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뭐, 지금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괜찮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이겼어요. 하하하! 안 그래요? 삼촌!”
“우리 아들 족장은 대단하다! 하하하!”
내가 웃으니 덩달아 큰바위가 우렁차게 웃었다. 그리고 이 순간 문득 검은얼굴에게 납치를 당했을 거라고 말한 산딸기를잘따가 떠올랐다.
‘무정했군. 하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산딸기를잘따가 납치당한 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고, 검은얼굴에게 끌려가지 않았다고 해도 저 산맥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야생동물의 먹잇감이 됐을 것이다.
내게 의미가 없을 생각인데도 뭔가 슬픈 기분이 들었다. 역시 이 몸과 점점 더 동화되고 있는 것 같다.
내게 신을 죽이고자 하는 목표가 없고 무서운 적이 될 레드가 없다면 그저 연꽃과 내 가족들과 함께 편히 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헌터이기에 그런 평범함은 불가능할 것이다.
빌어먹을 신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무엇을 원할지 알 수 없으니까.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고 큰바위를 보며 미소를 보였다.
“하여튼 제가 대단한 것을 이제 아셨어요?”
“알고 있었다! 아들 족장은 대단하다! 족장 마, 마? 뭐지?”
“만세요.”
빛이 큰바위에게 속삭이듯 말해줬다.
“맞다! 족장 만세다, 만세! 하하하!”
“땅속에서일어서 족장님, 만세!”
와아아아!
다시 한 번 부족민들의 함성이 이 강가에 울려 퍼졌다.
‘이 강가는 아주 넓다. 이곳에서 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면 왕국으로 발전할 수 있겠지.’
나보다 먼저 이곳으로 온 레드를 방비하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집단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도 최강의 헌터들이 모였지만 결국 나만 살아남았다.’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내 목표인 킬 더 갓을 위해서 나는 그 누구보다 강해져야 한다.
‘레벨이 1,001이 넘으면 나를 소환한다고 했어.’
놈이 내게 직접 말한 것이다.
내가 자신과 대결할 정도의 힘을 키우면 나를 자신과 겨룰 수 있게 소환한다고.
‘망할 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요즘 부쩍 신이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신의 진의가 의심스럽다.
“족장님! 우리 이빨이 준 소를 잡아먹자!”
큰바위가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소를 잡아먹자고 말했고, 나는 답이 없는 신에 대한 생각을 접고 큰바위를 봤다.
“안 돼요!”
“왜?”
고맙게도 악어머리 부족이 들고 온 물소 새끼는 암컷 두 마리와 수컷 한 마리였다.
물소 세 마리를 잘만 키우면 거대한 목장을 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키워서 우유를 받을 거니까요.”
물소의 젖도 내가 아는 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축화에만 성공한다면 지속적으로 고기를 얻을 수는 있다.
“그럼 잔치를 뭐로 해?”
“돼지! 하하하! 하지만 잔치 전에 전장 정리를 해야겠네.”
나는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게 어떤 겁니까, 족장님?”
하늘 부족 전사들과 늑대발톱, 큰바위까지 모두 전장 정리의 단어의 뜻을 모르는 듯 나를 봤다.
“죽은 자들의 시체를 정리해야 해요. 이대로 두면 병에 걸려서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거든요.”
빛이 내 대신에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뒷정리에 나섰다.
“십장아!”
“예, 족장님! 부르셨습니까?”
이달투드워프1이 내게 달려오며 말했다.
“죽은 이빨호랑이 부족 놈들의 시체를 모아서 강에다 버려!”
“그렇게 되면…….”
강에는 피라냐가 득실거린다.
‘수장을 하는 거지.’
뗏목에 실어 바다로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장처럼 다소 잔학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화장처럼 연기도 나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물론 단시간에 피라냐가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의 시체니 얼마쯤은 강 하류로 흘러 내려가겠지만 가장 편하고 깔끔한 방법은 그것밖에는 없다.
“자연에서 온 모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만 껌뻑거렸다.
