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큰눈의 움막.
푹,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
“으윽!”
놀랍게도 큰눈은 고자가 되던 그 날, 빛이 자신에게 던지고 간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고 있었다. 스스로 자신의 몸에 자해한다는 것은 큰눈의 성격이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분명했다.
“빌어먹을, 밤이 왜 이렇게 긴 거야!”
점점 더 신경이 날카롭게 변하고 있는 큰눈이었다.
“망할 년! 망할 년!”
물론 깊은 상처가 날 정도로 찌르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번 찌르다 보니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이네…… 내가 꼭 네년을 찾아내 반드시 죽여 버릴 것이다! 죽여 버릴 거야아! 젠장, 젠장, 젠장!”
큰눈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이네를 저주하며 이빨을 뿌득뿌득 갈았다. 얼마나 저주를 했는지 그의 두 눈은 잔뜩 충혈되어 있었다.
“뚜따!”
“예, 큰눈 님!”
“아무 움막에 가서 여자를 데리고 와라.”
움막 안으로 뚜따가 들어서자 큰눈은 다짜고짜 명령을 내렸다.
뚜따는 내심 짝짓기를 하지도 못하면서 여자를 데리고 올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가에 가서 묵직하고 긴 돌도 주워 와라!”
“……예? 큰 돌이라고요?”
“뭐하는 거냐! 내 말을 듣지 않는 거냐! 당장 움직여! 어서!”
“예, 큰눈 님!”
바로 뚜따가 밖으로 뛰어나가자 큰눈의 눈동자가 번들거렸고, 초점이 사라졌다.
‘생각만큼 재미있을지도 몰라.’
큰눈은 변태처럼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문을 열어라! 이빨 님이 돌아오셨다!”
그때 움막 밖에서 이빨이 돌아왔다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크흐흐, 외삼촌이 왔군.”
묘한 미소를 보이는 큰눈이었다.
“그 망할 새끼를 죽였겠지!”
쿤눈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땅속에서일어서를 떠올렸다.
* * *
악어머리 족장의 움막으로 들어간 이빨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악어머리 족장이 그를 담담히 바라보고 있었다.
“말도 못할 정도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빨은 완벽하게 땅속에서일어서에게 속은 듯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악어머리 족장에게 말했다.
“근근이? 자세히 말해봐라.”
“예, 연꽃은 누더기 같은 가죽옷을 걸치고 있었고,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얼굴에 핼쑥해져 있었습니다.”
“확실하더냐? 확실히 본 거냐?”
악어머리 족장은 큰눈이 고자가 된 것을 알고 연꽃의 짝으로서 악어의 권리를 얻은 땅속에서일어서를 죽일 결심을 했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머리가 좋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 금방이라도 큰 부족이 될 줄 알았는데…….”
“예, 역시 전사가 없으니 커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연꽃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이대로라면 겨울이 왔을 때 굶어 죽는 부족민도 나올 것 같습니다.”
“으음…….”
악어머리 족장은 연꽃이 굶주리고 있다는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럼 데리고 왔어야죠! 무엇을 하셨습니까! 그냥 엎드린 자처럼 소나 주러 갔었던 겁니까?”
그때 큰눈이 아무런 말도 없이 불쑥 악어머리 족장의 움막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고, 그 모습에 이빨은 찰나지만 놀랐는지 악어머리 족장을 봤다.
하지만 악어머리 족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신만 보고 있었다.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연꽃도 싫다고 하고, 하늘 부족 주술사도 안 가겠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연꽃을 그대로 두고 올 수가 있어요? 강제로라도 데리고 오셨어야죠!”
큰눈은 버럭 짜증을 부리며 말했다.
이빨은 큰눈이 아무리 입이 작아도 지금까지 자신에게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아무리 차기 족장이라고 해도 외삼촌인 자신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족장을 봤다.
족장은 아직도 태연하게 자신만을 보고 있었다.
“전사를 30명이나 데리고 가셨는데 뭘 하신 겁니까! 땅속에서일어서는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쓸모도 없는 놈인데 그냥 죽였어야죠!”
하지만 큰눈이 계속 짜증을 부리자 악어머리 족장도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실수를 한 것 같군. 큰눈!”
그때 악어머리 족장이 큰눈을 불렀다.
“예, 아버지!”
“역시 내 아들이다. 그렇지,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여야 하는 거다.”
“예, 맞습니다. 차라리 제가 갔었다면…….”
“알고 있으니 이만 나가 봐라. 요즘 훈련을 하느라 바쁘다고 하더구나.”
“예, 악어머리 전사들을 더 강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부족을 제 발 앞에 무릎 꿇릴 겁니다.”
성욕을 잃게 되어서 그런지 큰눈은 권력에 욕심을 내는 듯 보였다.
마치 자신이 누구보다 강한 남자라는 것을 인정받겠다는 듯 사냥과 전투 그리고 다른 부족 점령에 박차를 가했고, 특히 검은고래 부족 잔당들을 죽이는 일에 열을 올렸다.
큰눈의 변화는 마음 한 곳이 허하고 스스로 남성을 잃었다는 비참함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생각이다. 하하하!”
악어머리 족장은 큰눈을 달래는 듯 말했다.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전사를 강하게 만들어라. 내가 악어에게로 가면 이 악어머리 부족은 네가 족장이다.”
“예.”
큰눈이 짧게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고 악어머리 족장은 이빨에게 이해를 하라는 눈빛을 보였다.
“족장님, 큰눈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성격도 그렇지만 못 본 사이에 모습이…….”
