’
만약 우리가 패배해서 내가 죽더라도 연꽃은 죽이지 않을 것이다.
‘천부의 검과 불개미세트, 거기다가 활력회복제가 있으니…….’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30명의 악어머리부족 전사들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
그때 할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예, 할머니.”
“다 속여야 한다면 나도 같이 가야 할 것 같구나.”
“예?”
“이 늙은 할미가 산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갔다면 아무도 안 믿을 거다. 그리고 주술사는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지 않는다.”
듣고 보니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위험했다.
“제가 잘 말해 볼게요.”
“아니다,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속일 수 있다.”
최악의 순간 할머니와 연꽃 중 누구를 구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했다.
‘두 명을 안고 점프를 한다면…….’
어디까지 점프를 할 수 있는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잘만 속이면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가게 될 거다.”
“예, 할머니!”
아침부터 이런 난리도 없었다.
“모두 다 똥을 싸라는 족장님의 말씀입니다.”
출정 준비 전에 비트에 숨어 있을 전사들에게 용변부터 해결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뭐? 똥을?”
“예, 다 싸랍니다.”
오늘 똥돼지들이 포식을 하는 날이다.
“어서어서 똥부터 싸라!”
거북 씨족 남자들은 의아해했지만 이달투드워프들은 이달투드워프1이 소리를 지르자 의문도 가지지 않고 만들어둔 공중 화장실로 갔다.
그러고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처럼 길게 줄을 서서 앞에 선 이달투드워프가 용변을 해결하기를 기다렸다.
“빛!”
“예, 족장님!”
“너도 이곳에 남아서 늑대발톱 삼촌을 도와 줘.”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늑대발톱이 다시 하늘 부족의 족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하늘 부족 부락에 남아 있는 부족민들을 통솔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똑똑하고 현명한 빛은 늑대발톱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분명 그녀라면 연꽃이 낳은 내 아들이나 딸을 자기 자식처럼 돌보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전투 기술을 전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겠습니다. 큰어미님이신 연꽃 님과 함께 족장님이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릴게요.”
“걱정 마요, 언니!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연꽃도 애써 환하게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물론 아무런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는 그녀도 하염없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짓고 있었다.
단지 자신의 위치가 이제는 하늘 부족의 큰어미기에 애써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연꽃 님, 이제 빛이라고 부르세요.”
“어떻게 그래요? 언니는 언니인데.”
“큰어미는 큰어미입니다.”
“언니도 족장님의 짝이잖아요.”
“제가 족장님의 짝이라고 해도 큰어미이신 연꽃님과는 다릅니다.”
“뭐가 다르죠?”
“연꽃님은 큰어미이십니다.”
빛은 그저 나와 같이 부부로 산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래서 고맙다.
“제가 아는 곳에서는 큰어미는 여왕님이시거든요. 여왕님은 오직 한 분이십니다.”
“여왕님이요? 여왕님이 뭐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자 가장 높으신 분이십니다. 이제 큰어미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저는 그 아래입니다.”
빛은 이 순간 스스로 자신을 낮췄다. 그래서 또 한 번 고마울 뿐이다.
‘내 여자들끼리 권력 다툼은 없겠군.’
최소한 연꽃과 빛은 연적이 되어 싸우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여자들은…….’
내가 만약 더 많은 짝을 가지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연꽃과 빛이 하나가 된다면 다른 여자들이 내 짝이 되어도 연꽃의 자리를 넘볼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빛이 철저히 그것을 막아줄 테니까.
그럼 된 것이다.
* * *
“이제 가자!”
다들 쾌변을 한 듯 잠을 오래 자지는 못했지만 가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식도 허기를 달랠 정도로만 먹었고,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예, 족장님!”
내 바로 뒤에 나열한 이달투드워프들과 어린아이들은 기세는 개선장군처럼 하늘을 찌를 듯 당당했지만 거북 씨족 남자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큼지막한 눈을 끔벅거리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빛아!”
“예, 할머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굴 안으로 들어가라고 해라.”
“예.”
“오늘부터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돌아올 때는 불을 피우지 않고 동굴에서 만들어놓은 소시지와 육포, 그리고 말린 과일만을 먹으며 지내야 한다.”
불을 피웠다가 발각이 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저러시는 것 같다.
‘역시 할머니는 현명하시다.’
오래 사신 만큼 지혜로울 수밖에 없다.
“할머니, 가시죠.”
“그래요, 갑시다. 족장!”
그렇게 우리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강가 목책으로 이동했다.
“가시꽃!”
“예, 제비꽃 님!”
“과일 창고에서 먹을 과일 좀 가지고 올 수 있겠니? 음식을 구워 먹을 수 없고, 소시지와 육포만 먹으면 입이 물리니 그거라도 먹어야겠구나.”
“예, 알겠습니다.”
과일 창고는 식량보관소로 쓰이는 동굴 중에서도 육류를 보관하는 냉장고로 쓰이는 창고 다음으로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가시꽃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제비꽃이 빛을 불렀다.
“빛아!”
그때 제비꽃이 빛을 불렀다.
“예, 제비꽃 님!”
빛은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제비꽃에게 무척이나 공손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그녀 역시 제비꽃에게 무척이나 공손하게 대했다. 이래서 여자에게는 육감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나 좀 도와주겠니?”
참으로 담담히 말하는 제비꽃이었다. 마치 여기에 있는 물건을 저기로 옮기는데 도와달라고 말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말하고 있었다.
“예.”
“지금부터는 내가 무엇을 하든 의심 없이 도와야 한다.”
“예?”
“약속할 수 있겠니? 이 모든 것이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을 위한 일이다.”
“예, 알겠습니다.”
빛의 이야기를 듣고 제비꽃은 동굴 입구로 걸어가서는 걸어둔 나무껍질을 벗겨서 엮은 밧줄을 들었다.
“밧줄은 왜……?”
제비꽃의 손에 든 밧줄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찡그려진 빛이었다.
“다 족장님을 위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