“예. 알겠습니다. 바로 일하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시키는 일인 만큼 이달두드워프1은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하게 처리하고 부락으로 돌아가서 잔치를 하자! 오늘은 배가 터지게 먹자!”
“예, 족장님!”
이달투두워프1이 대답하고 급하게 돌아섰다.
“시체를 모두 강에 버린다! 족장님의 명령이시다, 어서 일하자! 돌아가면 잔치가 기다리고 있다!”
“시체를 버리자!”
“어서어서 움직이자! 다시 일감이 생겼다!”
“일할 수 있을 때가 좋은 거다.”
정말 이달투드워프들은 일 중독자처럼 내가 무언가를 시키면 싫다는 불평불만 없이 눈을 반짝이며 일을 한다.
정말 정이 안 주려고 해도 안 줄 수 없는 기특한 녀석들이다.
“캭!”
그때 모든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알고 다소곳하게 앉아 털을 핥기 시작한 캭이 나를 봤다.
캬옹?
“가서 맹수돌격대1이랑 산돼지 좀 잡아와라.”
캬오오옹~
마치 이제 막 싸움이 끝났는데 또 일을 시키냐는 눈빛이다. 하지만 캭은 결국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캭!”
내가 다시 캭을 부르자 캭은 안 가도 된다는 생각을 했는지 돌아서서 혀를 내밀며 웃었다.
“가서 큰뿔사슴도 잡아와~”
캬옹!
캭이 나를 보며 매섭게 눈을 흘겼다.
“에이, 이게 다 네가 최고의 사냥꾼이라서 부탁하는 거잖아.”
그냥 해 본 간지러운 말이었는데도 캭은 내가 자신을 인정해준다고 생각했는지 놀랍게도 사람처럼 만족스럽게 눈으로 웃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 힘차게 거대한 산맥의 숲으로 달려 나갔다.
“와…… 정말 바람처럼 빠르네.”
정말 캭이 있어서 든든하다. 아니, 나를 믿고 따르며 우러러 보는 모두가 있어서 든든하다.
‘저들을 내가 지킨다.’
나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 어비스에서는 오로지 지구로 귀환하기만을 꿈꿨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과, 내 사람들을 섬뜩한 신에게서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잔치다, 잔치! 어서 돼지를 끌고 와라!”
전장을 모두 정리하고 하늘 부족 부락이 있는 대나무 숲으로 돌아온 나는 승리를 자축하는 잔치를 열었다.
화장실에 넣어둔 돼지들 중 제법 실한 놈으로 세 마리를 꺼내서 도축했다. 맛을 위해 고기를 굽기 전에 소금도 뿌리고 생강으로 밑간까지 했다. 사냥을 간 캭도 큰뿔사슴 두 마리를 입에 물고 돌아왔기에 제법 넉넉한 잔치가 될 것 같다.
‘녹용은 바로 챙기자.’
큰뿔사슴에서 녹용은 잘라내어 따로 챙겼다. 운이 좋다면 다시 재료를 모아 활력 회복제를 더 만들 수 있다. 물론 산삼과 감초를 찾는 일이 제일 어려울 것 같다.
‘그때 이무기를 테이밍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약초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이지 않고 테이밍을 하면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 괴물들을 테이밍해서 부하로 삼는 것도 강해지는 방법이 분명하지만 내가 강해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도 이무기는 생각할 때마다 아쉬움이 컸다. 그런 뒤늦은 후회를 하며 녹용은 잘 간직하기로 했다.
“오늘은 잔치다! 모두 눈치 보지 말고 배가 터지도록 먹어라!”
“예, 족장님!”
“먹을 것은 많다! 오늘은 모두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해도 좋다. 우리에게는 뛰어난 사냥꾼 캭이 있다.”
내 외침에 캭이 사람처럼 나를 흘겨봤다. 마치 철야에 지친 노동자 같은 눈길이었다.
“캭 만세!”
“사냥꾼 캭 만세!”
이달투드워프들이 캭을 보며 만세를 불렀고 어처구니 없게도 캭은 그 칭찬이 만족스러운 듯 그르렁 거렸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칭찬에는 사족을 못 쓴다.