연륜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한동안 못 봐서인지 이빨은 보름 사이에 큰눈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맞다, 그래서 검은고래 부족을 완벽하게 정리를 한 후에 땅속에서일어서를 처리해야겠다.”
“드디어 마음을 먹은 것입니까?”
악어머리 족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확실하게는 내년 봄이 오기 전에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겠다.”
악어머리 족장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듯 입술을 깨물었고, 큰눈이 나간 입구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이빨은 그가 엄청난 결심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빨!”
“예, 족장님!”
“너는 내가 아직 젊다고 했지?”
“예, 맞습니다.”
“휴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만 앞으로의 악어머리 부족을 위해서라도 땅속에서일어서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순간 이빨은 악어머리 족장이 못다 한 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눈을 위해 그래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큰눈이 아니더라도…….”
악어머리 족장이 나직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의 마음속에는 별처럼 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 * *
잔치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부족민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에 매진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각궁과 작은 대나무 통에 넣어둔 E급 마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불개미 방어구 세트에는 마석을 이용해 무기 조합을 하지 않았다. 불개미 방어구 세트 자체에도 엄청난 방어력이 있으니까 꼭 조합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좀 아깝기도 했다.
내가 또 언제 던전을 발견할지는 나 역시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천부의 검이 날이 상하거나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날을 벼리는 용도로 쓸 생각을 해서 몇 개 남겨뒀는데 천부의 검 내구력이 무한이기에 마땅하게 쓸 곳이 없다.
‘헌팅을 나갈 생각이니까.’
헌팅을 통해 던전을 찾을 생각이다. 내가 안 가본 곳을 갈 것이고 그럼 강한 원거리 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석을 만졌다.
‘남은 것은 8개…….’
다 E등급이다.
“뭘 그렇게 생각을 하세요?”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는지 빛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무기 조합을 해 보려고.”
“각궁을요?”
내가 끄덕이자 빛은 살짝 놀랐는지 눈빛이 흔들렸다.
“아니, 그 말은 마석이 있다는 거잖아요. 이 세상에도 마석이 존재한다고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도 있었어.”
“정말입니까?”
빛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였다.
“불개미 방어구 세트가 불개미 던전에서 나온 부산물로 만든 거다.”
“맙소사, 입고 있으면서도 그 생각을 못 했네요.”
나는 불개미 방어구 세트를 입고 있는 빛을 봤다.
가장 상태가 좋은 재료로 만든 불개미 방어구 세트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빛과 연꽃이 입고 있는 불개미 방어구 세트는 살짝 야 한 감도 없지 않다.
몬스터 신사론이 있는 세계도 아닌데, 늑대발톱과 큰바위에게 만들어준 불개미 방어구 세트가 16세기 갑옷처럼 생겼다면 연꽃과 빛이 입고 있는 것은 게임에서 여성캐릭터가 입고 있는 그런 갑옷처럼 보인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여자들의 체형이 작기에 작은 불개미 껍질을 이용했고, 그 결과 연꽃이 입은 갑옷은 배꼽이 보일 정도의 길이의 갑옷이 나왔고, 빛은 평균보다 큰 체형 때문에 수영복을 입은 듯 가슴만 가려지는 불개미 방어구 세트가 나왔다.
‘이건 일부러 그런 거 진짜 아닌데.’
불개미껍질은 워낙 단단하기에 의도하고 저렇게 자르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러니 연꽃과 빛의 불개미 방어구 세트의 방어력은 늑대발톱이나 이달투드워프들이 입고 있는 것보다 방어력이 약했다. 물론 약한 방어력이라고 해도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에게 만들어준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하다.
“제작에 성공하시면 제게 주시면 안 됩니까?”
빛이 각궁을 보며 내게 말했다. 욕심이 없는 빛이 뭔가를 달라고 하는 일은 드물었다.
“네게 달라고?”
“예, 족장님!”
“그래, 성공하면 네게 주마.”
나는 만지작거리던 E등급의 마석을 각궁 위에 올려놨다.
‘에이, 설마 실패하지는 않겠지.’
실패 확률이 겨우 5퍼센트이니까. 그리고 실패를 해도 각궁은 다시 만들면 된다.
악어머리 부족에게서 가져온 물소의 뿔은 많으니까.
단지 E등급이라고는 하지만 마석이 아까울 뿐이다.
‘무기 조합 스킬 발동!’
-장비의 조합 및 강화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무기 조합 스킬이 떴다.
“조합 시도!”
지이이잉!
순간 마석에서 미약하지만 빛이 뿜어졌다가 사라졌다.
지이이잉!
-장비의 조합에 실패하셨습니다. 조합에 사용된 무기가 마석과 함께 완전 소멸했습니다.
“뭐, 뭐? 이런 젠장!”
마법처럼 내 앞에 놓인 각궁이 사라졌다.
“사, 사라졌네요.”
95퍼센트의 확률로 성공하는데 사라졌다.
오늘 제대로 재수 옴 붙은 날인가 보다.
“각궁 줘!”
“예?”
“마석이 E등급이라서 95퍼센트 확률로 성공한다. 그런데 실패했어. 그럼 이제부터는 무조건 성공하겠지.”
“아, 그렇군요.”
빛은 바로 어깨에 차고 있는 각궁을 내게 내밀었다.
‘이제 일곱 개 남았다.’
나는 바로 각궁 위에 마석을 올려놨다.
“무기 조합 스킬 발동!”
-장비의 조합 및 강화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무기 조합 스킬이 떴다.
“조합 시도!”
-장비의 조합에 실패하셨습니다. 조합에 사용된 무기가 마석과 함께 완전소멸했습니다.
“……이게 뭐야?”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