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노예는 필요 없다!
‘테이밍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리 이빨호랑이 부족이 크다고는 해도 산맥에 흩어져 있는 작은 씨족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는 적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이빨호랑이 전사들을 테이밍해 하늘 부족 전사로 삼는 것보다 산맥에 흩어져 있는 씨족들을 통합하는 것이 더 이롭다.
둘 다 가지려고 든다면 분명 이빨호랑이 부족 출신과 그들의 지배를 받던 부족 출신 사이에서 내분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이달투드워프들은 내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는 털썩 주저앉은 채 내 얼굴만을 올려다봤다. 나도 그의 앞에 우뚝 선 채 그를 내려다봤다.
팔이 잘려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던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체념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이제 그만 죽어라.”
“크허허허……. 천하의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인 내가 이렇게 죽는 건가…….”
내 말에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기 전 그의 눈빛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어려 있었다.
회한, 애한, 통한, 그리고 체념.
나는 천천히 천부의 검을 높이 들어 올려 그의 가슴 한복판을 향해 찔러 넣었다.
“크아악!”
살을 파고드는 감촉이 천부의 검을 타고 내 양손에 전달되었다.
그와 동시에 놈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거친 비명을 질렀다.
쫘아아악, 검을 뽑아내자 사방으로 붉은 피가 뿜어졌다.
-살인에 의해 명성 수치가 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또 기분 더러운 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무시하고 내가 돌아섰을 때, 모든 부족민들이 하염없이 나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레벨 업!
비록 살인을 했기에 명성 수치는 하락했을지는 모르나 전투 경험치는 야생동물이나 몬스터보다 몇 배는 더 주기에 바로 레벨 업 메시지가 떴다.
“……에잇!”
그때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 하나가 눈치를 보다가 빈틈을 발견하고는 우리의 포위망을 뚫고 급하게 도망쳤다.
그와 동시에 빛이 도망치는 놈의 등짝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지만 그보다 앞서 캭이 달려 나갔다.
캭은 마치 그의 그림자인 것처럼 쏜살같이 전사에게 달라붙더니 순식간에 목을 물어버렸고, 물기를 털어내듯 고개를 흔들었다.
전사의 몸은 두 동강이 났고, 뜯어진 두 쪽의 몸에서는 선혈이 낭자했다.
더 이상 그가 움직이지 않자 캭은 장난감에 흥미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휙 하고 시체를 날려버렸다.
‘먹지는 않는군.’
캭이 새끼일 때부터 내가 집요하게 가르친 부분이다. 절대 사람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 교육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캭은 역시 샤벨 타이거군요. 제가 있던 곳의 샤벨 타이거보다 더욱 강한 것 같아요. 족장님!”
빛도 캭의 힘에 놀란 것 같다. 사실 캭은 나와 빛이 아는 사벨 타이거보다 두 배 정도 더 크다.
“캭은 펫이지만 또 내 둘도 없는 친구야. 가장 힘들 때 도와준 놈이니까.”
물론 그건 내 생각이고 캭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는 못된 주인일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일진이 빵 셔틀을 시키는 것처럼 나는 지금까지 캭에게 산돼지 셔틀을 무한으로 시키고 있다.
어릴 적 캭을 구해 주고는 빨대를 제대로 꽂고 있다. 물론 그때 내가 어린 새끼인 캭을 펫으로 삼지 않았다면 캭은 십중팔구 야생동물의 먹잇감이 됐거나 굶어 죽었을 것이다. 어린 사자 새끼가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군요.”
“캭! 이만 돌아와라!”
캬아악!
내 말에 캭이 날아다니듯 껑충껑충 뛰어서 내게 왔다.
“잘했다! 네가 또 우리 부족을, 나를 도왔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부대 중에서 맹수돌격대라는 부대가 있다.
그들은 레드와의 격전을 펼칠 때 쓸 부대다. 이달두드워프들과 맹수돌격대, 그리고 나를 믿는 수백의 전사가 있다면 나와 레드의 5년의 간격을 좁힐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핵심이다.’
사실 나는 더 많은 맹수들을 모을 생각이다. 그리고 그 구성원의 종류는 상상 이상이 될 거다.
‘레벨 업에 박차를 가한 후에 맹수돌격대의 수를 늘려 진짜 부대를 형성해야지.’
“네가 있어서 든든하네.”
캬오옹~
캭은 마치 사람처럼 이제 알았냐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웃었다.
끼옥!
그때 끼옥이 마치 나도 있다는 듯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울었고, 그 울음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하하하! 그래, 너도 있지.”
끼옥은 내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듯 내 어깨에 날아와 앉더니 내 볼에 부리를 비볐다.
‘으윽! 이젠 엄청 무겁네.’
처음에는 겨우 큰 보라매 수준이었는데 레벨 업을 하면서 이제는 큰 독수리보다 더 커진 것 같다.
캬아악!
끼옥!
전투를 끝낸 캭이 울부짖자 끼옥이 따라서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가 이겼다!”
나는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의 피가 흐르는 천부의 검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와아아아아!!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졌다.
“하늘 부족은 영원할 것이다! 하늘 부족 만세!”
내가 만세라고 외치자 함성을 지르던 내 부족민들이 서로를 보며 멀뚱거렸다.
‘아차, 만세를 모르지…….’
“땅속에서일어서 족장님! 만세!”
서로 멀뚱히 바라보기 시작할 때, 빛이 우렁차게 내 말을 따라 만세를 외쳤다.
“족장님, 만세!”
“하늘 부족 만세!”
그리고 눈치가 빠른 늑대발톱이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빛을 따라서 족장님 만세라고 외쳤고, 그제야 전투에 참여한 모든 부족민이 그들을 따라 만세를 불렀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 만세!”