입에 먹을 것을 많이 넣어주면 넣어줄수록 원시인들의 충성심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고기를 뜯는 부족민들은 흥에 겨워보였다.
“족장님! 만세입니다, 만세!”
“만세!”
“족장님 만세!”
여기저기서 나를 칭송하는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고,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여자들도 그들을 따라 만세를 외쳤다.
부족민들은 만세 소리를 지르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가시꽃도 있네.’
가시꽃은 초췌한 몰골로 제비꽃의 눈치를 보며 고기를 먹고 있었다.
‘눈빛이 이상한데.’
나는 가시꽃이 제비꽃에 의해 과일 창고에 감금을 당했다는 소리를 빛에게 들었다. 제비꽃 역시 가시꽃을 보는 눈빛이 차가웠다.
‘어머니도 가시꽃을 외할아버지의 끄나풀로 생각하시는 게 분명하군.’
가시꽃의 눈빛이 참 묘했다.
아니, 노골적으로 수상했다.
그래서 나는 찬찬히 가시꽃을 살폈고, 가시꽃의 머리에 내가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뼈비녀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내가 만들어준 것은 아니다.
제비꽃과 가시꽃이 서로를 의식하고 감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저런 눈빛은 살기인데…….’
* * *
‘가시꽃을 왜 풀어주셨을까?’
가시꽃을 과일 동굴에 가뒀다는 이야기를 빛에게 들었다. 그런데 전투가 끝난 후 어머니는 그녀를 다시 풀어주었다.
과일을 보관하는 창고는 한여름에도 서늘하니 밧줄에 묶여 감금당하는 것만으로도 고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저리 초췌한 모습이겠지. 아마 제비꽃은 심증만으로 사람을 학대할 만큼 모질지는 못한 것이리라. 항상 강한 면모만 보였지만 말이다.
‘내가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할 때인가…….’
내 편이 되지 못하면 적이고 적은 죽여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가시꽃을 살폈다. 따지고 본다면 내 아내로 삼으려 악어머리 족장에게 받아온 여자다.
하지만 내 외할아버지인 악어머리족장의 스파이라면 살려둘 이유는 없다.
‘가시꽃……’
가시꽃이 악어머리 부족으로 도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빨호랑이 부족을 물리친 내용을 영웅담처럼 떠드는 전사들의 말을 많이 들었을 테니, 악어머리 부족으로 도망친다면 내가 얼마나 강한지, 하늘 부족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족장에게 곧바로 나불거릴 것이 분명했다.
‘배트맨!’
나는 초음파 소통으로 배트맨을 불렀다.
-옙!
‘가시꽃을 잘 감시해라.’
-누굽니까요?
‘저기, 보이냐? 머리에 뼈 송곳을 꽂은 여자.’
-그건 제비꽃 님과 연꽃 님이시잖습니까요? 아~ 하나 더 있습니다요.
‘그 여자가 가시꽃이다.’
-알겠습니다요.
‘만약 저 여자가 하늘 부족에서 도망쳐 강가로 뛰어가면 바로 보고를 해.’
가시꽃이 만약 도망치면 그때야말로 죽인다고 다짐했다.
-알겠습니다요.
‘수고해라. 땡큐!’
-땡큐?
‘고맙다는 말이다.’
-알겠습니다요. 땡큐!
요즘 배트맨은 진짜로 영물이 되어가는지 정말 까불어댔다.
하지만 배트맨이 요즘 가장 내게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까부는 것이 귀여울 때가 많다.
‘넌 암컷이라 안 맞는 줄 알아.’
캭이 저랬다면 대결을 핑계로 몇 대 쥐어박았을 것이다.
툭툭! 툭툭!
그때 어딘가로 사라졌던 캭이 거대한 산돼지 한 마리를 더 잡아왔다.
‘고기가 부족할 것 같았는데 잘됐네.’
고기라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원시인들이라 먹성이 대단했다. 캭은 역시 타고난 센스쟁이다.
캭은 산돼지를 바닥에 놓고 이달투드워프1의 어깨를 툭툭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