만세를 외치는 것이 즐거운 듯 큰바위가 우렁차게 외쳤고, 다른 전사들 역시 따라 외쳤다.
앞으로는 하늘 부족에서는 승리를 한 후에 만세가 하늘 높이 울려 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늘 부족이 이겼다는 외침과 함성을 듣고 늑대발톱이 이달투드워프1과 함께 내 쪽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족장님! 공격해 온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를 모조리 죽였습니다! 우리의 피해는 전무합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바로 산으로 가서 남아 있는 이빨호랑이 부족 놈들을 다 죽여야 합니다.”
늑대발톱은 잔뜩 흥분해서 손짓 발짓을 하며 전과 확대를 위해 이빨호랑이 부족의 본거지를 공격하자고 내게 말했다. 물론 이달투드워프를 대표하는 이달투드워프1도 늑대발톱과 같은 생각인 것 같다.
‘흠, 아니야, 악어머리 부족이 돌아올 수도 있다.’
내가 떠나고 악어머리 부족 전사가 돌아온다면 괜히 빈집털이를 당하는 꼴이 된다. 그럼 내 부족 여자들과 혈족들은 내가 없는 상태에서 몰살이다. 그러니 아쉽지만 차가운 지금은 잠시 멈춰야 한다.
‘악어머리 부족이 내 발목을 잡는군.’
악어머리 부족은 어쩌면 인연이라기보다는 악연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이제 넉넉하지.’
거북 씨족이 있으니 이빨호랑이 부족의 부락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꽃을 울리고 싶지도 않고.’
내 안전을 기도하고 있을 연꽃이 떠올랐다. 애써 내가 악어머리 부족과의 전투를 피하려는 것은 사실 연꽃 때문일 것이다.
“아니, 지금은 아닌 것 같아, 삼촌!”
“예? 아니라고요?”
“연기를 보고 악어머리 놈들이 다시 올 수도 있고, 우리들은 산에 익숙하지 않아. 놈들이 익숙한 지형에서 싸우는 것은 우리에게 불리하지.”
한 부족을 이끄는 족장은 냉정해야 한다.
이빨호랑이부족 족장만 봐도 그렇다. 전사를 잃었을 때 이성을 잃고 흥분한 그는 지금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그리고 이빨호랑이 부족 놈들을 단숨에 전멸시켜도 문제다.
산맥에 흩어져 사는 작은 부락을 모조리 이곳으로 이주시키면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검은얼굴들에게 모조리 끌려갈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아직은 이빨호랑이 부족이 저 거대한 산맥에서 패악을 부리게 당분간은 그냥 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해가 지고 있어. 밤에 산을 오르는 것은 위험해.”
하늘을 불태울 것 같이 물든 붉은 노을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어둠에 물들어 쪽빛이 되었다.
이달투드워프를 이끌고 있는 나는 다른 전사들과 다르게 야간 전투에 제약이 없다. 올빼미의 이능을 강탈했기에 밤에도 내 눈은 야간투시경처럼 잘 보인다.
“하지만 지금 공격하면 이빨호랑이 부족을 깡그리 죽일 수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우리는 모르는 지형에서 싸우지 않을 거야.”
지금은 차분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봐, 아이들은 지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물론 이빨호랑이 부족을 절멸시키기 위해 산으로 올라간다고 해도 어린 궁수들은 데리고 갈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는 합니다.”
늑대발톱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해는 가도 공감은 하지 못하는 듯 석연찮은 표정이었다.
‘이번 전투만으로도 이빨호랑이 부족은 와해됐다.’
부족을 이끄는 족장이 죽었고, 백 명이 넘는 전사들이 죽었다.
최소한 전투력의 70퍼센트 이상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내 전사들과 이 전투의 승리를 만끽하면서 오늘을 기억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빨호랑이 부족을 멸족시킨다고 해도 당장 큰 이익이 없다.
‘악어머리 부족처럼 전사를 죽이고 여자와 아이만 끌고 오는 방법은 쓸 수 없다.’
악어머리 부족이 쓰는 방법은 그들처럼 부족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부족이 팽창을 거듭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하늘 부족처럼 규모가 작은 부족에서는 내분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이빨호랑이 부족 녀석들은 이제 힘을 잃었으니까 더욱 난폭해지겠지.’
힘이 약해지면 반기를 드는 부족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더더욱 악독하게 그들을 착취하고, 난폭하게 대할 것이 분명했다.
‘그걸 노린다!’
피를 흘리고 부족민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아무런 희생 없이 부족민의 수를 늘리는 것이 최고다.
바로 풍선효과!
이빨호랑이 부족이 힘없는 작은 씨족을 쥐어짜면 쥐어짤수록 지금까지 살아온 거대한 산맥을 버리고 이주하는 씨족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들을 흡수한다면 피를 흘리지 않고 부족을 팽창시킬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저 거대한 산맥을 더 정확하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얼굴이라고 불리는 놈들이 존재한다는 것만 알지,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지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이름을 통해 그들이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저 거대한 산맥에 또 어떤 것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른다.
‘정찰과 레벨 업을 동시에 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투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싸워서 이겼으니 지금은 즐길 차례예요. 승리 후에는 반드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참 오랜만에 늑대발톱에게 존댓말을 해 본다. 역시 이게 훨씬 편했다.
“예?”
“전투에서 승리했잖아요! 그러면 잔치를 해야죠, 잔치! 하하하!”
“조, 족장님! 말씀을 다시 놓으셔야 합니다!”
“아뇨, 삼촌은 삼촌입니다.”
사실 마음으로는 늑대발톱에게 아버지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큰바위가 보고 있기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내가 삼촌이라고 했지만 늑대발톱은 아버지라고 느낄 것이다.
“그래도…….”
늑대발톱의 눈빛이 먹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